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지진, 쓰나미, 폭설, 홍수 등 각종 자연재해와 중동의 시민혁명, 구제역 등 재난 수준의 대형 사건들이 겹치면서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초대형의 재해경제(Economics of disasters) 사이클로 진행되는 것 같다. 경제학자 케빈 클리슨(Kevin Kliesen) 교수는 재해경제 사이클을 3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1단계는 손실기, 2단계는 간접 손실기, 3단계는 회복기다. 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천문학적인 규모의 직접 손실이 발생하고, 뒤이어 이로 인한 기업파산, 실업, 질병 등 간접적인 손실로 확산된다. 그리고 재해복구를 위해 돈이 풀리면서 투자가 이루어지고, 고용이 창출되며, 소비가 활발해져 마침내 경기회복으로 재해지역이나 국가의 경제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선순환을 전제로 한 기대다.   

3·11 동일본 대지진은 한 나라를 초토화시키고, 아예 일본 대탈출(엑소더스)상황까지 연출하고 있다. 재해경제의 사이클로 보면 최악의 2단계 국면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엑소더스는 세계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불황의 긴 터널을 벗어나려는 시점에 터진 재난이어서 향후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다. 지금부터 가장 큰 관심사는 세계 3대 경제대국인 일본이 대지진과 쓰나미, 원자력발전소 폭발 등으로 인한 피해와 복구의 재해경제를 어떻게 관리하고 돌파하느냐이다. 이미 한 국가의 역량으로 극복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경제대국 일본이라 해도 경기침체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번 대지진의 직접적인 피해액만 최대 3000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메릴린치 등 전문기관은 이번 대지진으로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적게는 0.2%에서 많게는 1%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더 이상 직접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1% 정도 떨어진다고 할 때 일본 경제가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7%인 점을 감안하면 세계의 경제성장률을 0.08% 떨어뜨리는 큰 파장이다. 현재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 곤혹스러운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적자 상황에서 재해복구를 위해 또다시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재정부담이다.

복구비용 한신대지진 3배 넘는 10조엔 소요될 듯

1995년 한신대지진(고베대지진) 당시에는 3조200억 엔의 복구비용을 썼다. 이번에는 그 3배가 넘는 10조 엔(약 135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당시 일본의 재정적자 규모는 GDP의 3.8% 수준이었다. 국가채무비율은 86.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72.3%)보다 13.9% 높았다. 그러나 올해의 일본 상황은 다르다. 재정적자는 GDP의 7.5%, 국가채무비율은 204.2%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OECD 평균(100.7%)의 두 배가 넘는다.

글로벌 경제하에서 재해의 경제적 파장은 국가마다 다르다. 경쟁국가의 재난은 상대국에게 행운의 샴페인으로 터지는 것이 재해경제의 특징이다. 특히 금융과 증권시장에서는 재해로 인한 변동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투기적인 수요와 공급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지진이 발생한 3월11일 밤 미국 증시는 0.5% 상승했으며, 14일 아시아 증시도 한국의 코스피지수가 0.8% 상승하는 등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일본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을 비롯해 자동차, 전자, 전기, 에너지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관계인 국가에게는 호재가 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일본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이틀 동안 23조 엔을 투입했지만, 증시는 주가 하락으로 지진발생 이틀 만에 710조원이 증발했고 엔화 값은 폭등했다.  

한신대지진 당시에도 일본 엔화는 약 2개월가량 강세를 유지한 바 있다. 일본이 복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당분간 엔화가치의 급등을 막고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일본정부와 시장의 공방이 계속될 것이다. 일말의 기대를 가져본다면 G7 국가를 중심으로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국제공조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재해경제의 여파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당장 일본이 피해복구를 위해 급격하게 채권을 회수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예상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엔화의 약세가 불가피해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중소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대기업은 수출선이 다변화되어 있지만 중소기업은 일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일 무역에서 중소기업의 비중은 전체 282억 달러 중 105억 달러로 3분의 1이나 차지하고 있다. 그 밖에 일본에 부품과 소재를 의존하고 있는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와 생산 차질도 예상된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것은 관광산업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주류(34.4%)가 바로 일본인이다. 그 여파는 상당할 것이다. 

피해복구 과정서 경제활력 회복할 수도

재해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 피해는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다. 기상청의 ‘2010 이상기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재해로 인한 직접피해 규모가 1990년대에는 연평균 7000억원 수준이었는데 2000년대 들어서는 3배 이상 늘어나 연평균 2조3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난다. 간접적인 피해는 계상하지 않은 수치이다. 특히 지난해는 강원도 지역의 100년 만의 폭설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이상저온, 집중호우, 이상한파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어났다. 아직 정확한 집계조차 안 되어 있다. 여기에다 구제역 대란, 전월세 대란, 물가 대란의 여파까지 가세하고 있다. 재해경제가 행운의 샴페인은 아니라도 한국경제의 먹구름이 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     

향후 2100년까지 기상이변에 따른 경제 피해가 세계 GDP의 5~2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해의 양상은 갈수록 대형화·복합화하며 중층적으로 몰려오는 추세다. 이번 일본 3·11 대지진도 쓰나미에 원전폭발, 화산폭발이 겹쳐 왔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금융위기에 따른 인플레이션, 물가폭등, 중동 민주화혁명 등과 맞물려 있다. 세계경제의 회복 흐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단정하기 어렵다. 자연재해와 함께 인재까지 겹쳐 대재앙으로 확산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재해가 경제에 타격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복구 과정에서 고용과 소비를 창출함으로써 활력이 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만성적인 수요부족에 시달리는 일본경제가 성장의 활력을 찾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케빈 클리슨의 주장처럼 재해가 선순환 사이클로 진행되는 경우다. 과연 이번에도 ‘재해경제’를 낙관할 수 있을까? 위기관리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