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아파트 분양 시장은 양극화가 화두다. 아랫목인 지방 청약시장은 뜨거울 대로 뜨겁지만 윗목인 수도권은 냉랭함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대형, 소형 간 청약결과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도 최근 청약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방 부동산의 진원지는 단연 부산으로 여기서 촉발된 청약열풍이 광주, 울산, 대전 등 다른 광역시로 번져 나가고 있다. 부산의 경우 올 초 첫 분양물량인 명지지구 두산 위브 포세이돈이 2월 가진 청약접수 1순위에서 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전 평형 마감됐고 3월 대우 당리푸르지오 2차분 역시 4.92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 모두 마감됐다. 3월 화명동 롯데캐슬카이저 2차는 평균 11.3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분양이 완료됐다. 이 물량은 중대형 분양열기로까지 이어진 사례로 당시 화명 롯데캐슬카이저 2차는 분양물량의 95%인 1338가구가 중대형으로 구성돼 있었다.
인근 울산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 지난 4월 청약이 접수된 ‘우정혁신도시푸르지오’의 경우 평균 2.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양산의 반도 유보라 2차 3.32대 1, 우미린 2.36대 1로 청약접수가 마감됐다.
미분양 가구수 감소…거래도 활발
2년 전 부산, 대구, 광주 등 지방 대도시들이 넘쳐나는 미분양에 허덕이고 있을 때와 시장 상황이 180도 변했다. 이유는 왜일까. 우선 수년째 주택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응축됐다 한꺼번에 터졌다는 분석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그동안 새롭게 지어지는 아파트 수가 감소한 것이 반대로 수요를 키웠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 대도시는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앞두고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이 집중되면서 2006년 이후 신규분양 프로젝트가 급감했었다. 쌓이는 미분양 주택을 처리하는 게 급선무다 보니 새로 집을 지어 분양하는 것은 꿈도 못 꿨다고 봐야 한다.
이 같은 시장상황 변화는 미분양 아파트 가구수가 줄어든 것에서도 유추해볼 수 있다. 기존 아파트가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미분양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가 조사한 시도별 월별 미분양 가구수에 따르면 부산시는 2009년 12월 미분양 아파트 수가 9200가구였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 5월 현재 71.0% 줄어든 2671가구로 집계됐다. 감소율로 치면 71.0%에 이른다. 참고로 감소율이 가장 높은 곳은 광주시로 2009년 12월 3957가구였던 미분양 주택수가 721가구로 줄었다.
이러다보니 건설업체들은 지방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 중이다. 가구수 증가 등을 고려해 서울, 수도권에서 대거 주택을 공급하려던 당초 계획에서 탈피, 유망 지방 사업장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특히 대형 건설업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최근 부산, 울산, 대전에서 벌이는 분양현장은 지난 2~3년 전 이미 수주를 해놓은 재건축, 재개발 물량으로 그동안 미분양 해소에 치중해오던 전략을 바꿔 공격적인 분양에 나선 것이다. 현대산업개발 남부지사 권양현 대리는 “지방 분양시장이 뜨거워지면서 토지를 들고 찾아오는 시행업체들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이는 이유는 과거에 비해 낮아진 분양가 탓도 있다. 지금까지 건설사들은 신규 분양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 값보다 10~20%씩 높여 책정한 것이 관행이었다. 여기에는 건설사들의 이익도 포함돼 있지만 재건축, 재개발 조합 지원비 등 기타부수 비용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분양가로 인한 미분양 사태가 2000년대 중반 벌어지면서 건설사들의 전략도 바뀌었다. 고정비용을 최소화시키는 한편 수주부터 분양까지 걸리는 기간을 최대한 줄여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공급 평형이 중대형 평형 위주가 아닌 소형 위주로 공급하고 있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같은 면적에 대형 평형으로 지으면 분양 이익을 높일 수 있는 데다 공급 가구수가 줄어 마케팅에 유리하지만 이 역시 대규모 미분양 사태 이후 전략을 바꿨다. 현대산업개발이 지난 6월 부산시 동래구 명륜동에서 분양한 명륜아이파크는 3.3㎡당 분양가를 890만원으로 정했다. 단지 바로 옆에 들어선 입주 1년차 A아파트가 3.3㎡당 1000만원인 걸 감안할 때 파격적인 가격이다. 때문에 이 단지는 청약경쟁률이 평균 28.41대 1을 기록했다. 115㎡은 74대 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보였다.
다른 시군구도 상황은 비슷해 GS건설이 지난 3월 분양한 광주시 북구 신용동 첨단자이 2차는 468가구 분양에 6836명이 청약을 접수해 평균 14.6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5월에 분양한 대전 중구 대흥동의 대전센트럴 자이는 평균 청약경쟁률이 5.33대 1을 나타냈다.
과거 주택공급이 많지 않았던 지역을 위주로 공략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6월 강원도 춘천시 동면에 춘천아이파크를 분양했는데 3.76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으며 7월20일 현재 95%의 계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여세를 몰아 현대산업개발은 오는 9월 제주도 아라일동에 제주아라지구 아이파크 614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현대산업개발이 제주도에서 처음 벌이는 아파트 분양이다.
