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나라’, ‘지구의 허파, 아마존’, ‘정열적인 삼바 댄스’. 브라질을 대표하는 상징들이다. 그러나 실제 모습은 다르다. 바로 ‘세계 8위 경제대국’이 브라질의 현주소다. 신흥 경제대국을 상징하는 브릭스(BRICs)의 일원으로,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브라질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4.7%의 견고한 성장세를 지속했다. 지난해에는 정부의 소비 및 투자 확대정책에 힘입어 7.6%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특히 2010년 상반기에 기록한 성장률 8.9%는 지난 1996년 이후 14년 만의 최고치였다. 브라질이 세계적인 금융위기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세로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룰라 정부의 저소득층 지원정책으로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내수시장이 대폭 확장됐기 때문이다. 브라질에선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 이상의 인구가 40%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신소비 계층은 앞으로도 내수 소비의 근간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오는 2019년까지 5%대의 경제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잠재력은 풍부한 농산물과 지하자원을 갖춘 자급자족 경제구조와 2억명에 달하는 거대한 소비시장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월드컵,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외국인 직접투자도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도 이유다.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는 485억달러에 육박했다. 브라질이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대 시장으로 발돋움할 날도 멀지 않았다. 그래서 브라질을 놓치고는 세계시장을 잡지 못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브라질이 ‘기회의 땅’으로 활짝 열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3일부터 8일까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맞짱을 뜨고 있는 한국 기업을 만났다.

월드컵 개최 앞두고 가전 소비 증가·건설시장도 호황 조짐

현대차·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기업들 선점 경쟁 나서

- 수십 년이 넘은 듯한 건물 뒤로 보이는 최신식 빌딩과 꽉 막힌 도로가 브라질 경제의 압축적인 성장을 보여준다.
- 수십 년이 넘은 듯한 건물 뒤로 보이는 최신식 빌딩과 꽉 막힌 도로가 브라질 경제의 압축적인 성장을 보여준다.

지난 10월3일 상파울루 과룰료스 공항에서 도심으로 들어가는 고속도로. 도로 주변은 우리나라의 1980 ~1990년대 풍경이다. 쓰러질듯 아슬아슬하게 버틴 조그만 주택들이 모인 슬럼가도 곳곳에 있었다. 도로 옆 하천에는 새까맣게 썩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시내에 들어서서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였다. 도로는 울퉁불퉁했다. 수십 년이 넘은 듯한 건물의 외벽에는 어지럽게 쓰인 낙서와 그림이 가득했다. 상파울루가 남미 최대의 도시라는 그들의 자부심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울의 강남에 해당하는 모룸비 지역에 들어서자 풍경이 확 바뀌었다. 최고급 쇼핑센터와 최첨단 빌딩이 가지런하게 들어서 있었다. 과거에서 현재로 시간을 뛰어넘는 급속한 성장이 한눈에 보였다.



이 지역에 있는 모룸비 쇼핑몰은 중상류층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하루 1만여명이 오가는 최고급 쇼핑센터다. 이곳 가전매장을 주름잡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한국 기업이다. 오랫동안 브라질 TV시장을 이끌던 필립스, 도시바, 소니 등을 멀리 따돌린 것은 물론 LCD·LED TV 등 첨단 TV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상파울루 인근에만 68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프리미엄 가전제품 유통업체인 FAST의 매장. 매장 출입구의 왼쪽 윈도에는 삼성전자의 TV가, 오른쪽에는 LG전자의 TV가 전시돼 있었다. 전시된 TV 10대 중 7대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이었다.



대부분의 신흥국과 마찬가지로 브라질 역시 ‘공사 중’이다. 미래에셋증권 브라질법인 인근의 주셀리누 쿠비체크. ‘상파울루 제2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이곳에는 언뜻 보기에도 7~8개의 건물이 세워지고 있었다. 공항에서 시내의 살바도르에 이르는 도로 주변에 빌딩 100여개가 들어서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현대종합상사는 현대중공업의 건설 중장비 2억달러어치를 브라질에 팔았다. 브라질이 한창 성장 중이라는 얘기다.



교통체증도 브라질 경제의 급성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출퇴근 시간은 물론 시간을 가리지 않고 시내 도로 곳곳은 극심한 정체현상을 보였다. 2003년 133만대가 팔리던 브라질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333만대로 늘었다. 2.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김두영 코트라 상파울루 무역관장은 “정부의 지원으로 중산층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자동차, TV 등의 내구재 소비가 급격히 증가했으며, 월드컵 등을 앞두고 인프라 투자에 나서면서 건설시장도 호황을 맞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면 브라질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고급가전매장 FAST의 메인 전시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TV(위) - LG전자의 마나우스 공장과 현지화로 인기를 끈 미니오디오.
- 고급가전매장 FAST의 메인 전시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TV(위)
- LG전자의 마나우스 공장과 현지화로 인기를 끈 미니오디오.

