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JAL이 주춤하는 사이 ANA의 도약세가 심상찮다. 2010년 JAL이 경영부진을 이유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심각한 생채기가 나는 동안 ANA는 한발 빠른 체질강화 노력으로 급변한 경쟁상황을 적극 활용 중이다. ANA 사장(이토 신이치로)은 인터뷰에서 “더 이상 JAL은 경쟁상대가 아니다”고 할 정도로 자신만만하다.

혁신경영·노사화합·고객만족 싣고

   

아시아 넘버원 항공사로 도약

1. 하네다공항에 대기중인 ANA비행기. 2. 스키시즌 홍보를 위해 디자인한 기체. 3. 세계최초로 보잉사로부터 들여온 787드림라이너.
1. 하네다공항에 대기중인 ANA비행기.
2. 스키시즌 홍보를 위해 디자인한 기체.
3. 세계최초로 보잉사로부터 들여온 787드림라이너.

ANA의 성공변수는 종합적이다. JAL이 비슷한 이유로 내우외환에 시달릴 때 ANA는 이를 외유내강의 도약기회로 삼았다. 요약하면 안으로는 체질강화를, 밖으로는 경쟁우위를 지향하며 일찍부터 이를 실천해왔다. 지금의 선전은 그 결과물이다. 무엇보다 임직원의 일치단결과 회사의 방향설정이 시너지를 냈다는 평가다. 포인트는 회사를 살리기 위한 회사공동체의 노력이다. 시계를 돌려 2000년대로 되돌아가면 ANA도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었다. 당장 9·11테러 이후 항공수요가 줄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지금의 ANA에 웃음이 생겨난 건 각고의 위기돌파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위기 이후 회사이름을 ‘전일공(全日空)’에서 ‘ANA’로 바꿀 정도였다. 먼저 구조조정이다. 2003년부터 ANA는 호텔·부동산사업 등을 매각했다. 덩치가 줄더라도 부담스런 짐은 벗어버리겠다는 판단이었다. 사업의 선택과 집중전략의 개시였다. 노선을 비롯한 다각적인 구조조정과 장비 소형화 등 경영재건을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곳간에서 새는 지출구멍은 최대한 막아냈다. 경비절감 차원에서 1000명의 간접인원을 삭감하는 등 인건비를 최대한 줄였다. 반면 생산성은 높였다. 이때 임직원의 지지는 상당했다.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달라”는 경영진의 진정성이 기업공동체의 한 축이던 근로자(노사)를 움직였다. ANA는 이제 대담한 구조조정으로 체력회복에 성공한 회사로 더 유명해졌다. 사업조정 등 근육체질로의 변신과정 이후 최근엔 국제선 확장 등 파이증대를 위한 치밀한 매출증대 프로그램이 빛을 발한다. 그 지향점은 ‘아시아 No.1’의 야망 실현이다.



ANA는 일본 최대의 국내선 보유회사다. 애초 국내시장에 타깃을 맞췄다 이후 세계시장에 적극 취항 중이다. JAL이 압도적인 국제선 경쟁력을 내세워 커왔다면 ANA의 성장기반은 국내선이다. JAL이 정부출자(특수법인)로 출발해 민영화(1987년)된 이후에도 반관반민 형태를 보인 것과 달리 ANA는 처음부터 민항기로 시작했다. 회사발전은 고도성장과 정확히 궤를 공유한다. 경제성장으로 인구·물동량이 늘면서 사세확장에 성공했다. 1986년에는 국제선 무대에 도전장(정기운항)을 냈다. 최근 저가항공에 뛰어들며 도전적인 마케팅에 힘을 쏟는다. JAL과 ANA의 엇갈린 명함은 2010년이다. 물론 2000년대부터 상반된 길을 걸었던 것도 컸다. 지금은 업계선두다. 금융위기와 내부문제 등의 후폭풍으로 JAL이 법정관리가 됐던 2010년 양사의 1위 쟁탈전은 ANA의 승리로 끝났다. JAL이 노선폐지 및 항공기 소형화 등 몸집을 줄이면서 수송능력 격차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2002년 JAL과 JAS의 통합 때만 해도 여객규모가 1000만명 넘게 벌어졌지만 이제 역전됐다.

