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소수만이 소유할 수 있어 그 가치가 더 빛나는 제품, ‘유일무이’의 또 다른 이름 ‘한정판’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있다. 어느 드라마에서 유행한 말 ‘한 땀 한 땀’처럼 정성들여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한정판 이야기 그 첫 번째는 필기구의 명사 ‘만년필’이다.
- 2011년 몽블랑의 예술 후원자 펜인 메세나 에디션.
- 2011년 몽블랑의 예술 후원자 펜인 메세나 에디션.

편리함과 실용성을 제1 미덕으로 여기는 현대인에게 있어 필기구의 중심이 만년필에서 볼펜으로 옮겨간 지 꽤 오래됐다. 하지만 만년필(萬年筆)은 그 이름만큼이나 오랜 명맥을 유지해오면서 더욱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경제적인 수준의 향상에서 오는 소량생산 수제품에 대한 로열티는, 만년필을 단순한 필기구에서 명품 액세서리로 포지셔닝 시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여자들은 보통 여러 액세서리를 구입한 뒤 번갈아 사용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괜찮은 액세서리를 하나 사면 제품에 이상이 없는 한 계속 사용한다. 때문에 하나만 구입해도 제대로 된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남자의 비즈니스 스타일에 정점을 찍는다면 만년필만 한 것도 드물다. 특히 비즈니스 미팅 시 말끔한 슈트 안주머니에서 꺼내든 만년필 한 자루는 사용하는 이의 품격까지 높여준다. 게다가 그 만년필을 사용하는 순간까지 특별하고 가치 있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 때문에 역사를 바꾼 결정적인 시점과 장소에는 항상 그에 걸맞은 만년필이 자리했다. 작가 코난 도일은 파카 만년필로 <셜록 홈즈>를 집필했으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헬무트 콜 서독 총리와 디메제이로 동독 총리가 ‘통일조약서’에 서명한 순간 그들의 손에는 몽블랑의 마이스터스틱 149가 들려 있었다.

- 한마리 용이 펜을 휘감은 듯 표현한 파카의 듀오폴드 골든 드래곤 마키에.
- 한마리 용이 펜을 휘감은 듯 표현한 파카의 듀오폴드 골든 드래곤 마키에.

몽블랑 등 10여종 명품 판매 중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몽블랑, 파카, 워터맨, 콘웨이 스튜어트, 크로스, 오로라, 펠리칸, 그라폰 파버카스텔 등 10여 종의 명품 만년필이 판매되고 있다. 이 브랜드들의 고급 만년필 한 자루는 웬만한 보석에 준하는 높은 가격과 희소성을 자랑한다.



만년필을 설명할 때 대명사격으로 불리는 몽블랑을 빼놓을 순 없다. 과거 몽블랑은 1987년 노비트 플라트 사장 취임 후 고가 차별화 정책을 고수하기 시작한다. 1992년부터는 매년 문화와 예술 발전에 공헌한 역사적인 인물을 선정해 그의 이름을 딴 한정판 만년필을 디자인하고 있다. 현재 기네스협회에 등록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만년필도 몽블랑의 ‘솔리테어 로열’ 라인이며, 가격은 한화로 약 1250만원에 달한다.



몽블랑 만년필은 특유의 육각형 모양의 부드러운 모서리를 가진 하얀 별 모양 로고로 유명하다. 몽블랑의 로고인 ‘몽블랑 스타’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인 몽블랑의 눈 쌓인 정상을 의미하며, 철저한 장인정신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몽블랑의 의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최고의 남자가 가져야 할 가치를 상징하는 만년필은, 눈 쌓인 정상을 향해 한 걸음씩 오르듯 우리 삶에서 아주 중요한 것들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고 때로는 정성스러운 글씨로 마음을 건넬 줄 아는 남자가 진짜 품위 있고 멋진 남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몽블랑은 그런 남자들의 필수품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몽블랑에서 선보인 예술 후원자 펜은 메세나 에디션이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몽블랑 예술 후원자 펜은 현재 모든 문화와 예술 활동을 일컫는 단어인 ‘메세나’의 기원 인물인 가이우스 마에케나스의 이름을 담아 출시됐다. 마에케나스는 로마의 초대황제인 아우구스투스의 친구이자 정치적 조언가로서 호레스와 버질과 같은 당대의 시인들이 지닌 천재성을 알아보았고 그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같은 마에케나스의 후원으로 시인들은 서정시 창작에 전념할 수 있었고 새로운 창작의 영역을 넓혀갈 수 있었다. 4810개 한정 제작되는 ‘메세나 에디션’은 마에케나스의 삶과 로마의 건축양식에서 영감을 받았다.



