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는 다른 카드사들처럼 트렌드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상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알파벳과 숫자, 그리고 컬러를 이용해 체계적인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각 상품의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래서 현대카드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진화한다고들 한다. 최근에는 복잡한 조건 없이 무조건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현대카드ZERO’를 내놓았다.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상품 역시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에 따른 것이다. 현대카드의 브랜드 스토리를 살펴본다.

알파벳·숫자·컬러로 포트폴리오 구성

   

‘ZERO’카드로 새 브랜드 전략 스타트

- 현대카드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각 상품의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지난해 10월 26일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사옥에서 새로 선보인 플래티넘3 시리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현대카드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각 상품의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지난해 10월 26일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사옥에서 새로 선보인 플래티넘3 시리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알파벳 · 숫자 · 컬러로 말하다 

신용카드 사업은 금융업 중 가장 소매업 성격이 강한 분야로, 소비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쇼핑·통신·주유·교육 등 다양한 부문에서 많은 상품이 출시되고, 이 상품들의 변동 주기 또한 짧다. 한 카드사의 상품들임에도 각 상품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전체 상품을 아우르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상품 전략을 구사하는 카드사는 찾기 어렵다.



그런데 현대카드는 카드사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전체 상품의 체계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이 포트폴리오의 핵심은 알파벳과 숫자, 그리고 컬러다. 이 세 가지 요소의 근원적인 성격과 의미는 상품의 특징을 고객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2003년 출시된 현대카드M을 시작으로 구축된 알파벳 라인은 알파벳이 상징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특화 혜택을 의미하며, 전체 상품 포트폴리오의 가로축을 형성한다. 현대카드O는 Oil(오일)의 약자로 주유 할인 혜택을, 현대카드T는 Travel(트래블)의 약자로 여행 특화 혜택을 제공하는 식이다.



숫자는 카드가 제공하는 혜택의 수준을 상징하는 것으로, 상품 포트폴리오 세로축의 기준이 된다. 알파벳 카드 위에는 플래티넘2시리즈가, 플래티넘2시리즈 위에는 플래티넘3시리즈가 위치하는 식이다. 숫자가 커질수록 혜택도 많아진다. 예를 들어 현대카드M에 일반적인 포인트 적립률이 적용된다면 현대카드M2는 매월 100만원 이상 사용 시 추가 1만M포인트 적립혜택이, 현대카드M3는 상시 M포인트 2배 적립혜택이 제공된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11월 현대카드 플래티넘3시리즈 출시와 함께 본격적으로 숫자를 상품 포트폴리오에 도입했다.



컬러는 지난 2005년 국내 최초로 출시된 VVIP카드인 블랙카드(the Black)의 출시와 함께 도입된 요소다. 블랙카드 이후 퍼플카드(the Purple)와 레드카드(the Red)가 추가로 출시됐고, 컬러는 현대카드의 VIP급 카드 이상 프리미엄 카드를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현대카드의 모든 상품은 이 세 가지 요소로 만들어진 브랜드 포트폴리오에 속해 있다.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시작, 현대카드M의 탄생 

현대카드는 지난 2001년말 다이너스 카드코리아를 인수하며 신용카드업에 진출했다. 그 당시 신용판매 취급액 점유율 1.8%라는 작은 외형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신생카드사로서 야심찬 출발을 했으나 창립 1년 만인 2003년 카드대란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현대카드는 양질의 회원을 모으기는커녕 자칫 잘못하면 ‘돌려 막기에 쓰이는 마지막 카드’로 전락할 수 있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혁신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이때 탄생한 것이 현대카드M이고, 본격적인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시작이 됐다. 2003년 1월 마케팅본부에 엑스칼리버 태스크포스팀이 구성됐다. ‘위기의 뿌리를 뽑자’, ‘날카로운 칼끝으로 돌파구를 만들고, 악조건 속에서도 카드업계의 왕이 되자’는 의미로 ‘엑스칼리버’로 이름 지은 이 팀은 첫 3개월은 오로지 자료조사와 분석에만 매달렸다.



