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래미안, 자이, 에버랜드, olleh KT 등 우리에게 친숙한 유명 브랜드들이 바로 이곳을 거쳐 탄생됐다. 주인공은 브랜드네이밍 전문 기업 ‘브랜드메이저’다. 브랜드메이저는 1994년 황은석 현 고문이 설립했다. ‘젊은 감각의 사장이 운영해야 한다’는 설립자의 의지에 따라 2008년부터 정지원 대표가 맡고 있다.
브랜드메이저가 생성해내는 브랜드 네임은 연간 50개 정도. 그러나 단순히 이름만 짓는 게 아니다. 정 대표는 브랜드메이저를 ‘브랜드 네임과 함께 방향성, 포지션까지 설정해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컨설팅 회사’라고 소개한다.
정 대표는 대학시절 광고 카피라이터를 꿈꿨다. 그때만 해도 브랜드 네이미스트(Namist)는 생소한 직업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호돌이, LG를 만든 CI전문회사에 입사하며 브랜드 네이미스트의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브랜드메이저는 특히 유수한 아파트 브랜드 네임을 탄생시켰다. 브랜드 아파트 시대의 포문을 연 래미안도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1998년 출시된 래미안은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브랜드메이저에는 아파트 브랜드 작명 요청이 줄을 이었다. 2000년 브랜드메이저에 팀장으로 합류한 정 대표는 LG건설(현 GS건설)의 ‘자이’를 탄생시키며 명불허전의 여세를 이어갔다. 포스코건설 ‘더’, 이수건설 ‘브라운스톤’ 역시 정 대표의 손을 거쳐 탄생한 브랜드다.
“LG건설의 이전 브랜드 ‘LG빌리지’는 소비자 인지도가 매우 낮았어요. 저는 완전히 뾰족한 첨단으로 가는 것이 LG건설이 갈 방향이라고 판단했죠. 당시 LG가 엑스캔버스, 엑스노트 등 첨단 기기에서 X코드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접목해 나온 게 ‘자이’예요. 영어 알파벳 X가 그리스어로 자이(Xi)거든요.”
그러나 브랜드 확정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LG답다’와 ‘브랜드명에 품질이 나쁜 것을 뜻하는 엑스(X)표를 넣으면 되겠냐’ 등 찬반 논란이 팽팽하게 맞섰다. 정 대표는 “브랜드 자이는 LG에서 그동안 추구해온 가치를 업고 갈 수 있다”고 설득했고, 결과는 대박이었다.
olleh KT는 정 대표가 대표 취임 후 대히트를 친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정 대표는 “새로워진 KT를 소개할 수 있는 인사말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를 위해 전 세계 인사말을 다 뒤졌다고 한다. 그 중 헬로(Hello)와 올레(Ole)도 있었다. “헬로를 뒤집으니까 올레가 되더라고요. ‘여보세요’라는 뜻의 헬로는 통신의 기본이기 때문에 스펠링은 이를 기본으로 하고 이것을 뒤집어 ‘올레’라는 음가를 부여했어요. 감탄사 ‘올레’는 대중에게 이미 친근한 말이었고 KT를 유쾌한 이미지로 만들어 주는 느낌도 있었죠.”
KT는 olleh KT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고 ‘올레’는 국민적 유행어로 떠올랐다. 이처럼 브랜드메이저가 연달아 대히트 브랜드를 내놓는 데는 특별한 비법이 있다. 바로 브랜드에 스토리를 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브랜드명은 3음절이 좋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어요. 듣기 좋고 발음하기도 좋다는 거죠.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브랜드 정체성의 뿌리가 되는 스토리예요. 그 회사만이 말할 수 있는 드라마가 담긴 브랜드가 가장 좋은 브랜드입니다.”
약력
1973년생. 96년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95년 디자인파크 브랜딩실 입사. 2000년 브랜드메이저 팀장. 2008년~현재 브랜드메이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