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CEO로 변신했습니다…
닭가슴살 진미 선사할게요”

“닭가슴살은 퍽퍽하다는 선입견을 깨고 싶었습니다. 이번에 출시한 제품은 기존 닭가슴살 제품과 달리 포크로 잘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텍스처(질감)가 부드럽습니다. 맛은 두말할 것도 없죠.”
왜 하필 닭가슴살일까. 에드워드 권 대표가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제품으로 닭가슴살을 선택한 것에는 남다른 철학이 있었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이미 시중에 닭가슴살 제품이 많습니다. 그러나 닭가슴살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이 없고 맛없는 다이어트 식품으로만 국한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닭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식재료입니다. 요즘 다이어트 열풍으로 수요가 많은 닭가슴살 제품 개발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에드워드 권 대표는 이번 제품에 셰프의 자존심을 걸었다. 이번 제품은 ‘셰프로서 사명감을 갖고 했다’는 그의 말처럼 기존 제품의 상식을 깬다. ‘소프트 프레시’란 새로운 조리법으로 만든 닭가슴살은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이 특징이다. 진공 포장된 닭가슴살을 저온 상태에서 천천히 익히는 방식으로 조리해 영양은 그대로 살리고 기존 닭가슴살과 같은 퍽퍽함은 거의 느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완조리 제품이라 이용도 간편하다. 포장을 뜯어서 바로 샐러드, 샌드위치 등과 곁들여 먹을 수 있다.
‘소프트 프레시’ 조리법으로 만들어
“닭가슴살 제품 개발 하나에 직원 8명이 4개월 넘게 매달렸습니다. 상품의 가치가 얼마나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초기 개발 비용을 이렇게 투자한 것은 어떻게 보면 소득 없는 싸움을 한 거죠. 그러나 ‘셰프란 이런 것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진심은 통한다. 닭가슴살 제품이라는 말에 비관적인 입장을 보였던 홈쇼핑업체도 그의 제품을 맛보고는 마음을 바꿨다. 현대홈쇼핑이 에드워드 권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10월 초 제품을 단독으로 론칭한다.
‘스타’ 셰프로서 홈쇼핑 제품을 출시하는 데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오히려 그는 레스토랑들이 제품을 많이 구매할까봐 걱정(?)이라며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레스토랑에서 닭가슴살 요리를 기피합니다. 약간만 조리를 잘못하거나 조리한 후 시간이 흐르면 쉽게 퍽퍽해지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셰프의 요리를 가정에서 저렴하게 즐기자’는 원래 취지와 달리 레스토랑에서 더 많이 구매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에드워드 권 대표는 세계적인 호텔 ‘버즈알아랍’의 수석총괄주방장 출신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와 달리 대중적인 것을 추구한다. 더 자세히 말하면 고급 요리의 대중화다. 홈쇼핑에서 제품을 출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는 “퍼스널 브랜드로 가장 대중에게 빨리 접근할 수 있고 유통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홈쇼핑”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비즈니스 셰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셰프가 만약 비즈니스를 하지 않으면 어떤 식당이 운영을 유지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레스토랑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랩24’, ‘에디스 카페’, ‘에디스B’ 등 EK푸드가 운영 중인 레스토랑 3곳의 올해 매출액은 150억~17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중 베이커리와 카페를 접목한 ‘에디스B’의 경우,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 중이다. 10월 중 서울 한남동에 신규 레스토랑 ‘더믹스드 원’도 오픈할 예정이다.
그가 비즈니스 셰프라는 개념에 눈을 뜬 것은 미국에서 일할 때였다. 미국에는 셰프 브랜드 산업이 상당히 발달했다. 미국의 유명 셰프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다양한 식품을 출시하는 것을 본 그는 8년 전부터 셰프 브랜드 사업을 구상해왔다. 이번 닭가슴살 제품을 시작으로 소스, 드레싱, 오일 등 다양한 식품들을 상품화할 예정이다. 올 연말에는 주방용품을 국내외에서 동시에 론칭할 계획이다. 이처럼 에드워드 권 대표는 단순한 식품기업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EK푸드가 설립된 지 이제 6개월. 그에게 CEO와 셰프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
“사업은 마이너스가 나도 다른 부분에서 메울 수 있는데, 음식은 그렇지가 않아요. 요리할 때마다 성공과 실패가 갈리기 때문이죠. 둘 다 어렵지만 매순간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셰프가 제겐 좀 더 어렵네요.”

직원들에 ‘셰프 마인드’ 강조
에드워드 권은 EK푸드의 대표지만 여전히 직원들에게 셰프로 불리길 바란다. 그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경영 철학도 ‘셰프 마인드’다. 그는 자신과 직원들에게 ‘내가 만든 것에 대해 정말 당당할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닭가슴살 제품이 대박이 날지 쪽박을 찰지 전혀 모릅니다. 셰프로서의 자부심을 담았기 때문에 설령 돈이 벌리지 않는다고 해도 제 스스로에게 당당합니다. 요즘 유명인들이 자신의 이름만 얹어서 상품을 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저를 시작으로 전문 셰프들의 퍼스널 브랜드가 많이 생겨나 식품시장의 질이 더욱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약력 1971년생. 95년 영동전문대 호텔조리학과 졸. 95년 호텔 리츠칼튼서울 주방장 입사. 2007~2009년 두바이 버즈알아랍호텔 수석총괄주방장. 2011년 4월~현재 EK푸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