분석에만 매달려 있던 어느 날, 누군가가 회의실 문을 두드리며 “여기가 태스크포스팀이 일하는 곳 맞나요?”라고 물었다. 손수 빼온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찾아온 사람은 바로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었다. 취임하기 직전이었던 정 사장은 “현대카드에 와서 회사 브리핑을 들어보니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곳이 여기인 것 같아서 왔다”고 말했다. 이어 “신상품은 전쟁을 수행하는 날카로운 칼이 돼야 한다. 건의나 애로사항이 있으면 양식에 구애받지 말고 이메일로 보고해 달라”고 했다. 정 사장을 취임식 전에 먼저 본 태스크포스팀원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날 저녁 필요한 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당장 보고했다. 정 사장의 약속대로 태스크포스팀에 가속도가 붙었다. 카드사의 유동성 위기로 금융시장이 어수선하던 2003년 5월, 카드업계 전반에 걸쳐 유동성 확보를 위한 디마케팅(자산축소)이 한창이었던 시기였다. 이때 현대카드는 고객과 시장에 대한 과학적 분석에 주력하고,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주력 상품인 ‘현대[M]카드’의 전면 개편이라는 역발상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이전까지 자동차 구입과 유지, 보수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에 관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동차 전문 신용카드라는 점을 강조했던 ‘현대[M]카드’는(그 당시 ‘M’은 Motor를 의미) 이후 브랜드를 ‘현대[M]카드’에서 ‘현대카드M’으로 바꾸고 카드 콘셉트도 자동차에서 벗어나 다중(Multiple)기능의 신용카드임을 강조하기로 결정했다.



소비패턴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면밀한 분석, 타깃의 세분화 작업을 통해 고객들의 모든 결제 행위에 대해 혜택을 부여할 때 고객의 로열티를 확보함과 동시에 그 카드를 고객의 주사용 카드로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대 적립처, 최고 적립률’로 대표되는 포인트 마케팅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여기에 현대·기아차 구입 시 최대 50만원까지 포인트로 선지급해주는 ‘세이브 포인트’ 제도를 개발해 최고의 혜택을 주는 카드를 개발하기로 한 것.



현대카드의 브랜드 전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초창기 가장 신경을 쓴 것이 메시지의 차별화다. 당시 다른 신용카드사들이 이미 확보된 회원들의 이탈을 막고 카드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유명 연예인을 기용, 정서적인 유대감 확보에 주력했다. 그러나 시장에 신규 진입한 현대카드M이 똑같은 전략을 쓸 수는 없었다. 현대카드는 현대카드만의 차별화된 혜택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현대카드M은 광고의 주인공으로 유명 모델이 아닌 카드 자체로 했고, 결과적으로 많은 고객들이 혜택 때문에 사용카드를 M으로 교체하게 됐다.



특히 현대카드M의 직접적인 메시지 광고는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등의 파격적인 광고 문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장안의 화제가 됐다. 지난 2007년 7월 국내 최초로 500만 회원을 돌파한 카드업계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현대카드M’은 광고 하나, 디자인 하나에도 이렇듯 심혈을 기울였다. 현대카드M은 단일카드 최초로 800만 회원을 돌파해 현재 820만 유효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일부 카드사의 전체 유효회원수를 넘어서는 수치다.



현대카드는 이처럼 카드사별 경쟁이 아니라 개별 브랜드별 경쟁으로 게임의 룰을 바꿈으로써 차별화를 시도했다. 2001년 출범해 선발주자들보다는 상당히 늦은 현대카드는 ‘기업’이 아닌 ‘상품’으로 승부를 시도했고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현대카드는 현대카드M을 시작으로 체계적인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서서히 구축해 갔다.

  시장의 룰을 바꾸다, ‘플래티넘3 시리즈’ 

흔히 현재 신용카드 시장은 포화상태라고 이야기한다. 경제활동인구 1인당 약 4.6장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사 간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회비를 면제해 주거나 형식적으로 최소한의 연회비만 청구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업계의 관행에 과학적인 마케팅을 통해 정면 도전, 빅 히트를 거둔 카드가 있다. 바로 지난해 11월 출시한 ‘현대카드 플래티넘(Platinum)3시리즈’다. 출시 4개월 만에 회원수 10만명 돌파, 1인당 평균 사용액 250만원 이상, 연체율 0.06% 등이 현대카드 플래티넘3시리즈가 일궈낸 성과다.



