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균 고도 1000m, 최고 높이 1330m의 고원을 질주하는 태백 드라이브코스 18㎞. 시원하게 펼쳐지는 풍경 속 산줄기들이 눈 아래 밟힌다. 산굽이 돌아가는 길 끝은 하늘과 닿아 있다. 한시도 쉬지 않는 바람이 능선을 넘어 산을 타고 오른다. 한겨울에도 창문을 열고 달리고 싶은, 달리다가 차를 세우고 가슴 뻥 뚫리는 전망을 바라보며 고원의 향기를 몸 깊숙이 호흡하고 싶은 길이다.
길은 오투리조트 앞~대한체육회태백선수촌~만항재~어평주유소 코스로 이어진다. 태백 시내에서 오투리조트 앞까지 약 3㎞ 거리는 일반 시내 도로다. 오투리조트 앞에서 한적하고 넓은 오르막길을 달린다. 그 길에서 처음 만난 전망 포인트, 전망대가 길 오른쪽에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태백의 산줄기들이 보기 좋다. 눈 아래 시원스러운 풍경이 마음까지 뻥 뚫리게 한다.
가던 방향으로 차를 달리다 보면 산모퉁이 길 끝이 하늘과 맞닿았다. 그런 길을 가다 보면 대한체육회태백선수촌 건물이 보인다. 여기가 해발 1330m다. 선수촌을 지나 만항재 방향으로 간다. 만항재는 대한민국에서 차가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갯길이다. 봄이면 지천으로 야생화가 피어나 ‘천상의 화원’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겨울 만항재도 볼 만하다. 키 큰 나무 아래 야생화 사진전이 열린다. 만항재 야생화 쉼터 부근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드라이브 코스 중 반쯤 온 셈이니 잠깐 쉬었다 가도 좋을 것. 만항재는 영월군 상동과 정선군 고한, 태백시의 경계지점이기도 한데 태백 쪽에서 왔으니 길은 영월군 상동으로 잡아야 한다. 414번 도로 상동 방향으로 진입한다. 길은 영월군 상동 땅을 밟았다가 다시 태백으로 편입된다.
만항재 또한 대한체육회태백선수촌과 같은 1330m다. 상동 땅을 알리는 큰 안내판 쪽으로 길머리를 잡아 달린다. 구불거리는 길이 예사롭지 않다. 산 깊은 곳으로 빨려드는 것 같다. 산 중턱을 갈라놓은 길이 눈에 들어온다. 길에 당목재, 화방재 등의 이름이 붙었지만 웬만한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다. 길은 점점 내리막길이다.
31번 도로를 만나는 삼거리 정면에 어평주유소가 있다. 31번 도로를 만나면 좌회전해 태백 방향으로 간다. 사실상 드라이브는 어평주유소 삼거리에서 끝이다. 오투리조트 앞에서 어평주유소까지 18㎞, 고원의 질주. 거리는 짧지만 경치를 즐기고 낭만을 만끽하며 달리는 1시간의 여유가 행복하다.
어평주유소 앞에서 좌회전한 뒤 31번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태백산도립공원(석탄박물관)으로 우회전하는 길을 만난다. 태백산도립공원 매표소에서 표를 구한 뒤 석탄박물관으로 향한다. 태백은 석탄 때문에 생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태백의 석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석탄박물관이다. 석탄을 캐고, 나르고, 연탄을 만드는 과정까지 알기 쉽게 다양한 미니어처와 영상물, 전시물을 전시하고 있다. 각종 광물과 화석은 물론이고 사택 내부 등 탄광촌 사람들의 생활공간도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석탄박물관을 나와 다시 31번 도로를 만나면 우회전해 태백 시내 방향으로 향한다. 태백 시내를 지나 삼수령을 넘는다. 삼수령 고갯마루에 떨어진 빗물이 북으로 흐르면 한강이 되어 서해가 되고 남으로 흐르면 낙동강을 만나 남해가 되고 동쪽으로 흐르면 오십천을 만나 동해가 된다. 그래서 이름이 ‘삼수령’이다.
삼수령을 넘으면 길은 한 길이다. 그 길로 가다 보면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로 들어가는 길이 갈라진다. 검룡소에 들를 생각이면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하면 되고 아니면 가던 길로 쭉 가면 된다. 가던 길을 따라 가다 보면 원동마을 입구를 지나 1㎞ 정도 되는 곳 길가에 자작나무가 보인다.
자작나무숲은 드라이브를 즐겁게 한다. 태백을 도보로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자작나무숲에서 발산하는 기운을 흠뻑 받을 수 있겠다. 길에 가만히 서서 자작나무숲을 바라보고 있으면 ‘짜작’ 하면서 나무 갈라지는 소리가 날 것 같다. 상사미 마을 자작나무 숲은 근래에 가꾼 것 같다. 하지만 태백의 자작나무숲 역사는 100여년 전으로 올라간다.
