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인들의 난청은 꽤 심각한 사회 문제다. 65~80세 인구의 30%, 80세 이상의 50%가 난청을 겪고 있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본인도 답답하지만 의사소통의 장애로 가족·이웃들과의 관계도 틀어진다. 노인 소외의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판매되는 보청기들은 대부분 200만원 내외로 비싼 편이다. 월평균 소득이 69만원에 불과한 65세 이상 노인들로선 언감생심이다.   

딜라이트는 빈곤한 노인들이 쉽게 구입하도록 30만원대의 저렴한 보청기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이래 별다른 홍보활동 없이도 지금까지 1800대의 보청기를 판매했을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최근 들어 이란, 브라질, 태국 등 중동·남미·동남아의 개발도상국으로도 제품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노동부가 김정현(26) 딜라이트 대표에게 소셜벤처대회 대상을 수여한 배경이다. 김 대표는 “국내 인구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며 “5%에 불과한 국내 보청기 보급률을 선진국 수준인 30~4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딜라이트는 보청기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으면서도 20%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다. 이는 보청기의 제조원가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비결은 우선 제품의 표준화다.  

김 대표는 500명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귓구멍의 크기와 깊이를 측정해 평균값을 구해 3종의 표준 모델을 개발했다. 고가의 맞춤형 제품들에 비해 동일한 규격의 부품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품의 구매단가가 크게 낮아진다. 대리점 위주로 제품을 판매하는 일반 보청기 브랜드들과 달리 온라인으로만 제품을 판매하면서 유통비용도 현저히 줄였다. 

김 대표의 경영 감각이 또래들에 비해 돋보이는 것은 다양한 사업 경험 때문이다. “툭하면 쌀이 떨어질 정도로 가난한 집안사정을 돌보기 위해” 고1 때부터 여러 사업을 추진했다고 한다. 패션·명품 온라인 쇼핑몰, 커피숍 체인, 가전 매장을 차례로 운영하고 짬짬이 주식에도 투자했다.   

김 대표가 노인들의 난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봉사활동이다. “대학 봉사동아리를 통해서 독거노인들을 방문했어요. 골방에서 일반인들에겐 귀가 아플 정도로 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묵묵히 TV만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죠. 이들을 실질적으로 도와줄 방법을 고민하다 보청기 사업을 떠올렸습니다.”

김 대표는 다른 의료기기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우선 보급형 임플란트다. 현재 기존 임플란트에 비해 가격이 3분의 1 수준인 제품을 개발 중이다. “세계의 빈곤을 해소하려는 빌 게이츠를 본받고 싶습니다. 딜라이트를 인도의 오로랩처럼 세계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키우려고요.”

약력  1986년생. 2007년~현재 가톨릭대학 경영학과 재학. 2009년~현재 딜라이트 대표. 2010년 서울시 ‘서울형 사회적 기업’ 지정. 중기청 ‘기술창업 우수사례’ 금상 수상. 노동부 소셜벤처대회 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