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조용하게,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우리금융그룹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이끌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그룹의 주요 고객인 서민은 물론이고, 소외계층이나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단순히 퍼주기식이 아닌 ‘윈-윈’ 하는 ‘이팔성식 나눔 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는 새로운 CSR 모델로 재계와 금융계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서민·소외계층과 행복한 세상 만드는

    

‘이팔성식 CSR 모델’이 뜬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9월 추석을 맞아 직원들과 함께 ‘행복한 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9월 추석을 맞아 직원들과 함께 ‘행복한 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새해 벽두부터 ‘키워드’가 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신년사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화두로 내걸었을 정도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더 이상 예외가 없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1월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년 하례식에서 “삼성은 국민 경제를 발전시키고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주어진 책임이자 의무”라며 “국민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정몽구 회장도 이날 열린 현대차그룹 시무식에서 “현대차그룹은 국가 경제와 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모범적인 기업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승연 회장도 지난 1월1일 신년사를 통해 “단순한 물질적 나눔을 넘어서 지역사회의 동반성장과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나눔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재벌 총수들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앞다퉈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주주, 고객, 종업원, 거래업자, 경영자, 노동조합, 지역사회 등 기업의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윤리적인 방식으로 추구하려고 하는 모든 행동이다. ISO26000 채택으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글로벌 사회의 요구와 압력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SO26000은 2010년 11월 제정된 기업·NGO·정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이다.

- 이팔성 회장이 지난해 8월 서민금융지원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서울 광장시장을 방문해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 이팔성 회장이 지난해 8월 서민금융지원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서울 광장시장을 방문해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서민을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지속가능 경영 펼쳐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차별화된 CSR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지난해 월가 시위와 함께 금융기관의 탐욕에 대한 비판 분위기에 따라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마지못해 사회공헌활동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회장은 차원이 다르다. 지난 2008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실행하고 있는 데다, 임시방편적 이벤트가 아닌 서민이나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등 금융권만의 차별화된 방식을 도입해 사회공헌활동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서민과 소외계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것이 이 회장이 만들어가는 새 CSR 모델이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사회 구성원들이 염려하고 있는 지구적 문제나 사회문제에 대해 열정을 갖고 해결방안을 내놓은 기업에 더 많은 역할과 성장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며 “돈을 잘 버는 데만 열심일 것이 아니라 사회에도 기여하는 ‘굿 컴퍼니(good company)’를 만드는 데도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책임 활동은 사회에 씨앗을 뿌리는 것”이라며 “봄에 뿌린 것은 작은 씨앗에 불과하지만, 가을에는 풍성한 곡식으로 열매를 맺고 이것이 지속적인 성장을 가져다주는 원천으로 작용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6월 취임 직후 ‘서민과 함께 행복한 세상만들기’를 CSR의 대표적 모토로 정했다. ‘서민 속으로 들어가자는 것’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사람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해 서민은 물론이고, 사회 구석구석에서 소외받는 계층까지 찾아 회사 이름에도 있는 ‘우리’로 포용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금융그룹이 언제나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의 일환으로 우리금융그룹은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의 사회공헌에는 ‘행복한 나눔 활동’이 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단순한 기부에 그치지 않고 임직원과 시민들이 함께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소외계층에게 작은 온정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이 회장은 이 같은 CSR 활동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직접 자원봉사단장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평소 “기업의 사회공헌은 무엇보다도 진정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며, 단순 기부보다는 자원봉사활동 등 임직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금융지주 1인당 자원봉사 활동시간은 지난 2007년 3.7시간에서 2010년 69.8시간으로 크게 늘었다. 사회공헌 활동비도 지난 2007년 419억원에서 2010년 80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우선 우리금융그룹은 매년 설이나 추석 때 그룹 전 계열사가 같은 날 동시에 5억원 규모로 소외된 이웃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추석에는 전 계열사 임직원 400여명이 저소득가정을 방문해 쌀 10㎏짜리 3000포대와 생필품 세트 3000박스를 제공하며 정을 나눴다.

