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귄위 없고 동료만 있다”…
14년 연속 ‘일하고 싶은 기업’ 선정
서울 충정로에 위치한 고어는 지난해 11월 GWP(Great Work Place)코리아가 주관·선정하는 ‘2011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에서 본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미국의 본사 역시 14년 연속 미 <포춘>지의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으로 선정된 전설적인 기록을 갖고 있다.
고어는 대표적인 경영혁신 기업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대가’ 1위이자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를 선도하는 경영전략 전문가’로 불리는 게리 해멀 교수는 5개 경영혁신(운영 혁신, 제품 혁신, 비즈니스 혁신, 업계 구조 혁신, 관리 혁신) 중 가장 우선순위에 놓은 ‘관리 혁신’을 가장 잘 실천해내는 대표적 기업으로 고어를 뽑았다. 게리 해멀 교수가 ‘관리 혁신’이라 칭한 고어만의 기업문화는 과연 무엇일까?
격자 모양의 평등한 조직구조
1958년 미국 델러웨어에 창설된 고어는 현재 전 세계 30여개 국가에 걸쳐 9500명이 동료로 일하고 있으며, 매출액이 30억달러에 달한다. 거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고어의 성공비결은 ‘수직’이 아닌 ‘수평’을 추구하는 조직 문화에 있다.
창업자 빌 고어는 혁신과 팀워크를 고양하는 기업문화 요소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맥그리거의 ‘Y이론’, 매슬로우의 ‘5단계의 욕구’, 듀퐁의 태스크포스팀 등에서 영감을 얻어 전통적 의미의 직급과 직책, 상사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기업의 틀을 만들었다. 바로 위·아래 모양이 동일한 격자 형태의 조직 구조다. 이를 바탕으로 고어는 작은 단위부서에 기반한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도입했다.
이 같은 고어의 경영철학은 4가지 기본신념에서도 잘 드러난다. ‘인간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작은 조직에서 오히려 강한 힘이 나온다고 확신하며, 모두 함께라는 정신으로, 장기적 시각으로 경영한다’는 것이다.
고어 직원들은 이러한 신념으로 자유, 공정, 약속, 워터라인(Waterline) 등 4가지 행동원칙을 고수한다. 고어는 무엇보다 직원들의 자유를 중시한다. 첫째 행동원칙 자유는 직원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펼칠 자유가 있으며 동시에 다른 동료들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자유를 갖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공정에 기반한 의사결정 과정을 지지한다. 이는 고어 내부뿐 아니라 협력업체, 고객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모두 공정하게 대하자는 의미이다. 셋째는 상사에 의해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업무 수행에 대한 약속을 지킨다. 마지막으로 워터라인 원칙에 따른 의사결정이다. 워터라인은 선체가 물에 잠기는 한계선을 말한다. 이는 고어를 하나의 커다란 배로 비유한 개념으로 수면 아래에 구멍이 뚫릴 경우 배가 침몰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해당 관계자 또는 전문가와 협의를 거쳐 리스크 관리를 하자는 것이다.
관리자 없지만 리더는 있어
고어에 관리자는 없지만 리더가 있다. 지금까지 고어의 평등한 기업문화가 잘 정착된 이유 중 하나도 회사 내 리더가 많았기 때문이다. 리더 선출 방식은 기존 기업들의 틀을 완전히 깬다. 다수의 동료가 따르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리더가 된다. 이렇게 선발된 리더들은 솔직하고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동료들과 소통하며 회사를 이끌어간다.
리더들은 기업문화를 핵심적 경쟁력으로 여긴다. 무엇보다 직원 채용을 보면 알 수 있다. 개인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기업문화에 잘 접합될 수 있는 사람인가를 따져본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문화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어가 선호하는 인재상은 기회에 따른 직책이나 직위가 아닌 기회 자체를 추구하는 지원자다. 스스로 동기부여가 된 주도적인 직원은 전통적인 관리자가 필요 없다. 관계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팀 중심적이며,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라는 태도보다는 “내가 어떻게 도와 드릴까요”의 접근방식을 취한다.
고어 신입사원들은 입사 후 제일 먼저 기업문화에 대한 워크숍을 갖는다. 그 후로도 정기적인 워크숍 및 포럼을 통해 직원들이 다양한 주제로 기업문화를 토론하고 기업 내 문화가 갖는 중요한 역할을 탐구하도록 장려받는다.
특히 신입사원은 물론이고 고어의 모든 직원들에게는 ‘스폰서’가 붙는다. 스폰서는 본인의 성공을 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배정된 동료직원을 말한다. 그 역할은 동료에게 문화와 조직에 대한 지도, 자기개발·학습 기회에 대한 지침 제공, 피드백 제공 및 동료의 기여가 보상절차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포함한다. 직원들은 누구나 스폰서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스스로 스폰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직원들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다. 직원들은 누구의 명령이나 지시가 아닌 스스로 세운 업무 목표에 따라 일한다. 업무 협의 시에는 다른 팀원과 자유롭게 논의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런 업무 방식은 실제로 결정에 이르는 시간은 관료적인 조직보다 오래 걸리지만 궁극적으로는 더 효율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본사뿐 아니라 고어코리아에서도 행해지는 전사적 실무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자율성이 가져다주는 책임감과 창의성은 기업이 정체되지 않고 트렌드를 이끌어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직원들에게 끊임없는 동기부여를 통해 팀워크와 성과를 독려하는 것이 일하기 좋은 기업, 고어의 관리혁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