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커피 기기가 국내 본격 상륙한 지 1년여 만에 젊은 여심(女心)을 사로잡고 있다. 에스프레소 커피를 집에서 간편하게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20~30대 여성층 사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커피 관련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이대로라면 캡슐커피 시장은 국내 커피 시장의 한 축으로 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분석이다.

 ‘별다방(스타벅스), 콩다방(커피빈)은 가라. 이젠 집다방(캡슐커피) 시대다.’    



커피믹스, 캔커피, 커피전문점으로 구분되던 국내 커피시장에 캡슐커피가 새로운 카테고리로 등장했다. 캡슐커피란 개별 포장된 원두커피 캡슐을 전용기기에 넣고 버튼을 누르기만 해 에스프레소 커피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에스프레소 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캡슐커피 기기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집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려면 100만원 이상의 고가 에스프레소 기기를 구입해야 가능했다. 하지만 기계 값이 워낙 비싼 데다 커피 추출 후 찌꺼기를 처리하기가 번거로워 수요가 한정돼 있었다.



원두 관리도 까다롭다. 일반적으로 커피 원두는 로스팅(볶는 과정) 후 2주 안에 즙을 짜내야 한다. 그 이후부터는 산화되기 시작해 아무래도 신선도가 떨어진다. 이 같은 불편함을 한꺼번에 해결한 것이 바로 캡슐커피다. 



캡슐커피 인기는 전 세계적 공통 현상이다. 대표적인 캡슐커피 브랜드인 네스프레소만 해도 전 세계 50여개국에 론칭했으며 215개국에서 부티크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캡슐커피가 등장한 것은 지난 2007년 말 네슬레의 자회사인 네스프레소가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부터다. 네스프레소는 캡슐커피 영역을 처음 개척한 브랜드로 현재 16종의 캡슐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네스프레소 홍보대행을 맡고 있는 피알원의 이정민 팀장은 “현재 롯데, 현대, 신세계백화점에서 총 11곳의 부티크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면서 “규모만 놓고 보면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나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네스프레소 부티크에서는 캡슐커피와 기기, 액세서리 등 제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다양한 캡슐커피를 본인 취향에 맞게 컨설팅받고 시음할 수 있다. 관련업계에서 추산하는 캡슐커피 기기 시장은 현재 1000억원대다. 시작단계라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연간 20~30%의 성장률을 지속하는 등 빠르게 시장이 커지고 있다. 

- 크레메소의 컴팩트 터치(왼쪽)와 네스프레소 픽시 출시행사.

연간 20~30% 성장 ‘아시아 2번째 큰 시장’

소비자들이 캡슐커피 기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집안에서 에스프레소 이외에 카페라테, 카페모카, 카푸치노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맛은 일반 커피전문점에서 먹는 것과 같다. 네스프레소만 해도 캡슐에 담긴 원두의 맛을 최상의 상태에서 추출할 수 있도록 87~92도 물을 자동으로 끓여 19바(Bar)의 높은 압력으로 즙을 짜내도록 설계됐다. 높은 압력에서 추출되기 때문에 일반 커피전문점에서 먹는 것과 같이 두꺼운 크레마가 형성된다. 크레마란 에스프레소를 고압으로 추출할 때 생기는 노란 거품으로 에스프레소의 맛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다. 크레마가 두터워야 커피 본연의 풍부한 향을 오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카페라테를 만들 수 있도록 별도의 우유거품기도 갖춰놓는 등 기능면에서 일반 커피전문점 기기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현재 네스프레소는 가장 작은 크기의 픽시부터 우유 거품 기능이 빌트인 된 원터치 전자동 기기 라티시마, 에스프레소 전용 머신 시티즈, 에센자 등을 판매 중이다. 이들 제품은 물탱크 용량과 원터치 방식, 절전형 온오프 등으로 설계돼 있냐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나는데 에센자가 29만7000원, 픽시는 34만9000원, 시티즈는 45만1000~53만9000원이며 카푸치노와 라테를 만들 수 있는 우유거품기가 장착된 라티시마는 77만~102만3000원이다. 



