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에 LPGA 투어에 편입된 이후 10년 동안 한국 선수에게 단 한 번의 우승을 허락하지 않았던 ‘에비앙 마스터스’.
지난해 7월 26일 프랑스 에비앙 르맹의 에비앙 마스터스골프장(파72. 6344야드)에서 열린 201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에비앙 마스터스’ 최종일 마지막 18번홀(파5).
공동선두였던 신지애와 모건 프레셀(미국)이 13언더파로 마지막 승부를 펼쳤다. 장타를 무기로 전날 이 홀에서 이글을 했던 프레셀이 신지애보다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확성을 무기로 한 신지애의 티샷은 페어웨이를 지킨 반면 프레셀의 티샷이 러프에 빠지면서 투 온이 불가능해졌다. 비거리가 짧은 신지애에게는 행운이었다. 똑같이 스리온에 성공한 두 선수는 버디 퍼트를 남겨 놓으면서 마지막까지 승부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 홀까지 좀 더 거리가 멀었던 신지애가 조금의 흔들림 없이 2m 조금 넘는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반면 1.5m 버디 퍼팅을 남겨 놨던 프레셀은 실패하면서 희비가 교차했다.
신지애는 최종합계 14언더파로 우승했고, 세계랭킹 1위 탈환과 함께 상금랭킹 1위로 도약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전 세계 골프팬들에게 각인시켰다. 또 11번째 대회 만에 한국인 최초의 우승자로 기록됐다.

LPGA 투어, 페어웨이 안착률 1위
1m56cm의 신지애가 세계 정상에 설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세계 어느 골프코스에서도 페어웨이를 지켜내는 무결점 드라이버샷이 신지애의 강력한 무기다. 즉 신지애의 가장 큰 장점은 정교함이다. 스윙 자체도 간결하게 딱 떨어지는 상체 위주의 스윙이다. 지난해 신지애는 LPGA 투어에서 페어웨이 안착률 77.2%로 1위를 차지했다.
신지애의 정확한 드라이버샷의 비결은 강한 힘이다. 대부분 선수들은 70~80% 힘으로 조금 힘을 빼고 스윙하는 것과 달리 신지애는 탄탄한 하체 근력을 바탕으로 거의 100% 힘을 써서 드라이버샷을 날린다. 신지애는 “힘을 덜 주면 오히려 정확도가 떨어진다. 자신 있게 치는 것이야말로 정확성의 근본인 것 같다”고 말한다.
결국 트러블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 있게 스윙하는 것이야말로 거리와 정확성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비법이라는 것.

백스윙이 정확해야 파워와 정확도 향상
백스윙은 에너지를 모으고 방향성을 결정하는 본격적인 스윙의 첫 단계다. 즉 백스윙이 정확하게 이뤄져야 파워와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미스 샷을 날리는 것은 잘못된 백스윙에서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많은 주말 골퍼들은 실제 자신은 커다란 스윙아크를 그렸다고 생각하지만 양팔만 머리 위로 올리는 오버스윙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동작은 파워가 모이지 않는 것은 물론 볼을 정확하게 날리는 확률도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신지애는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손목을 코킹하면서 백스윙을 시작해 가파르고 큰 백스윙을 만드는 경향이 흔하다”고 꼬집었다.
오버스윙을 고치기 위해서는 왼팔 팔꿈치로 백스윙을 시작해 왼손이 허리 높이에 올 때까지 손목을 코킹하지 않고 낮고 길게 밀면 팔과 어깨의 일체감으로 어깨 회전을 충분히 하면서도 적절한 크기의 스윙 아크를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처음에는 허리 높이까지만 클럽을 들어 올린다는 느낌으로 자신의 스윙을 믿고 연습을 반복한다면 오버스윙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신지애는 정확한 드라이버샷을 날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폴로스루를 자신 있게 끝까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임팩트 후에도 끊이지 않고 목표방향으로 한 번에 뻗어나갈 수 있는 스윙이 조금 더 정확한 방향성을 만든다는 것.
아마추어 골퍼들은 임팩트가 되자마자 고개를 들면서 스윙을 멈추는 경우가 많다. 즉 폴로스루나 피니시 동작을 생략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타구가 뻗어나가지 못하고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굽어지게 된다.
또 스윙 밸런스도 중요하다. 신지애는 “아마추어 골퍼들은 스윙 밸런스보다 스윙궤도 등에 더 신경을 쓰는 경향이 많다”면서 “아무리 궤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밸런스가 무너지면 좋은 스윙이 나올 수 없다”고 말한다.
리듬이 유지돼야 일관성도 높아져
마지막으로 드라이버샷의 비거리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신지애가 강조한 것은 스윙 리듬이다. 신지애는 드라이버샷의 비거리와 일관성은 결국 리듬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모든 스윙이 그렇지만 특히 스윙이 커질수록 리듬을 잘 타야 한다는 것.
신지애는 “리듬은 팔이나 손으로 리드해서는 일관성을 갖기 힘든 반면 왼쪽 골반을 이용하면 맞추기 쉽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다운스윙 때 허리만 돌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오른발에 실린 체중을 왼발 쪽으로 옮기는 동시에 왼쪽 골반을 타깃 방향으로 회전시켜 다운스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또 이때 오른발을 지면에 최대한 오래 붙이면서 복근의 탄력을 충분히 끌어내 파워를 더해주는 것이 정확성과 장타의 비결이라고 밝힌다.
이 밖에 강한 하체 근력도 정확도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말한다. 신지애의 스윙을 살펴보면 다운스윙 전 단계까지는 물론 임팩트 때도 하체의 움직임이 전혀 없다. 특히 양발의 움직임은 임팩트 때 오른발 뒤꿈치가 약간 들리는 것이 고작이다.
신지애는 “이런 움직임이 불필요한 행동을 없애고 타깃을 향해 강한 힘의 전달과 정확한 방향성을 가져다준다”고 마지막으로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