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소재 의류 브랜드 ‘이새(isae)’는 40~50대 중년 여성복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고객층이 다양(?)하다. 30대 젊은 직장인 여성들은 물론이고 여성복 중 가장 큰 사이즈를 구매해 입는 남성 고객까지 있을 정도다. 친환경 옷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닌데 이처럼 인기를 끄는 비결이 뭘까. 그건 정경아 이새FnC 대표가 발품을 팔아 발견해낸 독특한 소재에 있다. 이새는 감물염색, 쪽염 등 우리의 전통소재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에서 발굴한 자연염색 소재를 사용해 옷을 만든다.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정 대표는 2000년 100% 자연염색, 자연소재로 만든 고급 맞춤복 브랜드 ‘itbit(잇빛)’을 론칭했다. 이후 2005년 기성복 브랜드 ‘이새’를 새롭게 출시하며 좀더 대중적인 옷을 선보였다.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0평 규모의 매장에서 월 매출 1억원을 올릴 정도로 잘 팔렸다. 외국인들의 반응도 좋아 프랑스에서 2주간 열린 파리패션박람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여행용 가방 2개에 가득 담아간 옷은 일주일 만에 매진됐다.

“물건이 없어 아르바이트생에게 입혔던 옷까지 다 팔고 왔어요. 반응이 너무 좋았지만 국내 영업이 바쁘다보니 해외 진출이 자꾸 늦어지고 있네요(웃음).”

전국 34개 매장을 운영 중인 이새FnC의 지난해 매출은 170억원이다. 이는 론칭 6년 만에 17배나 성장한 수치다. 지난 2010년에는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백화점에서 매장 개설 요청이 먼저 들어와 전국 10개 백화점에 입점했다.

목화솜 누비 실크 재킷, 한지 바지 등 친환경 소재로 만든 이새 옷은 블라우스 하나에 10만~20만원 대로 싸지는 않은 편이다. 그러나 세련된 디자인과 함께 몸에 좋은 옷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인기가 높다. 대표적인 제품이 진흙염색 원단으로 만든 여름 원피스다. 고객들 사이에서 ‘냉장고옷’이라 불릴 정도로 시원한 소재를 자랑한다.

“진흙염색법은 중국에서 1000년을 이어온 전통기술이에요. 이 원단은 중국에선 주로 전통의상 ‘치파오’를 만드는 데 사용해요. 2005년 중국 상하이의 한 포목점에 갔다가 진흙염색 원단을 보고 첫눈에 반했죠.”

그러나 진짜 자연염색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1년 반 동안 수소문한 끝에 겨우 생산지를 알아내 직접 찾아갔다. 그가 본 진흙염색 현장은 감동 그 자체였다. 중국 남부지역의 한 호수를 둘러싸고 모든 작업이 이뤄지는데, 먼저 천에 나무뿌리즙으로 물들인 뒤 진흙을 발라 볕에 말리는 작업을 여러 번 거쳐 염색한다. 완성된 원단은 검정빛을 띤다. 정 대표는 현재 여기에 국내 염색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색상을 개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전통소재도 어떻게 색을 입히고 디자인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경쟁력 있는 패션재료가 될 수 있어요. 지난 여름 우리 전통직물 춘포로 만든 재킷을 출시했는데 시장 반응이 몹시 뜨거웠어요. 모시와 명주의 교직물인 춘포는 시원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광택이 나는 것이 특징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많은 분들이 우리 전통소재에 관심을 갖고 디자인 개발에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장은 넓은데 혼자 가려니 외롭네요(웃음).”

약력  1968년생. 1991년 국민대 의상디자인학과 졸업. 2005년 브랜드 ‘이새’ 론칭. 2006년~현재 이새FnC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