100여년 전 강원도와 경상도를 오가는 보부상들이 삼수령(피재) 정상 부근에 당집을 짓고 무사안일을 기원했다고 하는데 당시 그 당집 주변에 참나무와 엄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가 많았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니까 적어도 100년 전, 혹은 그 훨씬 이전부터 자작나무숲은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상사미 마을 도로가에 있는 자작나무숲을 지나 7~8㎞ 정도 북으로 가다보면 귀네미골 입구가 나온다.

- 귀네미 마을 고랭지배추밭 꼭대기 백두대간길에서 본 풍경. 산그림자가 마을을 덮었다.
- 태백시내에서 북쪽으로 가다보면 삼수령을 넘는다. 삼수령을 넘어가면 검룡소와 귀네미 마을 광동댐 등이 나온다.
- 천포마을 서낭당.
수몰 주민 37가구가 이주해 생긴 귀네미 마을
맨 처음 귀네미골에 정착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해방 전후에 모두 다른 곳으로 나갔다. 이후 빈 터로 남았다가 광동댐이 생기면서 1988년부터 숙암리, 광동리, 조탄리 주민 37가구가 지금의 귀네미 마을로 집단 이주해 살면서 현재의 마을을 만들었다.
귀네미골의 한자 이름은 ‘우이곡’인데 정감록에 보면 ‘우이령’은 전쟁이나 환난의 시대에 이상향으로 가는 고갯길이자 관문역할을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우이령’이 현재 어디를 말하는지는 분명치 않은데 귀네미골 입구에서 고랭지배추밭을 넘는 고개, 아니면 귀네미골에 있는 큰재, 덕말재, 자암재 등 네 고개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귀네미골 입구에서 3.5㎞ 정도 올라가면 귀네미마을회관이 나온다. 회관에서 고랭지배추밭으로 올라가는 농로가 여러 갈래다.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점점 높이 올라간다. 배추밭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전망을 바라본다.
이곳은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길목이다. 귀네미 마을 배추밭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가운데 꼭대기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배추밭을 왼쪽에 두고 걷는다) 번천 임도 시작지점이 나오는데 임도 초입 차량 차단기를 지나 조금만 가면 오른쪽으로 엄청난 풍경이 펼쳐진다.
힘줄 굵은 팔뚝의 근육처럼 울룩불룩한 산줄기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저 멀리 삼척 시내가 보이고 그 뒤에는 동해 바다다. 눈길 아래 골짜기에 작은 마을이 있다. 그 골짜기 오른쪽 능선 넘어 또 다른 골짜기와 산에 환선굴이 있다. 귀네미 마을에 내린 빗물이 환선굴 쪽으로 떨어진다.

- (아래) 석탄박물관. 태백 석탄의 역사를 한눈에 돌아볼 수 있다.
파스텔톤 풍경화 속에서 흐르는 물줄기
귀네미 마을에서 고랭지배추밭과 파도처럼 밀려오는 산줄기들의 장관을 보고난 후 다시 마을 입구까지 나온다. 귀네미 마을 입구에서 우회전해 35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달린다. 이제 태백의 북쪽 끝에 다다른 셈이다.
귀네미 마을 입구에서 북쪽으로 약 700m 거리에 천포마을이 있다. 이곳은 여행지가 아니라 평범한 시골마을이다. 천포의 원래 이름은 ‘샘께’였다. 마을 위쪽에 맑은 샘물이 나오는 곳이 있어 ‘샘께’라는 이름이 붙었고 그 이름을 한자로 쓰려니 ‘천포’가 된 것이다.
지금은 도로 아래 묻혔지만 예전에는 천포마을 입구에 버드나무가 많았고 버드나무 아래 물이 빙빙 돌면서 지나가는 물구덩이가 있었다. 그 물구덩이에서 빠진 물이 삼척의 지하를 통해 환선굴에서 다시 솟아난다고 전해진다.
천포교를 건너 마을로 들어선 후 우회전해 오르막길을 올라간다. 경사가 꽤 되기 때문에 일반 승용차보다는 사륜구동 차라야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겠다. 가능하면 차는 마을 빈터에 세워놓고 걸어서 올라가는 게 좋다. 천포마을로 들어가 우회전한 뒤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왼쪽에 전나무 십여 그루가 서있고 그 숲에 서낭당이 자리 잡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천포마을에서 약 1.7㎞ 거리에 조탄마을이 있다. 조탄마을 앞을 지나 700m 정도 더 가면 숙암2교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광동호가 시작된다. 숙암2교에서 보는 풍경이 고즈넉하고 평온하다. 파스텔로 그린 그림 같다. 오후에 햇살이 번질 때 숙암2교에 서서 바라보는 주변 풍경이 최고다.