한국 기업 “가자, 브라질로”

브라질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 러시가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브라질 경제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커지는 내수시장을 잡고 메르코수르(남미 공동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서다. 브라질 정부도 제조, 부품 기술력이 뛰어난 제조업 중심의 한국 기업의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브라질에 대한 한국의 투자는 급격하게 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한국의 브라질에 대한 직접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했다. 2010년 1~7월 대브라질 한국 투자는 1억9400만달러인 데 반해 올해 같은 기간에는 무려 213%가 증가한 6억8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결과 지난해까지 브라질 투자국 21위에 머물렀던 우리나라는 올 1~7월까지의 누적투자 기준으로 10위로 부상했다.



김두영 무역관장은 “많은 한국 기업들이 브라질 현지에 공장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공장을 확대하고 투자도 계속 늘릴 계획”이라며 “브라질에 대한 관심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는 상파울루 북서쪽 삐라시카바 시에 연간 15만대의 자동차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민경환 현대자동차 브라질법인 부장은 “이미 기본공사를 마치고, 생산라인 설비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내년 말 완공은 문제없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함께 현대모비스도 브라질 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며, 중소 협력업체들도 인근에 부품공장을 짓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내년 말 공장을 완공하면 전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현재의 3%에서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브라질 전자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유럽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백색가전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다. 삼성전자는 상파울루 주 리메이라에, LG전자는 상파울루 주 빠울리니아에 제3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포스코와 함께 브라질 동북부 세아라 주 페셍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고 있다. 총 투자비만 40억달러에 달한다. 300만톤 규모의 1차 제철소 부지조성 공사가 이미 완료됐고, 원료와 제품을 실어 나를 대규모 항만건설이 한창이다.



조선업체들도 진출을 구체화하고 있다. 브라질 국영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브라스가 발주한 드릴십 건조사업에서 삼성중공업이 지분 10%를 갖고 있는 아틀란티코 수르가 이를 수주했다. 대형 심해유전 탐사 및 개발을 위해 28척의 드릴십 건조사업 가운데 1차 사업 중 7척을 건조하는 대형 조선 프로젝트다.



효성은 브라질 남부 조인빌레에 1억달러를 투자, 연산 1만톤 규모의 스판덱스 공장을 짓고 있다. LS전선도 브라질의 전력선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리우데자네이루 주의 헤젠지 지역에 전력선 공장을 짓고 있다.



‘금융 한류’ 바람도 불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에 나선 미래에셋증권 브라질 법인은 99개 현지 증권사 중 20위권에 들면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 1월 오픈한 WTS(웹트레이딩시스템)는 현지에서 처음으로 증권거래소의 실시간 호가를 반영해 증권업계에 신선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는 후문이다.



최근에는 우리은행이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우리은행은 브라질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금융을 시작으로 5년 안에 소매금융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박노석 우리은행 상파울루 사무소 차장은 “브라질 은행에서 창구 서비스를 이용하면 30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고 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우리나라 은행의 신속한 서비스와 선진 기법이 브라질에서 먹힐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내 종합상사들도 브라질에 거점을 마련하고 중남미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 현대종합상사, LG상사, 대우인터내셔널, 한화 등이 브라질에 지사를 두고 건설 및 조선 분야의 중장비 수출, 자원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현대종합상사는 1만ha 규모의 친환경 농지에서 콩을 생산할 계획이다.



김기섭 현대종합상사 상파울루 지사장은 “자원이 풍부하고 아직 개발의 여지가 많은 남미 국가들이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들에서 인프라 건설, 자원개발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두영 코트라 상파울루 무역관장은 브라질 시장을 놓치고는 세계 시장을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 김두영 코트라 상파울루 무역관장은 브라질 시장을 놓치고는 세계 시장을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무작정 진출보다 신중한 투자 필요

브라질의 산업구조는 세계적인 다국적기업 진출로 고도화돼 있다. 폴크스바겐, GM 등의 현지투자는 50년을 넘는다. 이들은 현지 조립생산을 통해 브라질과 남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또 소수 대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조다. 석유화학 시장은 페트로브라스 등 2개 기업이, 유통시장은 팡 데 아수카르 등 2∼3개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자동차시장은 피아트·폴크스바겐·GM·포드가 시장의 80%를, 가전 시장은 삼성전자·LG전자가 장악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과 부품산업은 취약하다. 브라질 정부의 고이자율 정책과 중소기업 정책 부재 탓이다. 하지만 1998년 브라질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어 중소기업과 부품산업 등의 성장 전망이 밝다. 한국 기업들에겐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은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에 속한다. 이른바 ‘브라질 코스트’로 불리는 높은 세금과 규제 장벽, 치솟는 물가와 치안 부재, 엄청난 물류비용 때문이다.



