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지난해 12월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9층에 신한 PWM(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 서울센터 1호점을 열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신한은행이 자산관리에 매트릭스 기법을 적용한 PWM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신한은행 PB서비스의 새로운 전기로 기록된다. PWM서비스는 금융지주라는 울타리 안에 모인 신한의 금융계열사들이 자본시장 통합시대에 본격적인 시너지를 만들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은행·증권 자산관리 서비스 하나로 통합

     

부동산관리부터 고객자녀까지 ‘풀 컨설팅’

- 신한 PWM 서울파이낸스센터 이정우 센터장(앞줄 가운데)과 소속 PB들.
- 신한 PWM 서울파이낸스센터 이정우 센터장(앞줄 가운데)과 소속 PB들.

신한금융그룹이 도입한 신한PWM서비스는 계열사인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자산관리조직의 새로운 결합이다. 안전성이 기반인 은행 계열과 투자성이 기반인 증권 계열을 하나로 엮어 상호 보완적인 모습을 갖추겠다는 게 신한PWM서비스 취지다. 신한금융그룹 입장으로선 계열사 간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시도다. 이 때문에 이날 서울센터 1호점 개소식에는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서진원 신한은행장,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 등 그룹 고위층이 총출동했다. 

은행과 증권의 자산관리조직을 하나로 만들었다는 것은 제품 설계부터 판매까지 모두 담당하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은행 내 자산관리조직은 CP(기업어음), RP(환매조건부채권) 등의 경우 증권사 전용 상품을 떼어와 판매해야 했다. 그러다보면 은행 자산관리 고객 입장에서는 이중으로 수수료가 든다. 그러나 매트릭스 조직처럼 증권, 은행을 하나로 합쳐버리면 수수료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증권사가 설계한 상품을 같은 조직 내에 있는 은행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시너지가 커지는 구조다. 물론 증권사 입장에서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은행의 자산관리법을 도입해 운영하기 때문에 약점으로 지적받아온 장기 안전 투자를 일거에 만회할 수 있게 된다. 은행 자산관리 조직 내 증권사 직원이 파견나온 형태의 BIB(Brunch In Brunch)가 아닌 양사가 동등한 위치에 선 BWB(Brunch With Brunch)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180~200명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전문가 조직

 신한은행은 이번에 일선 지점만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본점 지원 업무 조직도 대대적으로 통합했다. 이를 위해 종합자산관리 솔루션 제공그룹인 IPS(Investment Product & Service)조직을 신설했다. IPS 조직은 투자상품부, 투자자문부, 솔루션파트너부 등으로 구분돼 은행, 증권 양사에서 각각 인력을 파견한다. 구성인원은 180~200명 선. 지원 업무 조직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IPS조직은 신한금융그룹 한동우 회장의 야심찬 계획이다. 한 회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금융기관들이 수익성을 우선시한 자산관리 서비스에 집중해 정작 중요한 고객의 신뢰를 얻는 데 소홀했다”며 “앞으로 새롭게 설계할 자산관리 서비스 모델은 회사와 고객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IPS조직에는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 상품전문가와 리서치, 자산배분 전략 등을 제공하는 투자전문가, 가업승계, 세무, 부동산 등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정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또 일선 영업 현장에서 고객과 만나야 하는 PB들의 자산관리업무를 지원해주는 자산관리전문가도 배치시켜 전담 PB와 IPS 자산관리전문가가 이중으로 관리해주는 것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든 고객에게 은행과 주식 전문가가 주 감독관, 부 감독관 형식으로 참석해 자산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그만큼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게 신한은행의 설명이다.

 그동안 고객들이 신한은행 PB센터에 높은 만족감을 표시한 비결은 최적화된 상품을 적기에 만들어냈다는 데 있다. 2011년 한해 동안 신한은행 PB센터가 출시한 사모펀드만 340여개에 달한다. 최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공모주 사모펀드는 약정 기간이 1년인데도 수익률이 10% 수준이다.

