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잠비크 해 동쪽, 평화의 어촌 마을. 비행기를 타고 열두 시간 넘겨 날아와 또다시 비행기를 타고 달려가야 하는 곳. 아프리카 본토 우측 아래, 외로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모잠비크 해를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 본토를 바라보는 외로운 바다의 노래, 매혹의 도시 모론다바는 순수의 빌리지다. 따가운 태양 아래 열대의 기운이 넘실거린다. 해풍이 불어오고, 야자나무 아래 그늘에 서면 서늘한 공기가 입가에 미소를 전해주는 곳.
밀려오는 파도를 가르며 바다로 나갔다. 무릎도 안 차는 해변이 끝도 없이 이어진 바다. 저 멀리 아프리카 본토가 그리운 듯 지척인 바다. 그 바다 위에서 개구쟁이 아이들은 지칠 줄 모르고 파도를 즐긴다. 서핑 보드를 대신하여 오랜 나무 가죽을 들고 파도를 지친다. 눈망울 고운 아이들과의 재잘거리던 시간, 생소하지만 포근하기만 한 모론다바의 바다는 생명력 넘치는 천국의 바다다.

어린 왕자의 추억, 바오밥 나무와의 사랑이야기
신선한 아침을 마주하며 바다를 품을 수 있고, 마을 깊은 곳 아프리카에서도 이름난 바오밥 나무군락이 모든 이를 기다리는 이곳 모론다바. 아프리카의 오지 마다가스카르에서도 저 깊고 먼 구석에 자리한 작은 어촌마을,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 중 오직 이곳에서만 발견되는 특이 생명들이 많아 생태계의 보고로 불리는 보물섬과도 같은 생명의 섬. 격리된 외딴 섬나라의 특성으로 인해 어린왕자의 혹성으로까지 표현되는 곳이다.
태양의 열기가 수그러들 즈음, 바오밥 빌리지로 향했다. 4륜구동 지프에 올라타 먼지 폴폴 피어오르는 바오밥 에비뉴를 달린다. 하나 둘 바오밥 나무가 나타난다. 그 생소한 첫 조우, 모두 탄성을 지른다. “와, 바오밥이다, 정말 신기하게 생겼네!” 나무를 거꾸로 심어놓은 듯 특이하게 생긴 나무를 바라보며, 누구나 한 마디씩 던진다. 게다가 정말이지 그 거대하고 우람한 체구에 한 번 더 놀란다. 500년도 족히 넘은 거대한 나무들이 마치 걸리버 여행기의 거인처럼 거대한 평원 위에 꼿꼿이 서 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천년 가까이 말없이 살아온 그 거대한 나무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셔터를 누르다 말고, 그 거리 바오밥 나무 아래를 서성거린다. 옥잠화 무성하게 피어 있던 작은 연못가를 거닐며, 바오밥 나무의 전설과 천년 인내의 시간을 되짚어본다. 나무는 여전히 말이 없고 그 곧고 강직한 기운에 마음도 위로를 얻는다.

매일 하루하루가 평화로운 일상인 모론다바. 좌판 위에선 바오밥 나무의 씨앗을 팔고 장닭 한 마리 자전거에 묶어 장터로 가는 늙은 아버지, 가난에 못 이겨 아이 둘을 안고 구걸하며 배회하는 가난한 사람도 있다. 그 풍경 속으로 여행자들의 발걸음은 연이어 이어진다. 그 멀고 먼 아프리카의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다. 가난하고 남루한 행색은 여전히 아프리카의 가장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결핍 그 모습도 그곳에선 위안이 되고 아름답다.
바다로 난 숲 속으로 달려, 한 시간 남짓 거리에 당도하니 원주민들의 소박한 삶을 마주할 수 있는 빌리지가 나타난다. 바다를 끼고 있는 빌리지는 바닷가재와 꽃게, 물고기를 잡아 생업을 유지하거나 아낙들은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바구니를 짜서 사장에 내다 팔기도 한다. 아이들은 모두 반바지 차림에 웃통은 벗어버렸다. 배꼽을 내어놓고 맨발로 흙을 밟으며 산다. 운동장에 아이들의 공놀이가 한창이다. 축구는 마다가스카르에도 대단한 인기종목이다. 먼지 피어오르는 운동장 너머로 까르르 함박웃음이 퍼져간다.
피로그라는 작은 조각배를 타고 갯펄을 지난다. 바닷물 깊숙이 들어오는 지류로 고기잡이에 나선다. 어부들은 강물 헤치고 망그로브 숲을 헤쳐 간다. 따가운 태양이 등 자락에 닿으면 땀도 주르륵 흘러내린다. 하지만, 시원한 강줄기를 나룻배로 달리면 모론다바 갯펄의 뜨거운 더위도 싹 잊혀진다. 하늘이 내린 자연 위에 하늘이 허락한 생명으로 하루하루 삶을 유지해가는 사람들, 모론다바는 욕심 없이 현실에 만족하며 무욕의 삶을 살아가는 곳이다.