우선 브라질은 자국 산업보호를 위한 관세, 세금 장벽이 높다. 국내 시장보호 차원에서 수입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물린다. 세금 종류는 50가지가 넘고 세율이 높아 가격인상 요인이 된다. 브라질 기업의 세금부담은 연간 매출액의 34.5%에 달한다. 세제 역시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뀐다. 까다롭고 장기간 진행되는 각종 규제도 투자를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현지에서 법인을 설립하는 데 적어도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는 것이 한국 주재원들의 설명이다.



물류비용도 골칫거리다. 도로와 철도 등의 인프라는 거의 100년 전의 것을 그대로 쓰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의 공장이 있는 마나우스에서 상파울루까지의 거리는 2700㎞. 아마존강과 대서양을 거쳐 뱃길로 오면 24~25일이 걸린다. 철도 인프라가 부족하고, 도로 사정이 열악해 트럭 운전사 2명이 번갈아가며 꼬박 달려도 일주일이 걸릴 정도다. 그나마 한 달에 한두 번꼴로 무장강도에 털리기도 한다. 현지 주재원이 방탄차를 타고 다녀야 할 정도로 치안은 불안하다.



변동성이 큰 환율과 높은 물가도 걸림돌이다. 무역수지 흑자, 외국인 투자 확대, 주식시장의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확대로 인해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의 강세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헤알화 가치는 2009년 이후 달러화 대비 36%나 올랐다. 



헤알화가 급등하면서 물가도 치솟고 있다. 모룸비 쇼핑몰 내의 맥도널드에서 파는 빅맥 가격은 15.5헤알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만1000원가량이다. 우리나라에서보다 약 2배 비싸다. 자동차 타이어 하나의 가격도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상파울루의 물가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뉴욕이나 런던을 넘어섰다.



아파트 가격도 2008년 이후 두 배 이상 뛰었다. 최근 상파울루에 부임한 한 주재원은 살 만한 아파트의 월세가 400만원에서 600만원에 달한다며 그나마 그런 집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브라질에 속속 진출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로 인해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저렴한 가격과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무섭게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재봉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 중소기업인 썬스타의 임상 지사장은 “브라질은 중소기업에게도 기회의 땅”이라며 “브라질의 국내 제조업이 열악하기 때문에 한국 기술 정도면 어떤 아이템이라도 경쟁력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높은 세금 장벽과 규제 등으로 인해 수익창출은 고사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만 3년 정도가 걸립니다. 규모를 갖춘 대기업은 큰 문제가 없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무작정 공장을 짓기보다는 단계적이며 신중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은 앞으로 한국에 더욱 중요한 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에너지 자원을 비롯해 광물·농산물 등이 풍부해 활용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김두영 무역관장은 “대규모 국책사업과 심해유전 등 활발한 자원 개발 등으로 브라질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이제는 브라질 시장을 놓치고는 세계 시장을 잡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인 기업 성공사례   박영무 유니코바 회장

“친구 따라 이민…농사, 봉제업 거쳐 

 전자제품 생산해 2000억원 법니다”

브라질 한인 기업 중 최대 기업으로 유니코바가 꼽힌다. 1973년 설립된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억8000만달러. 전자부품 조립업체로 출발해 지금은 3개의 공장에서 셋톱박스, 배터리, LED 등 다양한 제품을 조립해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박영무(67) 회장이 브라질에 온 것은 대학교 2학년이었던 1966년. 여자 친구가 가족과 함께 브라질로 이민을 간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망설임 없이 가방을 꾸렸다. 아무런 준비도 없었다.



“농업 이민이었던 것만 알았어요. 막상 도착해보니 4만㎡(1만2000여평)의 황무지가 기다리고 있더군요. 맨손으로 비탈진 황무지를 깎아, 3만㎡(9000여평)의 양계장을 만들었어요. 고생은 이루 말로 못할 정도죠. 아는 것도 없었고, 전염병이 도는데 속수무책이었죠. 1년 정도 했나. 결국 실패했죠.”



그다음 한 일은 봉제업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한인들이 봉제나 의류사업으로 돈을 벌던 때였다. 봉제 역시 그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저 죽어라 일만 했다. 월 50만~60만달러를 벌었다. 3년 정도 돈을 모은 그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다.



“봉제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긴 했지만 좀 더 도전적인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때 마침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유행이었는데, 그걸 하면 되겠다 싶었죠.”



그는 한국에서 부품을 들여와 브라질 제조업체에 팔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전자강국이었던 일본이 장악하고 있었다. 어느 제조업체도 한국산 부품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만나줄 때까지 찾아갔죠. 처음에는 문 앞에서 쫓겨났는데, 한 10번 찾아가니까 얼굴을 볼 수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소량으로 납품하다 점차 규모를 확대해나갔죠.”



‘거머리’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그때였다. 한번 붙으면 절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아예 경쟁사인 일본 업체에도 부품을 공급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이러한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정신이 성공비결인 것은 물론이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1980년대 한눈을 팔다 추락하기도 했다. “한국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던 운동화를 수입해 판매했어요. 여기서도 운동화 한 켤레 갖는 게 꿈이던 시절이었죠.”