파카에서도 2011년 첫 한정품인 ‘듀오폴드 골든 드래곤 마키에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였다. 이번에 출시되는 듀오폴드 골든 드래곤 마키에 리미티드 에디션은 동양에서 성스럽게 여겨지는 용의 모습을 화려한 금빛으로 표현했다. 마치 한 마리의 용이 만년필의 검정색 보디를 기둥 삼아 휘감는 듯 그렸으며, 듀오폴드의 골드 펜촉은 용의 꼬리를 연상케 한다. 전 세계에 100개 한정 제작됐으며, 국내에는 단 4개만 들어왔다.

- 천일야화의 신비로움을 표현한 S.T.듀퐁의 매직위시.
- 천일야화의 신비로움을 표현한 S.T.듀퐁의 매직위시.

필기구와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탄생

만년필 전문 브랜드만 있는 것도 아니다. 내로라하는 명품 슈트 브랜드들에서도 저마다 한정판 명품 만년필을 주기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럭셔리 남성 패션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에서는 필기구 브랜드 오마스와 손을 잡고 창립 100주년 기념 ‘1910’ 펜 리미티드 에디션을 제작했다. 1910년 창립자인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늘 직물 구성과 고객 주문을 정확하게 손으로 기록해 관리한 바 있다. 1910 펜 리미티드 에디션은 로즈우드로 제작한 원통형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했다. 캡에는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직물 분야에서 가지고 있는 전통성을 의미하는 섬세한 문장과 핀스트라이프 패턴이 새겨져 있다. 손잡이에는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패브릭 가장자리에 새겨진 것과 같은 품질을 보장하는 별 5개 마크가, 펜촉에는 18K 골드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문장이 새겨져 있다.



알프레드 던힐에서도 매년 한정판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한정판 제품으로는 일본의 나미키사와의 협업으로 만든 나미키 펜이 있다. 1900년대 초반 제작을 시작한 이 펜은 한 피스를 제작하는 데 6개월이 걸릴 정도로 장인정신을 담아 제작한다. 알프레드 던힐은 상징적인 캐릭터를 이용한 한정판 제품을 더욱 특별하게 선보이고자 영국 부의 상징인 불독으로 펜을 제작하기도 했다. 알프레드 던힐의 불독 만년필은 캡 끝부분을 스털링 실버 소재 불독 모양으로 장식했으며, 총 48개 다이아몬드를 박아 가치를 높였다. 250개 한정 제작했으며, 특별 제작한 우든 박스 안에 증명서와 함께 포장된다.



프랑스 남성 브랜드 S.T.듀퐁에서도 알라딘과 요술램프가 등장하는 아라비안나이트의 <천일야화>라는 유명한 구전에서 영감을 받은 리미티드 에디션 ‘매직위시’를 선보였다. 매직위시는 천일야화의 매력적인 이야기에 담긴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만년필과 라이터에 구현시킨 제품이다. 장인이 섬세하게 세공한 연기 소용돌이 모양의 모티브는 요정 지니의 등장을 연상시킨다. 아시아의 행운의 숫자 8을 모티브로 888개 한정 생산됐다.



게다가 S.T.듀퐁은 지난 시즌 프랑스의 대표적인 주얼리 아티스트인 필립 투르네르와의 협업으로 한정판 ‘투르네르 컬렉션’을 출시해 전통적이며 우아한 건축물을 필기구에 접목시켜 지난 한 해 동안 많은 이슈를 만들어낸 바 있다. 올해에도 투르네르의 두 번째 컬렉션을 선보였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밀로의 ‘비너스’와 ‘오페라 극장’,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회의사당’을 만년필로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라인별로 전 세계 30개 한정 생산되며, 펜을 세워 보관할 수 있는 자석 거치대와 블랙 라커 케이스에 담겨 출시됐다. 

- 주얼리 아티스트 필립 투르네르와의 협업으로 만든 S.T.듀퐁의 두 번째 컬렉션.
- 주얼리 아티스트 필립 투르네르와의 협업으로 만든 S.T.듀퐁의 두 번째 컬렉션.
- 영국 부의 상징 불독을 형상화한 알프레드 던힐의 불독 만년필.
- 영국 부의 상징 불독을 형상화한 알프레드 던힐의 불독 만년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