아울러 매년 11월에서 12월 사이 임직원이 참여하는 자원봉사대축제를 실시하고 있다. 나눔과 봉사를 기업문화로 정착시키고자 전국 2만6000여 임직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 기간에는 한마음 김장나눔 행사도 열린다.

또 소외된 이웃을 지원하기 위한 ‘나눔의 4계절’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저소득가정 아동에게 행복한 배움터를 만들어주기 위한 희망드림 사업, 무의탁 어르신을 위한 생활안정 지원 사업 등이 있으며, 일회성 지원이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적인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가령 희망드림 사업은 지난 2009년부터 임직원들이 매달 급여에서 일정금액을 기부해 저소득가정 아동 43명을 후원하고 있다. 또 서울 중구 지역 내 무의탁 어르신 40세대를 선정해 지난 2009년부터 매달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 우리금융그룹 글로벌 봉사단이 지난해 4월 몽골에서 사막화 방지를 위한 나무를 심고 있다.
- 우리금융그룹 글로벌 봉사단이 지난해 4월 몽골에서 사막화 방지를 위한 나무를 심고 있다.

2008년 취임직후 일자리 창출에도 전력

이 회장의 나눔 경영은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글로벌 사회공헌활동 강화를 위해 국내외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우리금융그룹 사회봉사의 날(Woori Community Service Day)을 지난 2010년부터 제정해 실시하고 있는 것. 2010년 그룹 창립 9주년을 맞아 국내외 전 계열사 임직원 및 가족, 고객 약 7500명이 함께 한 제1회 우리금융그룹 사회봉사의 날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3500명 증가한 1만1000여명이 미국·영국·중국·러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베트남 등지에서 참여했다. 이들은 아동센터 자원봉사활동, 장애인 체육대회, 환경보호캠페인, 어린이 환우 돕기 활동, 재활용품 수거, 무료 급식 등 전 세계 지점에서 동시에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을 펼쳤다.

또한 이 회장은 매년 우리금융그룹 임직원으로 구성된 글로벌 자원봉사단을 해외 저개발 국가에 파견하고 있다. 지난 2010년에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빙푹성에서 직업센터 기숙사 및 도서관 신축과 더불어 환경미화활동, 지역아동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문화교류 활동을 실시했다. 지난해 4월에는 몽골 울란바토르 인근 사막화지역인 바양항가이에서 나무심기와 더불어 도서관 신축, 휴게실 정비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또 11월에는 네팔 카트만두시 외곽 에버비전스쿨을 찾아 IT(정보기술)센터와 화장실 신축을 돕는 활동을 펼치는 등 다양한 CSR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일자리 창출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CSR 모델을 지속적으로 진화시켜 왔는데,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 것이다. 그는 일자리 창출이 곧 CSR 활동이며, 고객들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 회장은 취임 직후 일자리 창출을 그룹의 인사 전략 과제로 선정, 청년 인턴을 지속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특히 정규직 채용인원의 20~30%를 청년 인턴을 대상으로 선발함으로써 청년 인턴 제도가 실질적인 채용으로 연계되도록 운영했다. 아울러 그룹 채용 확대, 중소기업과 연계한 명예퇴직 금융 전문 인력에 대한 재취업 지원,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창출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회장은 재원확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룹 임직원의 급여 반납 및 ‘원두(One Do) 경영’ 등의 자구계획을 실시했다. ‘원두’란 우리금융그룹 임직원 각자가 창의적 사고와 자발적 참여를 통해 환경이 급변해도 이를 극복해내는 혁신 운동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지난 2년간 ‘원두 경영’을 통해 5000억원의 재무성과를 냈다. 지난해에는 고졸 인력과 다문화가정자녀, 새터민 등을 대상으로 채용범위를 확대했다.

