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하나 없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보험은 일반화됐다. 하지만 보험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경우는 드물다. 매달 꼬박꼬박 지출하는 보험료에 대해서는 무덤덤하고 그 속내를 알고자 하면 너무 어려워서 이내 포기한다. 보험용어가 까다로워 약관해석은 엄두도 안 나고 설명을 들어도 금세 잊고 만다. 이래서는 돈만 내고 활용하지 못하는 애물단지에 불과해진다. ‘보험과 1촌 맺기’를 통해 꼭 알아야 하지만 잘 모르는 보험의 속내를 들여다본다.

해마다 봄이 되면 보험업계는 분주해진다.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거나 기존 보험의 보장 내용을 변경하는 등 새로운 시도가 가장 왕성하다. 개정된 보험업법 시행령에 의하면 2013년부터는 보험회사의 결산일이 12월 31일로 변경되지만 지금까지는 3월 31일이다. 결산일 전후가 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업 계획들이 수립되기 마련이다. 반기 결산 시점인 가을에도 이런 변화들이 일어난다. 특히 보험료 인상이나 보험의 보장 내용 축소가 큰 특징인데 보험회사의 손해율에 따라 인상폭이 결정된다. 올봄에도 요란하진 않지만 실생활과 밀접한 변화들이 이목을 끌었다.

- 자기차량 손해 발생시 보험 가입자의 자기 부담금이 손해액의 20%로 늘어났다. 삼성화재 사고출동서비스 담당직원이 고객의 고장난 자동차를 점검하고 있다.
- 자기차량 손해 발생시 보험 가입자의 자기 부담금이 손해액의 20%로 늘어났다. 삼성화재 사고출동서비스 담당직원이 고객의 고장난 자동차를 점검하고 있다.



5만원 정액제가 손해액 20% 정률제로

아침부터 기분이 언짢은 김 사장. 출근 전 작은 부부싸움을 벌인 때문이다. 모처럼 식탁에 함께 앉은 아내가 최근에 수리한 자동차 수리비 얘기를 하면서부터 짧은 평화가 깨져버렸다. 아내는 차문에 발생한 심한 스크래치와 흠을 방치하다 최근에 수리를 했는데 보험회사에서 20만원을 ‘자기 부담’하라고 했다며 볼멘소리를 시작했다. 김 사장은 “수리비에서 5만원만 공제하는데 무슨 소리냐? 도대체 혼자 처리할 줄 아는 일이 뭐가 있느냐”는 타박을 했다가 그만 감정싸움이 되어버린 것이다. 과연 아내에 대한 핀잔은 정당한 것일까?



김 사장 아내는 잘못이 없다. 바쁜 탓도 있지만 평소 자동차 사고로 보험 처리를 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김 사장은 자동차보험제도 개정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 만기로 인한 갱신 시점에나 잠깐 관심을 두는데 더구나 김 사장의 보험 만기는 여름이다. 자기차량손해에 대한 보상 내용이 바뀐다는 얘기를 스치듯 들은 것 같은데 여전히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골자는 자기차량손해로 인한 보험금 청구 시 본인이 부담하는 자기부담금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주로 5만원만 자기부담하면 차액은 전액 보험처리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경우에 따라 최대 100만원까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표1>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내용은 복잡하지 않다. 먼저 손해액의 20%를 자기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자기부담금 최소한도는 5만원, 최대한도는 100만원이라는 점만 기억해도 무방하다.



대물사고 등으로 보험처리를 하는 경우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는데 이 금액 기준을 ‘물적사고 할증기준’이라고 한다. 이 기준을 50만원으로 책정하는 경우라면 자기부담금은 최소 5만원, 최대 50만원이 적용되며 200만원으로 책정하면 최소 20만원, 최대 100만원이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최대 금액은 50만원과 100만원 중 선택할 수 있다.



이 제도는 2011년 2월 21일 이후 책임개시계약부터 적용된다. 김 사장 아내의 경우 보험만기가 4월이기 때문에 당연히 새로운 제도가 적용된다. 그런데 만약 차문의 스크래치와 흠이 발생한 시점이 2011년 2월 20일 이전이라면 어떻게 될까? 보장금액과 내용은 보험 청구권이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보험 청구권은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에 생기므로 이 경우라면 당연히 개정 전 제도가 적용되어 김 사장의 아내는 5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참고로 보험 청구권 발생과 보험 청구기간(소멸시효)은 구별해야 한다. 청구권은 사고 발생일로부터 2년이 경과하면 소멸되고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다. 문제는 ‘도덕적 해이’다. 특히 가해 불명의 자기차량 사고의 경우 새로운 제도 시행일 이전에 발생한 사고로 강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형적인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이다.



금융감독원 추산에 따르면 연간 보험사기 규모는 2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보험사기가 보험료 인상의 주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조원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해마다 자신의 통장을 좀먹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이런 점에서 김 사장이 제도변경을 잘 알고 있었다면 아내의 볼멘소리에 칭찬으로 화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암보험 보장 내용 축소도 따져봐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딩동’ 소리가 난다. 메시지 함을 열어보니 평소 알고 지내던 보험설계사의 안내 문자가 와 있다. ‘다음 달부터 암보험의 보장이 축소되니 가입 의사가 있으면 서두르십시오.’ 이런 종류의 안내 문구가 많다 보니 박 대리는 은근히 짜증이 난다. 대체 뭐가 또 바뀐다는 건지. 그냥 스팸으로 처리해버릴까?



스팸 처리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닌 듯하다. 정보시대에 살다 보니 늘어나는 정보량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선별만 잘하면 적지 않은 이익을 가져다줄 때도 있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봄이면 보장성 보험, 특히 암보험에 대해 이런저런 변화들이 많이 일어난다. 올봄에는 단연 보장 내용 축소가 그 핵심이다. 유독 암보험이 자주 바뀌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인의 암 발병률은 가히 세계적이다. 자연스럽게 보험사의 손해율은 악화될 수밖에 없지만 보험회사는 암보험을 완전히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치명적 질병의 대명사로 워낙 큰 상징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 차원에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 생명보험사들의 경우 암 전용보험 판매를 중단했지만 여전히 암보험을 취급하는 회사들이 적지 않다. 먹자니 먹을 게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탓에 보험사들은 암보험 판매를 포기하는 대신 발병이 잦은 갑상선암, 유방암 등에 대해 보장 내용을 축소하는 추세다. 예를 들어 일반암 진단비를 5000만원 지급하는 암보험의 경우 갑상선암에 대해서는 약 1000만원(진단비는 보험사나 상품에 따라 다를 수 있음) 정도만 지급하는 것이다.



보험을 단순하게 확률로만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하지만 암의 경우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암 중에서도 발병 확률이 높은 암의 경우라면 보험금 축소는 의미 있는 정보가 될 것이다. 따라서 암보험의 경우 기존 보험을 섣불리 해약하기보다는 보완하는 것이 대체로 유리하다. 하지만 일부 보장에만 집중하다 보면 자칫 보험료나 주요 암에 대한 보장 내용을 등한시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림1>을 통해 암 치료비를 가늠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