1년 정도 사업이 잘나갔다. 이때다 싶어 사업을 확장했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나이키와 같은 고급 브랜드와 경쟁하기에는 인지도가 턱없이 낮았고, 저가브랜드와는 가격경쟁을 할 수 없었다. 완제품을 수입해 팔다보니 트렌드를 맞추기도 힘들었다.



“아주 쫄딱 망했죠. 하지만 많이 배웠어요. 그 후로는 다른 데 한눈 팔지 않았어요. 그리고 독자 브랜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죠. 그래서 부품은 글로벌 소싱을 통해 조달하고, 이를 조립해 자체 브랜드로 키우기 시작했어요.”



유니코바가 생산하는 각종 제품들은 LG전자를 비롯해 모토로라, 필립스, 소니 등에 공급되고 있다. 그는 “대부분 한인들이 봉제업으로 돈을 벌었기 때문에 이민 2세들도 자연스럽게 봉제나 의류, 패션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2세들도 이제는 새로운 비즈니스에서 기회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위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한국 기업인이 보기에는 현지인들의 업무가 어찌 보면 답답할 정도로 느릴 겁니다. 하지만 이들을 그렇게만 보면 브라질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어요. 현지인들의 문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솔선수범하면서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정말 일을 잘합니다.”

 

 

프런티어 한국기업① - 삼성전자

휴대폰·TV 판매 거침없이 질주

   

제3공장 건설 백색가전 ‘도전장’

상파울루의 최고급 쇼핑센터인 모룸비 쇼핑몰의 삼성전자 브랜드숍. 삼성전자가 브라질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이 전시된 매장이다. 머리가 희끗한 한 노신사가 전시된 제품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삼성 마니아라고 밝힌 그는 삼성 휴대전화를 꺼내 보여주며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TV, 홈시어터, 블루레이 플레이어 등이 모두 삼성제품이라고 했다. 그는 “새로운 신제품이 나왔는지 보러 왔다”며 “전자분야에서는 삼성을 따라올 제품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브라질 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현지화 덕분이다. 모든 업무는 현지 인력에 의해 움직인다. 또 한국 본사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브라질인 이사와 한국인 이사가 2인 1조를 이뤄 업무를 관리한다. 지방의 거래선을 방문할 때는 현지 유통업체 사장의 자택에서 숙박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장방문은 한 달에 2~3차례 이뤄진다. 기술혁신도 성공비결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브라질 최초로 LED TV를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약 1년간 이 분야를 독점했다.

- 모룸비 쇼핑몰의 삼성전자 브랜드 숍. 삼성전자의 모든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다.
- 모룸비 쇼핑몰의 삼성전자 브랜드 숍. 삼성전자의 모든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다.

브라질에서 중남미 시장 총괄

상파울루에 있는 삼성전자 중남미 총괄은 멕시코 이남의 국가 전체를 관할한다. 섬나라를 포함해 무려 50여 개국이다.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콜롬비아, 파나마 등에 7개 법인과 5개 지사, 2개의 공장, 1개의 연구소를 두고 있다. 중남미 전체 직원은 9000여명에 달한다. 이 중에서도 삼성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시장이 바로 브라질이다.



1995년 브라질에 진출한 삼성전자는 경제위기가 한창이었던 1999년 브라질에서 철수했다. 그러다가 지난 2005년 브라질을 다시 찾았다. 선진국 시장이 정체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중남미·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브라질을 방문한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제 성장 잠재력이 있는 곳은 아프리카와 중남미밖에 없다”며 “특히 중남미 시장에서는 3년 내 2배 이상 성장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1994년 설립된 마나우스 공장에서는 TV와 모니터가 각각 350만대, 카메라는 200만대가량 생산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중남미 전체 공장 중 최대 규모다. 2004년 세워진 깜피나스 공장에서는 월 150만대의 휴대전화를 비롯해 프린터, 노트북 등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브라질에서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브라질에서 벌어들인 돈은 4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년대비 5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삼성의 중남미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휴대전화에서 노키아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으며, LCD·LED TV 등도 경쟁사를 앞질렀다. 이외에도 모니터, 블루레이 플레이어, 홈시어터, HDD 등에서는 몇 년째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초 출시한 노트북은 올 7월 기존 1위 업체인 HP를 추월했다.



브라질 TV시장의 성장속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2009년 이후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TV 판매량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특히 저가형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수요가 옮겨가면서, LED TV의 경우 올해 전년대비 2~3배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안경민 중남미 총괄 부장은 “삼성전자는 브라질에서 500만원 이상 하는 3D LED TV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LED TV 비중을 50∼6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의 위상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8년 말까지만 해도 노키아, 모토로라 등에 이어 4위에 머물렀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브라질 휴대폰시장에서 수량과 매출에서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은 32%로, 매출액에선 2위인 노키아보다 12%포인트 앞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앞세워 휴대전화 부문의 매출을 35%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적극적인 현지 마케팅에 나선다. 브라질 최대 전자 유통업체인 뽄투 프리우나 FAST 등과 제휴를 확대해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삼성 브랜드를 최대한 노출시킨다는 계획이다. 안경민 부장은 “매주 주말이면 제품전시에 문제가 없는지를 챙기기 위해 상파울루 시내 대형 가전매장을 둘러보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고 말했다.



