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통화표시채권 등 통화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달러 일변도에서 위안화, 헤알화 등 신흥국 통화로 투자상품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채권투자에서 직접 외환투자(FX마진 거래) 등 투자방식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파생상품 시장의 확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겠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전문가 이상 수준의 전문 지식을 토대로 외환투자에서 남다른 재미를 보고 있다. 고액자산가들의 통화 투자법을 살펴본다.

여의도 증권가에 때 아닌 통화표시채권 상품 열풍이 불고 있다. 일부 대형증권사들이 조심스럽게 검토하던 것이 올 초 모습이라면 지금은 앞다투어 신상품을 출시하는 등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통화표시채권 투자는 크게 3가지 방식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가장 많이 판매된 것은 외국 국공채를 해당 지역 통화로 매입하는 통화연계 방식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이 외화로 표시해 발행하는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의 통화표시채권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마지막 방식은 JP모건,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이 해당 국가에서 발행한 채권을 매입하는 형태다.



일반적으로 통화연계채권은 금융기관이 해외기관이 발행한 국공채를 현지 통화를 기준으로 구입해 국내 판매하는 상품인데, 일반적으로 달러대비 절상이 예상되는 통화에 1년 남짓 단기간 투자해  환차익을 거둔다. 특히 최근 헤알, 위안화 등 신흥국 통화 상품이 이 같은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다.

터키·인도네시아 연계 통화 상품 등장

최근 와서는 투자 지역도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지난해만 해도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브릭스 국가 위주로 상품이 구성됐다면 올 들어서는 다른 신흥국가들로 대상이 넓어지고 있다. 하나은행 웰스매니지먼트는 지난해 멕시코 페소화와 연계된 통화연계채권을 판매한 데 이어 올해는 현재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인도 루피화 상품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통화가 강세에서 약세로 반전될 경우 발생하는 환 리스크가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받아왔다. 또 해당 국가 정부가 핫머니를 규제하기 위해 환차익에 대해 과세를 부과하는 등 환율을 인위적으로 방어할 경우 수익률이 당초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투자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개발되고 있는 상품이 바로 통화표시채권이다.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발행하는 통화표시채권을 매입하는 것으로 달러 기준 해당국가 통화 변동으로 수익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가령 A라는 금융기관이 달러베이스로 해당 국가 채권을 매입하면 여기에 국내 투자자는 원·달러 방식이 기준이 된다. 이 방식에서 일단 채권수익은 기본이고 원·달러 변화에 따른 추가이익도 기대해볼 수 있다.



삼성증권이 올 초 판매한 KTB세이프사모증권신탁제59호(채권) 상품의 경우 목표수익률은 연 8.5%로 산업은행이 발행한 헤알화 표시채권이었다. 이 상품은 헤알·달러는 환 헤지를 하지 않고 원·달러 환율만 환 헤지를 해 투자 위험도를 최소화시켰다. 당시 삼성증권이 제시한 수익률 근거는 채권 7.5%, 환차익 1.3%였으며 운영보수로 0.3%를 제시했다. 1년 만기 방식으로 판매됐다. 당시 삼성증권은 이 상품을 자체 내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80억원 규모의 사모방식으로 판매했는데 설정일(1월 24일) 1000원에서 출발한 상품가격은 5월 12일 현재 1067.83원으로 환차익률이 6.7%를 기록했다. 채권형이기 때문에 여기에 이자수익률을 합산하면 연환산 수익률은 5월 12일 현재 연 22.92%(세전수익률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은 지난 2009년 10월 20일 이후부터 환차익의 2%를 금융거래세로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통화연계채권 방식으로 자금이 투입되면 고스란히 투자금을 떼일 수 있는 데 반면 통화표시채권은 비과세를 적용받고 있다. 이는 한-브라질 간 조세협약으로 우리나라 기관이 브라질 국공채를 투자할 경우 이자소득세를 면제받고 있어 지금과 같은 시기 더욱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통화절상효과·채권이자 동시 거둬

 삼성증권은 이 밖에도 현재 헤알화와 루피화를 1대1로 편입하는 통화표시채권도 준비 중이다. 방식은 올 초 발매된 헤알화 상품과 비슷하다. 또 터키 리라화가 표시된 상품도 조만간 고액자산가를 상대로 판매에 들어간다. 대우증권은 호주 달러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와 연계된 채권을 판매하고 있다. 이 두 통화는 올해 가장 강세가 기대되는 상품이기 때문에 생기는 환차익이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예 통화와 연계시켜 맞춤형으로 상품을 구조화시킨 파생결합증권(DLS)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  모 시중은행 PB센터가 판매한 브라질 국채 연계 파생결합증권은 JP모건이 발행한 패스 스루(pass through)형 채권으로 만기 2년짜리다. 이 금융기관은 한 해 전인 지난 2009년에도 사모형식으로 브라질 헤알화, 러시아 루블화, 인도 루피화, 중국 위안화 등 4개 통화로 기초자산을 구성해 한 달 만에 20억원 가까운 금액을 모았다.



