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와 척추를 든든히 받쳐줘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똑똑한 의자, 간단한 레버 조작으로 좌판 회전과 고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의자,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등과 엉덩이가 시원한 의자…. 이전까지는 책상을 사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정도로 여겨지던 의자를 하나의 전문 품목으로 자리를 잡게 만든 주인공이 바로 듀오백코리아다.
독일 그랄사 특허 재가공해 생산

 

홈쇼핑 · 통신활용 마케팅 전략 ‘적중’




1987년 해정산업으로 출발한 듀오백코리아는 의자 브랜드 소비자 인지도 조사에서 6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는 국내 최고의 의자 브랜드로 꼽힌다. 특히 듀오백은 단순히 디자인적 요소만 가미되던 국내 의자 시장에 인간공학이라는 기능성을 전면에 내세워 기능성 의자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앉는’ 용도로만 사용되는 의자가 아닌, 앉았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을 만든 것이다.



현재 듀오백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정관영 사장은 부친인 정해창 회장의 사업을 이어받은 ‘2세 경영인’이다. 듀오백코리아는 정 회장이 지난 1974년 설립한 ‘성남특수합판’이 모태다. 정 회장은 1987년 해정산업으로 사명을 바꾼 뒤 성형합판을 이용한 교구부품 생산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정 회장이 기능성 의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90년대 초였다. 책상과 의자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생들에게 의자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의자사업에 뛰어들기로 한 정 회장은 1994년 독일 쾰른 전시회에서 독일 의자전문 제조업체인 그랄의 ‘듀오백’을 보게 됐다. 당시 그랄은 이 의자를 의료기기처럼 생각해 소량 생산해 고가로 판매하고 있었다. 정 회장은 이를 학생용 의자에 접목키로 결심했다.



이 특허기술을 재가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밀고 당기는 특허권 사용 협상이 이어졌다. 1995년 그랄로부터 특허권을 따내는 협상을 성사시켰지만, 개발은 쉽지 않았다. 생산기술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에 1년여가 걸렸다. 듀오백 의자를 독자개발하면서 본격적인 생산에 나선 것은 1996년부터다. 원천기술에서 더 나아가 29개의 특허를 획득했다.



듀오백 의자는 앉아 있을 때 허리에만 집중되던 하중을 등 근육에 골고루 전달해주는 기술을 적용했다. 또 두 개로 분리된 등받이와 3차원적인 특수 작동 고무가 사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 근육과 요추 부위를 마사지하는 효과를 주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자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중소기업 제품을 선뜻 구입하려는 판매상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등판이 2개 달린 생소한 제품이어서 외면을 당하기 일쑤였다. 듀오백코리아는 판매상을 통하지 않고 통신판매와 케이블TV 홈쇼핑 채널, 지하철 광고를 활용했다. 이러한 전략은 적중했다. 1999년 79억원이었던 듀오백코리아의 매출은 이듬해 169억원으로, 2001년에는 25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2002년에는 지금의 이름으로 사명을 바꿨다. 듀오백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400억원, 영업이익 21억원을 달성했다.

- 듀오백의 인체공학 기술은 성장기 아이들의 척추건강에 도움을 주는 학생용 가방에 접목됐다.
- 듀오백의 인체공학 기술은 성장기 아이들의 척추건강에 도움을 주는 학생용 가방에 접목됐다.

의자전문기업에서 인간공학기업으로

1999년 기획실장을 맡으며 회사 경영에 참여한 정관영 사장의 비전은 인간공학 전문기업이다. 이미 이 회사는 인체에 대한 과학적인 데이터와 소비자 요구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편안함을 증대시킬 수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특히 인체공학 의자를 만들어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으로 인간공학 전문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성장기 아이들의 척추 건강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학생용 기능성 가방인 ‘듀오백(DUOBAG)’을 출시한 것은 인간공학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이러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해 9월에는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와의 라이선스 협약 체결을 통해 듀오백의 인체공학 설계 기술과 노하우를 제공했다. 이에 따라 블랙야크는 아웃도어 시장에 한해 브랜드 로고 및 가방 기술권, 금형을 독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블랙야크-듀오백 배낭’은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발상이 돋보이는 라이선스 제휴 마케팅 사례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휴피트’라는 책상 브랜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휴피트’는 인체공학적 설계(Human Engineering)로 사용자의 몸에 딱 맞는(fit) 편안함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휴피트’ 책상은 상판 높낮이를 조절해 좌식책상과 입식책상으로 자유롭게 변형해 쓸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입식책상일 때는 3단, 좌식책상일 때는 2단으로 미세하게 높이를 조절해 사용자 체형에 맞춰 사용할 수도 있다.



정관영 사장은 “많은 소비자들이 ‘의자’ 하면 떠올리는 브랜드로 ‘듀오백’을 꼽고 있지만,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의자 중심의 인체공학 제품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공학 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비결1. 기능성 의자 시장 개척·주도

듀오백코리아는 기능성 의자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국내 시장에 기능성 의자를 도입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이래 지금까지 탄탄한 브랜드 경쟁력을 이어오고 있다. 원백(one-back) 의자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등판이 둘로 갈라진 듀오백(duo-back) 의자는 생김새부터 새로운 충격이었다. 듀오백코리아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등판이 둘로 갈라진 디자인이 허리를 양쪽에서 받쳐줘 바른 자세를 유지하게 도와주고 결과적으로 척추 건강을 지켜준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렸다.



