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북도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 176.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63호 송소고택은 100년이 넘은 한옥이다. 이 건물은 조선 영조 때 만석의 부를 누린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이 지었다고 전하는 것으로서 1880년경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문은 솟을대문에 홍살을 설치했으며 큰사랑채는 정면 5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크고 화려하다. 사랑채 오른쪽에는 작은사랑이 있고 그 뒤로 안채가 있다. 전체적으로 미음(ㅁ)자 형을 이루고 있다. 담과 문으로 각 건물을 구분하고 연결했다. 담과 담 혹은 담과 건물에 의해 나누어진 공간에 독립된 마당이 있는 등 조선시대 후기 상류층 주택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
송소고택은 원래는 99칸 집이었는데 세월이 흘러 지금의 모습만 남았다. 솟을대문 양옆으로 행랑채가 있다. 솟을대문으로 들어가면 왼쪽에 있는 것이 큰사랑채다. 송소고택의 주인이 이곳에서 거처했다. 큰사랑채 오른쪽에 있는 것이 작은사랑채다.
사랑채 앞에는 작은 정원과 우물이 있고, 안채에 드나드는 여자들이 사랑채에 기거하는 남자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지은 간이 담장인 ‘헛담’이 경계를 짓고 있다. 안채는 ‘ㅁ’자 형을 이루고 있는데 대청마루에는 세 살 문짝 위에 빗살무늬의 빛받이 창을 달았다. 뒷산의 울창한 참나무와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일곱 채의 한옥 건물이 잘 보존돼 있는 송소고택은 각 건물마다 독립된 마당이 있다. 도시의 하늘로 치솟은 아파트에서 맛볼 수 없는 전통가옥의 운치와 조용함이 서리서리 온몸을 감싼다. 오랜 세월 살아온 고택의 마루와 창살, 기둥, 기와지붕에 내려앉은 햇살까지 이곳에서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한옥을 지을 때 그 터를 먼저 보는데 터의 좋고 나쁨을 가리는 말 중 ‘배산임수’ ‘문전옥답’이라는 것이 있다. 송소고택은 한눈에 보기에도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할 만한 터에 지어졌다. 그러나 이 집터가 원래는 시냇물이 흐르던 자리였다는 설이 있다. 그러니까 산 바로 아래 물이 흘렀다는 얘기다. 물길을 막고 흙을 메우고 터를 다지고 높여서 집을 지었다는 말이다. 사실이 그렇다면 그 물길을 지금의 하천이 있는 쪽으로 돌렸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배산임수’와 ‘문전옥답’의 조건을 갖춘 것이다.
당시에 물길을 돌리는 것은 큰 토목공사였을 것이다. 또한 그 자리를 메우고 집을 세운다는 것 또한 일반인이 생각할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송소고택은 지은 사람의 높은 기세를 느낄 수 있는 한옥이다.

한옥에서 맞이하는 밤은 아늑하다. 이곳에서는 어둠도 부드럽다. 어둠을 밝히는 방안의 빛이 한지 바른 문창살을 통해 은은하게 새어 나온다. 어둠에 섞이는 빛과 빛을 품는 어둠이 한옥 마당에서 어울린다. 아버지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밤이 생각난 것은 황소바람에 문풍지 떨리던 어릴 적 집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다.
새소리에 여명보다 먼저 눈을 떴다. 어둠에서 어슴푸레한 빛이 퍼지더니 한순간 문 밖이 밝아졌다. 문고리를 젖히고 문을 열었다. 알싸한 새벽 공기가 싫지 않았다. 뜰 안팎에 있는 감나무에 새들이 먹을 까치밥이 달렸다. 그리고 작은사랑채 처마에도 사람이 먹을 감이 실에 매달려 곶감으로 다시 익어가고 있었다.
한옥에서 하룻밤 묵은 뒤 다음 날 청송의 이곳저곳을 돌아본다. 청송군 안덕면 고와리. 고와리 계곡 냇가에 밀가루 반죽을 주물러놓은 것 같은 바위군락인 백석탄이 있다. 청송읍 소재지에서 부남면, 안덕면을 지나 백석탄으로 길머리를 잡는다. 청송읍에서 28km 정도 떨어져 있다.
