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 PEOPLE | 양찬모 애강리메텍 대표
세계 3번째로 PB 핵심소재 개발…
소재전문기업으로 탈바꿈

그동안 건물의 각종 배관으로 쓰이는 PB(폴리부틸렌) 파이프의 원재료인 PB-1을 생산하던 곳은 전 세계에서 네덜란드의 바젤과 일본의 미쓰이, 두 곳뿐이었다. 국내 대기업도 이들의 특허를 피하지 못해 결국은 기술개발을 포기한 분야다. 이렇게 높은 기술 장벽을 우리나라 한 중소기업이 뛰어 넘었다. 바로 애강리메텍이다.
애강리메텍의 주력 사업은 PB파이프다. 국내 PB 배관재 시장의 선두 업체로 배관 및 건설자재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분야의 점유율은 75%를 웃돈다. 이 회사는 지난 2004년부터 PB-1을 개발하는 데 주력, 7년 만에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EU에 특허등록을 마쳤으며 미국·중국·브라질·멕시코 등에서는 특허등록이 진행 중이다.
이 회사의 양찬모 대표는 PB분야에서만 20년 넘게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1991년 사원으로 입사해 공장장과 영업이사 등을 거쳤다. 2000년대 초 인수·합병으로 우여곡절을 겪을 때 회사를 인수해 2002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양 대표는 “PB-1은 2011년 10월 미국 국가위생국(NSF)으로부터 인체 유해성에 관한 인증을 획득했고, 11월에는 스웨덴에서 ‘ISO 9080’ 인증을 추가로 획득해 해외수출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자체 기술로 생산한 PB-1의 생산 효율성은 경쟁사보다 약 세 배 가까이 높습니다. 제품의 내구성도 더 뛰어나고요. 생산 공정을 단축시키면서 기존 제품에 비해 원가 경쟁력도 25% 이상 높였습니다.”
PB는 고무와 플라스틱의 장점만 가진 소재다. 인체에 무해하며 배관 시공이 쉬워 인건비가 낮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생산량의 70% 가량이 배관재로, 20% 정도는 식품 포장재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의료기기, 유아용품 분야로 사용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이 회사는 원재료 개발에 성공하면서 수직 계열화 체계를 완성했다. “PB파이프의 원재료 생산에서부터 PB배관 제조, 유통이라는 사업 내 수직계열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절대 우위에 서게 됐습니다.”
양 대표는 2012년에는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중국 정부가 PB파이프를 도시 배관망 표준으로 지정하면서 관련 시장이 급격하게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미 이 회사는 중국시장의 선점을 위해 2011년 5월 중국의 국영 투자회사와 함께 PB 배관재 생산 업체를 설립했다. 현재 연간 4000억원 규모의 PB 배관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 중이다. 그는 “중국 시장 선점에 그치지 않고 중국 법인을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PB-1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미 개발을 끝마친 핵심소재들이 올해부터 연이어 생산된다. 그는 PB-1을 이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무기발포기술’을 꼽았다. 무기발포기술은 화력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석탄재를 활용해 단열재 등 건축자재를 만드는 신기술이다. 새로운 필름소재 개발도 성공을 앞두고 있다.
그는 “무기발포기술뿐 아니라 새로운 필름소재는 PB-1에 비해 시장규모가 3~4배 더 크다”며 “혁신적인 소재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장기적으로는 제조를 넘어 소재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약력 1962년생. 1989년 충남대 졸업. 1991년 애강 입사. 2000년 공장장. 2002년~현재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