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배앓이(복통)’가 늘어난다. “원래 소화계가 약하다”고 털어놓는 환자들이 꽤 있지만 복통의 원인은 장티푸스, 위염, 대장암, 스트레스 등 체질적 요소 외에도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여름에 복통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대부분 음식 섭취로 인한 식중독 때문이다. 휴가철에 외식으로 섭취한 음식이 주된 원인이지만 가정에서의 부주의도 식중독을 유발한다.
이는 여름철 특유의 고온다습한 환경에 대한 주의 없이 봄·가을과 똑같은 방식으로 음식을 조리하거나 보관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음식이 쉽게 부패하면서 식중독을 유발하는 균이나 독소가 증가한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도 장마가 시작되면서부터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 한편 유독 더울 것이라는 이번 여름에는 열대야뿐 아니라 식중독도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환자들의 자가관리 상태를 살펴보면 무심하기만 한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일반인들은 여름철에 배앓이가 생기면 대개 복통이나 설사를 멈추는 약부터 복용한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대처법이다. 미약한 식중독, 혹은 스트레스나 음식 알레르기로 인한 일시적 설사라면 이런 약들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여름철에 세균이나 독소 때문에 발생한 설사는 몸이 나쁜 음식물을 빨리 내보내려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래서 설사를 억지로 멈추게 하는 것은 몸의 방어기제를 막고, 상한 음식과 세균을 몸에 더 오래 붙잡아두는 결과를 불러온다. 자칫 더 큰 화를 자초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노인이나 어린이, 만성질환자 등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들일수록 설사 자체를 막는 것보다 그 원인을 찾아 조절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손 자주 씻고, 음식 보관 주의해야
원인을 잘 모르는 경우라면 오히려 설사가 일어나는 대로 내버려둬야 한다. 대신 배를 따뜻하게 해주고 휴식을 취하면서 몸의 반응을 체크한다. 약한 식중독이거나 일반적인 복통일 경우 대부분 하루 이틀 사이 저절로 회복된다. 그 후에도 복통이 악화되면 몸이 식중독균이나 독소의 활동을 억제하지 못한다는 신호이므로 즉각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배가 아프다고 하루 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도 잘못된 대처법이다. 자칫하면 탈수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건강한 성인들의 경우라면 하루 정도 굶거나 물과 미음만 조금씩 섭취하는 것도 괜찮다. 그러나 유아나 노약자들의 경우는 다르다. 한편 설사가 하루 이상 지속될 경우 ‘설사용 수분 보충용액’을 사용해야 한다. 집에서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지만 약국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만약 구역질이 심해 이런 수분 보충제의 섭취도 어렵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때 병원에서는 복통의 원인을 찾으면서 혈관으로 수분과 전해질을 공급한다. 열이 나거나 대변에 피·점액이 섞여 나와도 신속히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
여름철 복통은 대부분 어렵지 않게 예방할 수 있다. 음식물이나 물의 세균·독소가 주된 원인이므로 음식물이 상하지 않도록 잘 보관하고 오염된 물은 마시지 말아야 한다. 위생관리도 중요하다. 식중독균이 전염되지 않도록 손만 잘 씻어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식기, 싱크대 등 조리기구와 설비도 다른 계절보다 자주 청소해주면 금상첨화다.
휴가지에서 위생이 의심스런 음식이나 상온에 장시간 노출된 음식들은 아까워하지 말고 과감히 버린다. 많은 사람들이 오래된 음식도 끓이거나 익히면 괜찮을 것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비록 세균은 고온 때문에 죽더라도 세균에 의해서 만들어진 독소는 고스란히 남는 법이다. 한번 부패가 진행된 음식들은 아무리 끓이거나 익혀도 위험하다.
여름에는 음식을 상온에서 어지간하면 4시간, 아무리 길어도 8시간 이상은 놔두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들은 한여름철 기온인 섭씨 35도에서 불과 2~3시간이면 100배 이상, 4시간이면 1만 배 이상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하기 때문이다. 한편 음식을 섭취한 뒤 수 시간 만에 복통과 설사가 발생하는 경우 대체로 독소에 의한 식중독이다. 복통이 서서히 심해지면서 열이 나고 대변에 피가 섞이면 세균성이다.
여름철 음식 중에서 식중독을 자주 유발하는 대표적인 음식들은 쉽게 상하는 육류와 냉면·콩국수 등 찬 음식들이다. 세균들이 다른 경우보다 더 빨리 자라기 때문이다. 이런 음식들일수록 조심해야 하지만 의외로 야채나 과일도 식중독을 자주 유발한다. 다만 증상이 가벼울 뿐이다. 이들을 섭취한 후 가벼운 복통이나 불편감이 온다면 한번쯤 식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상한 야채와 과일을 섭취하거나 제대로 씻지 않아 표면의 오물을 삼킨 경우다. 섭취할 때 깨끗이 씻어야 하며 장기간 보관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식중독 예방은 사실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식생활에서 좀처럼 실천을 하지 않다가 화를 키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부터라도 잘못된 식습관을 고쳐서 쓸데없는 복통으로 고생하는 일은 없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