서울에서 온 원정 투자자도 등장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들어서는 서울 ∙ 수도권 거주자 중 투자목적으로 청약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는 “지방에서는 일반분양 시 지역거주민에서 1~3순위로 공급하고 있는데 이때 타 지역 사람이 청약하기 위해서는 입주자모집공고일 이전에 해당 지역으로 전입해야 한다”면서 “현장에서 청약접수를 받다보면 주민등록등본상 전입일이 입주자모집공고 2~3일 전인 경우가 간혹 있다”고 말했다. 부산 우동에 있는 동신공인 김명수 공인중개사도 “요즘 부산, 양산의 아파트 분양 열기는 지역 내 수요도 크지만 외지 투자세력이 가세하면서 경쟁률이 치솟는 경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지방 아파트 시장의 청약 열기를 거품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부산만 해도 상반기 1만4000여 가구, 하반기에는 8500여 가구 등 올해만 2만2500여 가구가 새로 공급되는데도 이렇게 경쟁률이 높다는 것은 투기세력에 의한 현상”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06년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벌이지지 말란 법이 없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충분한 수요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때 긍정론자들이 근거로 사용하는 것이 매매가격 대비 전세비율이다.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6월 말 현재 아파트 매매가격대비 전세비율은 전국적으로 58.5%였으며 서울은 47.4%를 기록했다.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전세금을 뺀 자기자본이 최소 52% 이상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부산은 매매가격 대비 전세비율이 66.7%, 광주는 74.1%로 광역시 가운데 비율이 가장 높았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비율이 높다는 것은 주택을 구입할 때 들어가는 자기 돈이 적다는 뜻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고 있는 전세는 이자를 내지 않는 레버리지(대출) 방식인데 이것이 높게 되면 전세 세입자들이 매매시장으로 옮겨가 집값을 끌어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내년까지 공급량 적어 집값 상승 계속
집값은 전세가격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보다 높아지는 전세선행기를 지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동반상승기, 그 이후 전세, 매매가격이 동시에 나타나는 조정기를 보인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조정기의 경우 전세가격이 먼저 하락하고 6개월~1년 뒤 매매가격이 하락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전세 선행기에는 전세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아파트 값에서 전세가격을 뺀 순 자기자본수익률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최근 집값이 오른 지역은 자기자본 누적수익률이 서울 수도권에 비해 커 투기수요가 가세할 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방 광역시는 당분간 입주에 들어가는 주택수가 적어 지금과 같은 전셋값 강세장이 계속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신규 아파트가 아닌 입주 1~2년 차 소형평형 주택에 투자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최근 3년간 입주에 들어간 아파트 가구수가 지방광역시는 24.7%, 기타 도시는 19.1% 줄었기 때문에 전세시장은 여전히 초강세를 기록하며 매매시장도 마찬가지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고 해서 전 평형이 강세를 기록하기는 힘들다. 가구분할로 인한 소형주택 증가로 일부 평형만 강세장이 계속된다는 설명이다. 삼성증권 김재언 부동산 연구위원은 “아무리 시장 분위기가 뜨거워도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분양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중대형 타입으로의 확산은 제한적인 상황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Tip. 아파트 분양 전문가 해윰산업개발 송경훈 대표
“지방에서는 브랜드보다 단지 규모가 중요”
“지방 부동산 투자 시 가장 중요한 점은 첫째도 위치, 둘째도 위치, 셋째도 위치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구도심보다는 신규 택지개발지구 즉 신도시 지역이 앞으로 시세차익을 거두는 데 유리합니다.”
아파트 분양 전문가 해윰산업개발 송경훈 대표는 지방 분양시장이 과열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선별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수원 신영통 센트럴하이츠, 서초 아트자이를 비롯해 올해 용인 중동 서해그랑블 분양에서 두 달 만에 전체물량의 85%를 계약하는 등 분양 대행업계에서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는 송 대표는 “지방은 건설사 브랜드보다는 단지 규모가 중요한데, 왜냐하면 지방마다 선호하는 건설사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가치는 지방에서는 별 의미가 없지만 단지규모라는 기본적인 펀더멘털은 쉽게 바뀔 수 없다는 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영남권에서는 부산, 사천, 호남권에서는 광주, 순천, 광양, 여수, 충청권에서는 대전을 유망지역으로 꼽으면서 “이들 지역은 과거 가장 먼저 분양시장이 침체기에 들어간 지역으로 장기간 아파트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수요가 커졌다”라고 강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송 대표는 투자자들이 지방 분양시장에 들어갈 때는 적정 분양가를 얼마로 정하느냐가 ‘키포인트’라면서 지역 랜드마크 아파트 매매가의 90% 선이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대신 대구, 울산, 천안시는 지역 내 미분양 물량이 아직 해소되지 않아 시장이 완전한 회복기로 접어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내다봤다. 해윰산업개발은 현재 광교신도시,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서 아파트 분양 사업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