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의 ‘기함’…최고급 세단의 정수
미국 금융위기와 고유가 사태는 세계 자동차 업계의 지형도를 바꿔놓았다. 바로 ‘연비 좋고 성능 좋은 차’의 전성시대를 연 것이다. 이 같은 판도 변화 속에 지난 70여 년 동안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던 미국 자동차 업계는 주춤할 수밖에 없었고, 그 틈을 독일과 일본, 한국 브랜드들이 채우게 되었다. 특히 고성능 디젤 엔진 기술을 앞세운 독일 자동차 회사들의 약진은 주목할 만하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더라도 최고급, 최상품 시장에 대한 수요는 항상 존재하게 마련. 오히려 프리미엄 시장은 이런저런 상황 변화에 아랑곳 않고 더욱 굳건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독일 자동차 회사들의 강세에는 대중차는 물론, 최고급 자동차 시장에 대한 강력한 지배력이 큰 몫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강력한 디자인 실력과 스포티한 성능을 앞세운 아우디 역시 프리미엄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아우디는 ‘친환경-고성능’이라는 최근의 트렌드에 부합하면서 프리미엄 세단의 전통적 성격 역시 유지하며 주목받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기함 A8L이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말할 때 최우선으로 꼽는 건 당연히 성능이다. 제아무리 최상의 디자인에 최고급 재질을 입혀놓았다 할지라도 성능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소비자들은 금세 외면하고 만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자동차 시장 전통의 강자로 군림해올 수 있었던 데는 항상 최상의 성능을 유지하는 강력한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디자인과 기술력의 이상적 조화
아우디는 그들의 강력한 기술력을 스포츠와 접목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왔다. 그들은 모든 생산차종에 스포츠 성격을 입혀왔고, 도심지를 달리는 평범한 세단에도 양산차 최초로 네바퀴굴림 시스템(콰트로)을 적용했다. 누구든 쉽게 다룰 수 있으면서도 어떤 도로환경에서든 최상의 주행성능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러던 그들이 1990년대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요소를 더하기 시작했다. 바로 앞선 디자인과 유행을 이끌어가는 힘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기함을 먹고산다는 말이 있다. 제아무리 다양한 차종을 만들더라도 최상급 모델이 그 브랜드의 전체 이미지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막대한 개발비용을 기함에 투자하고, 당대 최상의 기술력을 모조리 기함에 쓸어담는 데는 다 이 같은 이유가 있다.
아우디의 기함은 A8.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BMW7 시리즈에 비해 A8의 역사는 짧은 편이다. 1988년 태어난 V8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23년 안팎의 역사에 불과하다. A8이 세상의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1994년의 2세대부터다. 초대 모델에서 콰트로 시스템 등 기술력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던 아우디는, 2세대에서부터 ‘프리미엄 브랜드의 기함’으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우디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때부터다.
2002년 파리 오토살롱에 등장한 3세대 A8은 앞선 성능과 우아한 디자인을 완벽하게 조합한 면모를 과시했다. 아우디의 힘은 이때부터 진가를 보이기 시작했다. 아우디는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에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급성장을 이어갔고, 그 같은 추세는 지난해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등장한 뉴 A8은 기술력을 넘어 아우디의 자신감까지 한껏 담고 있다. 라이벌들과 같은 사이즈라도 차체 높이는 더 낮은 아우디 특유의 디자인도 제대로 빛을 발한다. 우아하면서도 스포티한 아우디 특유의 성격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디자인 덕분이다. 어떤 곳에서도 껑충한 느낌을 주지 않고 우아하고 차분한 인상을 주는 것도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이미지 구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게 분명하다.

프리미엄 세단의 차별화 선언
뉴 A8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화려한 헤드램프. 이전부터 LED 램프를 적극적으로 채택해온 아우디가, 그간의 LED 램프 활용 노하우를 극대화해 구현한 것이 바로 뉴 A8이라 할 수 있다. LED 램프는 이제 아우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을 정도. LED 램프가 연출하는 세련되고 강렬한 이미지는, 최고급 세단 시장의 전통적 소비층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젊은 소비자들까지 끌어들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더더욱 역동적으로 만들어놓았음은 물론이다.
거장 발터 드 실바가 정성껏 다듬은 보디라인은 측면에서 바라보면 예술품을 떠올릴 정도로 잘 빠져 있다. 이 같은 디자인에 아우디 특유의 알루미늄 보디를 입혀 차체 크기에 비해 중량을 최소화하면서 차체 비틀림 강성은 오히려 높이는 효과를 얻었다. 말 그대로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의 절묘한 조화를 완성한 셈이다. 알루미늄은 강철에 비해 40%나 가벼운 재질. 하지만 가공하기 어렵기로 유명한 것도 사실이다. 줄어든 차체 무게는 결국 연료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연결되고, 따라서 아우디는 최고급 대형 세단을 만들어내면서도 동시에 최근의 친환경 트렌드도 놓치지 않는 센스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국내 시장에 선보인 A8L(롱휠베이스 버전)은 말 그대로 여객기 1등석 같은 뒷좌석 공간을 갖춰 ‘프리미엄의 확실한 차별화’를 선언한다. 여기에 더해진 W12 6.3리터 고성능 엔진과 아우디 고유의 네바퀴굴림 시스템 콰트로는 고급성과 안락함은 물론, 최상의 주행성능까지 보장한다.

