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끈한 차체와 웅장한 엔진소리, 그리고 폭발적인 가속력으로 대변되는 스포츠카. 남자들의 로망이다. 국산차 중에서는 제네시스 쿠페가 유일하다. ‘제쿱’이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제네시스 쿠페가 부분 변경 모델인 ‘더 뉴 제네시스 쿠페’로 다시 태어났다.

현대자동차(www.hyundai.com)는 지난 1990년 스쿠프를 출시한 후 티뷰론과 투스카니, 제네시스 쿠페까지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꾸준히 스포츠카를 개발했다. 2008년 등장한 제네시스 쿠페는 한국 스포츠카로서는 처음으로 후륜구동방식을 택해 스포츠카 마니아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특히 지난해 11월 제네시스 쿠페의 부분변경 모델로 출시된 ‘더 뉴 제네시스 쿠페’는 정통 스포츠카 쿠페를 표방하며 수입차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에 시승한 더 뉴 제네시스 쿠페는 3.8리터 람다 GDi엔진의 380GT 모델이다. 최대출력은 기존 모델보다 47마력 향상된 350마력, 최대토크는 4.0kg·m 향상된 40.8kg·m이다.

도로를 달릴 때도, 차를 멈출 때도 주변의 시선이 한데 모였다. 어딜 가든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차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폼 난다. 애써 무심한 척 하는 게 쉽지 않았다.

- 내부는 작동하기 편하게 디자인됐으며 스포츠카의 느낌을 한층 더 살렸다.
- 내부는 작동하기 편하게 디자인됐으며 스포츠카의 느낌을 한층 더 살렸다.

주변 시선 사로잡는 외관 디자인

외모는 스포츠카답게 튄다. 제네시스의 중후함과 쿠페의 스포티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더 뉴 제네시스 쿠페는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가 반영됐지만 기존 모델과 전혀 다른 외관을 보인다. 전면부는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적용해 고성능 스포츠카의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헤드램프와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기존 모델에 비해 보다 날렵하고 정교해졌다.

내부 디자인도 균형이 잡혔다. 계기판은 최근 출시된 다른 현대차들과 같이 LED가 적용됐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컨트롤 패널 보드인 ‘센터페시아’도 작동하기 편하게 디자인 됐다. 특히 센터페시아 중앙에 달려있는 아날로그 게이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엑셀 페달을 밟는 정도와 토크, 엔진 온도가 올라가는 게 보여 스포츠카의 느낌을 한층 더한다.

편의사양은 고품격 세단 수준이다. 공조시스템은 버튼 위치나 디자인 변경으로 조작감을 향상시켰으며, 윈드실드 안쪽의 김서림을 감지해 자동으로 제거해주거나 실내 공기 청정기능을 적용해 쾌적한 승차감을 구현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외에도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 전후방 주차 보조시스템, 헤드램프 에스코트 등 프리미엄 차급에 걸맞은 편의사양을 탑재했다. 조작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기존 모델에 비해 약간 위쪽으로 자리를 옮긴 내비게이션에서는 운전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엿보인다.

뒤에서 몸을 포근하게 안아주는 넓은 시트는 운전하기에 그만이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부우웅’ 하는 강렬한 엔진음이 스포츠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쿠페 차량은 센터필러(차량 가운데 측면에 놓인 기둥)가 상대적으로 운전자 후방에 위치해 벨트 착용이 쉽지 않은데 뉴 제네시스 쿠페는 안전벨트를 3단으로 각도 조절이 가능하도록 해 이러한 불편을 없앴다.

더 뉴 제네시스 쿠페의 진가는 달리기에서 나타난다. 가속감이 탁월했다. 엑셀에 발을 올려놓으면 한치의 망설임 없이 치고 나간다. 이 차의 가속성능인 제로백(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5.9초에 불과하다. 시속 140km의 속도부터는 차체가 낮게 깔린다는 느낌이다. 흔들림도 전혀 없다. 후륜구동형 8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변속감도 부드러웠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달릴 수 있는 곳이 없어 아쉬울 뿐이다.

가속성능만큼 브레이크도 안정적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이 장착돼 시속 100km정도의 속도에서 달리다가도 제때 멈출 수 있었다. 휠 뒤의 빨간색 브레이크 캘리퍼를 보는 순간 제동력에 의심이 가지 않는다.

빠른 속도로 달리기 위해 태어난 자동차인 만큼 스티어링휠은 상당히 묵직했다. 고속 주행에서는 안정적이었지만 주차나 골목 등 핸들을 많이 사용할 때는 약간 불편했다. 서스펜션도 딱딱했다. 지면의 상태가 그대로 전해졌다.

아쉬운 점은 또 있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 울려 퍼지는 유난히 큰 엔진 사운드 역시 부담이다. 뒷문이 없는 쿠페형이라 뒷좌석이 다소 좁다. 아니 너무 좁다. 뒷좌석에 성인이 앉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초등학생도 편안하게 앉아있기는 쉽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미혼의 20~30대들은 충분히 탐을 낼만 하다.

뉴 제네시스 쿠페의 가격은 터보 D 모델이 2620만원, 터보 S 모델이 2995만원, GT P 3395만원, GT R 모델이 3745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