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에 한 점의 미술작품을 그려놓은 듯, 특유의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받아온 프랑스 남성 수제화 브랜드가 있다. 4대를 이어온 기술력과 파격적인 시도로 ‘영혼을 지닌 구두’로 불리며 유럽 왕족과 상류사회의 아이콘이 된 ‘벨루티(Berluti)’의 역사를 되짚어봤다.
- 2006년 처음 선보였던 디메져 컬렉션의 시그니처 슈즈 라인‘원 아일렛 더비’.
- 2006년 처음 선보였던 디메져 컬렉션의 시그니처 슈즈 라인‘원 아일렛 더비’.

프랑스 고급 남성 수제화 브랜드 벨루티(Berluti)의 창립 역사는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벨루티 창시자인 알렉산드로 벨루티(Alessandro Berluti)는 이탈리아 태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손재주가 뛰어났다. 처음에는 목공예 기술을 배우다가 곧 빼어난 가죽 작품으로 명성을 얻게 된다. 우연히 만나게 된 프랑스 마르세유(Marseilles) 지방에서 온 한 나이 많은 구두 장인에게 매료된 그는 고향을 떠나 프랑스로 갔고, 1895년 파리에 도착한 지 10년 동안 오로지 구두 제작 기술을 연마했다. 1900년 개최된 파리만국박람회에 참여해 유럽의 엘리트들 사이에서 큰 명성을 얻기 시작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벨루티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28년으로 창립자의 아들인 토렐로 벨루티(Torello Berluti)가 몬타보 거리에 ‘벨루티, 명품 수제화’라는 간판을 걸고 부티크와 워크숍을 오픈하면서다. 벨루티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작은 규모의 숍으로는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다시 완벽한 장소를 찾게 됐고, 마침내 마베프거리 26번지에 현존하는 메인 스토어를 오픈하게 된다. 



그 후 토렐로의 아들인 탈비니오 벨루티(Talbinio Berluti)가 가족경영의 후계자가 됐다. 그는 14세부터 구두 제작을 배우며 함께 건축학을 공부했고 아버지 토렐로의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1959년에는 제작시간을 줄인 명품 기성화를 선보이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메종 벨루티에는 창조적이고 성격 급한 아티스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기성화 컬렉션의 도입으로 벨루티는 더 많은 고객을 확보했으며 크게 성장했다. 이후 그의 야심찬 비전은 젊은 사촌인 올가 벨루티(Olga Berluti)에게 이어졌고, 메종 벨루티는 보다 국제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현재 벨루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 중인 올가는 1959년 사촌 탈비니오의 가업에 합류했다. 그녀는 슈즈 중에서도 ‘가죽, 발, 고객’ 측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1970년 이후 끊임없이 앤디워홀, 프랑수아 트뤼포, 입생로랑 등의 위대한 디자이너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착상을 얻고 있다.

- 벨루티만의 매듭법. 구두 장인들이 직접 고안해낸 방법으로, 매듭이 쉽게 풀리지 않으면서도 한눈에 남들과 차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 벨루티만의 매듭법. 구두 장인들이 직접 고안해낸 방법으로, 매듭이 쉽게 풀리지 않으면서도 한눈에 남들과 차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 벨루티의 4대 계승자인 올가 벨루티.
- 벨루티의 4대 계승자인 올가 벨루티.

남성 구두에 회화를 입히다

현재 대부분의 벨루티 제품들은 4대 계승자인 올가가 개발한 베네치아 가죽(Venezia Leather)으로 제작되고 있다. 벨루티 특허의 베네치아 가죽은 마치 살아 있는 피부처럼 생명력을 유지하도록 특수한 태닝 단계를 거쳐 만든 고급 송아지 가죽이다. 이 가죽은 생명력과 뛰어난 복원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죽은 가죽처럼 뻣뻣하지 않고 최상의 유연함을 유지하며, 가죽의 퀄리티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색상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많은 고객들이 20여 년간 신던 세월의 흔적이 담긴 구두를 올가에게 다시 가져온다. 그녀는 20년간 고객들의 시간과 흔적, 정체성을 담아온 구두와 가장 흡사한 컬러감을 새 구두에 표현해내기 위해 파티나(patina) 기법을 개발해냈다. 벨루티 구두는 최소 4시간 동안의 섬세한 파티나 작업을 거쳐야만 비로소 벨루티의 이름을 달게 된다. 오랜 수련을 거친 벨루티 파티나 장인들이 일일이 모든 구두에 수작업으로 색감을 더해 만들어진 벨루티 구두는 단 한 켤레도 같은 색이 없이 모두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색감을 지니고 있다.



신는 사람을 위한 특별한 구두를 만드는 벨루티의 노력, 명품 그 이상의 예술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 벨루티만의 파타나 기법 과정.
- 벨루티만의 파타나 기법 과정.



  Tip. 벨루티의 ‘오더메이드 비스포크’ 

고객의 니즈 100% 담은 슈즈

벨루티의 명성에는 수천개의 얼굴을 지닌 오더메이드 슈즈 비스포크(Bespoke)가 있다. 벨루티의 비스포크 서비스는 설립자인 알렉산드로 벨루티에 의해 처음 소개된 이후 오늘날까지도 브랜드의 본질이자 장인정신의 정수로 브랜드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벨루티 수석 장인이 연 1회 이상 내한해 프라이빗 비스포크 세션을 진행한다.



비스포크 슈즈는 발본 담당, 패턴 담당, 제갑 담당 등 총 6단계에 걸쳐 각 분야 전문가의 손으로 250여 번의 수작업을 통해 완성된다. 수석 장인은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개별적인 요구를 충분히 파악하며, 고객 개개인의 신체적 조건은 물론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고객이 미처 인지하지 못한 니즈까지 구두에 반영한다. 고객 발 치수와 볼륨을 측정하고 특징을 정확하게 기록하며, 가죽의 종류, 컬러, 아웃솔 공법을 비롯한 구두 제작을 위한 모든 디테일을 직접 결정하게 된다. 벨루티의 비스포크 서비스로 구두가 완성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5개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