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의 제임스 다이슨 CEO 겸 수석엔지니어의 별명은 ‘가전업계의 스티브 잡스’다. 생각지도 못한 독특한 발명품들로 세계 경영계에서 화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가 2009년 개발한 ‘날개 없는 선풍기’도 세계적인 히트상품이다. 선풍기의 핵심인 날개를 없앤다는 발상은 19세기말 이 기계가 발명된 이래 100여 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마침 그의 작품이 지난 5월 한국에 출시됐다. 그 놀라운 아이디어를 살펴보자.

 “오랜만에 물건다운 물건을 구한 것 같습니다. 너무 좋아요!”지난해 4월 21일 ‘파워 트위터리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팔로어들에게 전달된 메시지다. 그가 감탄한 ‘물건’은 영국의 생활가전업체 다이슨이 개발한 ‘날개 없는 선풍기’ 에어멀티플라이어다. 말 그대로 날개도 없이 바람을 뿜는다. 2009년 미국 <타임>이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할 만큼 세계적으로도 큰 화제가 됐던 제품이다. 그러나 정 부회장의 팔로어들은 이 선풍기를 구입할 수 없었다. 국내에 출시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이 신기한 선풍기가 국내에 출시됐다. 50cm 높이의 소형 모델 2종과 140cm 높이의 대형 2종이다. 판매처는 신세계·현대·롯데 등 주요 백화점과 하이마트·이마트·홈플러스 일부 매장이다. 다이슨의 전용 쇼핑몰과 국내 주요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49만8000원부터 79만8000원까지다. 시중의 일반 선풍기에 비해선 비싸다.



선풍기가 어떻게 날개도 없이 가동될 수 있을까. 제트기류의 원리를 이용했다. 방식은 이렇다. 우선 선풍기 아래에 설치된 모터가 주변 공기를 빨아들여 제트기류를 만든다. 이 빠른 바람이 전방으로 16도 기울어진 고리형 바람 배출구의 내벽에 부딪치며 앞으로 쏟아져 나간다. 항공기의 제트엔진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 선풍기를 개발한 인물은 다이슨의 CEO 겸 수석엔지니어인 제임스 다이슨이다. 그는 평소부터 일반적인 선풍기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다. 선풍기 날에 먼지가 쌓여도 청소하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일일이 선풍기를 해체해 날을 빼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전이 문제였다. 아이들이 회전하는 선풍기 날에 손가락을 집어넣기 일쑤였다. 



선풍기는 1882년 원형이 처음 개발된 이래 한 번도 기본 구조가 바뀌지 않았다. 아무리 혁신적인 선풍기가 출시돼도 선풍기 날만큼은 달려 있었다. 다이슨 CEO는 이 편견을 깨기로 했다. 에어멀티플라이어 개발을 시작한 것은 2005년. 그로부터 4년 뒤 수백개의 시제품을 개발한 끝에 첫 모델을 출시할 수 있었다. 10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았던 선풍기의 구조를 뒤바꾼 시간치고 짧은 기간이었다. 



에어멀티플라이어의 인기는 대단했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주문이 폭주했다. 일본의 경우 출시 첫해 10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국내에선 특히 출시 전부터 ‘정용진 선풍기’로 화제가 된 만큼 제품과 관련된 문의가 쏟아졌다. 다이슨 제품의 수입·판매를 담당하는 코스모양행 관계자는 “아기를 둔 엄마들로부터 문의전화가 많았다”며 “걸레질만으로 구석구석 먼지를 제거할 수 있어서 일반 주부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성능은 어떨까. 우선 일반 선풍기보다 평균적으로 15배 많은, 1초당 28리터의 바람을 내뿜는다. 일반 선풍기와 달리 바람의 세기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체감온도는 더 낮다. 소비전력의 경우 에어컨의 50분의 1에 불과해 저전력 가전제품에 속한다. 일반 선풍기와 달리 모터가 아래에 달려 있기 때문에 기울거나 쓰러지지 않는다.

혁신적 아이디어로 세계 가전업계 호령

다이슨은 혁신적인 아이디어 상품들로 유명한 글로벌 가전업체다. 영국 제조업계의 창의력을 상징하는 기업이다. 다이슨 CEO의 경우 전 세계 제조업체 경영자들이 가장 만나보고 싶어하는 CEO로도 꼽힌다. 현재 전 세계 45개국에 제품이 수출되지만 주로 미국, 서유럽, 호주, 일본 등 선진국에서 높은 인지도를 누린다. 2007년 매출은 6억1100만 파운드(1조700억원), 영업이익은 8900만 파운드(1560억원)를 올렸다. 2008년 금융위기에도 20% 이상의 고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제품은 에어멀티플라이어, 진공청소기, 핸드드라이어 등으로 175개의 발명품과 1100여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휴대용 진공청소기의 경우 F1 경주용차 엔진보다 5배 빠른, 분당 10만4000번 회전하는 초소형 디지털 모터가 장착됐다.

 

 Tip. 제임스 다이슨은 누구?

내놨다 하면 화제 모으는 ‘혁신 발명가’

영국의 가전업체 다이슨의 창업자. 1947년 영국 북 노포크의 중산층 교육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1960년대 왕립예술대학을 졸업하고 한 엔지니어링 업체에 취직, 첫 프로젝트로 고속 상륙선 ‘시트럭’을 개발했다. 1974년 공 모양의 바퀴를 단 수레로 디자인 이노베이션상을 수상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1984년 ‘먼지봉투가 필요없는 진공청소기’를 출시하면서부터다. 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5년 동안 무려 5127개의 시제품을 만들었다. 현재 영국 맘즈베리의 다이슨 본사에서 400명의 엔지니어와 함께 주로 발명에 몰두한다. 2007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작위를 받았으며, 2009년 에어멀티플라이어로 세계적으로 또 한 번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