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뉴욕타임스>는 수면시장 규모가 미국에서만 한해 동안 200억달러(약 24조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미국 마케팅전문사이트 ‘에드에이지’는 2008년 마케팅트렌드로 ‘숙면 산업’을 꼽기도 했다. 그만큼 전 세계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숙면에 대한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깊고 편안하며 질 높은 수면을 위한 선택은 바로 제대로 된 ‘침대’를 고르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션 in 리빙 다섯 번째 이야기는 ‘호텔식 침구’다.

너무 안락하고 편했던 호텔에서의 그 밤!

- 호텔 침대의 명품, 웨스틴의 해븐리 베드.
- 호텔 침대의 명품, 웨스틴의 해븐리 베드.

숙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호텔들 역시 최고의 수면 환경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호텔에서 잠을 잤더니 다음날 아침이 개운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단지 기분 때문만은 아니다. 호텔 침대에는 비밀이 있다. 호텔에서 만난 내 마음에 쏙 든 침대를 평생 소유하고 싶었던 사람들을 위해 서울 곳곳 유명 호텔들의 침대들을 소개한다.

처음 호텔들의 침대 전쟁에 불을 붙인 건 ‘해븐리 베드’다. 올해로 출시 13주년을 맞는 해븐리 베드는 1999년 웨스틴사에서 개발했다. 해븐리 베드를 개발하기 전 웨스틴사는 600명의 중역급 비즈니스 여행객을 대상으로 호텔 숙박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이 설문조사에서 63%가 호텔에서 가장 중요한 서비스는 안락한 잠자리 제공이라고 대답했고, 호텔에서의 잠자리가 집에 비해 불편하고(49%), 잠을 덜 자게 되며(51%), 더 많은 피로를 얻는다(75%)고 답했다. 이에 웨스틴사는 편안한 잠자리의 기본 요소인 침대를 새로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사각거리는 새하얀 린넨이 깔린 포근한 잠자리’ 해븐리 베드는 웨스틴사에서 1년여의 연구 기간과 3000만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해 만든 자체 브랜드다. 보통 침대는 매트리스 위에 바로 시트를 덮지만, 해븐리 베드는 매트리스 바닥과 윗면에 특별 제작된 충전재로 톱 매트리스를 깔아 완벽한 완충 효과를 만들어낸다. 매트리스 속 900개의 코일이 신체 곳곳을 빠짐없이 받쳐주며 매트리스 패드, 3겹의 순면 시트, 기후에 따라 3종으로 제작된 푹신한 거위털 이불과 커버 등 가장 아래 매트리스 위에 도합 10겹의 시트를 깐다. 항 알레르기 테스트를 거친 베개도 취향과 푹신함의 정도에 따라 거위털로 만든 킹사이즈, 솜이 들어 있는 스탠더드 사이즈 등 5종으로 제공된다.

종전 워커힐에서 해븐리 베드를 체험해 본 후 구입하고자 했던 고객들에게는 호텔에서 판매하지 않고 웨스틴 웹사이트(www.westin-hotelsathome.com)를 안내했다. 웹사이트를 통해서만 해븐리 베드를 구입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었던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지난 2011년 말까지 이용할 수 있는 ‘해븐리 러브 패키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패키지 선택에 따라 해븐리 베개나 이불 세트를 선물하는 내용을 담았다.

통 유리창으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과 아름다운 도심 전경을 경험할 수 있는 파크 하얏트 서울의 침실도 특별하다. 파크 하얏트 서울만을 위해 에이스침대에서 특수 제작한 큰 사이즈의 침대는 이집트 산 300수 린넨으로 짜여진 최고급 침대 시트와 침대 커버로 제작됐다. 이 침대는 과거 <타임>지에서 ‘알몸으로 자기에 최고인 침대’상을 수상할 만큼 부드러운 감촉을 자랑한다. 매트리스 위에도 3인치 두께로 특수 제작된 거위털 매트를 추가적으로 얹었으며, 등받이용의 약간 단단한 베개 2개와 베는 용도의 부드럽고 푹신한 거위털 베개 2개를 놓아 한번 누우면 그 푹신함과 안락함에 반할지도 모른다.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의 로열 스위트는 유럽 왕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앤티크한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로열 스위트룸의 침대는 실제 서양 귀족이 사용했던 오랜 전통이 있는 제품에 호텔에서 자체 제작한 수퍼 킹사이즈의 매트리스를 얹어 사용하고 있다. 알레르기가 있는 고객들을 위한 항균 이불 서비스를 제공한다.

