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천연 약용작물이다. 우리나라 인삼의 효능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최고의 명약으로 손꼽히고 있다. ‘한국=인삼’이라는 등식이 세계인의 가슴에 깊이 새겨진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우리나라 인삼재배 면적은 1만9000ha. 2004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가 지난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연작 장해와 경작지 부족 등으로 인해 재배지역은 제주도와 부산 등을 제외한 전국으로 확대됐다. 재배기술이 발전하면서 2000년 1만4000톤이었던 인삼 생산량은 지난해 2만7000톤으로 증가했다. 해외 수출 역시 2000년 79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억2400만 달러로 늘어났다.
특히 홍삼이 건강식품의 대명사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연간 성장률은 10%대에 달한다. 전체 인삼제품 중에서 홍삼이 차지하는 비중은 83%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중국산 약재의 증가에 따른 한약재에 대한 불신으로 보약 시장이 위축된 반면 홍삼이 전통 건강식품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후발업체들 선두 정관장에 도전장
홍삼시장은 그동안 한국인삼공사 ‘정관장’의 독무대였다. 전매제로 오랫동안 이 분야를 독점해온 인삼공사의 브랜드 파워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랬던 홍삼시장의 분위기가 지난해부터 대기업들이 하나둘씩 뛰어들면서 바뀌고 있다.
롯데제과 건강사업부(롯데헬스원)는 일반 홍삼보다 항암성분인 ‘Rg3’ 함량을 80배, 사포닌 등 주요 성분을 1.5배가량 높인 ‘황작’ 시리즈를 내놓았다. 독자 개발한 배양·추출 기술을 통해 생산한 프리미엄 제품임을 앞세우고 있다.
동원F&B는 ‘바다에선 참치, 육지에선 홍삼’을 표방하며 홍삼사업을 제2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동원은 6년근 홍삼과 차별화하기 위해 시베리아 연해주 해발 1000m 이상에서 자라는 120년 된 잣나무인 홍송을 홍삼 숙성과정에 사용해 특유의 향을 강화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충남 천안에 연간 500톤 규모의 수삼 처리능력을 갖춘 홍삼 전문공장도 세웠다.
웅진식품은 최근 개인에 따라 홍삼 복용효과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착안한 ‘발효 홍삼’을 내놨으며, CJ제일제당도 홍삼 농축액에 당귀, 천궁, 작약, 황기 등 몸에 좋은 한약재를 넣은 ‘홍삼식스플러스’를 판매하고 있다.
후발주자 중 가장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것은 농협의 홍삼 브랜드인 ‘한삼인’이다. 농협중앙회 자회사인 NH한삼인의 지난해 매출은 424억원.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4%에 불과하다. 하지만 농협 계열이라는 점이 믿을 수 있는 브랜드라고 인식되면서 시장점유율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NH한삼인은 농협중앙회가 100% 출자해 설립한 홍삼제조 유통회사로, 지난 1996년 인삼협중앙회 고려인삼창 설립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2002년 8월 농협고려인삼으로 출범하면서 ‘한삼인’ 브랜드를 내놨으며, 2009년에 사명을 NH한삼인으로 바꿨다. 현재 국내 홍삼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NH한삼인이 내세우는 최대 강점은 무엇보다 원료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꼽을 수 있다. 지역 인삼농협에서 인삼을 수매, 철저한 검사 및 세척과정을 거친 후 원료 및 제품 가공에 투입하고 있다. 원재료인 홍삼뿐만 아니라 부재료인 일반 한약재 또한 국내산만을 사용하고 있다.
송주영 NH한삼인 홍보팀장은 “제품 수준은 정관장과 같거나 오히려 더 좋고, 가격은 10% 정도 싸기 때문에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삼인 브랜드로 대표되는 NH한삼인 제품은 홍삼과 엑기스, 절편, 정과, 분말, 환, 캡슐, 초콜릿, 캔디, 홍삼미용제품 등 150여 가지가 있다. 이 중에서 100% 홍삼 농축액인 ‘홍삼정’과 함께 홍삼음료 ‘홍삼순액’의 인기가 가장 좋다. 이 두 상품은 NH한삼인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농협, 인삼재배 농업인 실익 증진 앞장
NH한삼인은 제품 다양화를 통해 시장 확대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박지성 선수의 초상권을 이용한 제품, 뽀로로 캐릭터를 활용한 어린이용 제품, 수험생을 위한 제품 등을 출시, 보폭을 넓힌다.