하늘 위로 하얀 달, 둥그러니 떴다. 바오밥 나무숲 거리를 배경으로 동편 하늘에 걸린 달과 홀로 외떨어진 바오밥 나무는 외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황토 흙먼지 길 내달리며, 그 묘한 풍경에 취하고 또 취한다. 달리던 차에서 내려, 나무 아래 다시 섰다. 그냥 두고 떠나갈 수 없는 마음, 거대한 바오밥 나무 아래 나무를 매만지며 서성인다. 천년 세월을 기다려온, 거대한 바오밥 나무의 그 인내와 고독, 그 외로움과 희망을 마주한다.
나무는 말이 없다. 잔가지 하늘로 곧게 뻗친 귀엽게 생긴 바오밥 나무의 거대한 줄기에 기대어 나무 속삭임에 귀 기울여 본다. 견고한 나무줄기의 표피에 손을 대고 천년 세월의 풍상을 더듬어본다. 미동도 없는 거대한 바오밥 나무, 말없는 그 나무가 사랑스럽다. 외딴 바닷가 모잠비크 해의 아련한 사랑과 어린왕자와 외로운 바오밥 나무의 무언의 대화는 영원히 가슴에 간직할 비밀스런 사랑의 노래가 될 것이다.



| Travel Tips |
✿ 모론다바로 가는 길
한국에서 마다가스카르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에어 마다가스카르가 홍콩 혹은 방콕에서 환승해 마다가스카르로 간다. 환승을 포함해 15시간 이상 날아와서도, 다시 비행기를 타거나 버스를 타고 마다가스카르 서해안으로 가야 한다. 버스는 13시간 이상 걸리므로, 시간 안배를 잘해야 한다. 마다가스카르에서 하루 이틀 현지 적응을 한 후에 모론다바로 가자. 비행기로 갈 경우, 미리 한국에서 예약을 하거나 도착 즉시, 항공편 예약을 해두자. 모론다바 공항에 도착하면, 시내 중심가까지는 20분도 채 안 걸린다. 모론다바 시장을 지나면, 이내 바닷가 해풍이 불어온다. 해안가를 중심으로 중급, 고급 호텔과 방갈로가 손님을 기다린다. 태양은 따갑지만, 나무 아래나 방갈로 안에 들어서면 금방 시원하다.
✿ 모론다바의 다양한 투어
아프리카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마다가스카르. 하지만 모론다바의 바오밥 나무 거리는 전 세계인들의 꿈의 목적지이다. 그만큼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우선 4륜구동 차량으로 바오밥 나무 거리를 가는 기본투어가 있다. 모론다바 시내에서 한 40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비포장 길을 한참을 달리면 하나 둘, 바오밥 나무들이 나타난다. 궁금증이 증폭되지만 인내심을 갖고 조금 더 기다리자. 한 10분 더 달리면 거대한 바오밥 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연꽃 군락지에 바오밥 나무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곳을 만나게 된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체류기간 동안 두 번은 방문해보자. 노을 지는 순간, 그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피로그라는 작은 배를 타고 참게 잡이에 나서는 망그로브 낚시 투어가 있다. 상상 이상으로 참게 잡아 올리는 그 순간은 짜릿하다. 게를 잡으면 바로 집게발과 다른 발들을 도망 못 가도록 잘라버린다. 대낮의 태양은 따가우니 조심해야 한다. 인근 원주민들이 사는 빌리지 투어와 모론다바 마켓투어, 모론다바 해안가 모잠비크 해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범선 투어도 있다.


- (왼쪽 위)아이를 허리춤에 안고 집으로 가는 엄마의 모습에서 모정이 느껴진다. (왼쪽 아래)쌀쌀한 아침 기운에, 고기잡이 출발을 앞둔 청년들, 담요를 덮어쓰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오른쪽)오고가는 발걸음들은 모래사장 위에 아름다운 흔적을 남긴다.
함길수 자동차 탐험가는...
한양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탐험 여행가로 활동하고 있다. 글로벌 탐험 전문팀 지오 챌린지(Geo Challenge)를 이끌고 있는 그는 문화, 모험에 포커스를 맞춘 영상작업을 통해 우리 삶의 문화 지평을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SBS와 함께 쌍용자동차 무쏘를 타고 알래스카에서 칠레 최남단 푼타아레나스에 이르는 7만8000㎞의 로키, 안데스산맥 대 탐험을 다녀왔으며, 지난 20여 년간 동남아, 유럽, 시베리아, 북미, 중남미, 호주, 뉴질랜드, 아프리카 등을 탐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