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는 보통 쇼핑할 때, 꼼꼼하게 매장 전체를 둘러본 후 마음에 드는 제품들을 이른바 ‘찍어 놓는다’. 그렇다면 남자는? 사전에 미리 알아본 제품을 찾아 매장을 방문하는 즉시 ‘후닥닥’ 쇼핑을 끝낸다.
이랬던 남자들의 쇼핑 패턴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제품들만 골라 만든 ‘남성 전용 멀티숍’들이 속속 개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러 백화점들이 앞다퉈 남성 전용 매장을 오픈했다. 8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남성 토털 편집숍 ‘팝 에디션(Pop Edition)’, 10월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남성복 편집매장인 ‘맨즈 컬렉션(Men’s Collection)’, 12월에는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에서 남성 전용 매장 ‘지. 스트릿 494 옴므(G. Street 494 Homme)’가 문을 열었다.
백화점들의 남성 전용 매장의 형태는 이른바 ‘직접 조달(Direct sourcing)’로 이뤄진다. MD(merchandiser)들이 직접 해외로 나가 글로벌 판매망을 가진 대형 명품 브랜드 외에 소규모 공방의 장인이나 고급 브랜드에 납품하는 제조업체로부터 필요한 아이템들을 구입해 온다. 덕분에 다른 명품 브랜드보다 10~3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지. 스트릿 494 옴므’ 고급 남성 패션의 집결지
우리나라에 오픈한 다양한 남성 명품 멀티숍 중에서도 이목을 사로잡기 충분한 3개의 매장을 소개한다. 가장 먼저 소개할 곳은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이스트(east) 4층에 오픈한 ‘지. 스트릿 494 옴므’다.
시간을 초월하는 클래식과 럭셔리를 넘어 장인 정신이 공존하는 최상위 남성 클래식 셀렉트숍을 지향하는 ‘지. 스트릿 494 옴므’는 30대 후반에서 50대 중후반의 남성을 타깃으로 한다.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의 리더이면서도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선호하는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은 남자들을 위해 문을 열었다.
‘지. 스트릿 494 옴므’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브랜드들도 많다. 이탈리아의 ‘몬테제몰로’, ‘오르치아니’, ‘포터리’, ‘바르바’, ‘울트랄레 크라바타’, 영국의 ‘이타우츠’, ‘에팅거’, ‘스웨인아데니브리그’ 외에도 미국과 일본, 프랑스, 스위스의 다양한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남성 전문 매장 개장과 함께 자체 브랜드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 스트릿 494 옴므 바이 장미라사’다. 이명박 대통령이 옷을 맞춰 입는 것으로 알려진 ‘장미라사’는 이탈리아 최고급 명품 수트 브랜드 ‘스테파노 리치’ 등 최고급 명품 브랜드들과 협업을 통해 이 백화점에서만 살 수 있는 명품 PB(프라이빗 브랜드)를 판매한다. 장미라사에서 직접 상품 기획단계에서부터 디자인, 제작에까지 갤러리아백화점과 장미라사가 공동으로 작업하는 것이 특징이다. 오픈 후 처음으로 선뵌 것은 ‘소모직 캐시미어 재킷’이다. 최고급 소모직 캐시미어를 원단으로 사용했고 가격대는 200만~700만원대다. 제품 디자인에서부터 고객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원하는 스타일로 제작하는 완전 맞춤형 제품으로, 앞으로도 분기별로 자체 PB상품을 선보일 계획에 있다.

‘10 꼬르소 꼬모 서울’ 슬로 쇼핑 메카
2008년 3월 청담동에 매장을 연 ‘10 꼬르소 꼬모 서울’(10 Corso Como Seoul)은 유행을 앞서가는 사람들을 위한 패션 명소다.
10 꼬르소 꼬모는 1990년 이탈리아 밀라노 외곽 ‘10 코르소 코모’에 오픈한 패션 매장이다. 이탈리아의 갤러리스트이자 출판인인 카를라 소차니(Carla Sozzani)가 수십 년간의 첨단패션 트렌드를 다뤄 본 감각을 바탕으로 이른바 ‘뜨고 있는’ 패션 의류와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한마디로 ‘예술과 패션, 디자인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진 10 꼬르소 꼬모는 마치 패션 잡지에 담겨 있는 모든 것을 매장으로 직접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다. 10 꼬르소 꼬모 건물의 모든 공간도 갤러리와 서점, 패션에까지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카를라 소차니는 지난 2008년 3월 미국 출신 아티스트 크리스 루스(Kris Ruhs), 제일모직과 손잡고 첫 해외 매장으로 서울 청담동을 선택했다. 10 꼬르소 꼬모 서울은 총 3층으로 이뤄진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밀라노의 매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다.
10 꼬르소 꼬모 2층에서 남성 디자이너 브랜드와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함께 만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톰 브라운(Thom Browne), 라프 시몬스(Raf Simons), 발맹(Balmain), 릭 오웬스(Rick Owens)가 있다. 이 밖에도 기존 패션 멀티숍에서는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의 덤벨, 샌드백 등의 운동 기구도 10 꼬르소 꼬모 서울의 남성 섹션을 찾는 즐거움이다.
집안 곳곳 숨은 ‘미(美)’에 관심이 많은 남성들이라면, 꼬르소 꼬모의 리빙 제품에도 관심을 가져 보자. 전 층에 걸쳐 곳곳에 놓여 있는 멤피스(Memphis), 베니니(Venini), 알레시(Alessi), 조지 젠슨(Georg Jensen)과 같이 디자인이 부각된 다양한 리빙 소품들과 북 카페, 카페에 놓여 있는 프리츠 한센(Fritz Hansen)의 에그 체어, 스완 체어 및 베르너 팬톤(Verner Panton)의 하트 체어 등 다양한 디자이너 체어들은 매장 내에서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란스미어’ 매장 내 유럽 클래식 살롱 재현
제일모직 란스미어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가 남자들을 위한 사교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매장 내에서 와인과 커피 등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란스미어 바(Lansmere Bar)’를 설치한 것. 함께 유럽에서 공수해 온 빈티지 가구와 샹들리에로 클래식하게 꾸몄다. 매장을 방문한 남성 고객들은 자사만의 맞춤 수트 카운슬링(CAT·Customer Advising Team) 서비스를 받으면서 란스미어 바를 이용할 수 있다.
종전 란스미어에서는 자사 매장에 60여개의 클래식 브랜드 제품들을 구비한 멀티숍의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체사레 아톨리니(Cesare Attolini), 이사이아(Isaia) 등의 수트 브랜드, 오리안(ORIAN), 프레이(Fray) 등의 셔츠 브랜드, 발스타(Valstar) 등의 아우터 브랜드, 존 스메들리(John Smedely) 등의 니트 브랜드, 드레이크스(Drake’s) 등의 타이 브랜드, 바비 존스(bobby Jones) 등의 골프 브랜드, 소찌 칼제(Sozzi Calze) 등의 양말 브랜드, 쿄듀와이나(Cordwainer) 등의 구두 브랜드, 피나이더(Pineider) 등의 액세서리 브랜드들이 입점돼 있다. 폴 매카트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찰스 황태자 등이 주요 고객인 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런던의 쉐이빙 브랜드 트루핏 앤 힐(Truefitt&Hill)을 독점 전개하고 있기도 한다.
특히 란스미어 매장 내에 앤디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쿠사마 야요이 등 미술계 거장의 작품들을 전시함으로써 단순한 편집 매장을 넘어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바 오픈을 통해 쇼핑과 문화뿐만 아니라 사교를 즐길 수 있는 ‘남성들만의 놀이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