JAL의 노사분규, 도약기회로 이용

자신감이 넘친다. 장애물이 없진 않지만 지금처럼만 해낸다면 못할 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JAL의 반면교사와 벤치마킹도 큰 도움이 된다. ANA의 선전포고(?)는 그 저력을 봤을 때 꽤 현실적이다. 당장 성장세가 뚜렷하다. ANA는 일평균 1142편의 비행편수를 기록한다. 항공운송이 전체매출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집중이 잘됐다. 여행부문은 10%에 불과하니 주력분야에 혼신을 쏟을 수 있다. 라인업도 탄탄하다. 국내선 126개에 국제선 62개 노선을 보유했다. 즉 국내노선 랭킹 1위다. 국내선 여객비중은 49.4%이며 전체적인 수송여객 규모(4500만명)는 세계 13위다. 보잉767-300 54대를 포함해 모두 222기의 비행기를 보유 중이다(2011년 3월). 리더십도 비교적 탁월하다는 평가다. 이토 신이치로 사장의 강력한 뒷심이 장점이다. 이토 사장은 1974년 ANA에 입사해 금융위기 전운이 짙었던 2009년 꿈에 그리던 사장직을 움켜쥔 노력파다.



ANA의 1위 부상은 소프트웨어의 뒷받침이 상당한 기여를 했다. 문어발식 확장에 낙하산 인사가 관행처럼 있었던 JAL이 구조조정과 연금개혁(퇴직연금)에 사분오열할 때 ANA는 구조개혁의 핵심주체로 직원을 꼽고 이들의 마음을 사고자 노력했다. 고객만족이라는 ‘내보이는 실력’을 위해선 회사내부의 ‘감춰진 기본체력’인 직원만족이 필수라고 봤다. 



ANA의 직원만족 명성은 이미 자자하다. 취업시장의 입사선호도조사에선 최상위 레벨에 꼭 드는 단골기업이다. 가령 2010년 취업인기기업 랭킹조사(‘모두의 취업활동일기’ 사이트 주최)에선 1위에 올랐다. 불황에 강한 전형적인 인기기업인 거대 종합상사가 그 밑이었다. 2011년 대학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취업인기 기업순위에서도 1위로 조사됐다. 이는 자연스레 고객만족으로 연결된다. 진짜 웃음으로 대접하니 고객에게 즐거운 바이러스를 옮길 수밖에 없다. 리크루트가 해외출국자를 대상으로 항공만족도조사(2011년)를 했더니 ANA는 3위에 랭크됐다. 공항직원의 접객서비스는 1위였다.



ANA는 가치창조의 원천을 사람으로 본다. 직원만족을 위한 제반노력도 사람 한 단어로 요약된다. 이때 사람은 임직원이다. ANA의 기업재건과 행복전파의 원동력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타 생산요소는 사람에 의해 달라진다. 그 생산요소의 조합결과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지만 관건은 ‘사람 나름’에 달렸다. 그래서 ‘생기 넘치는 인재투자’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사업성장을 위한 추진체가 인재란 점에서 이들의 얼굴에 생기가 넘치도록 적극적인 투자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청사진이다. 2008년 구체적인 전략까지 수립했다. △안전과 경영을 지탱하는 인재육성 △그룹종합력 배양 △다양한 인재와 근로방법으로 혁신창출 △사업 글로벌화를 지탱하는 인재육성·세계 공헌 등이다. 목표는 직원 개개인이 자립적인 일과 생활경영이 가능하고 업무에 주력할 수 있는 환경·풍토 만들기다. 잔업제거를 필두로 다양한 근로방법의 제공이 실천무기다. “인재인 사원이 보다 보람을 느끼며 능력을 발휘하는 조직구조를 안전·그룹·이노베이션·글로벌 등 키워드로 실현하는 것”이 ANA의 인재투자전략의 핵심이다.

- 수화물 운반 모습(위). 지난 9월29일 787드림라이너 인도 후 악수하고 있는 이토 신이치로 사장(왼쪽)과 보잉 상용기 부문 CEO 짐 알바.
- 수화물 운반 모습(위). 지난 9월29일 787드림라이너 인도 후 악수하고 있는 이토 신이치로 사장(왼쪽)과 보잉 상용기 부문 CEO 짐 알바.