스위스 캡슐커피 기기 브랜드 크레메소도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 50년 역사의 크레메소가 기기를 만들어 커피 본연의 맛을 잘 살리는 데 제품의 콘셉트가 맞춰져 있다. 디자인도 뛰어나 컴팩트 오토매틱과 컴팩트 매뉴얼 모두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대상(Best of the Best)을 수상했다. 크레메소는 커피 외에 일반 차도 캡슐형으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보급하고 있다. 현재 출시된 차는 크레메소 후르츠 티(Fruit Tea)로 여러 가지 과일이 블랙베리와 딸기 향과 어우러져 있다. 크레메소를 수입, 유통하는 코스모양행 박민아 브랜드매니저는 “지난해 기기 한 대당 연평균 캡슐커피 소비량이 300개였다면 올해는 450개로 늘었다”면서 “여름, 겨울 계절적 수요와 상관없이 판매량이 꾸준하다는 점도 달라진 모습”이라고 전했다. 



네슬레 계열의 돌체 구스토는 올 상반기 최대 히트상품으로 꼽힐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이 판매된 것은 지난해 12월부터다. 돌체 구스토는 올 1분기 입점된 백화점에서 캡슐커피 기기 누적판매 대수 1위, 홈쇼핑 방송에서 전회 매진되는 등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돌체 구스토는 피콜로, 멜로디, 써콜로 총 3가지 커피기기를 판매 중이며 값은 15만~24만원으로 타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일리의 캡슐커피 기기  ‘프란시스 프란시스 X7’는 에스프레사멘테 일리와 프란시스프란시스X1기기를 디자인한 유명 산업디자이너 루카트라지(Luca Trazzi)가 디자인한 제품으로 가격은 79만2000원선. 외관은 일반 수동 커피 기기와 같다. 일리의 캡슐커피는 캡슐에 커피가 들어 있는 것 외에 기본적인 사용법은 기존 기기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일리는 자체 개발한 이퍼에스프레소(iperespresso)라는 두 단계 추출방법을 통해 최상의 에스프레소 맛을 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탈리아 가전업체 ‘터모제타’와 커피 명인 ‘펠리니’가 합작해 만든 ‘이탈리코’는 돌체 구스토와 같이 기기 값이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제품인 ‘카스코-에스’의 가격대는 24만8000원선이다. 이탈리코에서 판매하는 캡슐커피 기기는 압력이 20바(Bar)이며 스팀 압력을 조절해 우유 거품의 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카푸치노 시스템을 장착했다. 압력이 다른 제품에 비해 높다보니 예열시간이 길고, 소음과 진동이 크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탈리아 커피브랜드 라바짜는 KT 자회사인 KT링커스가 수입 유통하고 있는데 한 대당 기기 가격이 40만원이다. 이밖에 커피전문점 커피빈도 최근 캡슐커피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국내 업체로는 동서식품이 유일하게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동서식품의 캡슐커피 기기 타시모 프로페셔널은 글로벌 식품회사 크래프트가 네덜란드 커피 기기 제조 전문회사인 브라빌러에 의뢰해 만든 제품을 그대로 수입해 판매하는 것으로 현재 업소용만 제공하고 있다. 물탱크당 30여 잔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수 있는데 이 제품은 캡슐에 적힌 바코드를 캡슐커피 머신 리더기에 대면 최적의 맛을 낼 수 있도록 물의 양이 자동으로 공급된다. 캡슐커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동서식품 R&G마케팅팀 문대건 사원은 “캡슐커피도 독일 크래프트 사에 의뢰해 제작된 것만 공급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부터 사무실 커피기기 전문 업체들에게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돌체구스토의 써콜로, 멜로디, 피콜로(왼쪽부터)
- 돌체구스토의 써콜로, 멜로디, 피콜로(왼쪽부터)

