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메이저 챔프에 등극한 양용은(39. KB금융그룹)의 스윙은 타이거 우즈나 버바 왓슨처럼 파워풀한 느낌이 안 든다. 물 흐르듯 ‘편하게’ 치는 스타일이다. 177cm, 87kg로 체격이 그리 큰 편이 아닌데도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300야드에 육박하는 것은 그만큼 스윙을 효율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에게 스윙 비결을 물었다.

지난 10월 한국오픈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양용은에게 아마추어 골퍼들이 거리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묻자 “볼 뒤 10~15cm 지점에 가상의 볼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곳이 스윙의 최저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래야 업스윙 단계에서 임팩트가 이뤄져 거리가 늘어난다는 것. 하지만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다운블로로 임팩트가 되기 때문에 거리와 방향성에서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양용은은 “드라이버샷은 클럽헤드가 올라가는 단계에서 볼과 접촉해야 ‘클린 히트’가 되고 볼도 멀리 나간다”며 “그런데 아마추어 골퍼들은 대부분 클럽헤드가 내려가는 단계에서 볼과 만난다”고 말한다. “아이언샷처럼 다운블로로 맞는다는 겁니다. 또 톱 스윙 단계에서부터 치려고 하기 때문에 임팩트 존에서는 엎어 치는 형태가 됩니다. 이로 인해 볼이 낮게 가면서 훅이나 슬라이스가 나는 거죠. 즉 거리도 나지 않고 방향도 종잡을 수 없게 됩니다.”



그는 이어 “볼 뒤 10~15cm에 가상의 볼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곳을 스윙의 최저점으로 생각하면 실제 볼 있는 곳에서는 클럽헤드가 올라가는 형태가 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업스윙이 될 것이다. 그러면 볼이 더 뜨고 더 멀리 나가게 된다”고 조언한다.

- 양용은이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후 환호하고 있다.
- 양용은이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후 환호하고 있다.

테이크 어웨이 동작에서 클럽헤드를 뒤로 곧게 빼야

양용은은 드라이버샷에서 백스윙 초기 단계인 ‘테이크 어웨이’를 강조한다. 그는 “클럽헤드를 롱퍼트할 때처럼 적어도 30cm는 뒤로 곧게 빼야 된다”면서 “클럽헤드가 허리 높이에 올라올 때까지 샤프트가 목표라인과 평행해야 한다. 물론 그때까지 클럽은 몸 앞에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그도 예전에는 클럽을 목표라인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러다 보니 스윙이 작아지고, 궤도(플레인)가 일정치 않았다.



그는 “아마추어 골퍼들은 백스윙 때 손목을 쓰기 때문에 클럽헤드가 지나치게 몸쪽(인사이드)으로 들어온다”며 “손목이 아니라 어깨로 회전하면 그런 일이 없다. 어깨를 움직여야 궤도가 정확해지고 회전도 제대로 된다”고 강조한다.

훅 그립보단 스퀘어 그립으로 잡아야

양용은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스윙에 대한 고민만 하지 말고 그 원인을 그립에서 찾아보라”고 말했다. 정상적인 그립에서 벗어나 잡기 편한 상태로 쥐고 있으면 첫 단추를 잘못 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그는 “잘못된 그립을 한 채 스윙을 하게 되면 스윙 궤도가 틀어지게 된다”며 “스윙 궤도가 비틀어지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스윙 도중에 불필요한 몸동작을 해야 하므로 변칙적인 스윙이 만들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도 지난해 7번 연속 컷 오프를 당한 뒤 그립부터 교체했다. 평소 ‘훅(스트롱) 그립’에서 ‘뉴트럴(스퀘어)’그립으로 바꿨다. 훅 그립은 왼 주먹 너클이 3개 보일 정도로 두 손을 오른쪽으로 돌려 잡는 것을 말한다.



그는 “훅 그립을 하면 몇 번은 효과를 볼지 모르나 왼손이 지나치게 강해지는 단점이 있어 샷 일관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골프를 한두 번 치고 말 것이 아니라면 스퀘어 그립으로 잡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물론 그립을 바꾸면 당장은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래서 도중에 다시 예전 그립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에 대해 양용은은 “변화에는 고통이 따른다. 그립을 바꿀 때는 집이나 사무실에서 시간 나는 대로 클럽을 잡다보면 새 그립에 대한 어색함이 없어진다”고 조언한다.