차별 없애 수평적 조직문화 건설

‘일할 맛’의 핵심은 사실상 차별금지로 요약된다. 성별·연령별·국적별 차별을 없앰으로써 누구든 본인사정에 맞게 맘 편하게 다양한 근로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구조정착이 제일 중요해서다. 가령 여직원이란 이유만으로 여성특유의 임신·출산·육아·교육을 자기책임으로 방치하지 않고 기업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지발현이다. 연령이 많다고 근로현장에서 인위적으로 방출시키는 구태의연한 정년제도도 타파대상이다. 신체상황이나 건강여부도 차별금지의 도마에 오른다. 많은 직원이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핸디캡의 원천적인 봉쇄다. 기업내부에서의 차별금지가 궁극적으로는 해당직원에 그치지 않고 가족·사회의 전체적인 행복전파를 위해 도움이 된다고 봐서다. 덕분에 ANA는 사회와 더불어 사는 근로환경을 만들었다는 호평을 받는다.



당장 은퇴대국답게 고령자의 정년연장에 적극적이다. ‘고용연장’제도다. 핵심은 재고용제도로 이는 2006년 고령자고용안정법에 따라 정년상향, 계속고용, 정년폐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끔 한 법률에 따른 형태다. 재고용은 근무연장과 함께 계속고용의 하위개념이다. 재고용은 정년도달 때 일단 퇴직한 후 다시 고용하는 개념으로 정년도달 때 퇴직시키지 않고 계속해 일하는 근무연장과는 구분된다. 



ANA의 고령근로자 고용확보 조치는 2003년 관리·일반직의 커리어 플랜(Career Plan)제도를 통해 고용연장 코스를 채택·운용한 게 원류다. 이후 법률시행에 맞춰 관련제도를 대폭 개정했다. 고용 상한선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렸고 경영(관리)직에 코스를 신설했다. 현업중심의 전문성에 근거한 고용기준을 노사협정에 따라 도입한 형태다. 정년임박 근로자뿐 아니라 젊은 층의 호응이 높다. 



계약은 1년마다 갱신되며 최대 법정연한(65세)까지 가능하다. 근무형태는 전문성 발휘가 대전제로 근로자가 스스로 선택·신청한다. 통상근무(풀타임) 외의 부분취업(풀타임의 6할)도 제도화했다. 처우는 기본월액(촉탁료)을 개인마다 설정한 후 전문성과 전년도 고과에 근거해 일정계수를 곱해 결정한다. 상여금은 촉탁료의 3개월분을 제공한다. 이밖에 관계기업 전적과 조기퇴직, 전직지원 등의 제도를 운영한다. 필요한 업무기술·지식이 일부 재고용자에게 치우친 경향이 있지만 청년기부터 전문성 심화에 나선다면 일정부분 해결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회사는 이를 ANA인재대학 등 사내교육망을 통해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여성 위한 다양한 복지프로그램 가동

여성근로자의 활약지원에도 열심이다. ANA는 항공회사답게 여직원 비중이 상당히 높다. 그러나 더 늘릴 태세다. 아직은 접객업무가 대부분이지만 종합·사무·정비·조종 등에까지 여성채용을 적극 늘리고 있다. 최근 신규취업자 중 종합·사무직 채용자 중 절반에 가까운 비중이 여성으로 집계된다. 이 결과 일본 항공업계 최초로 여성임원이 탄생했다. 2010년 기준 관리직 중 여성은 8.2%까지 늘었다. 2005년(4.8%) 대비 2배다. 2009년부터는 여직원의 한층 생기 넘치는 근무환경 조성 차원에서 역할모델을 선정·소개한다. 또 본인을 위한 생애경력 추진을 돕고자 세미나 개최 등의 경력지원·활동추진을 위해 노력 중이다.



육아휴직은 임신 직후부터 쓸 수 있다. 2008년부터 단시간근무제도나 육아일(월 3일 휴가)을 초등학교 3학년생까지 확대 적용했다. 이 결과 이용자는 증가세다. 2010년 3월 현재 임신육아 휴직제 이용자는 327명까지 늘었다. 2006년(141명)보다 2배 이상이다.



이밖에 출산 이후 본격적으로 적용될 양립지원에 관한 정보제공이나 직원의 의욕개혁을 목적으로 한 사내전용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육아휴직자 대상의 오리지널 태교CD(ANAMAMA)도 만들었다. 호응은 상당하다. 육아휴직자의 절대다수가 복직하는 등 정책성과가 명확해지는 추세다. 다만 현재 이용률이 기대보다 낮다는 점에서 제도이용을 더 손쉽게 할 수 있는 풍토형성에 노력 중이다.