백석탄 물가에는 정자가 하나 있다. 정자 아래 냇가로 내려가 기이한 모양의 바위와 돌들이 냇가를 가득 메운 풍경을 감상한다. ‘백석탄’은 물살에 깎인 바위가 강바닥을 다 뒤덮고 있는 곳이었다. 금강의 일만이천 봉우리가 강바닥에 솟아 있는 형상이다.
백석탄의 경치가 발산하는 기운을 두고 “마음을 씻는 풍류처요, 은자(隱者)의 기상”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또한 백석탄이 있는 ‘고와리’라는 마을 이름에도 두 개의 유래가 있다.
첫 번째는 임진왜란 때 ‘고두곡’이라는 장사가 부하를 잃고 백석탄을 지나다가 그 풍경에 반해 머물며 마음의 상처를 달랬다고 해서 ‘고와동’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는 설이다. 두 번째는 인조 때 경주 사람 김한룡이 고와 마을을 개척했다는 설이 있다.
이 밖에도 아름다운 자연에 살며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는 사람을 고와지사(高臥之士)라고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고 해서 ‘고와리’라 부른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백석탄 냇가 바위에 앉아 높고 푸른 가을하늘과 바람을 만끽한 뒤 차를 달려 달기약수와 달기폭포(‘월외폭포’라고도 한다)를 보러 간다.
청송읍 부곡리에 달기약수마을이 있고 거기서 조금만 더 가면 달기폭포가 나온다. 달기약수마을 이곳저곳에 약수가 샘솟는 약수터가 있다. 철분과 탄산이 있어 톡 쏘는 맛이 난다. 인근 식당에서 이 약수로 백숙 등을 끓여 판다. 은행나무 단풍 드는 가을이 여행 최고 적기다. 달기약수마을을 지나 달기폭포로 간다. 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서 길은 계곡과 함께 하게 되는데 이 길도 단풍 드는 가을에 걸으면 가장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달기폭포는 약 11m 높이에서 떨어지며 그 아래 깊이를 알 수 없는 소가 있다. 폭포수 떨어지는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그 바위 절벽과 주변 산세가 볼 만하다.
그렇게 청송일대를 돌아보며 하루해가 또 지났다. 이제 남은 곳은 주산지다. 해 뜨는 주산지 풍경을 보기 위해 주산지 입구 주차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고 새벽이 오기를 기다렸다.

아침 햇살 퍼질 때 가장 아름다운 주산지
주산지는 조선시대 1720년 8월에 착공하여 이듬해에 완공한 농업용 저수지다. 저수지 물 속에서 뿌리내리고 사는 나무들의 기괴한 모습이 볼 만하다. 주산지는 신록의 봄과 단풍의 가을이 아름답다. 한여름 숲의 향기도 괜찮고 수묵담채 같은 눈 온 날 겨울풍경도 괜찮다. 그중 최고는 코 끝 찡한 바람 부는 늦가을이다.
새벽어둠을 뚫고 주산지로 간다. 해 뜨기 전이 가장 춥다는 것을 주산지 가는 길에 또 느낀다. 여명이 비치고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걸음을 서둘렀다. 다행히 햇살 퍼지기 전에 주산지에 도착했다. 검푸른 물빛과 산 능선 뒤에서 퍼지는 여명이 어울린 풍경은 원시의 숲과 물을 보는 듯했다. 실제의 어둠과 산 그림자가 만들어놓은 어둠이 겹쳐진 주산지의 모습이 그랬다. 그 풍경도 볼 만했다.
해가 뜨고 사위가 밝아지기 시작하자 울긋불긋 물든 늦은 단풍의 향연과 함께 은근하고 묵직한 갈잎의 색조가 햇살에 반짝이기 시작했다. 안개는 수면 위에서 움직일 줄 모른다. 태초의 물과 숲의 모습이 이러했으리라 상상하게 한 것은 안개였다.