캡슐커피 전문점까지 등장 소비자 유혹

캡슐커피 기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캡슐이다. 현재 판매 중인 회사들이 하나같이 커피 제조사인 것도 캡슐커피 소비가 해당 시장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캡슐커피 제조 회사들은 자사 캡슐이 타사 기기에 사용되지 않도록 규격을 다르게 만들고 있다. 때문에 디자인과 가격만 보고 기기를 선택하기보다는 해당 제품의 원두 맛과 가격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보통 국내에서 판매되는 캡슐커피 가격은 한 개당 400~800원 수준이다.



커피 기기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원두를 기기에 집어넣어 최상의 상태로 커피를 추출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대다수 기기 제조사들이 디자인과 함께 캡슐커피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돌체구스토는 초창기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라떼, 마끼아또 등을 판매했던 것이 최근에는 아이스 카푸치노와 네스티 피치, 룽고, 아로마, 그랑데인텐소, 초코치노 등으로 종류를 확대했다. 한국네슬레 홍보팀 최문선 과장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돌체 구스토 캡슐은 총 30여 가지가 판매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캡슐 종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위)네스프레소 라티시마, (아래)크레메소는 우유거품을 만드는 밀크프로더를 별도 판매중이다.
- (위)네스프레소 라티시마, (아래)크레메소는 우유거품을 만드는 밀크프로더를 별도 판매중이다.

동서식품도 오피스 캡슐커피 시장 진출

크레메소는 리스트레토, 에스프레소, 레게로, 디카페이나토 외에 에스프레소 알바, 페르 마끼아토를 추가했다. 에스프레소 알바는 아라비카 원두로만 만든 에스프레소다. 아울러 매년 세계 각국의 커피 생산지 한 곳을 선정해 그 나라만의 독특한 커피를 공급하는 ‘스페셜 에디션-월드 투어’ 캡슐도 판매하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캡슐커피는 산토 도밍고산 리퍼브리카 도미니카나(Republica Dominicana)로 도미니카공화국 내 최고봉인 피코 듀아트에서 재배한 커피로 캡슐을 만들었다. 



네스프레소는 프리미엄 그랑크뤼 커피라는  세계 1%의 최상급 원두만을 이용해 캡슐커피를 만들고 있으며 종류도 16가지에 이른다. 한국네스프레소 기타 로소 대표는 “그랑크뤼 캡슐 커피와 커피 기기, 그리고 클럽 멤버를 위한 맞춤형의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가 서비스 등 ‘네스프레소 3박자’가 어우러지면서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일리는 캡슐종류만 다크, 미디엄, 디 카페인, 룽고 4가지이며 이탈리코는 톱 크림, 클래식, 롱캡, 아라비카, 데카 등 총 5가지의 캡슐을 판매 중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아예 캡슐커피로 뽑은 커피를 판매하는 전문점도 늘고 있다. 커피빈은 오피스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캡슐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캡슐커피 전문점은 일반 커피 전문점에 비해 초기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커피 값도 일반 원두 커피에 비해 싸다는 이점이 있다. 커피빈은 삼성동 코엑스몰에 캡슐커피전문점 1호점을 오픈했다. 이탈리코도 카페이탈리코라는 브랜드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호텔, 오피스 수요도 커지고 있어 반얀트리호텔&리조트, 조선호텔, 롯데호텔, 리츠칼튼, 파크하야트 등 특급호텔 객실마다 캡슐커피 기기가 비치돼 있으며 최근 와서는 까르티에, 크리스찬 디오르, 보테가 베네타, 구찌, 페라가모 부티크 매장도 캡슐커피 기기도 점차 교체되고 있다.



믹스커피 대신 캡슐커피를 찾는 기업들도 늘어나 포스코는 최근 사내 곳곳에 캡슐커피 기기를 설치해 직원들의 호응을 얻고 있으며 외국계 기업을 중심으로 직원 복지 차원에서 기기를 구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