또 브라질 케이블방송사와도 전략적인 제휴를 맺어 삼성 TV를 구입하면 유료방송을 무료로 제공하는 공동마케팅도 이어간다. 특히 축구에 열광하는 브라질 정서에 맞게 청소년 축구팀을 후원하는 등 스포츠 마케팅도 강화한다.

백색가전 생산하는 제3공장 건설

투자도 크게 늘린다. 삼성전자는 기존 생산거점인 마나우스, 깜피나스 공장 등에 지난해 1억달러 이상 쏟아부었다. 지난해 마나우스 공단 내 최적의 입지인 삼성SDI 공장 부지로 생산라인을 이전·증설했으며, 휴대전화 생산라인도 새로 만들었다. 또 에어컨 공장도 세웠다. 휴대전화를 주로 생산하는 깜피나스 공장엔 노트북PC 라인을 증설, 지난해 4월부터 생산 중이다.



월풀, GE 등 해외브랜드가 선점하고 있는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 생산라인을 신설한다. 상파울루 주 리메이라에 들어서게 될 생활가전 공장에서는 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생산하게 된다. 2013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투자규모는 2억~3억달러에 이른다. 브라질 현지에서 생산하게 되면 냉장고 등의 가격이 현재보다 30% 정도 낮아지기 때문에 시장공략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런티어 한국기업② - 현대자동차

“윤다이~디자인·기술 따봉!”

    

 15만대 양산공장 내년 준공

- 현대차를 수입·판매하는 까오아의 딜러 매장.
- 현대차를 수입·판매하는 까오아의 딜러 매장.

상파울루의 시내도로는 좁고 울퉁불퉁하다. 좁은 도로에 1차선은 버스전용차선이고, 1차선과 2차선 사이에는 오토바이가 씽씽 달렸다. 대형차는 주차할 곳도 마땅찮다. 브라질 자동차 시장이 소형차 중심인 이유다. 브라질서 가장 인기 있는 차는 한국의 베르나·액센트급의 소형차 모델이다. 브라질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한국 모닝급의 경차에서부터 아반떼급 차량(1.5ℓ)의 시장점유율을 모두 합치면 70%가 넘는다.



현대차는 브라질에서 ‘프리미엄’ 자동차로 인식되고 있다. 상파울루에서 가장 큰 공원인 이비라뿌에라공원 인근의 현대차 딜러. 현대차를 수입, 판매하는 까오아가 보유한 200개의 현대차 딜러 중 한 곳으로, 월 판매량은 400대가량이다.



이곳에서 만난 까오아의 판매담당 매니저인 페레라 에헤라씨는 “현대차의 품질, 디자인, 5년 보증프로그램에 대한 고객만족도가 높다”며 “고객들이 자동차를 가격으로만 보지 않고 기술, 디자인 등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4~5년 전부터 현대차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기차종은 i30. 지난해 동급 차량 가운데 20%의 판매 비중을 기록하며 쟁쟁한 유럽과 일본 자동차를 제치고 1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에헤라씨는 “피아트나 폴크스바겐보다 품질도 좋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편의장치를 갖추고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좀 더 좋은 차를 가지려는 소형차 고객에서부터 평상시 사용할 수 있는 ‘세컨드카’가 필요한 대형차 고객까지 고객층이 다양하고 두텁다”고 말했다. 그는 i30을 찾는 고객들의 연령대도 20대 젊은 층부터 60대 고객까지 폭넓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이같은 브랜드 인지도에 현지화 전략을 결합, 브라질 톱5 안에 드는 메이커로 부상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K-팝 등 한국문화와 기술 혁신을 주제로 한 마케팅도 계획하고 있다.



브라질에서 수입차 가격은 엄청나다. 성공한 사람의 상징으로 통하며 브라질에서 SUV 바람을 일으킨 신형 투싼(ix35)의 가격은 8만~11만5000헤알. 우리 돈으로 5300만~7500만원가량 된다. 신형 쏘나타 값은 한화로 ‘1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미친 차값’은 세금 때문이다. 관세를 포함해 연방정부, 주정부가 붙이는 판매세, 부가세 등을 합치면 수입차값의 50~70%가 세금이다. 현대차를 비롯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현지공장을 설립해 현지생산, 현지판매 전략을 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는 내년 말이면 15만대 양산체제를 갖춘 브라질 공장이 완공된다. 이 공장에서 생산할 차종은 소형차급 해치백 모델(프로젝트명 HB)이다. 에탄올과 휘발유 혼합연료를 쓰는 첫 차종으로 브라질에서만 시판된다. 소형차 중심의 브라질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 까오아의 현대차 판매담당 매니저인 페레라 에헤라씨.
- 까오아의 현대차 판매담당 매니저인 페레라 에헤라씨.