아마추어는 하이브리드 애용해야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에 극적인 역전승과 올해 메이저대회 US오픈 공동 3위 등 양용은이 대형사건을 터뜨릴 때마다 공통된 비밀병기가 하나 있다. 바로 롱아이언과 페어웨이 우드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클럽이다.



그는 아이언은 6번까지만 있고, 나머지 롱아이언과 5번 우드 대신 하이브리드 클럽을 4개나 갖고 다닌다. 양용은은 “PGA투어의 긴 코스에서 롱아이언으로 그린에 공을 세우기 힘들던 나에게 하이브리드 클럽은 최종 병기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는 “7번 아이언이나 5번 아이언이나 거리가 똑같이 난다는 주말골퍼들이 많은데, 이는 헤드 스피드가 느려서 롱아이언으로 공을 띄우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우드와 아이언의 장점을 혼합한 하이브리드는 무게중심이 낮아 공을 쉽게 띄울 수 있다”고 귀띔한다.



‘하이브리드의 달인’ 양용은은 하이브리드 샷은 쓸어 치지 말고 약간 볼을 눌러 치는 다운블로 스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드 샷처럼 완만한 궤도로 휘두르면 뒤땅을 칠 위험이 있다는 것. 대신 너무 내려치듯 볼을 찍어 치면 자칫 감기거나 훅성 구질이 나오기 쉽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는 “주말골퍼들이 하이브리드 샷을 쉽게 하려면 ‘퍼 올리지’ 말고 볼을 ‘눌러’ 친다는 생각으로 치면 자연스러운 스윙이 나온다”며 “클럽헤드를 임팩트 전후 20cm 정도 직선으로 움직인다는 생각만 하면 미스샷이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 양용은의 드라이버 샷 연속동작.
- 양용은의 드라이버 샷 연속동작.

  연속스윙으로 본 양용은의 드라이버 스윙 분석 



어드레스 | 어드레스 자세에서 왼팔과 샤프트는 거의 일직선을 이룬다. 체중은 60% 이상이 볼 뒤쪽으로 가 있다. 샤프트의 각도는 척추와 정확히 90°를 이루며 완벽한 균형을 잡고 있다.

테이크 어웨이 | 샤프트가 지면에 수평이 될 때까지는 목표라인을 따라 클럽을 쭉 빼주고 있다. 양팔은 삼각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시선을 볼에 고정돼 있다.



백스윙 | 백스윙이 시작되면서 손목 코킹을 함께 진행한다. 장타자들에 비해 코킹 속도는 다소 느린 편이다. 왼쪽 어깨가 오른발 쪽으로 이동하면서 체중이 옮겨지고 있다.

백스윙 톱 | 백스윙 톱에서 샤프트는 지면과 평행을 이루기 전에 멈춘다. 척추 각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오른발을 축으로 강력한 회전 동작을 만들고 있다.

다운스윙 | 테이크백에서 허리의 꼬임을 왼쪽 무릎과 허리만을 이용해 다운스윙을 시작하면서 탄력 있게 풀어내 에너지를 집중한다. 큰 원을 그리며 내려오는 스윙 궤도는 파워 드라이버 샷을 만드는 비결이다.

임팩트 | 테이크백, 톱, 다운스윙을 거치는 동안 에너지를 모았다 푸는데, 임팩트는 그냥 부드럽게 통과하는 느낌으로 한다. 또 임팩트 직전까지 손목 코킹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장타의 비법이다.

폴로스루 | 릴리스 단계에서 허리가 역C자형을 유지하고 있다. 강력한 손목 로테이션을 통해 백스윙과 다운스윙에서 축적된 힘이 한꺼번에 발휘되고 있다.

피니시 | 백스윙 때 오른발 쪽으로 이동됐던 체중이 피니시 동작에서 완벽하게 왼발 쪽으로 이동됐다. 임팩트 존을 통과한 클럽페이스는 정확하게 임팩트 때의 반대방향이 되도록 스윙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