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금감원과 소비자원 중
한군데 선택해서 제기하라”

서울 봉천동에 사는 윤씨는 상해사고를 당해 보험회사에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사고내용이 미심쩍다며 조사 후 보험금 지급을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보험회사는 윤씨의 사고를 조사한 지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보험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에 화가 난 윤씨는 보험회사에 수차례 해당 보험금을 지급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여전히 기다리라는 것뿐. 도저히 보험회사를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한 윤씨는 청와대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윤씨 입장에서는 힘 있는 기관에 신고하면 보험회사도 혼내주고 보험금도 빨리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윤씨가 신청한 민원은 청와대에서 한국소비자원으로 이첩됐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윤씨의 민원은 어떻게 처리될까.

한국소비자원 보험피해 신속히 처리
위 사례와 같이 상당수 소비자들이 보험과 관련해 보험회사와 마찰이 생기면 보험회사에 징계를 주거나 보험금을 빨리 지급받고자 최고의 권력기관인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하면 모든 일이 다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오해다. 지금도 이같은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결과적으로 청와대는 대통령이 집무하는 곳이지 소비자들의 민원을 처리하는 기관이 아니다. 이렇기 때문에 청와대에서는 보험민원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인 한국소비자원이나 금융감독원으로 해당 민원을 이첩한다.
그러면 청와대는 보험관련 민원기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고, 한국소비자원과 금융감독원 등 두 곳의 민원처리기관이 있는데 어느 곳에 넣어야 민원이 잘 처리될까. 혹시 두 곳 모두 민원을 처리하는 기관이니까 모두 다 넣으면 어떨까.
물론 한국소비자원과 금융감독원 모두 민원을 처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두 곳에 모두 민원신청을 해도 된다. 그러나 두 곳에 민원을 넣었다고 해서 이들 기관 모두가 소비자의 민원을 처리하지는 않는다.
한국소비자원은 공정거래위원회 산하기관으로 경제검찰이라고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정책을 집행하는 소비자보호 전문기관이다. 간혹 한국소비자원을 민간 소비자단체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특수공익법인이자 공공기관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이다. ‘금융감독기구의설치등에관한법률’에 의거 설립된 기관으로 민간단체가 아니며 금융위원회는 공무원 신분이나 금융감독원은 공무원 신분의 조직이 아닌 민간조직이며 금융소비자 보호가 그 주요한 임무 중 하나다.
그러면 한국소비자원과 금융감독원 중 어느 곳에 보험관련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 효율적인가. 두 곳 모두 소비자 보호가 주요 업무이며, 관련법에 따라 설립됐다.
문제는 두 곳 모두 민원이 제기되는 경우에 한국소비자원은 금융감독원에 민원이 접수된 상태에서는 더 이상 관련업무를 진행하지 못한다. 이유는 한국소비자원의 기본 법률인 소비자기본법 시행령 제28조에 의거 다른 분쟁조정기구가 설치돼 있는 경우 그 분쟁조정기구에 피해구제가 신청되어 있거나 이미 동일한 내용의 피해구제가 신청돼 있는 경우 한국소비자원은 피해구제를 진행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한 후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추가로 제기하는 경우나, 또는 동시에 두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에도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기본법에 의거 민원을 처리할 수 없다.
그래서 간혹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한 소비자가 한국소비자원에 추가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 민원 진행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안타까워하는 일이 종종 있다. 혹시라도 보험관련 민원이 발생한 소비자들이 우선 한국소비자원을 통해서 보험관련 민원에 대한 피해구제를 진행한 후 금융감독원에 추가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설명하자면 한국소비자원을 거친 후 금융감독원을 통해 보험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면 보험이나 금융관련 민원을 한국소비자원이나 금융감독원에 제기하면 모든 일이 다 끝날까. 아니다. 간혹 법원에 민사소송이나 민사조정을 제기한 상태에서 두 기관에 민원을 추가로 제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미 법원에 민원이 제기돼 있는 경우에는 법원 판결에 따라 결론을 맺는 것으로 갈음할 수 있다. 또한 두 기관에서 민원에 대한 피해구제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도중에 소비자나 보험회사 중 어느 쪽이라도 법원에 민사소송(조정)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보험민원에 대한 피해구제를 진행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소비자기본법 제59조를 보면, 한국소비자원의 피해구제 처리 절차 중 법원에 소를 제기한 경우는 그 절차를 중지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민원이 자동적으로 중지되고 당사자에게 민원중지 관련 사실을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자동차공제관련 민원, 국토부에 이의신청
그렇다면, 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와 우체국은 보험회사는 아니지만 보험과 거의 비슷하거나 동일한 금융이나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관과의 민원은 어디에서 처리할까. 이들은 보험과 매우 비슷하지만 엄격하게는 보험회사의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유사보험’으로 불린다. 과거에는 보험 대신 ‘공제’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으나 농협공제가 ‘보험’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데 반발한 보험업계가 농협공제와 ‘보험’이라는 용어의 사용을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이다 보험업계가 패소한 이후부터 농협은 농협공제를 농협생명과 농협화재로 부르고 있다. 다른 공제조합들 역시 농협의 뒤를 따라 보험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은 초창기 자신의 조합원들만을 대상으로 공제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을 하다가 점차 확대해 이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일반 보험회사와는 달리 이들 기관에 해당하는 보험민원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금융감독원이 아닌 이들을 관리 감독하는 개별 정부부처가 보험과 관련한 민원처리를 진행한다. 농협과 수협은 농림수산식품부, 신협은 금융감독원,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 그리고 우체국보험은 지식경제부에서 관리 감독 및 민원처리 업무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은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우체국보험을 제외한 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에 대한 민원 및 피해구제 처리를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기관들에 대한 보험관련 민원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한국소비자원과 해당 기관의 관리 감독 부처를 통해 민원을 해결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간혹 소비자들이 택시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하거나 또는 트럭 등 화물차나 관광버스를 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 민원을 어디에 신청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자동차를 운전 중이거나 이들 택시, 개인택시, 버스, 전세버스 등의 차량을 이용하거나 탑승 중에 교통사고를 입은 경우에 발생하는 자동차공제조합과의 교통사고 민원에 대해 관리 감독하는 부처는 국토해양부다. 또 이러한 차량과의 교통사고에 대한 민원을 처리하는 기관은 한국소비자원과 국토해양부 산하 자동차공제분쟁조정위원회 등 두 곳이 있으므로 각자의 특성에 맞추어 민원을 제기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