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빌딩 식당부를 운영하는 한화 호텔 앤드 리조트는 지난해 12월 9일 최고급 일식당 슈치쿠를 오픈하면서 국내 최고급 정통 일식을 표방했다. 그리고 구체적인 해법으로 에도마에 스시와 가이세키 요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에도마에 스시는 에도(도쿄)막부 시절 도쿄만 앞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생선으로 만든 정통 일식으로 최근 일본은 물론 전 세계 고급 일식당마다 추구하는 조리방식이다. 권력의 중심지에서 꽃피운 레시피인 탓에 에도마에 스시는 맛과 멋에서 일본 요리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영양적인 측면에서 현대인의 생활 트렌드인 웰빙식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가령 인위적으로 설탕을 첨가해 단맛을 내기보다는 일본산 식초 3~4가지와 소금으로 대체해 칼로리를 크게 낮췄다. 최근 저칼로리식으로 전 세계를 강타한 일식 열풍 한가운데 에도마에 스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슈치쿠는 정통 에도마에 스시를 선보이기 위해 20년 경력의 일본인 셰프 이츠히 후토시를 영입해 음식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가 선보이는 스시의 진수는 밥알 덩어리 샤리(초밥)에 있다. 정통 에도마에 스시 셰프답게 그는 설탕을 철저히 배제하고 식초와 소금으로만 맛을 내고 있다. 그렇다고 신맛이 강한 것도 아니다. 약간 시큼하면서도 뒷맛이 짭짤해 물리지 않고 담백한 느낌이다. 샤리를 어떻게 만드느냐는 초밥의 맛을 결정하는 데 70% 이상을 차지한다. 올려놓은 생선 조리법도 날것, 절임, 졸이기, 굽기 등 제각각이다. 찍어먹는 소스도 간장, 소금 등으로 다양하다.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제주도, 완도에서 올라온 전복과 고흥산 새우 등의 제철 생선이 사용되며 특히 일본 대지진 이후 국내산의 사용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다. 살을 발라낸 뒤 2~3시간 정도 숙성시킨 횟감을 사용하다 보니 육질이 탱탱하고 밥과 함께 먹을 때 나오는 육즙의 양도 훨씬 많다.

5미5색5법의 일본 요리 정수 ‘가이세키’
슈치쿠의 또 다른 자랑은 140년 전통의 가이세키 전문 레스토랑 출신 미나미하마 요시카즈 셰프에게 전수받은 가이세키(일본 정통 코스요리) 메뉴다. 료칸(일본여관) 등 일본 관광지를 통해 국내 소개된 가이세키는 아기자기한 일본 문화의 특색이 그대로 살아있는 음식이다. 슈치쿠의 가이세키는 일본 정통방식을 표방한다. 5미 5색 5법으로 요약되는 가이세키는 조리 절차가 상당히 까다로워 웬만한 고급 일식당이 아니면 선보이지 못한다. 한 가지 요리 내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이 어우러져야 하며 제공되는 요리의 색상은 흰색, 검은색,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등 5가지 색이 바탕이 돼야 한다. 여기에 조리법 역시 날것, 구이, 찜, 조림, 튀김 등 5가지다. 어느 것 하나 중복돼선 안 된다. 슈치쿠에서 판매 중인 봄철 가이세키는 도미와 조개, 옥돔 생선구이와 전복이 제철 요리로 제공된다. 야채와 식용 벚꽃 잎으로 전채요리를 만들고 여기에 다시마, 가쓰오부시를 넣고 은근한 불에 끓여 마지막에 조개를 넣은 맑은 국물 스이모노를 마시고 나면 벚꽃도미와 조림, 구이, 튀김이 연달아 나온다. 가이세키 요리의 실력은 스이모노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는데 뚜껑을 열고 향을 음미해가며 먹는 이곳의 스이모노 맛은 슈치쿠가 왜 가이세키 요리의 최고봉이라는 소리를 듣는지 알게 만든다.
원래 63빌딩에는 지하 1층에 비즈니스 일식당 스타일의 와꼬가 있었는데 슈치쿠를 58층으로 옮겨 재탄생시킨 것은 고층에서 한강을 바라다보며 먹는 음식 맛을 염두에 둔 것이다. 슈치쿠는 도심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350년산 천연 히노키로 스카이 스시 바를 설계했고 다양한 크기의 개별 룸을 모두 창가 쪽에 배치했다. 일부 개별 룸에는 전용 라운지와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어 비즈니스 모임 및 소규모 모임을 갖기에 최적이다. 인테리어는 일본의 유명 럭셔리 호텔 도쿄 페니슐라 호텔을 설계한 하시모토 유키오가 맡아서 디자인했다. 붉은색과 대나무를 소재로 일본의 전통과 자연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내어 독창적으로 디자인한 것이 돋보인다. 또 기키자케시(사케 소믈리에)가 추천해주는 사케 서비스도 제공된다.
슈치쿠
● 장소 : 63빌딩 58층
● 시간 : 오전 11시30분~오후 3시, 오후 5시30분~10시
● 예약 : 02-789-5751~2
● 규모 : 테이블 룸 6실(8~14실), 전통 룸 2실(6~14실), 스시 바 10석, 홀 24석(총 108석)
주 | 요 | 메 | 뉴

⦿ 전채요리
달걀노른자와 연어알, 새우, 산초 가루와 밥이 어우러졌는데 단맛과 연어 알의 비린내, 짠맛이 조화를 이룬다. 청어알에 가쓰오부시, 실파를 눌러 만든 청어알다시는 씹는 맛을 낸다. 닌징도우는 카스테라 맛과 비슷하다.
⦿ 생선회
피조개, 광어, 연어, 오징어, 전복, 오징어, 참치회로 구성됐는데 피조개는 오래 씹을수록 특유의 육즙이 살아나 입맛을 돋운다. 전복은 맛술에 일본식 진간장, 맑은 물을 넣고 함께 끓여 데쳤는데 짭짤함이 매력적이다.
⦿ 초밥세트
참치 등살은 끓는 물에 익혀서 간장소스에 4시간 담가둔 것을 밥 위에 올려 먹는다. 전혀 비리지 않은 것은 물론 입안에서 밥알과 함께 풀리면 전혀 다른 제3의 맛을 낸다. 피조개와 농어, 성게알 초밥도 매우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