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개 탑(파고다)의 도시, 피의 역사 없이 미얀마 불교도들의 불심의 결정체로 탄생된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 바간이 황토 대지 위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이른 새벽 혹은 저녁노을 붉게 물들어가는 서녘 하늘 아래로 바간의 생명, 불심의 승화 탑의 침묵이 왕조의 숨결과 영광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에야와디 강을 끼고 발달한 냥우에 도착하자마자, 천년 고도 바간의 숨결 속으로 달려간다. 마차를 타고 올드 바간으로 향한다. 미얀마 고대도시 바간을 보려면 누구든 냥우에서 출발하게 된다. 42㎢의 광대한 지역에 퍼져 있는 바간의 탑숲을 둘러보는 일은 일주일도 부족할 것이다. 인연이 닿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마치 1000년 전 올드 바간으로 돌아간 듯 마차 위에서 천년 고도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껴본다.



초록이 무성한 바간 냥우 로드를 차분히 달린다. 실룩거리는 마차는 오래되고 낡아 더욱 운치 있다. 동남아시아의 많은 여행지 중에서 온전히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은 단연 바간이다. 초라하고 남루해 오히려 편안한 느낌을 주는 바간의 마차와 마차 운전사들. 흔들거리는 마차의 뒷자리에 앉아 고대도시 바간의 역사와 문화의 흔적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 저녁 노을 붉게 물들어 가는 서녘 하늘 아래로 바간의 생명, 불심의 승화 탑의 침묵이 왕조의 숨결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 저녁 노을 붉게 물들어 가는 서녘 하늘 아래로 바간의 생명, 불심의 승화 탑의 침묵이 왕조의 숨결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피 냄새 없는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 바간

세계 3대 불교 유적지로 손꼽히는 바간은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와 함께 어깨를 겨루고 있다. 1000년을 견디어 온 2227개의 탑들과 올드 바간, 뉴 바간, 냥우를 거점으로 한 다양한 역사 흔적과 삶의 향기들이 여행자의 가슴을 흔들어 놓는다. 아주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바쁠 것 하나 없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표정, 소박하고 친절한 바간 사람들의 푸근한 미소 덕분에 바간에서의 나날은 축복의 휴식이 된다.



그리 급할 게 없는 여행자라면, 혹은 바간에서만은 제대로 미얀마 고대문화를 호흡하고자 한다면, 밍흘레라 부르는 마차를 타고 천년 세월 속으로 발을 디뎌보자. 냥우를 벗어나면서 한가한 시골 황토 길 위를 달린다. 저 멀리 틸로민로 탑이 육중한 모습을 드러낸다. 1218년에 지어진 탑으로 내부의 사면에 총 8개의 불상을 모셔놓고 있다. 바간에서 두 번째로 높은 탑으로 기단 2층에서 바라보니 냥우와 올드 바간 지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달그락달그락. 말발굽 소리를 들으며 올드 바간으로 가는 길은 가로수가 울창해 고즈넉함과 풍요로움이 교차한다. 21세기에 1000년을 거슬러 11세기로 돌아온 듯한 세월의 회기를 절감하게 되는 곳. 마부들도 길을 오가는 동안 마을 주민들과 눈인사는 물론, 소소한 이야기를 건네고 받으며 제 갈 길을 간다. 오래된 돌담을 낀 올드 바간으로 들어선다. 고도의 분위기를 풍겨내는 흙벽의 돌담이 운치를 더한다. 이곳엔 오고 가는 차량도 흔치 않아 마차 위에서라면 온전히 천년 전 고대도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 (위)마치 천년 전 올드 바간에 와있는 느낌이다. 하늘에서 천년 고도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껴본다. (아래)천년 고도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불심의 결정체인 탑에 찬란한 아침 해가 내려앉고 있다.
- (위)마치 천년 전 올드 바간에 와있는 느낌이다. 하늘에서 천년 고도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껴본다.
(아래)천년 고도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불심의 결정체인 탑에 찬란한 아침 해가 내려앉고 있다.

미국 서부 텍사스에 온 느낌의 뉴 바간

올드 바간을 지나 밍거바 마을을 지나면, 뉴 바간이다. 이곳은 새로 생긴 호텔들과 여행사, 레스토랑들이 밀집하여 마치 미국 서부 텍사스를 방문한 듯 착각에 빠진다. 마차를 타고 달려서인지 온전히 미 서부 어느 마을에 당도한 느낌이다. 마차를 강가로 돌려 마을 사람들의 삶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본다. 강둑 언저리에 아낙네들은 빨래를 하고, 아이들은 멱을 감는다. 배로 싣고 들어온 과일과 야채를 실어 나르는 인부들 모습도 부산하다.