이준태 NH한삼인 대표는 “농협 홍삼 전문매장인 ‘한삼인’ 가맹점을 대폭 늘리고, 전국 12개 인삼농협이 각각 갖고 있는 브랜드를 ‘한삼인’ 브랜드로 통합, 홍삼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홍삼시장에서 한삼인이 약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꾸준히 펼쳐온 농협의 인삼사업 덕분이다. 농협은 그동안 고품질 인삼 생산과 인삼 재배 농가의 소득 안정화를 위해 인삼경작인 교육과 인삼계열화 사업, 공동 브랜드 사업 등을 펼쳐왔다. 농협이 한삼인의 경쟁력 제고뿐 아니라 국내 인삼산업 발전과 인삼 재배 농업인의 실익 증진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삼은 4년에서 6년을 재배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병충해 방제 등 재배기술에 대한 교육도 필수적이다. 농협은 매년 각 지역별 인삼농협과 농림수산식품부, 농촌진흥청 등과 공동으로 1만5000여 농가에 대해 재배기술 교육을 실시해 고품질 인삼생산에 앞장서 왔다.
2004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인삼계열화사업은 생산자 단체의 유통 참여 확대로 전근대적인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인삼 생산·가공·판매 등의 계열화를 통해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사업이다. 올해까지 계약재배를 위해 지원되는 자금은 1168억원에 달한다. 특히 농협은 국내 인삼시장을 주도해 나가기 위해 12개 인삼농협의 브랜드를 통합해 시장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농협은 이미 경기 동부·김포 파주·서산·강화·안성·백제·전북인삼농협 등 7개 인삼농협의 브랜드를 ‘한삼인’으로 통합했다. 나머지 5개 인삼농협 브랜드도 2012년까지 ‘한삼인’으로 단일화한다는 계획이다.
농협 관계자는 “농가와의 계약재배를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안전한 원료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공동 브랜드 사업 활성화를 통한 판매사업 확대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또한 정부지정 인삼검사 인증기관인 농협중앙회 인삼검사소의 지정된 검사를 통해 인삼연근 확인, 원산지 판별, 등급판정 등을 한 후 농협인삼검사소 검사필증을 발급, 인삼제품의 부정유통을 방지해 신뢰받는 유통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르포 NH한삼인 증평공장
국내 최대 규모 GMP 인증 홍삼 가공시설
NH한삼인은 충북 증평에 최첨단 GMP(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 Good Manufacturing Practice) 인증 가공시설을 가동하면서 원료 구입부터 생산, 포장, 출하까지 전 공정에 걸쳐 생산과 품질관리가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700억원이 투입된 증평공장은 대지 8만5851㎡(2만5969평), 건평 2만5794㎡(7802평) 규모에 농축액 자동화시스템, 홍삼류 가공시설, 물류자동화 창고시설, 영상 홍보실, 견학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연간 홍삼(뿌리삼) 125톤, 홍삼농축액 148톤, 홍삼추출액 2000톤, 고형제류 100톤, 수삼처리능력 500톤 등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매출액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1300억원 정도의 홍삼제품 생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NH한삼인은 전 제조공정에 대해 2010년 3월 GMP 인증을 받았다. 단일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GMP 인증 홍삼 가공공장이다. 지난해 4월에는 국제기준인 ISO-22000 인증도 획득했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쌉싸래한 인삼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오염 방지를 위해 생산시설로의 접근은 엄격히 통제됐다. 유리 너머로 볼 수 있었던 세삼·증삼·건조 등 홍삼류 가공시설에는 위생복과 위생모를 쓴 서너명의 작업자들이 보였다. 무인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소수의 인원으로 운영 및 관리가 가능하다. 공장 내 온도와 습도 등은 자동으로 조절되며, 공기 등은 자체 정화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홍삼의 생산과정은 이렇다. 먼저 각 인삼농가로부터 100% 계약 수매한 인삼은 각종 이물질과 흙 등을 제거하는 세척과정을 거친다. 사판에 인삼을 겹치지 않도록 배열한 뒤 증기를 이용해 쪄낸다. 잘 쪄진 인삼은 건조기와 햇빛을 이용해 2번의 건조와 숙성 과정을 거치며 진갈색 홍삼으로 변하게 된다. 이때 인삼의 외형뿐 아니라 내부 약리성분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 성분의 항암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삼인 제품에는 유난히 국산 표기가 많다. 홍삼 원료는 100% 국내 6년근 삼을 사용하고 한약재도 순수 국내산만 고집하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송주영 팀장은 “브랜드 인지도 확대를 위해 공장 견학과 전시판매장의 방문을 쉽게 하고 있다”며 “지난해 6개월 동안 공장을 방문한 사람만 1만2000여명에 달하며, 올해에는 2만5000명이 공장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