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머신 모니터 제조 세계 1위
부채율 제로…25년간 흑자 행진

산업용 모니터(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코텍은 최강자로 통한다. 액정화면인 디스플레이는 흔히 일반용과 산업용으로 구분되는데 일반용이 TV, PC,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기술이라면 산업용은 군사, 의료, 방송용 기기 등 주로 특수 분야에 사용된다.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분야는 일반용에 국한돼 있다.
산업용은 일반용보다 내구성, 화질 등을 중요하게 여겨 기술력이 승패를 판가름하는 중요 기준이다. 가령 3D 모니터만 해도 일반용에서는 이제 갓 전용 안경을 쓰고 시청하는 제품이 출시됐지만 산업용 업계에서는 안경을 쓰지 않고도 입체 영상을 구현해내는 제품이 개발돼 시판된 지 오래됐다.


북미지역 카지노 모니터 시장점유율 70%
산업용 디스플레이는 일반용과 달리 대부분의 제품들이 비표준화돼 있어 100% 고객맞춤 방식으로 제작된다. 가령 슬롯머신 모니터만 해도 각국 게임관련 기관의 까다로운 규정을 통과해야만 양산할 수 있어 초기 개발비용이 많이 든다. 이 때문에 산업용 디스플레이는 일반용에 비해 판매단가가 비싸며 강자들 대부분이 미국, 유럽의 전문기업들로 한정돼 있다. 높은 기술력을 요해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중국, 대만 등 개발도상국 회사들은 개발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현실이다. 코텍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선점하고 있는 산업용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선두권에 있는 것은 국내 특수 디스플레이 기반을 놓고 볼 때 기적에 가깝다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코텍은 슬롯머신 모니터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슬롯머신을 가장 많이 만드는 기업은 미국 인터내셔널게임테크놀로지(IGT)인데 이 회사에 모니터를 가장 많이 납품하는 곳이 바로 코텍이다. 코텍의 북미 시장점유율은 70%대, 세계 시장점유율은 50%다. 전 세계 슬롯머신 2대 중 1대에 코텍이 만든 모니터가 장착되는 것이다. 그동안 일부에서는 코텍의 단점으로 IGT 등 소수로 납품업체가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지만 최근 30여개 업체들로 거래 선이 넓어지면서 이같은 우려를 일거에 만회했다. 현재 전 세계 카지노 슬롯머신 모니터 시장은 코텍을 비롯해 상위 7개 업체가 80%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더군다나 다품종 소량 생산이기 때문에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진입하기에는 채산성이 낮다. 여기에 특수기기 제조사 대부분이 품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부품사를 선정하는 데만 보통 2~3년씩 걸린다. 이렇게 오랜 기간 심사숙고 끝에 선정하기 때문에 한번 결정되면 웬만해선 바꾸지 않는 게 이 분야의 오랜 특징이다.
슬롯머신 모니터와 함께 코텍의 주력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PID(Public Information Display)다. PID분야는 크게 IS(Information Display), MD(Multi Display), IWB (Interactive White board)로 나눠지는데 IS분야에서 코텍은 세계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일본 NEC에 43, 70, 82인치 제품을 납품한 데 이어 신규로 55, 70인치 터치, 43인치 슬림 납품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MD부분은 벨기에 바코(Barco)에 현재 46, 55인치를 공급중이며 IWB(전자칠판) 역시 세계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캐나다 스마트(Smart)에 70인치와 교탁용 모니터를 공급하고 있다. 코텍 이한구 회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유럽에서 전자칠판은 빠르게 보급되고 있어 앞으로 실적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특히 코텍이 자체 개발한 멀티터치 전자칠판에 대한 해외 바이어들의 반응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 제품은 하나의 전자칠판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터치해도 반응하도록 설계된 제품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 적용된 것보다 앞선 기술이다.
카지노 슬롯머신 모니터에서 PID로 이어진 코텍의 3세대 승부수는 의료용 분야다. 지난 2006년부터 초음파 진단기, 판독용 의료용 모니터를 개발하고 있는 코텍은 현재 의료기기 분야 선두기업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독일 지멘스(Simens) 등을 거래처로 두고 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의료용 모니터는 화질 색상의 정확도가 중요하다. GE와 지멘스가 제조단가만을 생각해 납품 선을 늘리지 않는 것도 품질 저하를 우려해서다.