이런 노력이 인정을 받아 이 회장은 ‘2011 일자리 창출 유공 정부 포상’에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 회장은 “1회적인 기부 행위보다 취약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해 자립 기반을 다질 수 있게끔 돕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사회공헌 방식”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1월11일 다문화가정 장학 및 교육 지원 사업 등을 위해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을 출범시켰다. 가운데가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1월11일 다문화가정 장학 및 교육 지원 사업 등을 위해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을 출범시켰다. 가운데가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우리미소금융으로 ‘더 큰 우리’ 만들어

2009년 12월부터 5년간 매년 100억원을 출연해 우리미소금융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팔성식 나눔 경영’ 모델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여파로 어느 때보다 서민금융의 필요성이 높아지자 서민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우리미소금융재단을 설립했다. 서울 을지로3가, 서울 중랑구청(출장소), 성남, 용인, 광주, 대구, 마산, 부산 등에 우리미소금융 지점을 설립해 금융사각지대에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창업·운영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서민 생활의 안정을 돕고 있다.

한 부모 가정 등 소외계층을 위한 특화상품, 영세 개인택배 사업자들의 자립을 돕는 맞춤형 상품을 출시하는 등 우리미소금융을 통해 지난해 9월까지 약 1617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말에는 서민의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미소금융의 금리를 더 낮췄다.

우리미소금융재단의 지원을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는 서민들의 이야기가 잇달아 들리고 있다. 광주광역시 소재 남광주시장에서 8년째 국밥집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지난 2010년 재료구입 자금이 부족해져 가게 문을 닫을 상황이었다. 은행에 대출 신청을 했으나 모두 거절됐다. 그는 우리미소금융재단의 지원 자금을 받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박씨처럼 우리미소금융재단으로부터 수혜를 받은 사람들이 모여 만든 카페가 네이버에 개설돼 있을 정도다.

이 회장은 영세 자영업자 외에 일반 중소기업에도 힘을 불어넣었다. 지난 2011년 함께 잘살자는 ‘공생발전’이나 ‘동반성장’이 화두로 떠올라 대기업이나 금융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우리금융그룹은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그전부터 중소기업의 동반자 역할을 해왔다. 특히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지난 2010년 1월 금리와 금융비용을 우대한 상품 ‘우량기업플러스론’을 출시했고, 지난해 4월에는 ‘빅찬스론’을 내놔 지난해 말까지 지원금액이 9826억원에 이른다. 정부의 상생협력정책에 맞춰 ‘상생보증부대출’ ‘상생플러스론’ 등의 상품도 내놨다.

 다문화가정에도 ‘나눔 경영’

이 회장의 나눔 경영은 매년 증가하는 다문화가정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영화 <완득이>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회장은 평소에도 “우리 사회의 일원인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우리가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이 회장은 “국내 다문화가정은 18만 가구에 달할 정도로 큰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향후 다문화가정의 2세대들은 우리의 고객이 될 수도 있고, 우리 회사에서 채용할 계획도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최근 자신이 발언한 내용을 실행에 옮겼다. 지난 1월11일 다문화가정 자녀 지원사업을 위해 200억원 규모로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을 설립해 출범시킨 것. 이 회장은 학자금 지원, 다문화 공부방 지원 등을 통해 이들이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결혼 이민자의 한국문화 및 한국어 교육지원, 외국인 근로자 교육센터 지원 및 다문화 자녀의 취업 지원 등의 사업도 활발히 전개할 방침이다. 초기 출연금은 200억원 수준이지만 지원 규모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들이 향후 우리금융지주의 고객이 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이준석 유엔글로벌콤팩트한국협회 팀장은 “영국 BT(브리티시텔레콤)가 인도나 방글라데시의 농민을 겨냥해 보다폰이라는 저가 휴대폰을 판매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면서 “뿐만 아니라 BT는 그 나라에서 저가 휴대폰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서민, 소외계층,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적 책임 활동을 통해 윈-윈 전략을 추구하는 ‘이팔성식 나눔 경영’이 앞으로 지속가능경영의 한 트렌드로 잡아갈 수 있음을 엿볼 수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