제방 위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때를 기다렸다. 멀리 물속에 잠긴 왕버들이 햇살을 받기 시작했다. 빛과 그림자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물속의 뿌리 모양을 닮은 가지가 물 밖에서 괴기스럽게 펼쳐졌다. 안개는 저수지 전체에서 피어났다. 안개는 물에 서 있는 나무줄기를 휘감고 돌았다.
자리를 옮겨 나무 가까이 다가가자 물 위에 나뭇가지가 비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안개가 그 여백을 채우고 있었고 실체와 그림자가 하나 되는 풍경 앞에서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카메라 삼각대를 펼치고 카메라를 고정시켜놓고 그 앞에 앉아 물끄러미 풍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안개는 공중으로 흩어지고 새로운 안개가 물의 표면에서 생겨났다. 물 위의 낙엽은 떠다니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 소리가 물속에서 듣는 공명처럼 ‘웅웅’댈 뿐 들리지 않았다.
물속의 나무와 그림자가 수면을 경계로 하나 되는 그 풍경 앞에서 실체와 그림자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새 봄에 새 잎을 피우지 못하는 인간의 삶이 주산지의 가을 앞에서 숙연할 뿐이다.

여 | 행 | 길 | 라 | 잡 | 이
✿ 송소고택
● 길안내 : 중앙고속도로 - 서안동IC에서 안동 진입 후 34번 국도(영덕방면) - 진보사거리에서 청송·포항 방면으로 우회전하여 31번 국도 - 약 13km 진행 후 파천초등학교를 끼고 우회전하여 다리를 건너면 덕천마을 송소고택
● 위치 : 경북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 176번지
● 여행안내 : 숙박요금은 5만원, 7만원, 10만원(모두 2인 기준. 추가 1인당 1만원). 20만원(가족단위 단체손님). 아침은 전날 미리 주문하면 해준다.(1인 6천원 정도 한다)
● 문의 : 송소고택 054-874-6556
✿ 주산지
● 길안내 : 송소고택에서 31번 도로를 타고 청송읍내를 거쳐 주왕산 방면으로 가는 914번 도로 이용. 부동면 이전리 주산지 이정표가 나온다. 이전리 마을에서 주산지까지 3km 정도 떨어졌다. 송소고택에서 주산지까지 자가용으로 30분 정도 걸린다.
● 위치 :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
● 여행안내 : 주산지는 부동면사무소에서 약 3.5km 거리다. 사람이 많을 때에는 주차 공간이 부족하고 길 가에 주차를 해 놓기 때문에 나중에 나올 때 힘들다. 주산지 주차장 부근에 민박집이 있다. 하지만 사람이 몰릴 때는 민박집은 금방 동난다. 주산지에서 약 3km 안팎 거리에 있는 이전리 마을에 민박집을 잡고 숙박을 했다면 민박집에 차를 세워놓고 걸어서 갔다 오는 게 좋다. 사람 많지 않을 때는 주산지 주차장에 세운다. 입장요금과 주차료는 없다.
● 문의 : 청송군청 문화관광과 054-870-6240
✿ 백석탄
● 길안내 : 청송읍소재지 - 부남면(16km) - 현동면(10km) - 안덕면(10km) - 신성(8km)(신성계곡) - 백석탄(2km)
● 위치 : 청송군 안덕면 고와리
● 여행안내 : 백석탄은 기암괴석이 있는 냇가다.
● 문의 : 청송군청 문화관광과 054-870-6240
✿ 달기약수와 달기폭포
● 길안내 : 청송읍 월외2리 - 달기약수터 지나 - 달기폭포
● 위치 : 경북 청송군 청송읍 월외리
● 여행안내 : 달기폭포는 청송읍 월외삼거리에서 약 3km 정도 거리에 있다. 월외탐방지원센터 앞에 주차장이 있다. 그곳에 차를 세우고 약 2km 정도 계곡길을 걸어가면 폭포가 나온다.(사람 많은 성수기가 아니면 폭포까지 승용차는 타고 갈 수가 있다. 탐방지원센터에 차량 출입 여부를 문의해야 한다.)
● 문의 : 청송군청 문화관광과 054-870-6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