직접 외환 거래(FX마진 거래) 방식도 보다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FX마진 거래란 고객이 외환중개회사(FCM, FDM)에 주문을 내면 중개회사가 그 주문을 10여개 금융기관으로 넘기며, 추후 중개회사는 이를 고객에서 통보해주는 방식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전통적인 외화 투자방식은 통화선물 방식으로 특정 통화를 미래 특정시점에 약속된 가격에 사는 것으로 일반 선물 투자방식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 방식은 개인들의 경우 통화 미래가치를 예견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어 그동안 외면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거래에 따른 증거금 액수와 거래 단위도 큰 데다 만기가 있다는 점이 개인투자자들이 시작하는 데 한계로 지적받아왔다. 하지만 FX마진 거래는 통화 선물 방식에 비해 증거금이 적은 데다 만기일이 없이 증권처럼 언제든지 사고팔 수 있어 최근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른바 한국판 와타나베 부인(외환투자에 나선 일본인)으로 불리는 FX마진 거래는 2개의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면서 발생하는 환차익과 금리 차익을 동시에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증권사들마다 FX마진 거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대형증권사는 물론 신생 증권사들도 선물업 면허를 획득한 뒤 외환 거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FX마진 거래 규모는 지난해 1월 268억 달러에서 올 3월 567억 달러로 배 이상 늘었다. KB증권 관계자는 “매달 200~300개의 계좌가 신설되고 있다”며 “외환거래 시장은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밤 시간을 이용하려는 직장인이나 대학생, 주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 증권사들이 취급한 통화는 달러,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호주 달러, 뉴질랜드 달러, 스위스 프랑 등 주로 선진국 통화가 대부분이다. 이들 통화는 국내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규모가 많을 뿐만 아니라 가격 변동 폭이 그다지 크지 않아 투자에 유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KB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을 시작으로 신흥국 통화를 거래하는 증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KB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이 공통적으로 거래하는 외환중개회사(FDM) 오완다는 아프리카, 동남아, 남미 국가 통화도 취급하고 있다. 대우증권 해외선물영업부 최정화 과장은 “전체 FX마진 거래에서 신흥국 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하지만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도 “신흥국 통화는 선진국에 비해 관련 정보가 부족한 데다 가격 부침이 커 FX마진 거래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들에게는 상당히 위험한 투자상품”이라고 말했다.

 

  Tip. 위안화 표시채권 딤섬본드

주요 PB센터 VIP고객 대상 판매

최근 주요 금융권 VIP PB센터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투자상품이 바로 딤섬본드다. 이 상품은 홍콩에 있는 외국기업이 중국 위안화로 표시해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딤섬본드는 채권에 약정된 이자율과 위안화 절상에 따른 환차익을 함께 거둘 수 있는데 일반 딤섬본드의 1년 만기 채권 이자수익률은 1.5~2.0% 수준이다. 여기에 지난 1년간 지속된 위안화 절상률을 적용하면 딤섬본드의 수익률은 연 5.14~6.5% 수준이다. 만약 위안화가 시장 예상치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면 수익률도 함께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많은 전문가들이 딤섬본드를 주목하고 있는 것도 위안화 절상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채권은 안전성에 비해 수익률은 그다지 높지 않은 상품인데 딤섬본드는 확실시되는 위안화 절상의 수혜를 그대로 거둘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올 들어 계속된 중국의 금리인상과 지난 13년간 유지해온 바오바(연 8% 성장률) 정책을 중국 정부가 폐지하고 앞으로 5년간 성장률을 7%로 낮춰 잡은 것도 위안화 절상 요인으로 꼽힌다. 성장률을 낮춰 잡는다는 것은 수출 비중을 줄여나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이런 이유로 무역흑자가 줄면 위안화는 자연스럽게 절상될 수밖에 없다.



현재 딤섬본드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증권사가 대신 운용해주는 신탁형 상품과 펀드형태로 투자하는 방식 등 두 가지다. 주요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딤섬신탁형 상품은 투자자와 증권사가 신탁계약을 맺고 계좌에 딤섬본드 등 위안화 자산을 편입하는 방식이다. 신탁기간은 보통 13개월이며 최소 가입금액은 1억원이다. 일반 고객보다 VIP PB센터 고객들에게 적극 소개되고 있다. 신탁형 상품은 채권 매매에 따른 수익률만 이자소득으로 과세하고 나머지 환차익은 비과세되기 때문에 개인고객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외에도 자산운용사들이 사모와 공모방식으로 운용하는 딤섬펀드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신탁형 딤섬본드와 달라 이자소득과 환차익 모두 과세 대상이다. 

 

  Tip. 어떤 통화가 가장 많이 오를까

위안화·루피아화 ‘강세’… 엔화 ‘약세’

통상적으로 통화가치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통화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양이 커지면 해당 통화의 가치는 내려가겠지만 반대로 통화량이 많지 않으면 가치는 올라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화는 고정통화이자 기축통화인 탓에 안전자산으로 분리됐지만 미 금융당국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달러화는 신흥국 통화에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브라질, 중국 등은 자국 통화가치의 상승이 결국에는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통화가치 절상압력을 인위적으로 막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의 큰 물줄기는 막지 못하고 있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과 통화량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는 신흥국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통화절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 가장 쉽게 컨트롤할 수 있는 카드는 금리인상이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처지지만 금리인상은 부채 증가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많이 거론되는 것이 통화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통화강세는 해당 국가의 수입 물가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특히 원자재를 많이 사용하는 국가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다. 다만 전체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높은 경우에는 경제 상승률이 한풀 꺾일 수 있는 반대급부도 있다. 특히 국제유가가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욱 커지게 되면서 신흥국들은 당분간 통화가치 상승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 현재 국제 통화시장에서는 경제성장이 양호하고 원자재 수입비중이 높은 통화의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와 중국, 인도네시아다. 캐리 트레이드(달러를 현지 통화로 바꿔 투자하는 방법) 혜택 역시 통화시장이 중대변수인데 브라질, 호주, 캐나다, 멕시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달러화는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이 마무리되면서 거래량이 줄게 될 경우 약세에서 약보합세로 흐름이 바뀔 수는 있지만 강세 국면 전환은 힘들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석진 자산전략팀장은 “엔화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경기 활성화를 위해 일본 정부가 통화발행을 늘릴 가능성이 높고 유로화 역시 아직 유럽 주요 국가들의 재정건전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약세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