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는 한국인에게 스트레스다. 만약 영어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면…? 이런 아쉬움을 충족시켜줄 만한 디지털 어학 학습기 ‘워드스케치(Word Sketch)’가 요즘 시중에서 인기다.
워드스케치는 외국어 단어와 간단한 그림을 조합해 ‘암기’가 아닌 ‘기억’을 통해 자연스레 외우게 하는 이른바 ‘뇌(腦)새김 학습법’을 활용한 학습기다. 영어 외에 중국어, 일본어, 한자 학습 프로그램도 깔려 있다. 사용자를 대상으로 학습효과를 검증한 결과는 놀랍다. 학습 1시간 후 암기율이 97.5%였고, 1주일 후 암기율이 90%였다고 한다. 말 그대로 ‘뇌새김’ 효과가 꽤 오래간다는 뜻이다.
워드스케치를 개발한 회사는 2009년 설립된 교육콘텐츠기업 위버스마인드다. 지난해 매출 55억원을 올렸고 올해는 매출 80억원을 예상할 정도로 순풍에 돛을 달았다. 이 회사 CEO는 젊지만 간단찮은 이력의 소유자다. 국내 대표 모바일게임업체 게임빌을 공동 창업했던 정성은 대표(35)가 그다.
“위버스마인드의 모토가 ‘자발적이고 즐거운 몰입’이에요. 게임업체에 있으면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만 연구했죠. 어찌 보면 ‘중독’시키는 방법을 찾은 거죠. 어느 순간 ‘중독’과 ‘몰입’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 단초가 바로 ‘재미’였죠. 그래서 교육과 재미를 합친 ‘에듀테인먼트’ 사업 모델을 생각하게 됐어요.”
정 대표는 게임빌에서 제작·사업본부장을 역임하며 햇수로 10년을 채웠다. 기획, 제작, 영업 등 안 해본 업무가 없었다. 2009년 게임빌 상장 후 그는 어쩐 일인지 정체감을 느꼈다. 재충전을 위해 유학을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운명은 피할 수 없는 법이다. 때마침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만났다. 바로 위버스마인드의 출발점이 된 영어학습 사업이었다.
그는 평소 벤처정신이 충만한 친구, 후배들과 자주 교류하며 사업 이야기를 나눠왔는데 어느 날 그 아이템이 딱 걸린 것이다. 처음에는 조언자 역할만 하고 유학을 떠나려 했지만 가슴 속에 꿈틀거리는 새로운 열정을 속일 수는 없었다.
‘뇌새김 학습법’을 워드스케치라는 학습기 형태로 개발하는 작업에는 약 20명이 매달렸다. 학습에 관한 나름의 노하우를 가진 명문대 출신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거듭했다. 정 대표는 코디네이터이자 사령탑 역할을 맡았다. 그는 워드스케치를 가리켜 “집단지성의 산물”이라고 했다.
워드스케치의 고객층은 넓다. 초급자는 물론 중상급자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초·중·고교에 보급하는 것도 전망이 좋다. 이미 전국 30여개 학교가 워드스케치를 대량 구매해 영어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단말기 공급뿐 아니라 ‘워드스케치 교실’이라는 학습 시스템을 갖춰 공교육 현장에 보급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인 사업 구상도 마쳤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을 통한 교육사업 확장이 목표예요. 그림은 만국공통어잖아요. 세계 각국에 맞게 텍스트와 그림을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하면 해외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 같아요.”
약력 1977년생. 1999년 서울대 전기공학부 졸업. 2002년 서울대 대학원 전기컴퓨터공학 석사. 1999~2002년 서울대 집적시스템연구소 연구원. 2000~2009년 게임빌 사업본부장. 2009~현재 위버스마인드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