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들은 대부분 실제 사이즈보다 크게 입어요. 치수를 조금만 줄여서 입어도 깔끔하고 세련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국내 대표 ‘멋남’ 박준성(32) 부건FNC 대표의 스타일 제안이다. 사이트평가업체 랭키닷컴의 집계에 따르면 부건FNC의 남성복 온라인쇼핑몰 멋남은 2009년 9월부터 줄곧 같은 업계 브랜드 파워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의류판매로 올린 매출은 240억원이다. 2006년 1인 기업으로 출발했지만 현재 직원 수 100명에 4개의 계열 브랜드를 거느릴 정도로 급성장했다.



국내 패션 부문 온라인쇼핑몰은 5000여개의 업체들이 난립한 완전경쟁시장이다.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라도 창업할 수 있을 만큼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수명은 1~2년에 불과하다. 더구나 국내 의류쇼핑몰에선 대체로 여성복이 강세다. 멋남의 급속한 성장에 인터넷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박 대표는 패션 전공자가 아니다. 국민대 경제학과에 재학중이다. 처음 창업을 시도한 것은 2004년, 자유분방한 성격이라 다른 친구들처럼 취업준비에만 몰두하기 싫었다. “가장 손쉬운 아이템이 온라인쇼핑몰이었습니다. 수중에 돈은 없었지만 스타일만큼은 자신 있었거든요. 그렇지만 철저한 예행연습과 치밀한 시장조사가 없었으면 실패했을 겁니다.”



그는 우선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직접 구입한 옷들과 독특한 코디법을 게시판에 올려놓고 회원들의 반응을 살폈다. 당시 그의 ID가 ‘멋남’이었다. 또한 수천개의 다른 의류쇼핑몰을 일일이 방문하면서 홈페이지 디자인, 신상품 특징, 업데이트 속도 등을 꼼꼼히 체크했다.



2년 동안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경쟁업체들을 모니터한 결과 소비자들의 취향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주력 타깃을 20대 중반부터 30대 초중반으로 삼아 튀지 않는 세미정장풍의 옷들을 판매했다. 경쟁업체들이 10대 취향의 알록달록하고 몸에 달라붙는 의상들을 취급한 것과 다른 선택이다. 신상품 업데이트 속도도 기존 업체들이 3~4일에 한 번씩 하는 것에 비해 ‘매일 상시’로 단축했다.



결과는 하루에 100만원의 매출을 올릴 만큼 대박이었다. 하지만 금세 위기가 찾아왔다. 1년 만에 번듯한 사무실을 차릴 정도로 급성장했지만 화재로 사무실과 의류창고가 전소됐다. “당시 직원들을 모두 PC방으로 보냈습니다. 매일 업데이트되는 신상품 목록이 하루라도 중단되면 고객들의 항의가 쏟아지거든요. 의류쇼핑몰은 신뢰가 생명입니다.”  



부건FNC는 올해 연말까지 4곳의 멋남 전용 로드숍을 개설할 계획이다. “오프라인에서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죠. 온라인쇼핑몰에서 얻은 노하우로 유니클로 같은 세계적인 패션업체와 겨룰 겁니다.”





약력  1980년생. 99년~현재 국민대 경제학과 재학중. 2006년~현재 멋남닷컴 대표. 2010~현재 부건FNC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