무상 하자보수로 해외바이어 신뢰 쌓아
산업용 디스플레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력이다. 화질, 내구성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기술이 적용된다. 가령 카지노 슬롯머신 모니터만 해도 연중 24시간 가동되는데 먼지, 습도 등의 악조건을 견뎌내며 내부 열을 밖으로 원활하게 빼내야 하는 등 고도의 기술을 요한다. 수억원의 판돈이 굴러가는 상황에서 모니터가 중간에 멈추면 카지노 운영 회사로선 엄청난 손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오작동은 물론, 같은 카지노에 있는 수백, 수천 대 슬롯머신의 배색 차이 확률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야 한다.
물론 초창기 코텍에 위기를 초래한 것도 바로 내구성 부분이었다. 지난 1996년 처음으로 IGT에 모니터를 납품하게 된 코텍은 6개월 만에 제품에 하자가 발생했다. 내구성 등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탓이다. 기로에서 선 이 회장은 전격 전량 리콜을 결정했다. 수리비는 물론 왕복 제품 이송료를 모두 코텍이 지불하는 조건이었다.
“되레 IGT가 당황하더군요. 그러다 회사가 망하면 어찌하느냐면서 말이죠. 리콜 비용이 1년 매출액에 맞먹는 수준이었거든요. 하지만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생각에 그런 결정을 한 겁니다.”
이 일은 IGT경영진의 마음을 사로잡는 계기가 됐다. 리콜로 재무상황은 악화됐지만 IGT로부터 믿음이라는 자산을 쌓게 됐던 것도 그러고 나서부터다. 결과적으로 추후 IGT가 제품가를 정상가보다 20~30달러씩 더 얹어주면서 코텍은 위기를 넘겼다.
코텍은 여느 코스닥기업과는 달리 한우물만 파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른 기술기업이다. 코텍이 기술 하나만으로 세계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 회장의 집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졸 엔지니어 출신인 이 회장이 처음 시작한 사업은 자동판매기 사업이었다. 베트남 전쟁 참전 중 미군들이 사용하는 자동판매기를 보고 사업 아이템으로 잡은 그는 1974년 동우기업이라는 회사를 세우고 국내 처음으로 자판기를 수입,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무리한 투자와 대기업들의 진출로 회사는 엄청난 빚만 남긴 채 부도를 맞았다. 이 회장이 이후 남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분야를 선점하자는 일념에 모니터 개발에 전념하게 된 것은 이 일 이후 얻은 커다란 경영자산이다.
자판기 사업 실패는 이 회장에게 블루오션 전략과 무차입 경영이라는 경영신조를 갖게 했다. 1987년 재기에 성공해 지금의 코텍을 세운 그는 지금까지 부채 제로, 25년간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510억, 영업이익은 140억원이며 올해는 매출 1800억원에 영업이익 200억원이 목표다. 미국 등 북미지역이 회복세를 보인다면 매출, 이익은 급격한 성장세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군다나 코텍은 북미, 유럽, 호주, 아시아 등으로 판로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상당수 카지노들이 아날로그형 릴 방식에서 디지털 3D(3차원 입체영상) 방식으로 기기를 바꾸고 있어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부국증권 리서치센터 장인범 연구원은 “지난 6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방문객 수가 330만명을 넘어서는 등 카지노 산업의 업황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장기성장성이 큰 회사”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우리는 연구개발비로 연간 50억~60억원을 쓰는데 이는 매출의 4% 가까운 금액”이라면서 “지난 2009년 지금의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 내 대규모 생산시설을 건립한 것도 미래를 내다본 투자”라고 설명했다. 송도 코텍 공장은 연면적 1만9250㎡(약 5823평)로 순수 디스플레이만 제조하는 시설로는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가장 크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 회장의 말이다.
“인천국제공항과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어 GE, 지멘스, NEC 등 해외 바이어들이 자주 방문하는데 다들 우리 생산시설을 보고는 깜짝 놀랍니다. 자기들끼리 “우리 공장도 이만큼 크지 않을거야”라고 속닥거리기도 하죠. 생산시설 하나만으로도 해외 바이어들이 만족한다고 할까요. 이 정도 투자한 기업이면 파트너로 충분하다는 뜻이죠. 더군다나 우리는 전체 직원의 25%가 연구직입니다. 기술 하나만큼은 삼성, LG 등 국내 어느 대기업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합니다.”
특수 안경을 쓰지 않고 보는 20.1인치 3D 모니터(MLD)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도 이 회장의 기술중심 경영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초소형 베젤 갭 멀티비전 모니터와 방수겧姸?아웃도어 모니터, 70인치 LCD 4카메라 전자칠판, 세계 최대 크기인 82인치 LCD모니터, 최고가 항공 관제용 모니터도 코텍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제품들이다.

의료·방산·항공용 모니터로 영역 확장
지난 2001년 코스닥에 상장된 코텍은 2002년 카지노용 모니터로 세계 일류상품에 선정됐으며 올해 지식경제부가 선정한 월드클래스300기업에 올랐다. 또 3년 연속 한국거래소가 선정한 코스닥 히든 챔피언이다.
“산업용 모니터는 각 분야마다 적용되는 기술이 전혀 다릅니다. 방위산업용이나 의료용은 우리의 기술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들 분야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분야이기 때문에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선 안 됩니다. 대신 마진은 높죠.”
이 회장은 그러면서 “방송, 군사, 항공, 중장비, 선박용 특수 모니터 시장은 아직도 우리가 본격적으로 도전하지 못한 시장”이라면서 “카지노, PID를 기반으로 특수용 분야의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코텍의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