광동댐은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에서 시작한 물길이 처음으로 모이는 곳이다. 거대한 한강 물길 514㎞, 그 물길이 시작하는 곳의 풍경은 소소하지만 아름답다. 그 풍경이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Tip. 여행길라잡이
* 길안내
•자가용 : 중앙고속도로 제천IC - 영월 방향 38번 국도 - 사북 고한 지나 태백으로 들어가는 두문동재 - 태백시 - 용연동굴 삼거리 - 삼수동 주민센터 부근 화전사거리에서 좌회전 - 삼수령 - 계속 직진 - 상사미 자작나무 - 귀네미 마을 입구에서 우회전 - 귀네미 마을 - 귀네미 고랭지배추밭 - 귀네미 마을에서 다시 나와서 우회전 - 광동댐 숙암2교 - 숙암1교 가기 전 광동댐 취수펌프장 입구 삼거리 - 다시 태백 시내 방향으로 돌아간다 - 태백시내에서 오투리조트 앞길로 접어든다 - 만항재 방면 드라이브 시작 - 대한체육회 태백 선수촌 - 만항재 - 414번 도로(상동 표지판을 보고 그 쪽으로 가다 보면 길은 다시 태백 관할로 편입된다) - 어평주유소 앞에서 31번 도로를 만나면 좌회전 - 석탄박물관 - 태백시내(태백시내로 들어와 오투리조트~만항재 드라이브 코스를 먼저 달려본 뒤 삼수령을 넘어 귀네미마을과 광동댐 주변 풍경을 돌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기차 : 청량리역에서 태백역 가는 기차가 오전 7시, 오전 8시50분, 낮 12시, 오후 2시, 오후 4시, 밤 11시에 있다. 주말에는 밤 10시 기차도 있다.
•버스 :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태백까지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30여회 운행.
•현지교통 : 귀네미 마을(태백 현지에서 하장, 조탄 방면 버스를 타고 귀네미 마을 입구에서 내린다. 마을 입구에서 마을회관까지 3.5㎞ 정도 걸어간다. 마을회관에서 고랭지배추밭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간다. )
천포마을과 광동댐 숙암2교 부근(태백 현지에서 하장, 조탄 방면 버스를 타고 천포마을 정류장에서 내려 천포마을로 가서 전나무숲 서낭당을 돌아본다. 광동댐을 보려면 숙암2교를 지나 숙암1교 가기 전에 취수펌프장으로 갈라지는 갈림길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숙암2교는 그 버스정류장에서 왔던 길을 되걸어 1㎞ 정도 가면 나온다.)
* 먹을거리

•돼지갈비 : 태백 돼지갈비는 석탄을 캐3 광부들의 단골메뉴였다. 지금은 태백 한우가 더 유명해졌지만 태백을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옛날 석탄을 캐던 사람들이 먹던 사연 많은 돼지갈비를 먹어봐야 한다. 그때부터 돼지갈비를 팔던 집이 몇 집 있다. 태백 특산품인 고랭지배추가 쌈으로 나온다. 조선옥(033-552-5631)
•한우 : 태백 한우는 탄광과 관계가 깊다. 한우를 파는 한 식당 주인에 따르면 60년 전부터 한우를 팔았다. 탄광 노동자는 돼지갈비를 먹고 간부는 한우를 먹었다고 한다. 식당마다 다르지만 오래된 식당에서는 석탄 도시 태백의 전통을 살려 연탄불에 고기를 굽는다. 은근하게 타오르는 연탄불에 골고루 잘 구워진 한우의 고소한 육즙이 입안에 퍼져 풍미를 돋운다. 태백한우골(033-554-4599)
•순두부 : 태백의 순두부는 강릉의 초당순두부처럼 맑은 국물에 순두부가 담겨 나온다. 아마도 거리상으로 가까운 강릉 순두부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식당마다 다르지만 몇몇 식당은 직접 집에서 두부를 만든다. 순두부와 함께 나오는 강된장과 비지장은 밥도둑이다. 강된장은 약간 짠 맛이 돌지만 밥에 비며 먹으면 간이 딱 맞는다. 몇 술 뜨지 않아 밥 한 공기가 ‘뚝딱’ 빈다. 비지장은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강된장에 밥을 비며 순두부는 국처럼 먹는다. 태백순두부(033-553-8484)
* 숙박
태백 도심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오투리조트(033-580-7000)가 있다. 오투리조트 자체가 고원에 있기 때문에 경치가 좋다. 특히 멋진 일출 장면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