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되는 ‘스카치위스키’는 전 세계 위스키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처음 위스키가 만들어진 것은 BC 3500년 중국에서 비롯된 증류 기술이 유럽 대륙을 거쳐 스코틀랜드로 전해지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소주처럼 무색의 액체를 그냥 마시거나 약초에 우려먹었다.
스카치위스키, 날개를 달다
현재 스카치위스키는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술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처음에는 몰래 산 속에 숨어 만들었던 시절도 있었다. 1706년 스코틀랜드를 합병한 영국 정부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위스키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자 당시 위스키 제조업자들이 스코틀랜드 북부지방(Highland)의 산속에 숨어 달빛 아래서 위스키를 만들었다. 제조업자들은 세관원들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석탄을 사용할 수 없어 피트(Peat)라고 불리는 이탄을 사용해 위스키를 만들었고, 조금씩 내다팔다가 남은 위스키는 당시 많이 마시던 셰리 와인 통에 담아뒀다. 한참 시간이 흘러 술을 팔기 위해 술통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풍미의 술이 나왔다. 투명한 액체가 호박색으로 변하고, 짙은 향취와 부드러운 맛의 술이 되었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스카치위스키에 숨겨진 탄생 배경이다.
스카치위스키는 원료에 따라 ‘몰트위스키(Malt Whisky)’, ‘그레인위스키(Grain Whisky)’, ‘블렌디드위스키(Blended Whisky)’로 구분된다. 몰트(Malt)는 보리에 싹을 틔워 만든 맥아를 의미한다. 초창기 위스키는 모두 몰트위스키였다. 하지만 보리 맥아를 사용하는 몰트위스키는 대량 생산이 불가능했다. 결국 밀과 옥수수 등 곡류를 사용한 그레인위스키를 개발하게 됐다. 블렌디드위스키는 이 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를 섞어 만드는 위스키다. 대량생산이 가능했던 블렌디드위스키로 인해 1900년대 초에는 블렌디드가 위스키의 동의어로 쓰이며, 스코틀랜드의 토속주였던 위스키가 세계적인 주류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싱글몰트위스키의 부활
블렌디드위스키에 섞는 몰트 원액에 불과하던 몰트위스키가 부활한 것은 1960년대다. 스코틀랜드 토종 주류업체 ‘윌리엄그랜트앤선즈’가 하일랜드 지역에서 명맥만 이어가던 몰트위스키 ‘글렌피딕(Glenfiddich)’을 공식 제품화해 세상에 내놓은 것. 싱글몰트위스키는 단일 증류소에서 나는 몰트위스키를 부르는 말로, 1963년 윌리엄그랜트앤선즈가 처음으로 사용한 이후, 몰트위스키를 통칭하는 용어가 됐다.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Speyside) 지역은 위스키 순례자들이 반드시 한 번쯤은 거쳐 간다는 위스키의 성지다.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가 발달한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유럽에서 흔하게 자라는 포도가 이곳에서는 좀처럼 자라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 그래서 와인 문화가 발달하기보다는 산악 지역과 협곡을 중심으로 펼쳐진 보리와 밀이 이들에게는 주요한 재료가 되었고, 15세기께에 증류 기술을 받아들인 후 더욱 발전시킨 것이다. 스코틀랜드 북단에 맑게 흐르는 스페이 강과 그 주변을 지칭하는 스페이사이드 지역의 중심부 더프타운에서 세계 판매 No.1 싱글몰트위스키 글렌피딕의 역사가 시작됐다.
설립자의 가족이 운영하는 스카치위스키 증류소는 그리 많지 않다.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에서 탄생한 윌리엄그랜트앤선즈가 싱글몰트위스키 글렌피딕과 발베니를 최고급 품질로 유지하는 비법은 바로 5대째 이어 내려온 가족경영체제에 있다. 한 증류소에 매니저로 근무하며 최고의 위스키를 제조하고자 했던 윌리엄그랜트.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1886년 가을, 100파운드 가량의 연봉을 모아 스코틀랜드의 하이랜드 지방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는 피딕(Fiddich)강 근처 스페이사이드 땅을 구입했다. 이곳에서 아내와 일곱 명의 아들, 두 딸 등 온 가족이 직접 땅을 파고 돌을 옮겨 글렌피딕 증류소를 그들의 손으로 세웠고, 1887년 크리스마스에 마침내 글렌피딕 첫 증류액이 생산됐다.
‘글렌(Glen)’은 켈트어로 계곡이며 사슴을 뜻하는 ‘피딕’, 즉 ‘글렌피딕’이란 ‘사슴 계곡, 사슴이 있는 계곡’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수사슴의 머리를 이용한 로고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 로고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로고 중 하나가 됐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는 1887년 첫 증류 이래로 지금까지 전통적인 생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원액 숙성통인 오크통을 만드는 제작 기술자부터 증류, 숙성, 병입의 전 과정을 책임지는 몰트 마스터까지 수십명의 전문가들이 장인정신에 입각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글렌피딕을 생산하고 있다. 윌리엄그랜트 가문은 지금까지 5세대에 걸쳐 차곡차곡 그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세계 3대 종합 주류회사로 성장했으며, 글렌피딕은 싱글몰트위스키의 대명사가 됐다.

- 글렌피딕 12년산.
Tip. 위스키 풍미의 근원
위스키 향, 천사가 좌우한다?
같은 재료를 써서 같은 방식으로 제조하면 맛도 비슷해야 한다. 하지만 싱글몰트는 증류소와 브랜드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1차적으로 맛을 좌우하는 요소는 오크통이다. 투명한 위스키 원액이 호박 빛으로 변하는 것은 오크통에서 참나무 진액과 섞이기 때문.
몰트 중 한 오크통에 있던 위스키를 다른 것과 섞지 않고 병에 넣은 것을 싱글 캐스크(single cask)라 한다. 하지만 싱글 캐스크는 그리 많지 않고 대부분 여러 오크통의 원액을 섞게 되는데 한 양조장의 원액만 섞으면 싱글 몰트, 여러 양조장의 원액을 섞으면 블렌디드 몰트라 부른다. 어떤 오크통의 원액을 어떤 비율로 섞느냐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 와인의 빈티지가 포도가 생산된 해의 특징이라면 몰트의 빈티지는 숙성의 시간을 담아낸 것이다. 계절에 따라 오크통이 원액에 젖었다 마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오크통에선 매년 2%씩 원액이 사라진다. 이 시간 동안 오크통은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며 맛과 향과 색을 변화시킨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이를 숙성창고를 지키는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 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