Tip. A8L 뒷좌석의 비밀
뱅앤올룹슨 명품 사운드 시스템 ‘감탄 절로’

다른 차는 모르겠지만, A8L과 같은 차를 시승할 때는 무조건 뒷좌석에 앉아야 한다. 이 차의 진가는 바로 뒷좌석에서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기통(W12) 6.3리터 500마력의 가공할 엔진을 올린 아우디 A8L의 차체길이는 무려 5.26미터. 그렇잖아도 큰 편인 기본형 A8보다도 13센티미터나 길다. 이 늘어난 길이는 고스란히 뒷좌석에 더해졌다. 버튼 하나로 시트를 침대처럼 쭉 펼칠 수 있을 뿐 아니라 뒷좌석 전용으로 따로 달린 모니터로 영화나 TV도 볼 수 있다. 전용 냉장고가 있음은 물론이고 와인잔을 올려놓을 테이블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스피커만 해도 무려 19개. 게다가 이들은 모두 뱅앤올룹슨의 명품 사운드 시스템이다. 2억5800만원의 차 값을 지불해야 할 이유는 바로 이 뒷좌석에 숨어 있다.
미니 시승기
개인 전용 모니터에 시트 안마 기능까지…
프리미엄급 걸맞은 뒷좌석 편의시설 ‘굿’

‘최고의 자리’를 두고 벌이는 경쟁은 지상으로도 이어진다. 최근 들어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은 가장 넓고 화려하며 안락하고 안전한 뒷좌석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말 그대로 브랜드의 자존심을 건 경쟁이다. 이 같은 경쟁에서 가장 최근에 등장한 신제품이 바로 아우디 A8L이다. 이 차의 뒷좌석은 정말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화려하고 넓으며 편안하다. 시트를 길게 펴 몸을 눕힌 다음 팔걸이의 버튼을 눌러 안마 기능을 작동해놓으면 편안한 나머지 금세 졸음이 쏟아질 정도. 개인전용 모니터에 전용 오디오, 전용 무선 헤드셋까지 줄줄이 제공되니 여객기 퍼스트 클래스 부럽지 않다.
제아무리 뒷좌석이 으리으리하다 할지라도 그에 걸맞은 성능을 갖고 있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 A8L의 거대한 보닛 아래에는 V6 엔진 두 개를 연결해놓은 W12 6.3리터 엔진이 들어앉아 있다. 엔진 제조기술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폭스바겐-아우디 그룹의 실력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는 작품 중의 작품이다. 최고출력은 500마력, 최대토크는 63.8kg걅에 이른다. 여기에 8단 자동기어와 아우디 특유의 네바퀴굴림 방식인 콰트로 시스템까지 더해져 군더더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주행성능을 발휘한다.
보통 5미터가 넘는 거대한 차체를 운전할 때면 엔진 파워가 제아무리 강력하더라도 다소 묵직한 느낌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A8L은 그렇지 않다. 속도를 점점 높여갈수록 알루미늄 차체가 진가를 발휘한다. 어떤 속도, 어떤 도로 컨디션에서든 A8L의 발놀림은 믿기 어려울 만큼 경쾌하고 재빠르다. 엔진의 힘을 바퀴로 전달하는 8단 자동기어의 기능 역시 상당히 효율적이어서 변속과 가속이 매끄럽다. 거대한 알루미늄 보디에 강력한 엔진, 여기에다 호화롭기 짝이 없는 뒷좌석까지. 이 정도면 A8L은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라 지상을 달리는 여객기 퍼스트 클래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큰 차체임에도 A8L의 시속 100km 가속시간은 단 4.7초. 슈퍼 스포츠카 못지않다. 여기에다 앞뒤 40대 60으로 나눠진 효과적 무게배분 역시 안정적 주행감각에 큰 역할을 한다. 컴포트와 스포츠 등의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어 필요에 따라 차의 주행특성을 달리 세팅할 수 있다. 아우디 A8L은 뒷좌석 VIP가 피로하지 않게끔 부드럽게 운전할 때나, 비행기 시간에 맞추기 위해 총알처럼 달려갈 때나 제 실력을 완벽하게 발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