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25-2
● 문의 : 02-730-4162
가스트로 통은 문을 연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입소문을 타고 국내 미식가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요즘 유명 레스토랑 트렌드인 오너 셰프 방식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셰프이자 주인인 롤랜드 히니(사진)의 요리 인생 결정판이다. 롤랜드 히니는 웨스틴조선, 신라, 리츠칼튼, 하얏트 제주 등 국내 특급호텔의 총주방장을 역임한 스위스 베른 출신의 베테랑 지한파 요리사다.
가스트로 통을 열기 전까지 그는 몇 가지 창업원칙을 정했다. “예전부터 있어왔던 느낌의 레스토랑을 열되 자신이 태어난 유럽과 제2의 고향 한국의 정서를 한데 묶을 수 있는 곳이라면 더욱 좋다”는 것이었다. 이런 원칙을 정하고 수년간 서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찾아낸 곳이 바로 오늘날 통의동 가스트로 통 자리다. 때문에 그의 손끝에서 나오는 요리는 동양과 서양, 유럽과 한국을 절묘하게 넘나든다.
“저희 가게에서 내놓은 음식들은 한결같이 유러피언 스타일이에요. 더 정확히 말하면 프랑스,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 서유럽 음식이죠. 이곳의 음식들은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포르투갈 등 남유럽과는 또 다르죠. 전 여기에 한국식 스타일을 결합해봤어요.”
한국인 부인을 둔 덕에 그는 처음부터 우리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평소 “한국의 된장·청국장은 스위스 치즈의 냄새, 발효과정과 매우 유사해 정겹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래서일까. 이곳 메뉴는 우리 음식과 비슷한 면이 많다. 가령 알프스 러스티는 히니 셰프의 고향인 스위스 베른 사람들이 아침식사로 많이 먹는 음식으로 우리나라 감자전과 매우 비슷하다.
그는 우리 음식을 더 공부하고 싶어 궁중요리 무형문화재인 한복례 원장이 운영하는 궁중요리연구원을 비롯, 요리연구가 이종임씨의 수도요리학원 등에서 한식과정을 이수했다. 그는 실제로 한식요리사 과정에 도전해봤지만 시험문제가 모두 한글로 나와 시험을 치르지는 못했다고 한다.
히니 셰프가 내놓은 저녁 메인요리 중에는 얇게 포를 뜬 농어 살을 3대 궁중요리 중 하나인 도미면 스타일로 만든 음식도 나온다. 갈비찜도 유럽식으로 재탄생시켰는데 이곳을 찾는 한국인, 외국인 모두에게 반응이 좋다.
값도 저렴해 점심 코스요리 값은 메인 메뉴를 무엇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2만2000원부터 4만3000원(부가세 10% 별도)까지 다양하다. 코스 메뉴는 에피타이저, 수프·샐러드, 메인요리, 디저트·커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저녁 코스요리는 6만6000원, 7만9000원 등 두 가지다.
히니 셰프는 “음식 맛은 정성에서 나온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모든 요리에 슬로(Slow) 조리는 기본이다. 가령 오리가슴살 요리는 재료에 양념을 재운 뒤 진공팩에 넣어 섭씨 65도 물에서 저온으로 6시간 동안 요리하는 수비드(sous-vide)방식으로 만드는데 이렇게 하면 육질의 수분이 빠지지 않는 대신 양념이 잘 밴다. 송아지 정강이찜과 갈비찜도 재료는 한우를 사용하되, 방식은 유럽스타일이다. 영어로 브레이즈드(Braised)라는 방식을 인터넷에 검색하면 그 뜻은 다음과 같다.
“식품을 뜨거운 기름에 약간 익힌 후 팬에 물이나 스톡(Stock:쇠고기나 닭 뼈에 물과 야채를 넣고 끓인 조미액)을 넣고 뚜껑을 덮어 완전히 익을 때까지 서서히 조리한다. 이때 식품의 표면이 마르지 않도록 국물을 계속 발라준다.”
이렇게 조리한 음식은 영락없는 우리의 갈비찜이다.
가스트로 통에는 이외에도 단품메뉴를 판매 중인데 사이드 음식으로 가스트로 통 홈 메이드 살라미치즈·고추·마늘·허브로 절인 올리브와 엔초비, 여러 가지 버섯볶음, 토마토와 치즈를 곁들인 알프스 감자요리 러스티, 야채구이 등이 준비돼 있다.
히니 셰프의 부인은 국내 대표적인 와인 마케터로 활동한 김영심 전 아영FBC 마케팅본부장이다. 때문에 가스트로 통에는 셰프의 부인이 추천하는 와인도 특색이 있다.
“히니 셰프의 음식은 재료 본연의 특색이 잘 어우러지는 게 특징인데, 와인이 너무 강하면 이것이 묻혀버려요. 때문에 ‘10년 이상 숙성된 와인’은 오랜 시간 숙성됐기 때문에 와인 특유의 향이 약해졌으며 ‘셰프의 부인이 추천하는 와인’은 빈티지가 3~4년 된 비교적 젊은(young) 와인이지만 역시 대부분 맛이 강하지 않은 것들이에요.”(김영심 전 아영FBC 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