신한금융그룹은 현재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예탁한 고객들을 전담하는 전국 21개 센터를 순차적으로 PWM센터로 개편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PM고객부 이승봉 부장은 “전국 주요 권역별로 PWM센터를 중심으로 인근 리테일 자산관리조직을 연계시키는 자산관리 네트워크를 조직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신한은행 PB센터는 서울 수도권에 17개, 부산·대구·대전 등에 4개의 PB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소속된 PB만 70여명에 달한다. 

- 신한PWM 서울파이낸스센터 소속 PB들이 회의하는 모습. - 신한PWM 서울파이낸스센터 내부시설.
- 신한PWM 서울파이낸스센터 소속 PB들이 회의하는 모습. 
- 신한PWM 서울파이낸스센터 내부시설.

경험 많은 시니어 PB 현장배치

신한PB센터의 또 다른 강점은 고객과 만나는 일선 PB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데 있다. 현재 신한은행 PB조직은 예비PB, PB, PB센터장으로 구분돼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PB와 PB센터장 중간에 마스터PB라는 직제가 신설된다. 마스터PB는 직급은 PB센터장과 같은 지점장급이지만 행정보다는 고객 관리에 중점을 두는 직급이다. 일반적으로 PB센터장으로 승진하면 고객을 만나는 일보다는 일선PB 관리 등 행정적인 업무가 많이 뒤따른다. 이 때문에 숙련된 자산관리, 고객 응대 노하우를 갖춘 PB들이 지속적으로 PB서비스를 펼치기에는 국내 금융시장 풍토상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 신한은행이 PWM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마스터PB라는 직제를 신설한 것은 노하우를 가진 시니어급 PB를 오랜 기간 현장에 배치시켜 양질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나이, 경력이 오래된 시니어급 PB는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일반화된 모습이다. PB 1명당 관리고객수를 최대 60명 선까지 제한하는 것도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거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내 최초로 실물 금을 매매해주고 보관을 대행해주는 골드뱅킹 서비스도 인기다. 골드뱅킹에서는 금 투자는 물론 금을 담도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것도 지원해준다.

신한은행은 자체 내 WM사관학교 형식의 교육훈련 센터를 둬 PB 실무 교육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WM사관학교는 자산관리반, 외환반, CFP(국제재무설계사)반, 소호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소호반에서는 중소기업 관련 금융제도 등을 집중적으로 교육받는다. 또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신한은행 PB센터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서는 3개월짜리 교육 코스도 인기다. 매 분기별 40명 정도씩을 선발한다. 토요일, 일요일 등 휴일에 교육이 실시되는데도 전 학기마다 모집인원이 정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정우 신한PWM 서울파이낸스센터장은 “매일 제공되는 모닝컨퍼런스 콜을 통해 오늘의 시황과 경제전망 등이 제공되는데 고객들과 상담 시 매우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의 윤리도 굉장히 강화한다. 요즘 고액자산가들이 “국내에서 PB라는 직업은 사실상 금융기관의 또 다른 세일즈맨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신한은행은 PB센터 내 전담 검사역을 배치시켜 내부통제를 강화토록 했다. 정부가 금융위기 이후 불거지고 있는 불완전판매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관석 신한PWM 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은 “불완전 판매 방지를 위해 준법(compliance) 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신규 전입PB가  가장 먼저 접하는 행사가 PB윤리강령 선서식일 정도로 정도 비즈니스를 실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신한PWM 서울파이낸스센터 내부시설. - 고객 상담 모습.
- 신한PWM 서울파이낸스센터 내부시설.
- 고객 상담 모습.

국내 첫선 보인 골드뱅크서비스 인기

신한은행PB는 전 금융권을 통틀어 최초로 고객 자녀들을 커플로 맺어주는 커플매니저를 자체 내에 둬 지난해에만 25쌍이 맺어졌다. 한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액자산가들은 건강, 재산과 함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자녀인데 비슷한 집안 자녀끼리 짝을 맺어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커플매니저 서비스 때문에 신한으로 왔다는 고객이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원격거래 서비스는 국내 최초로 시도된다. 다른 금융기관들이 PB전용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한 데 비해 신한은행은 PB은행 전용 콜센터까지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세계 어느 곳에 있더라도 신한은행이 개발한 본인 인증만 통과되면 전화 한 통화로 국내에서와 똑같이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단 조건은 예금주와 송금주가 동일인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A라는 고객이 현재 미국에 있는 자녀나 사업체에 돈을 보내기 위해 신한은행에 있는 본인 계좌에서 자신이 개설한 달러통장 계좌로 송금을 하고 싶다면 전화 한 통화만 전용 콜센터로 걸면 된다. 