위협적인 중국 자동차 업체의 추격

올해 브라질 자동차 판매량은 350만대로 전망된다. 지난해에는 333만대가 판매돼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 판매량을 기록했다. 2015년에는 500만대를 기록하며 일본을 넘어서 세계 3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이 때문에 브라질은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대격돌 현장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시장점유율 1, 2위 회사는 이탈리아 피아트와 독일의 폭스바겐이다.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44%에 육박한다. 경차·소형차 위주의 자동차 문화와 유럽풍의 도로환경이 유럽 메이커들이 강세를 보이는 배경이다.



이외 미국의 GM, 포드가 3, 4위에, 프랑스 르노가 5위에, 일본 혼다가 6위에 포진해 있다. 현대, 기아차는 지난해 각각 10만6018대, 5만4461대를 팔아 7위, 11위에 랭크됐다.



현대차는 올해 혼다를 제치고 6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혼다는 지난해 판매량에서 2만대가량 현대차를 앞섰지만, 올 9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에서는 현대차에 1만대 정도 뒤진 상태다.



이에 따라 유럽,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시장 수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4년까지 피아트는 58억달러, 폴크스바겐은 35억달러를 각각 투자해 현지공장 생산 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업체들도 공장 신설이나 증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미 2개의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도요타는 제3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며, 혼다는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보다 위협적인 상대는 중국 자동차 업체다. 최근 1~2년 사이 브라질에 진출한 중국 자동차 브랜드는 8개에 달한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6개월 만에 시장점유율 1%를 기록할 정도로 매섭게 추격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업체 JAC는 지난해 브라질 최대 판매회사인 SHC사와 손잡고 2020년까지 브라질에서 62만대 판매 목표를 세웠다. 아예 현지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업체도 있다. 체리자동차는 상파울루 북쪽 자카레이에 7억달러를 들여 연 15만대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 중이다. 2013년 공장이 완공되면 2년 내 시장점유율을 3%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비야드(BYD), 리판, 장안, 하페이, 장화이 등 다른 중국차들도 현재 브라질 현지공장 설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민호 현대차 브라질법인 이사는 “월드컵과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급성장하는 브라질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일본을 압도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프런티어 한국기업③ - LG전자

‘엘리제’로 불리며 국민 브랜드화

  

“제2의 내수시장으로 만들겠다”

LG는 브라질에서 ‘엘리제’로 불리며 국민 브랜드로 통한다. LG전자를 브라질 기업으로 알고 있는 현지인도 많다. LG전자는 올해 브라질 시장에서 TV 29%, 모니터 33%, 오디오 31%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01년 3억달러였던 LG전자의 브라질 매출은 2010년 30억달러로 9년 새 10배가 늘어났다. 올해 브라질 시장 매출은 35억달러 이상을 목표하고 있다.



LG가 국민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었던 것은 브라질 경제위기를 버텨낸 덕분이다. LG전자가 브라질 시장에 진출한 것은 1995년. 4년 만인 1999년 브라질에 경제위기가 닥쳤다.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경쟁사들이 브라질을 떠났다. 하지만 LG전자는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견뎌냈다. 이같은 10여 년의 끈질긴 노력이 LG전자를 TV, 모니터, 오디오 등 주요 가전시장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이다.



스포츠 마케팅도 LG전자 브랜드 인지도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LG전자는 2001년부터 9년간 프로축구팀 상파울루FC를 후원했다. 선수 유니폼에는 LG로고를, 경기장 전광판과 내외부 등 눈에 잘 띄는 곳에 광고판을 설치했다. 9년 동안 브라질 사람들의 머릿속을 파고든 것이다.



지난 7월에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축구대회 코파아메리카에서 전자 모바일 분야 공식 스폰서로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중남미 월드컵’으로 불리는 코파아메리카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멕시코 등이 참가하는 대회로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50억명이 시청하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다. 코파아메리카 후원으로 최소 1억5000만달러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LG전자가 중남미 시장에 특화한 미니 오디오 사례에서도 성공요인을 찾을 수 있다.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시장, 특히 미니 오디오 제품군에서는 일본의 소니가 확고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LG전자가 소비자 조사에 기반한 지역특화 제품 개발을 통해 소니를 제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호 LG전자 중남미지역 대표 겸 브라질 법인장(전무)은 “중남미 소비자들은 전형적인 라틴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며 “파티를 선호하고 음악적으로도 강한 사운드를 추구하는데, LG전자는 이러한 특징을 제품에 적극 반영했다”고 말했다.