회사상징인 승무원을 위한 배려도 주목된다. 가령 승무원에게는 배우자 전근에 맞춰 근무지를 변경할 수 있는 ‘빛나는 서포트’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다양한 근로형태의 정착을 위해 부분근무 선택지도 제공한다. 2007년부터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월 8일간만 근무하는 재고용제도가 그렇다. 매년 50명 안팎이 이 시스템에서 근무 중이다. 가족간병을 위한 제도는 휴가확대로 연결됐다. 2008년부터 간병 등을 이유로 한 특별휴가의 적립일수를 120일까지 확대했다. 2010년 현재 간병휴직 중인 근로자는 8명이다. 매년 부침이 있는데 많을 땐 20명까지 육박한다. 



세계무대를 오가는 항공사답게 ANA의 글로벌 진출심화는 필연적 결과다. 글로벌회사다운 조직과 직원양성 필요성이 높은 이유다. 우선은 외국인근로자의 적극적인 채용이 가시적이다. 또 하나 추진방향은 자국근로자의 글로벌 업무능력 배양이다. 이를 위해 단순한 어학능력 향상이 아닌 해외에서의 업무수행 등을 위한 합동세미나를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외국인근로자의 일본국내 단기간 근로기회 마련 등 문화교류도 글로벌 인재육성의 주요전략 중 하나다.



운영 중인 자녀직장참관일은 일하는 부모의 자부심과 가족애를 위해 고안됐다. WLB(양립조화) 추진차원에서 구체적인 효과달성을 위해 매년 시행한다. 직장동료 가족과의 대면기회를 늘리는 것은 사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근로방식을 선택하는 데 최대걸림돌인 직장상사의 이해를 높이는 데도 좋다.



칭찬하는 기업문화를 완성하고자 각종 표창제도도 만들었다. ‘ANA다움’의 구체적 실천과정에서 독자·창조성 넘치는 기업문화를 창조하기 위해서다. 2008년부터 실시 중인 ‘ANA그룹 사장상’이 대표적이다. 또 2009년엔 ‘WOW! 상’을 신설했다. 기존조직이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발상을 통해 동료에게 활력을 안겨주는 사원·부서에 표창하는 상이다.



직원성장을 위한 교육연수는 상당히 충실한 편이다. ANA의 근로자라면 2(관리직·일반직)×3(필수교육·선택연수·국제연수)의 교육 매트릭스에서 빠질 수 없다. 직종·상황별로 세분화된 촘촘한 교육제도는 직원의 근무동기와 미래설계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인사부와 ANA인재대학이 운영주체로 직원 개개인의 성장지원이 목표다.

 

  Tip. ANA 복지 플랜

직원 건강관리까지 회사가 책임진다

‘일할 맛’을 강조하는 대기업답게 회사는 기본적으로 각종 복리후생제도를 촘촘히 설계했다. 법정 복리후생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비법정 복리후생을 두루 갖췄다. 이는 ‘ANA WELFARE PLAN’이란 타이틀 안에 정리된다. ‘ANA WELFARE PLAN’은 회사의 복리후생제도를 상징한다. 입사 이후부터 고령기의 세컨드 라이프에 이르기까지 삶의 보람과 일의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직원 한명 한명의 여유와 충실감을 위해 제공되는 각종 복리후생제도를 일컫는다. 세부적으로는 건강 만들기, 자금 만들기, 안심 만들기, 여유충실, 생활지원, 세컨드 라이프 등의 카테고리가 있다. 사원 각각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활용되도록 하는 게 기본구조다. 



ANA에겐 직원건강도 중요한 기업책임이다. 경쟁격화 이후 불가피한 건강악화에 직면하는 직원들을 위해 ANA는 ‘ANA 건강 프런티어 선언’을 내놓았다. 과로개선 등을 통한 직원건강 중시를 위해서다. 과로 및 스트레스 저감대책은 근무시간의 절대량을 줄이는 게 우선이다. 근본적인 원인제거다. 그 다음은 맞춤형 건강대책이다. 2002년 외부조사(협력조사)로 직원건강이 간과할 수 없는 수준임을 안 회사는 다양한 경감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2006년엔 이를 ‘ANA 건강 프런티어 선언’으로 명문화했다. 가령 2001년부터 2004년 건강진단 결과 건강관리 직원비율이 18.5%에서 23.0%로 증가하고 1인당 의료비도 9% 증가하자 회사는 직원 전원의 건강증진을 위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노조는 건강증진이 삶의 질(Quality of Life) 향상과 직결된다고 보고 경영진과 손을 잡았다. 생산성 향상과 의료비 증가억제의 목표도 물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