신한은행은 비금융 서비스가 잘 구현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세무, 부동산이다. 세무는 전직 국세청 직원 등 세무분야 베테랑급들이 활동하고 있어 절세 방법 등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 PB센터는 국내 최초로 부동산 종합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투자자를 대신해 물건을 물색해주고 구매를 대행해주며 임대 등의 매입 후 관리서비스는 물론 마지막 매각까지 책임져주는 원스톱 서비스다. 이 모든 것을 신한은행 PB센터 자체 내에서 책임지는데 이 같은 방식은 국내에서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Mini Interview   이승봉 신한은행 PM고객부 부장

“신한PB 벤치마킹 모델은 유럽 귀족사회 집사 문화”

“신한은행 PB는 단순히 재산을 불려주는 투자조언가가 아닙니다. 예전 유럽 귀족사회에 보편적이었던 집사 문화를 지향합니다. 재산을 불려주는 것은 물론 집안 대소사까지는 모두 챙겨주는 라이프 파트너가 저희가 추구하는 PB서비스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승봉 부장(사진)은 단적인 예로 전 금융권을 통틀어 신한에만 있는 자녀 커플 매칭 서비스를 설명했다. 신한은행 PB고객들은 자녀 혼사까지도 PB들에게 상의한다는 게 이 부장의 설명이다. 이 부장은 “우리 PB들에겐 재산증식보다 비금융 서비스를 문의하는 고객을 상대하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가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러다보니 제공되는 서비스도 다양하다. 특히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강좌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강남구 역삼동에 80석 규모의 신한아트홀을 꾸며 예술가 초빙 행사 및 각종 시연회, 공연, 세미나 등도 열고 있다. 아트 브런치 등의 문화행사도 꾸준히 연다. 고객 대상 예술 강좌 아트 앤 컬처 아카데미(Art’n Culture Academy) 등도 신한은행 PB 서비스를 대표하는 문화행사다. 각종 미술 작품에 대한 거래, 컨설팅을 자문해주는 것과 꾸준히 미술전을 여는 갤러리 뱅크도 신한PWM센터가 올해 중점적으로 벌여나갈 문화 사업이다.

센터별로 소규모 투자세미나를 여는 것과 동시에 300명 정도의 고객을 초청해 서울, 부산 등지에서 연 1회씩 진행하는 그랜드 투자 세미나도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전문가와 함께 국내외 부동산 투자 유망지를 둘러보고 오는 부동산 필드 아카데미와 PB와 전문가들이 고객 자녀들을 대상으로 경제 교육, 문화 강좌 등을 실시하는 ‘PB 2세 스쿨’도 인기다. 

이 부장은 2012년 자산운용 원칙으로 ‘안정성’을 꼽았다. 주식이나 부동산 모두 가격 부침이 커졌기 때문에 기대수익을 낮추고 안정성 위주로 투자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 부장은 “등락이 반복되면 내성이 쌓이면서 더디지만 조금씩 주가가 상승세를 탈 것”이라면서도 “정보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것이 경계대상 1순위”라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안정성에 대한 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통 고객 한 명당 거래하고 있는 금융기관이 4.3곳이에요.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는 고객이 저희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할 정도로 요즘 고객들의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저는 비결이 자산을 안전하게 불려주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 부장은 이런 이유로 최근 고객들은 물가연동채권과 주가지수연계펀드(ELF)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중 ELF는 주가지수 또는 특정 주식의 가격등락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는 증권인 주가연계증권(ELS)을 편입하는 펀드로 지수 반등 시 수익을 내는 대안형 투자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