여유롭고 평화로운 강 마을 풍경이 여과 없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벌거벗은 아이들과 빨랫감을 손질하는 아낙들, 너른 모래톱 위에 타작이 한창인 농부들의 모습까지, 1000년 전까지는 아니어도 수십 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어린 시절의 향수가 아련히 떠오르는 곳. 하릴없이 오고 가는 개들도 정겹고, 마을로 돌아오는 소떼들과 물동이 지고 가는 어린 형제들의 뒷모습도 오래전 우리들 시골 풍경 같아 눈길을 뗄 수가 없다.



이른 새벽, 풍요로운 바간의 하늘 위에서 위대한 미얀마의 세월을 느껴본다. 10인승의 거대한 열기구를 타고 새벽 여명을 박차고 하늘로 비상한다. 마차를 타고 홀연히 바라보던 바간의 무수한 길목과 불심의 탑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한 마리 새가 되어 천년 세월을 기다려온 고대의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새벽안개가 신비감을 더한다. 민초들의 신앙심 어린 무수한 탑들의 간절한 염원이 깊은 하늘로 울려 퍼지는 듯하다.

- (왼쪽)바간 최대 규모의 사원 쉐산도 탑 정상에서 서쪽 바간을 바라본다. 해질녘 바간에 머무는 모든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곳, 쉐산도 탑으로 이르는 마차 길도 보인다. (오른쪽)바간에 감동한 여행자는 쉐산도 탑 정상에서 노을 지는 에야와디 강변의 탑들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다.
- (왼쪽)바간 최대 규모의 사원 쉐산도 탑 정상에서 서쪽 바간을 바라본다. 해질녘 바간에 머무는 모든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곳, 쉐산도 탑으로 이르는 마차 길도 보인다.
(오른쪽)바간에 감동한 여행자는 쉐산도 탑 정상에서 노을 지는 에야와디 강변의 탑들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다.

서민들의 숨결 느껴지는 전통시장

새벽을 거두고 신선한 아침이 되자, 장터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농산물, 쌀과 콩류는 물론 닭과 소고기, 생선류까지 온갖 물건들로 넘쳐나는 냥우 시장은 30년 전 우리네 장터와 다를 바 없다. 작고 아기자기한 장터라지만, 골목마다 넘쳐나는 흥정의 풍경들과 아낙네들의 바지런한 장보기는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이 골목 저 골목 드나드니, 어느새 장터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간다. 두 서너 시간 둘러보니, 장터는 바간의 일상이며 숨소리와 같다. 그들 틈에 끼어 토마토, 포도 등 먹을거리 장만에 나선다. 서민들 삶의 풍경은 늘 따스하다.



마차는 다시, 올드 바간 인근의 담마양지 사원으로 향한다. 바간 최대 규모의 이 사원을 지나면 해질녘 바간에 머무는 모든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곳, 쉐산도 탑에 이른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빗방울도 내리친다. 기상에 관계없이 역시 장엄한 일몰을 바라보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룬다. 경사가 급한 계단을 오르자, 담마양지 술라마니, 저 멀리 떼옥삐 탑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노을이 붉게 물들어간다. 에이야와디 강 너머로 보이는 붉은 기운에 시선이 모인다. 모두 침묵으로 장엄한 일몰을 바라보며, 1000년 전 바간 왕조의 숨결과 영광을 온 가슴에 담아내며 벅찬 감동의 하루를 마무리할 것이다.

- 염소를 몰고 가는 아낙의 모습이, 하늘에서라면 더욱 포근하고 행복하게 다가온다.
- 염소를 몰고 가는 아낙의 모습이, 하늘에서라면 더욱 포근하고 행복하게 다가온다.
- (위)새벽 열기구 비행을 마치고, 파일럿과 여행자는 비행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래)강가에선 아이들이 풍덩풍덩 멱을 감고, 마을 어른들은 인근 논밭에서 따온 채소들을 마을 장터로 나르고 있다.
- (위)새벽 열기구 비행을 마치고, 파일럿과 여행자는 비행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래)강가에선 아이들이 풍덩풍덩 멱을 감고, 마을 어른들은 인근 논밭에서 따온 채소들을 마을 장터로 나르고 있다.
- 에야와디 강변, 빨래를 하는 시골 아낙네의 뒷모습도 너무나 아름답다.
- 에야와디 강변, 빨래를 하는 시골 아낙네의 뒷모습도 너무나 아름답다.

 

 | Travel Tips  | 바간 찾아가는 길

한국에서 미얀마를 가려면,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중국 등을 거쳐 가야 한다. 베트남 항공과 타이항공 요금이 조금 비싼 편이며, 말레이시아 항공, 중국 남방항공으로 가면 저렴하게 갈 수 있다. 서울 한남동에 있는 미얀마 대사관(용산구 한남동 723-1, 전화 02-790-3814)에서 미리 비자를 준비해야 한다. 오전에만 신청을 받고, 2~3일 후 오후에 찾아간다.