롯데호텔서울은 고객의 최상의 휴식과 숙면을 위해 ‘프리미엄 뷰티레스트’ 매트리스와 땀의 흡수와 방습 기능이 탁월한 거위의 앞가슴털 90%, 깃털 10%로 만들어진 헝가리산 거위털 이불, 거위털 베개 등 차별화된 침대 및 침구류 서비스를 제공한다. 프리미엄 뷰티레스트란 미국 시몬스(Simmons)사의 제품으로, 2중으로 나선형 가장자리 탄력을 강화해 주는 특수 공법을 도입해 매트리스가 전신의 각 부위를 골고루 지지해 주는 ‘포켓 스프링’으로 만들어 인체의 S라인을 가장 완벽하게 받쳐주며, 매트리스 상단에는 ‘필로우 탑’이라 불리는 신개념 커버를 부착해 하중을 1차적으로 흡수 및 분산시켜 피로를 풀어주는 매트리스를 말한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는 일부 객실에 미국 쉐라톤 본사에서 자체 개발한 기능성 침대인 ‘스위트 슬리퍼 베드’를 도입했다. 이 침대에 사용된 매트리스는 척추 뼈와 골격의 위치 등을 고려한 인체공학적 설계로 신체의 굴곡 부위를 골고루 받쳐줘 눕는 순간 피로가 풀리는 기분을 경험하게 해준다. 기존 매트리스보다 많은 930개 코일의 뛰어난 원형 복원 작용으로 수면 중 뒤척임으로 인해 숙면이 방해받지 않게 해준다. 여기에 부드러운 코튼 시트와 천연 양털 담요, 가벼운 오리털 이불과 최고급 깃털 소재의 저 자극성 베개는 비교할 수 없는 안락함과 포근함을 제공한다.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은 전 세계 메리어트 호텔에서 사용하고 있는 ‘리바이브 베드’를 선보이고 있다. ‘리바이브 베드’는 호텔에 투숙하는 고객들에게 설문을 통해 콘셉트가 정해진 것으로,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함은 물론 신선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침구류에 들어가는 모든 시트는 300수의 최고급 린넨 소재로 코튼감이 풍성하고 살에 닿는 순간 포근함을 느끼게 만들며, 순백색의 디자인은 세련되면서도 나만을 위해 준비한 듯 특별함을 갖게 한다. 이불은 거위털을 사용해 덮지 않은 듯 가볍고 여름이나 겨울과 상관없이 4계절 내내 적절한 온도를 유지해 준다. 매트리스 또한 미국 매트리스 브랜드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씰리사의 것으로 신체의 굴곡을 골고루 받쳐줘 편안함을 준다. 리바이브 베드 특유의 편안함을 경험한 고객들은 메리어트 호텔의 단골 고객이 돼 전 세계 어디를 가든지 메리어트 호텔만 찾는 경우가 많다. 메리어트 호텔 체인은 호텔에서 느꼈던 편안한 잠자리를 집에까지 가져가고 싶어 하는 고객을 위해 웹사이트(www.shopmarriott.com)에서 침구류 및 욕실용품 등 베드 전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은 VIP 객실인 클럽 플로어 룸에 호텔이 직접 개발한 ‘마이베드’를 비치해 특히 체구가 큰 외국 비즈니스 고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마이베드는 단단한 매트리스에 편안한 수면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천연 침구류를 더한 기능성 침구 세트다.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숙면에 효과적인 국화향 베개와 혈액순환 및 신진대사를 돕는 옥 베개 등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베개의 종류만 10가지에 이른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도 VIP 객실인 클럽 플로어 룸의 모든 침대에 기본 매트리스 외에도 약 5㎝ 높이의 오리털 매트리스가 추가로 들어가 있다. 호텔에 따르면 오리털 매트리스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잠자리를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 편안한 침대의 대명사인 덕시아나.
- 편안한 침대의 대명사인 덕시아나.
- <타임>지에서 ‘알몸으로 자기에 최고인 침대’상을 수상한 파크 하얏트 서울의 침대.
- <타임>지에서 ‘알몸으로 자기에 최고인 침대’상을 수상한 파크 하얏트 서울의 침대.

신체에 맞는 침대 고르는 법

이미 집에 갖고 있는 좋은 침대가 호텔의 탄생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바로 덕시아나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월트디즈니사의 로이 디즈니 등 세계적인 저명인사와 제니퍼 애니스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선택한 침대 브랜드 덕시아나는 스웨덴과 중국에 같은 이름의 부티크 호텔을 오픈하기도 했다.

덕시아나는 1926년 에프라임 륭에 의해 만들어진 침대 브랜드다. 처음 매트리스 안에 스프링을 장착시킨 침대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신체에 알맞은 침대를 제작하고자 하는 창업자의 욕구에서 비롯됐다. 당시 사람들이 사용하던 침대는 전체가 딱딱한 재질로 돼 있거나, 그물 침대처럼 부드러운 것이 대부분이었던 것. 하지만 인체는 곡선으로 돼 있으므로, 자연스러운 신체 굴곡에 적응해 편안함을 주는 침대를 필요로 했다. 지난 80여년간의 연구를 통해 덕시아나의 침대는 더 발전했고 세련돼졌지만, 기본 원칙은 창립 초기와 같다.

우리는 인생의 3분의 1을 잠을 자는 침대 위에서 보내게 되므로, 단순히 디자인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얼마나 잘 맞는지를 두고 선택해야 한다. 때문에 침대를 고를 때에도 반드시 집에서처럼 편한 자세로 침대에 누워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침대를 혼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함께 사용하는 사람과 누워보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런저런 자세를 취해 몸이 일직선을 이루는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지는 않는지 직접 체크해 보아야 한다. 질 높은 수면은 숨 쉬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깊고 편안하며 질 높은 수면을 위해 제대로 된 침대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 호텔에서 자체 제작한 수퍼 킹사이즈 매트리스를 사용하는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의 객실. - 시몬스사의 프리미엄 뷰티레스트 매트리스와 거위털 이불과 베개를 사용하는 롯데호텔서울의 침대.
- 호텔에서 자체 제작한 수퍼 킹사이즈 매트리스를 사용하는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의 객실.
- 시몬스사의 프리미엄 뷰티레스트 매트리스와 거위털 이불과 베개를 사용하는 롯데호텔서울의 침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