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열탕을 좋아한답니다. 저보다 더 오래 있기도 한다니까요.” 사우나광인 김 과장이 같이 따라온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자랑하며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남성들은 등산, 골프와 같은 운동 후는 물론이고 과음이나 과로로 육체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 등 몸이 좋지 않다고 느끼면 목욕탕이나 사우나를 찾는다. 어떤 경우든 목욕이나 사우나를 하면 한결 몸이 가벼워지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다. 실제로 사우나나 온욕은 우리의 피부만 정결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근육을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주는 효과도 강하다. 습기가 많은 공기는 호흡기에 도움이 되고, 깨끗하고 잘 배치된 욕실은 정서적인 안정을 제공한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들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사우나나 온욕을 하게 하는 원천이고 그렇게 비싸지 않은 가격에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다. 하지만 좋을 것만 같은 사우나나 온욕도 잘못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어른이 기분이 좋다고 어린아이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기대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우나나 온욕의 가장 큰 부작용은 우리 몸의 온도 상승과 탈수다. 정상적인 사람에서 온욕으로 이런 부작용이 일어나려면 몸이 불편하고 힘든 여러 증상들이 나오기 때문에 그 전에 너무 힘들어 그만두게 된다. 그러므로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특히 성인의 경우에는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문제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과음 후이거나 질병이나 피로 등으로 자율신경계가 너무 피곤한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우리 체온이 온탕의 온도까지 올라가고 심한 탈수가 지속돼 심장과 자율신경계에 무리가 오는데도 이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의식을 잃거나 좋지 않은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몸 상태 좋지 않을 땐 족욕 좋아

그러므로 술을 마시거나 몸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에는 사우나나 온욕은 삼가고, 간단한 샤워만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온탕을 꼭 사용하고 싶다면 사우나는 자제하고 37도 전후의 뜨겁지 않은 온욕을 하거나 족욕과 같은 일부욕을 하는 것이 좋다. 체온 제어기능이 미숙한 어린아이를 열탕에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은 부작용을 유발하기 안성맞춤이다.



사우나나 온욕이 남성에게 특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높은 온도로 인해 고환의 정자생성 능력이 떨어져 실제 불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고환이 정자를 만들기에 가장 좋은 온도는 섭씨 35도 정도로 우리 체온보다도 2.5도 정도 낮다. 남성의 고환이 몸 밖으로 나와 쭈글쭈글한 음낭 속에 있고 좌우 양쪽의 크기가 다른 것도, 고환의 온도가 상승하면 정자 생산에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즉, 더운 날씨에 음낭을 늘어뜨림으로써 몸의 열을 최대한 피하고 또한 오른쪽 고환이 왼쪽보다 큰 것도 양쪽 고환이 서로 마찰되거나 하여 온도를 높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고환이 체온보다 섭씨 2~3도 정도 낮은 상태가 유지돼야 정상적인 정자를 활발하게 생산해낸다. 남성 불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정계 정맥류도 늘어난 정맥 혈관 내로 증가된 혈류가 고환 온도를 높여 불임이 되는 질병이다. 어떤 이유건 고환의 온도가 올라가면 정자의 질이나 양이 감소될 수 있으므로 너무 잦거나, 한번에 오래하는 온탕은 불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정상인 남성의 대부분은 한 번씩 하는 사우나나 온탕이 1~2주 안에 완전히 회복이 되지만, 고환의 기능이 경계성으로 떨어져 있는 남성은 온탕을 하는 것이 결정적인 불임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한참 고환이 성숙하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오랜 시간 또는 너무 높은 온도의 온탕은 추후 더 큰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



또 임신부의 경우는 자궁의 온도 상승이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37도 이상의 온욕은 삼가는 것이 좋다. 물론 샤워 등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온탕이든 샤워든 목욕의 가장 큰 장점은 피부를 정결히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습진이나 건선과 같은 피부질환이 있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피부를 정결하게 하는 비누나 스크럽이 피부기능 자체를 저하시켜 질병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피부의 때는 없애되, 피부의 기능 저하를 막기 위해 잦은 목욕이나 비누의 사용을 삼가야 한다. 대체로 1주일에 1회 정도의 목욕만으로도 청결을 유지할 수 있다. 운동이나 사회활동 등으로 자주 목욕할 경우에는 가능한 한 비누나 스크럽을 삼가고 목욕이나 샤워 후 물기가 마르기 전에 반드시 보습제를 발라 피부의 건조를 막도록 해야 한다.

때 밀면 피부기능 저하

피부위생 외에도 사우나나 온욕의 효과로는 혈액순환, 정서안정, 근육이완, 피부와 호흡기 안정 등이 있다. 이러한 효과는 최대로 하되, 앞에서 열거한 피해는 최대한 줄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운동을 한 뒤나 근육통, 관절염이 있을 경우는 온욕이 큰 도움이 된다. 어린아이나 임신부가 아니라면 37도에서 42도까지의 온도 중 느끼기에 좋은 온도를 택하면 된다. 물론 온도가 높을수록 오래 있지 않도록 한다. 너무 덥게 느껴지거나 갈증이 생기면 바로 탕 속에서 나와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운 온도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으나, 42도를 넘어가는 것은 대체로 추천하지 않는다.



사우나나 온욕은 적극적인 휴식법 중의 하나이므로 휴식으로서 잘 활용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이때는 조금 고급스러운 목욕법을 택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평소 좋아하던 음악과 함께 아로마를 활용하고, 한번씩 허브나 유황을 첨가한 온천제제, 진흙, 황토욕을 해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다. 먹기 어렵게 된 과일, 야채 등을 갈아 팔다리, 얼굴 등에 문지르거나 팩을 하는 것도 대체로 무리가 없고 행복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 부부는 물론이고 아이들과도 이런 경험을 공유하면 색다른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