강한 사운드를 기본 적용하고, 라틴 특유의 음악장르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음장을 모드화했다. 또 곡과 곡 사이의 공백을 없애주는 기능을 미니 오디오 제품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LG전자는 미니 오디오의 이러한 사운드를 소비자들에게 직접 들려주기 위해 대형 버스를 개조한 이동 제품체험존을 도시 곳곳에 침투시켜 체험 마케팅을 전개했다.



이러한 전략은 적중했다. 기존 20%포인트였던 소니와의 격차는 2009년 상반기 제품 출시 이후 줄어들기 시작했고, 2010년 1분기에는 소니를 11%포인트 앞섰다. 이호 전무는 “올해에는 3세대 지역 특화 신모델을 통해 1위 자리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1995년 설립한 마나우스 공장에서는 연간 TV 420만대, DVD플레이어 160만대, 오디오 60만대, 에어컨 20만대 등이 생산된다. LG전자 브라질 공략의 전진기지인 이 공장은 17만2000㎡의 부지에 2600명이 근무한다. 1997년 설립된 상파울루 인근 따우바떼 공장에서는 휴대전화, 노트북, 모니터, 세탁기 등이 생산된다.

- 이호 LG전자 중남미지역 대표 겸 브라질 법인장.
- 이호 LG전자 중남미지역 대표 겸 브라질 법인장.

백색가전으로 재도약 발판 마련

LG전자는 올해 브라질 시장에서 다시 한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상파울루 인근 빠울리니아에 ‘제3의 생산거점’을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냉장고, 세탁기 등 LG전자가 경쟁력을 자랑하는 백색가전을 생산한다. 66만㎡(20만평) 부지의 제3공장에는 1억달러 정도가 투자된다. LG전자는 백색가전에 이어 2단계로 LED전구, 3단계로 태양에너지 집열판 생산공장을 단지 내에 건설할 계획이다. LG전자는 그동안 168개 시를 투자후보 지역으로 선정하고 각종 조사를 벌인 끝에 최대 소비도시인 상파울루에서 가까운 빠울리니아를 선택했다.



이호 전무는 “현지 생산공장에서 직접 냉장고, 세탁기 등을 만들어 미국, 유럽 메이커가 장악한 백색가전 시장에서 가격·품질 경쟁력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TV, 오디오, 에어컨 등을 만드는 최대 생산거점인 마나우스 공장에도 1억달러가량 투자한다. 300만대 규모의 LCD TV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월 15만대 규모의 LCD 모듈공장도 새로 짓는다. 따우바떼 공장의 휴대전화 생산라인은 월 200만대 규모로 강화한다. 일반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등 전략폰의 원활한 생산을 위한 부품 제조 및 생산라인 확충에 나섰다. 



LG전자의 마케팅전략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것이다. LED TV, 3D TV, 3D 모니터 등 하이엔드 제품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우선 3D TV와 스마트TV 등과 같은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의 라인업을 확대한다. 고급형 전자레인지, 드럼세탁기 등과 같은 백색가전도 프리미엄 모델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해 시장점유율을 더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호 전무는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현지 밀착형 마케팅을 전개해 국민 프리미엄 브랜드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투자를 더욱 확대하고 프리미엄 마케팅에 집중해 브라질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프런티어 한국기업④ - 미래에셋증권

영업개시 1년 안 돼 20위권 진입

   

“실시간 호가에 증권사 깜짝 놀라”

- 이만열 미래에셋증권 브라질 법인 대표.

- 이만열 미래에셋증권 브라질 법인 대표.

브라질 현지 증권사는 99개. 이 가운데 영업을 개시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20위권에 진입한 증권사가 있다. 바로 미래에셋증권 브라질법인이다. 미래에셋증권 브라질법인은 지난 2010년 8월, 브라질 중앙은행으로부터 종합증권사 설립 인가를 획득, 그해 11월 영업을 개시했다. 아시아 증권사 최초의 현지 진출이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업무)는 물론 IB(투자은행)업무와 자기매매(딜링)에 이르는 종합증권사 업무를 수행 중이다. 현재 브라질법인의 고객은 4000여명으로, 이들이 맡긴 자산은 6000만헤알(400억원가량)이다.



브라질은 미래에셋이 오랜 기간 중국·인도 등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면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수년 동안 관심을 가지고 검토한 후 확신을 가지고 진출한 지역이다.



미래에셋은 2007년 4명으로 시장조사단을 구성해 브라질 증권시장 조사를 했으며, 박현주 회장도 여러 차례 브라질을 방문해 금융계 고위급 인사들을 만나며 기반을 다졌다. 증권사를 설립하기 전인 2009년부터는 TV 광고를 내보내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1월에는 웹트레이딩시스템(WTS)을 오픈하고 현지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WTS는 오픈되자마자 브라질 증권시장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켰다. 이 시스템에는 브라질 거래소의 호가가 실시간으로 반영되는데 이는 현지 증권사들 중 유일하다.