현대카드는 2009년 11월부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상품 포트폴리오와 국내 카드시장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연회비 3만원의 플래티넘 카드와 연회비 15만원의 레드카드(the Red) 사이에 그동안 간과한 새로운 시장과 고객층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다른 카드사들 중에도 이 시장에 주력 카드를 내놓은 카드사는 없었다.



하지만 고객조사에서 플래티넘급 고객들이 고품격 서비스를 선호한다는 시장의 통념과 달리,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혜택을 가장 원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현대카드는 바로 플래티넘 고객의 특성을 새롭게 정립하고, 본격적인 상품 개발에 착수했다.



현대카드는 기존 일반 알파벳 카드에, 연회비 3만원의 일반 플래티넘은 P2, 새롭게 출시되는 연회비 7만·10만원의 플래티넘 카드는 P3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했다. 그리고 새로운 플래티넘3(P3)시리즈 카드에는 알파벳(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실용적 혜택을 풍성하게 넣었다.



또한 카드 상품에 따라 개별 탑재되던 항공권 할인과 유명 호텔·레스토랑 등에서 제공되는 클럽서비스, 특급 호텔 발레파킹 등을 ‘현대카드 플래티넘 서비스’라는 확실한 하나의 플랫폼으로 구축했다. 산재돼 있던 프리미엄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선별·정리해 제공함으로써, 고객은 서비스를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현대카드는 향후 상품개발의 속도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그동안 광고나 디자인을 통해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마켓 리더(market leader)의 역할을 했던 것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해, 이젠 새로운 시장의 법칙을 만드는 룰 메이커(rule maker)가 된 것이다.

- 진화하는 현대카드의 브랜드 포트폴리오.
- 진화하는 현대카드의 브랜드 포트폴리오.

  ‘ZERO’로 브랜드 포트폴리오 완성 

지난 11월7일 현대카드는 새로운 개념의 할인 카드인 ‘현대카드ZERO’를 출시했다. 현대카드ZERO는 모든 가맹점에서 기본 할인율로는 업계 최고 수준인 0.7%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또 음식점이나 대형할인점, 편의점, 커피전문점, 버스·지하철·택시 등 생활 속에서 이용 빈도수가 높은 사용처에서 이 카드를 이용하면 0.5%의 추가 할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할부를 이용할 때는 모든 가맹점에서 2~3개월 무이자할부 서비스 역시 활용 가능하다.



그런데 현대카드ZERO의 모든 혜택에는 아무런 조건이 없다. 신용카드 할인 서비스에 으레 따라다니는 전월 얼마 이상 써야 한다는 실적 조건이나 하루에 몇 번, 한 달에 몇 번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제한조건을 찾아볼 수 없다. 이름 그대로 조건이 제로(ZERO)인 것. 또 할인 혜택이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온라인 쇼핑몰 같은 일부 가맹점에서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카드 사용처에서 말 그대로 쓴 만큼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신용카드 할인 혜택은 각종 제약 조건이 늘어나는 추세다. 수익성을 꼼꼼히 챙겨야 하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할인을 받기 위해 여러 가지를 따져봐야 하는 고객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또한 매월 카드 이용금액이 많아 전월 사용실적을 채우는 데 어려움이 없는 고객은 상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고객은 카드가 제공하는 할인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카드ZERO는 연회비 5000원의 대중적인 카드다. 때문에 프리미엄·카드에 비해 이용금액이 적은 회원들이 많을 가능성이 높고, 이 회원들에게 각종 제약조건은 더욱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그렇다면 카드사가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가장 쉽고 경제적인 할인 서비스는 무엇일까. 사용설명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이해할 수 있고, 조건 없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 현대카드가 고민 끝에 내놓은 답이 바로 현대카드ZERO다.



현대카드ZERO의 출시는 단순한 신상품 출시뿐 아니라, 현대카드 전체 상품 포트폴리오의 진화라는 측면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조건 없이 모든 가맹점에서 혜택을 제공한다는 핵심 테마로 제로(ZERO) 축을 새롭게 구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카드ZERO는 현대카드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완성물이자, 동시에 새로운 브랜드 전략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