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약재를 이용해 만든 한방화장품 시장이 최근 ‘빅뱅’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화장품업계에선 요즘 “한방화장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관련 제품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방화장품 인기가 치솟다 보니 웅진코웨이, KT&G 등 화장품 사업과 무관했던 대기업들도 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방화장품 열풍의 배경을 살펴봤다.

수익성·성장성 둘 다‘뷰티풀’

   

‘바람난’기업들 줄줄이 출사표

- LG생활건강의 한방화장품 브랜드 후는 왕후를 의미한다. 고대 왕실의 여성들이 아름다움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사용한 궁중처방을 이용해 후를 개발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 LG생활건강의 한방화장품 브랜드 후는 왕후를 의미한다. 고대 왕실의 여성들이 아름다움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사용한 궁중처방을 이용해 후를 개발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추석을 앞둔 지난 9월10일 오후.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의 설화수 매장이 화장품을 구입하려는 여성 고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설화수는 아모레퍼시픽의 대표적인 한방화장품 브랜드다.



직장인 장윤경(35)씨는 “어머니가 설화수를 즐겨 쓰셔서 추석 선물로 샀다”며 “나도 한방화장품 팩을 써봤는데 피부가 보들보들해지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설화수 매장 담당 매니저는 “추석 선물로 한방화장품 세트가 인기”라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훨씬 더 많이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2010년 기준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는 13조4380억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12.9% 증가할 만큼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전체 화장품 시장에서 한방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분의 1에 이른다. 업계에 따르면 한방화장품 시장의 성장성은 일반 화장품을 훨씬 웃돈다고 한다. 최근 5년간 전체 화장품 시장의 성장률은 연평균 7% 정도이지만, 한방화장품 시장 성장률만 따로 떼놓고 보면 연평균 11%라는 추산이다. 한방화장품이 전체 화장품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한방화장품 시장이 ‘황금어장’으로 부상하자 일부 대기업들도 신성장동력 확보의 기치를 내세우며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주자는 정수기·비데 등 가정용품업체로 유명한 웅진코웨이와 담배제조업체 KT&G다.



웅진코웨이는 지난 8월 한방화장품 브랜드 ‘올빚’을 출시하면서 한방화장품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올곧게 빚어내다’란 뜻의 올빚은 20~30대 등 젊은층을 겨냥한 브랜드다. 광고 모델도 요즘 한창 TV에서 주목받는 신예 스타 문채원을 기용했다. 기존 한방화장품의 주된 고객층이 40~50대 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미개척 시장을 공략하는 차별화 전략인 셈이다.

웅진코웨이·KT&G 야심찬 도전장

KT&G도 지난 6월 소망화장품을 인수하며 한방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소망화장품은 한방화장품 ‘다나한’, 남성화장품 ‘꽃을 든 남자’ 등으로 잘 알려진 중견 화장품업체다. KT&G는 소망화장품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홍삼’을 재료로 한 고품격 한방화장품 브랜드를 내세워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방화장품 사업이 신성장동력으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내 한방화장품 시장이 형성된 것은 10년이 넘었다. 한방화장품은 다양한 기능성과 웰빙 이미지를 내세워 고가에 판매된다. 특히 한방화장품은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당연히 수익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기존 화장품업체들뿐 아니라 다른 업종의 기업들까지 한방화장품 시장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현재 국내 한방화장품 브랜드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설화수와 LG생활건강 후는 선뜻 지갑을 열기가 쉽지 않은 고가의 프리미엄급 제품이다. 설화수의 베스트셀러 ‘자음생크림(60ml)’은 22만원대, 후의 대표상품 ‘비첩자생에센스(45ml)’는 16만원에 판매된다.



두 브랜드는 가격이 비싸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해 설화수는 국내 화장품 단독 브랜드로는 최초로 연매출 6000억원을 넘어섰다. 후 역시 연매출 2000억원을 기록하며 ‘빅 브랜드’의 힘을 보여줬다.



설화수와 후의 시장 장악력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국내에서는 경쟁 제품이 별로 없는 형편이다. 두 브랜드는 전국 백화점에 두루 입점해 해외 명품 화장품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설화수와 후는 매출규모 면에서 외국 화장품 브랜드 못지않다”며 “최근에는 한류 열풍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방화장품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급 한방화장품의 고객층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지금까지는 40~50대 여성들이 주로 한방화장품을 구매했지만 요즘에는 20~30대 젊은 여성들도 지갑을 열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젊은층의 한방화장품 구매가 늘면서 최근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다양한 연령대를 타깃으로 한 한방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다. 후발주자인 웅진코웨이는 아예 처음부터 젊은층을 주된 공략대상으로 삼았다.

- 설화수의 자음생크림은 인삼의 뿌리뿐 아니라 열매까지 넣어 피부 재생 효능을 높였다.
- 설화수의 자음생크림은 인삼의 뿌리뿐 아니라 열매까지 넣어 피부 재생 효능을 높였다.

젊은층·해외시장 공략도 가속화

한방화장품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으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이른바 ‘한류 열풍’ 덕택에 한방화장품 인기도 덩달아 뜨거워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LG생활건강은 후의 광고 모델로 아시아권에서 인기가 높은 ‘대장금’ 이영애를 앞세워 아시아 시장을 집중 공략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이나 베트남 등 아시아권에서 한방화장품의 판매율이 좋아 핵심사업도 한방화장품 쪽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업계의 수출 실적은 7000억원에 육박했다. 주목할 대목은 전년 대비 증가율이 무려 43.5%나 됐다는 점이다. 엄청난 성장세다. 수출액은 중국, 일본, 홍콩 순으로 높았다. 특히 ‘신한류’가 불고 있는 동남아시아에서 수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태국과 말레이시아 수출액은 전년 대비 각각 638%, 122%나 증가했을 정도다.



해외 시장의 성장성이 높다 보니 웅진코웨이 같은 한방화장품 후발주자들도 벌써부터 해외 진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양현주 웅진코웨이 코스메틱 브랜드팀장은 “올빚 브랜드 기획 초기 단계부터 해외 진출을 고려했다”며 “향후 2년 뒤 중국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