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먼파워를 과시하며 미국 상류층 사회의 웨딩과 이벤트 문화에 신선한 충격을 준 한국계 미국인 이벤트 디자이너 영송 마틴을 지난 1월12일 롯데호텔 2층 롯데호텔웨딩홀에서 만났다. 1970년대 21살의 나이로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는 현재 연간 1000만달러(약 13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미국의 유명 이벤트 업체 ‘와일드플라워 린넨(Wildflower Liene, www.wildflowerlinens.com)사의 대표이자 수석디자이너를 맡고 있다.
패션 디자이너 시절 의상에 담아냈던 그의 독특한 컬러 감각과 독창적인 콘셉트를 의자 커버와 테이블보, 냅킨, 데코레이션 등에 접목시키면서 홈파티, 웨딩리셉션, 할리우드 스타들의 파티, 시상식 등 이벤트를 더욱 특별하게 디자인하고 있다. 실제로 제니퍼 로페즈, 오프라 윈프리, 미셸 오바마 등 할리우드의 셀러브리티와 상류층의 파티가 모두 그의 아이디어와 손끝으로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업무에서 절대로 손을 놓지 않는다는 그와의 인터뷰는 내내 화기애애했다.
미국에는 여자 CEO들이 많다. 하지만 미국에서 일하는 동양 여자 CEO는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인물이다.
“뒤돌아보면 21살의 어린 나이에 미국에 홀로 이민을 떠나면서, 재미있고 슬프고 힘든 적도 많았죠. 하지만 무엇보다 일을 즐기면서 하는 내 나름의 마인드가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것 같아요. 단순히 돈만으로 성공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더 큰 성공은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 주는 것이 바로 가장 큰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만들어 준 파티와 웨딩 후 고맙다고 연락이 오는 편지와 전화를 받았을 때 가장 행복하답니다(웃음).”

그에게 지금까지 작업했던 파티와 웨딩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재미있던 일화가 있었는지 물었다.
“정말 지금까지 작업했던 모든 결혼식의 커플들이 사랑스러웠어요. 하지만 꼭 한 커플만 꼽으라면 웨딩플래너를 쓸 수 없을 만큼 가지고 있는 금액이 적었던 커플을 들 수 있겠네요. 처음 들어올 때부터 너무 미안해하던 그 커플들과의 작업,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너무 즐겁고 감동적이었어요. 단지 2000달러의 예산만 있었던 그 커플은 적은 금액에 맞추기 위해 직접 시장에서 꽃을 사고, 준비를 해야 했지만 너무 행복해했어요. 결혼식이 끝난 후 ‘생큐 노트’를 보내왔을 때 저도 정말 행복했답니다.”
그랬다. 그는 돈만 버는 CEO가 아니라 디자이너였다. 단 하루 사랑하는 커플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야 하는 날을 위해 사는 디자이너였다. 그는 말했다.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정해져 있지만, 얼마나 행복하게 사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우리가 오늘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행복했다면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파티 업계에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그는 아니라고 강조하며 고개를 저었다.
“전 창조가 아니라 해석만 했을 뿐이에요. 다이아몬드와 진주를 예를 들어 볼까요. 다이아몬드가 가득한 곳에 진주 한 알을 두면 아름답지 않아요. 하지만 진주끼리만 두면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지요.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일, 그것을 제가 할 뿐이에요.”
그는 린넨을 사용한 파티 스타일링을 강점으로 두고 있다. 그는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공간에서 힘을 발휘한다면서 가장 임팩트 있게 백그라운드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린넨이라는 것이다. 그가 린넨의 힘을 보여준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11년 11월 국내에서 상영한 영화 <트와일라잇>의 네 번째 시리즈 <브레이킹던 Part 1>의 손꼽히는 장면인 주인공 커플 벨라와 에드워드의 결혼식 모습이었다. 영화 속 결혼식 장면은 이번 시리즈 중 잊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손꼽히며 빌 콘돈 감독도 많은 심혈을 기울인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그는 서밋 엔터테인먼트로부터 트와일라잇 이름으로 생활용품을 디자인 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받았다.

“서비스와 음식, 디자인 3박자 갖춘 웨딩 선보이겠다”
“전 제가 맡은 모든 일을 공평하게 작업해요. 솔직히 이 영화도 진짜 결혼식이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숲 속에서 열리는 성대한 결혼식’ 장면을 위해 세트 디자이너와 수도 없이 많은 상의를 하고, 클라이언트의 취향과 제 나름의 소신을 합쳐 만들게 된 장면이죠. 전 제가 작업하는 모든 일들이 똑같이 중요하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느끼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주는 명장면이 됐다는 것에 즐겁기는 하네요(웃음).”
그는 롯데호텔과의 웨딩쇼를 시작으로 한국 웨딩 시장과 파티 문화에도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이번 한국 방문 이유도 롯데호텔과의 네 번째 웨딩 테마를 결정하기 위함이었다. 롯데호텔과 처음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2009년 롯데호텔서울의 웨딩쇼 ‘더 드림 웨딩 익스피어런스(The Dream Wedding Experience)’를 기획하면서다. 당시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으로 도심 속의 자연과 로맨스를 담아냈다. 그후 2010년과 2011년에도 각각 색다른 주제의 테마로 트렌드에 민감한 신랑·신부들 사이에서 색다른 결혼식 콘셉트로 재정립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2012년에도 롯데호텔서울에서 그만의 색깔을 담은 웨딩쇼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올해 테마도 모두 구상이 끝났어요. 종전까지의 대규모 웨딩 모습은 그대로 두면서도, 인원을 줄여 진행할 수 있는 소규모 웨딩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해 봤어요. 개인의 선호에 맞춘 웨딩을 위해 올해부터는 호텔 웨딩의 문턱을 낮추고자 해요. 보다 친근감 있는 호텔 웨딩, 직접 여러분의 눈으로 만날 수 있어요. 기대하세요(웃음).”
그는 2012년 4월 롯데호텔서울의 웨딩이 완벽해진다고 강조했다. ‘서비스와 음식, 디자인의 3박자’를 모두 갖춘 완벽한 웨딩 메뉴를 가지고 4월 한국을 다시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약력 샌프란시스코에서 패션 인스티튜트를 졸업하고, 1980년대 중반 멜로즈 애비뉴의 패션 부티크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판매했다. ‘YS’란 패션 브랜드를 설립할 만큼 소위 잘 나가는 패션 디자이너였으나, 결혼과 함께 평범한 주부가 됐다가 2001년 ‘와일드플라워 린넨’사를 설립해 제2의 성공을 거뒀다. 현재 와일드플라워 린넨의 대표이자 수석디자이너이며,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 오티스미술대학 수석 강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