이만열 미래에셋증권 브라질법인 대표는 “한국에서는 실시간 호가 반영은 놀랄 일도 아닌데 브라질 현지 증권사들은 굉장히 놀라워했다”며 “한국의 앞선 IT기술과 자본시장에서의 노하우를 통해 브로커리지 시장에서도 계속해서 입지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증권시장(시가총액 1조5000억달러)은 우리나라 증시(약 1조2000억달러)보다 약간 크다. 하지만 주식 직접투자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는 그리 많지 않다. 브라질 인구는 2억명 정도지만, 개인 주식계좌는 50만여개에 불과하다. 주식 투자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낮다는 의미다. 이는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브라질에서는 기준금리가 12%로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식투자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향후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식투자 인구도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에셋은 브라질에서 좋은 자산 발굴을 통해 국내 투자자들에게 폭넓은 투자의 대안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5월 업계최초로 출시한 비과세 브라질국채에 투자하는 월지급식 상품은 현재 5000억원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국내 유일의 브라질법인과 한국본사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 있는 자산관리 상품을 국내 투자자들에게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미래에셋은 앞으로 한국에 브라질의 투자상품을 선보이는 것에 주력할 계획이다. 최근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과 철광석 기업 그리고 발전소 건설과 심해유전 개발 등 몇 개의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고 이 대표는 귀띔했다.

 

프런티어 한국기업⑤ - 썬스타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의류 대부분 

    

 우리 회사 봉제기 거칩니다”

- 임상 지사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직원들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 임상 지사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직원들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상파울루의 코리아타운인 봉헤치루 인근 호세 파울리우. 이곳의 고급 의류매장은 대부분 한인이 운영하고 있다. 브라질에 정착한 한인들이 주로 한 사업이 바로 섬유업, 특히 봉제업이다. 지금은 5만명가량의 전체 교민 가운데 70%가 의류업에 종사하면서 브라질 여성의류시장의 30%, 중저가 의류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다. 한국 교민이 운영하는 봉제 및 의류업체는 2000여개에 달한다.



봉헤치루에서 5분 거리인 후아다 그라싸. 유럽, 일본, 중국의 재봉기 업체들이 거리를 따라 죽 늘어서 있었다. 여기서 가장 잘나가는 업체는 한국 중소기업인 썬스타다. 썬스타는 브라질의 공업용 재봉기 시장의 20%, 자수기 시장의 35%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브라질에서 박음질돼 나오는 제품의 대부분이 썬스타의 봉제기와 자수기를 거친다는 얘기다. 전 세계 5위 규모인 브라질의 봉제산업이 한국 중소기업 제품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썬스타가 브라질 지사를 설립한 것은 지난 2005년. 1990년대 중반부터 대리점을 통해 봉제기를 수출하던 썬스타는 시장이 급성장하자 지사를 설립한 것이다. 첫해 600만달러였던 매출은 지난해 3000만달러로 급팽창했다. 5년 동안 5배 성장한 셈이다. 임상 지사장은 “지사 설립 초기만 해도 유럽과 일본산 재봉기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이제 그 자리를 썬스타 제품이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비결은 발로 뛴 영업 덕분. 임 지사장은 “설립 후 첫 2년 동안 봉제공장을 찾아 브라질 전역을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몇 번 비행기가 추락할 뻔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비행공포증이 생겼을 정도다. 지방의 호텔 시설이 너무 열악해 가져간 생수로 샤워를 하기도 했다.



“하루에 많게는 3개의 공장을 방문했어요. 그렇게 3개월을 현장에서 뛰었는데도, 성과가 나지 않더군요. 직거래보다는 유통 네트워크를 갖추는 게 관건이었어요. 그래서 지방의 봉제단지별로 딜러를 따로 두고 영업을 했죠.”



대형 거래처는 지방의 딜러와 같이 영업을 하는 등 거래선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유통구조를 구축했다. 또 A/S 역량을 높이는 데도 힘을 썼다. 거래선 영업사원이나 기술자를 대상으로 연 10회 이상 기술세미나를 개최하고, A/S 의뢰가 들어오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주문량도 쑥쑥 늘어났다.



봉제산업에서도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압박이 거세다. 하지만 아직은 기술 격차가 크다는 것이 임 지사장의 판단이다. 산업용 재봉기는 자동차 엔진에 버금가는 정밀도를 요하는 제품이다. 특히 썬스타는 컴퓨터로 제어되는 전자식 재봉기 분야에서는 거의 독보적이다. 썬스타가 생산하는 전자재봉기의 경우 한 대 가격이 3만헤알에 달한다. 거의 소형차 한 대 값이다.



임 지사장은 “일반 재봉기의 경우 중국 업체들이 많이 쫓아왔지만 컴퓨터로 정밀 제어되는 재봉기 기술은 유럽이나 일본 업체들도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며 “특수 봉제공장이나 초대형 공장 등에 대한 영업에 적극 나서 판매량을 더욱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