기능성 의자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킨 다음에는 새로운 기술을 국내에 도입하면서 시장 경쟁을 주도했다. 통기성이 좋아 오래 앉아 있어도 시원하고 위생적인 그물망 소재인 메쉬를 국내 최초 자체 기술력으로 의자 좌판에 적용한 것도 바로 듀오백코리아다. 간단한 레버조작으로 의자 좌판의 회전과 고정을 조절할 수 있는 ‘듀얼린더’는 이 회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독자 기술이다. 이 기술은 의자에 앉아 오래 집중하기 힘든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여줘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기능성 의자 시장을 열고,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국내 시장의 기술 경쟁을 주도해온 점이 소비자로 하여금 ‘기능성 의자=듀오백’이라는 공식을 떠올리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 듀오백 가방
- 듀오백 가방



 성공비결2. 소비자 요구에 대한 정확한 분석

듀오백코리아는 지금과 같은 브랜드 가치를 형성하기까지 오로지 의자라는 단일 제품 생산만을 고집함으로써 국내 의자 브랜드로써 전문화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브랜드 파워가 높아짐에 따라 비슷한 모양을 흉내 낸 1만~2만원대의 유사제품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고객들이 유사제품을 듀오백코리아 제품으로 오해, 구매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한 것이 바로 정품 인증제다.



정품 인증제는 소비자가 제품 구입 후, 의자에 찍혀 있는 바코드를 듀오백코리아 홈페이지에 입력하면 이들 고객에게는 3년 무상 AS와 본사의 적극적인 관리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듀오백 브랜드를 찾은 고객들에게 로열티를 부여하자는 의미에서다.



또 고객의 의견을 반영한 제품 개발을 통해서도 고객 만족을 극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듀오백 듀얼린더’다. 제품을 고를 때 좌판 회전형과 고정형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점이 불편하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한 제품에서 회전모드와 고정모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성의 체형을 분석한 여성 전용 의자, 아이의 성장에 맞게 등받이 높이 및 깊이, 발받침·팔걸이 높이 등을 조절할 수 있게 한 아동용 의자, 한국인의 전통 생활방식을 고려한 좌식 의자 개발 등 기능성 의자 시장을 세분화한 것도 다양한 고객들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그뿐만 아니라 손쉽게 분리해 세탁할 수 있는 의자 커버, 의자에 바로 부착해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옷걸이 등 다양한 액세서리를 제공해 의자를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성공비결3. 스마트한 소통으로 소비자와의 접점 확대

초기 케이블TV 홈쇼핑 채널과 지하철 광고를 통해 소비자와 만나던 듀오백코리아는 이제 다양한 SNS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SNS를 통해 제품에 대한 정보는 물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가구업계 처음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등 전방위 SNS 채널을 활용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척추건강에 도움이 되는 운동법을 담은 ‘바른 자세 체조 동영상’을 제작해 이 동영상을 알린 사람을 추첨, 선물을 증정한 것. 또 듀오백코리아 홈페이지는 제품 정보를 클릭 한 번으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으로 확산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QR코드와 모바일 홈페이지를 이용해 신청을 접수해 사무실 전체 의자를 ‘듀오백 알파’ 의자로 교체하는 ‘명품 사무실 체험단 이벤트’를 진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재 서울시내 한 사무실의 의자를 듀오백 알파로 교체한 이후의 사무실 환경 및 업무 능률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미션을 수행 중이다.



이처럼 변화하는 마케팅 환경에 발 빠르게 적응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것이 듀오백코리아의 기본 전략이다.

- 듀오백 의자
- 듀오백 의자





  Mini Interview    정관영듀오백코리아 사장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제품은 뭐든지 개발”



“단순히 ‘앉는 도구’에 불과했던 의자를 ‘사람이 앉기에 편한 의자’로 만든 것, 그것이 바로 듀오백코리아의 시작입니다. 앞으로도 인간을 먼저 생각하는 인간공학 시스템을 추구할 겁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하는 일을 보고 자라며 의자사업을 숙명으로 받아들였다는 정관영 사장이 생각하는 듀오백코리아의 비전이자 목표다. 의자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듀오백은 오래 앉아 공부하는 자녀들의 척추 건강을 염려하는 학부모들은 물론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의자에 앉아 생활하는 사무직 직장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척추 건강을 지켜주는 기능성 의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듀오백의 기술력은 많은 회사들의 도전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후발 주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특허받은 기술력을 보유한 덕분에 의자 및 인간공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좌우명은 이타즉자리(利他卽自利),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곧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정 사장은 “고객의 편안함이 곧 우리의 행복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항상 고객에게 편안함을 제공하고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며 “고객중심 서비스 강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리점 리뉴얼 작업에 착수했으며, 이를 통해 듀오백 제품 및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소비자의 편의성도 높일 예정이다.



정 사장은 신제품 개발에도 여념이 없다. 그는 매주 한 차례 이상 연구개발실을 방문해 신제품 개발과 관련해 연구기술자들과 미팅을 갖고 있다. 또 듀오백코리아의 인체공학 기술을 기능성 아웃도어 제품으로 확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던 ‘블랙야크’와의 라이선스 제휴 마케팅 사례와 같이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 기술을 접목해 적용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기본적인 목표는 의자 전문 브랜드로서의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한편으론 사람들이 사용할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인간공학 제품이라면 사업군에 제한 없이 제품을 개발해 나갈 겁니다. 듀오백 가방과 인체공학 책상 등을 시작으로 인간공학 전문기업으로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데 역점을 둘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