비행기로 양곤에 도착하면, 고민에 빠진다. 바간, 만달레이, 인레 호수, 양곤, 껄로 등 무수히 많은 방문지를 어디 먼저 둘러볼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선 비행 편, 현지 보트 운항시간표, 버스 루트 등을 잘 고려해 결단을 내리자. 항공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면, 양곤을 출발하여 우측 방향으로 돌지, 좌측으로 돌지도 결정해야 한다. 오전, 오후 비행기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내선을 이용해 바간을 향한다면, 최소한 며칠 전 예약을 해야 한다. 비행기는 양곤에서 주로 6시30분, 아침 일찍 출발한다. 비행요금은 양곤 출발, 각 도시 별로 거리에 비례해 65~90달러 안팎이다.

열기구 투어

바간에 도착하면, 첫날은 도시 전체를 대강 둘러보게 된다. 마차를 타거나 자전거로 혹은 걸어서 올드 바간, 뉴 바간, 냥우를 둘러보게 된다. 세계 3대 유적지인 바간을 마차로 둘러보고 나면, 넓은 지역에 퍼져 있는 바간 탑들의 장관을 한눈에 보고 싶어진다. 그럴 때 바간 열기구 투어에 동참해보자. 부담이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비행시간은 이른 아침 한 시간가량, 주요 탑을 중심으로 바간 상공을 유영한다. 성수기에는 새벽 6시와 오후 5시 두 번 운항한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선호하면 새벽에, 노을 지는 풍경을 보고 싶다면 오후 비행을 권하고 싶다. 요금은 성인 1인 250달러, 새벽 5시에 신청자의 호텔로 픽업을 간다.



주소 : Wet Kyi Inn Village Bagan Myanmar

전화 : 951-652809

홈페이지 : balloonsoverbagan.com

* 마차투어

마차를 타고 바간을 느껴보자. 고대도시, 세계 불교 3대 유적지인 바간에 도착하면, 차분한 분위기에 마음도 평안해진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택시와 마차가 손님을 기다린다. 각자 스케줄과 취향에 맞게 숙소로 가면 된다. 보통 2달러면 숙소에 데려다준다.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마차투어에 나서보자. 도시 전체를 느긋하게 둘러보기에는 마차가 적당하다. 날씨 더운 날에는 자전거로 페달을 밟는 일도 고역이다. 숙소들이 몰려 있는 냥우와 올드 바간, 뉴 바간을 반나절 대강 둘러보았다면, 다음 날 바간의 보고 싶은 핵심 지역들을 꼼꼼히 둘러볼 차례다. 서둘러 마차를 결정하지 말고, 호텔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며 마음씨 착하고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 마부를 선택해 요금도 흥정해보자. 요금은 하루 종일 15달러 안팎이다. 그리 비싼 요금은 아니니, 깨끗한 마차와 좋은 마부를 선택하는 것이 좋은 추억을 간직하기 위한 지혜로운 방법이다. 투어를 마치는 저녁 5시경에는 모두 쉐산도 탑에 모인다. 장엄한 일몰을 감상하기 위해서이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 한 마리 새가 되어, 바간 창공을 유영한다. 바간 최대의 아우렘 팔레스 호텔 위를 날고 있다.
- 한 마리 새가 되어, 바간 창공을 유영한다. 바간 최대의 아우렘 팔레스 호텔 위를 날고 있다.
- (위)바간 제2의 얼굴, 밍흘레라 불리는 마차가 사원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아래)장터에서는 모두 부산하다. 엄마가 일하는 사이 혼자 바구니에서 놀고 있는 천사 같은 아이가 사랑스럽다. * 함길수
- (위)바간 제2의 얼굴, 밍흘레라 불리는 마차가 사원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아래)장터에서는 모두 부산하다. 엄마가 일하는 사이 혼자 바구니에서 놀고 있는 천사 같은 아이가 사랑스럽다.



* 함길수
자동차 탐험가는...

한양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탐험 여행가로 활동하고 있다. 글로벌 탐험 전문팀 지오 챌린지(Geo Challenge)를 이끌고 있는 그는 문화, 모험에 포커스를 맞춘 영상작업을 통해 우리 삶의 문화 지평을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SBS와 함께 쌍용자동차 무쏘를 타고 알래스카에서 칠레 최남단 푼타아레나스에 이르는 7만8000㎞의 로키, 안데스산맥 대 탐험을 다녀왔으며, 지난 20여 년간 동남아, 유럽, 시베리아, 북미, 중남미, 호주, 뉴질랜드, 아프리카 등을 탐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