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무역업에 종사하던 평범한 사업가가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벌였다. 수년간의 단독 연구를 통해 일본을 분석한 책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를 펴낸 것. 말마따나 학자도 공무원도 운동가도 아닌 평범한 사업가인 그가 글을 써야 했던 이유, 그리고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들을 들어봤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일본인의 강인하고 결연한 이미지, 개인의 사사로움보다 대의를 중요시해 국가의 비상사태시에는 때로 목숨도 버리고 그 어떤 불편도 묵묵히 참아내는 초연함에 세계가 여러 번 놀란 바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의 가미가제 특공대가 그러했고, 얼마 전 원전사태 이후 보여준 일본 국민들의 성숙한 태도 역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과거 막부시대 쇼군에 대한 충성으로 할복을 자행,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무라이의 정신이 이어져 두려움을 이기는 용기와 또 그것을 통해 명예를 지키는 ‘무사도(武士道)’가 국민의식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무사도, 사무라이 정신의 본질은 무엇이며, 그것이 오랜 역사 동안 일본인들을 사로잡은 정신적 기조가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수년간 사무라이 정신을 조사하고 연구해온 장성훈씨는 이렇게 말한다. “사무라이 정신의 본질은 허구이며, 일본 정부가 국민에게 세뇌시킨 조작된 역사의식일 뿐”이라고. 이 말은 그의 저서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에 더욱 자세하게 밝혀져 있다. 그를 직접 만나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 배경을 들어보았다.

집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를 보면서 그의 행동은 마치 독일인들이 히틀러를 숭배하는 것과 같은 비상식적인 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은 이미 유태인들에게 공식으로 사과를 했고 유태인들 역시 그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에 비하면 일본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이웃 나라들에게 사과는커녕 여전히 ‘대동아 공영권’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그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한 술 더 떠 신사참배까지 하고 있으니…. 저들의 비틀린 역사의식 뒤에는 분명 허황된 자긍심이 있을 텐데, 그것이 사무라이 정신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의심이 들었다.

우리 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비판은 감정적인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경우도 많다. 우리의 감정을 보다 논리적으로 반증할 필요를 느낀 건가?

오랫동안 무역업을 하면서 여러 나라를 다니며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사람들을 만났다. 일본인에 대한 평은 하나같이 “이중적이고 본심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무사도 정신이라는 것도 서양의 기사도 정신을 모방한 것이 아닐까 싶었고…. 우리나라 내에서의 관점을 세계인의 관점보다 객관적인 논리로 일본인들의 허황됨을 밝히고 싶었다. 독도 문제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들은 국제재판소에 가서 따지자며 그에 응하지 않는 우리를 국제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는 쿠릴 열도와 센카쿠 열도에 대해서는 국제재판소에 가자는 러시아나 중국의 항의에 거부와 침묵으로 일관하며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무라이 정신의 허구성에서 더 나아가 정신대 문제와 독도 문제도 짚었다. 과거로부터 출발해 현재의 분쟁상황을 다루고 있다.

종군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2007년 미국의 일본계 미 하원의원 마이크 혼다에 의해 발의되었다. 이때 일본 정부는 위안부들이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며 실제로 많은 돈을 벌었다는 주장이 담긴 성명을 <워싱턴포스트> 지에 광고로 냈다. 이에 대해 미 의원들은 일본의 가증스러운 거짓행위가 참 어이없다며 그 다음 회의에서 찬성표를 던져 통과시켜버렸다. 심지어 일본인들 중에서도 독도 문제나 야스쿠니 신사참배의 실체를 자세히 듣고 나면 우리나라의 입장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많다. 어쩌면 대다수의 일본 국민들은 자신들의 정부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동조하는 건지도  모른다. 사무라이 정신을 자신들의 정신적 기조로 삼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가미가제 특공대, 오키나와 집단 자살 등의 참사를 가슴에 새기면서 애국심에 한껏 고취되어 있는 상태에서 왜곡된 역사를 배운 그들이다.

일본인들이 읽고 실상을 알게 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보다 우리가 먼저 알아두면 좋은 이야기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어린 학생들이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무조건 일본에 배타적인 감정을 갖기보다는 왜, 어느 부분에서 그들이 얼토당토않은 역사적 이유를 들어 뻔뻔한 주장을 펴는지, 그들의 논리를 알아야 막연히 분노만 하며 당하는 걸 막을 수 있다. 식민사관을 떨치지 못하고 우리 민족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마음에 두는 것은 옳지 않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관과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갖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뜻으로 본 일제 36년’이라는 부분에서는 국권상실 당시 긴박한 동아시아 정세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혼란스러웠던 당시 역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나는 책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역사학자는 더더욱 아니다. 처음 내는 책이고 오랫동안 구상했던 것이라 나나 곁에서 원고를 읽어준 아내나 고민이 많았다. 이 책이 객관적 논조를 유지하고 있는지, 애초 의도대로 역사를 종합적으로 보는 관점이 미숙한 어린 학생들이 이 책을 읽고 정말 시각을 넓힐 수 있을지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해당 분야의 교수들과 출판관계자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검증도 받았다.  ‘뜻으로 본 일제 36년’은 이번에 새로 추가한 부분이다. 일본의 근대화가 사회 윤리와 국가적 자존심을 저버린 나약함 때문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구축한 군국주의가 얼마나 교만한 것인지를 밝혔다. 

한류 열풍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는데, 혹시 이것이 한일관계의 진실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는가? 

글쎄, 한류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다. 서경덕 교수와 김장훈 씨가 벌이는 독도 캠페인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어떻게 연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내 책이 캠페인에 필요한 콘텐츠가 된다면 물론 기꺼이 협조하고 싶다.  일본은 각국의 언어로 된 웹사이트를 통해 독도가 일본의 영토이며 한국이 무단으로 군사를 주둔시키고 있다는 내용을 전 세계에 열심히 홍보해왔다. 그들의 주장은 1905년 편입고시를 통해 합법적으로 독도를 시마네 현으로 편입했다는 것이다. 그 주장의 실체는 이렇다. 1904년 8월 강제적 한일협정으로 우리나라를 허수아비 국가로 만들고, 6개월 뒤인 1905년 2월 독도의 시네마 현 편입을 국제적으로 고시한 것이다. 그리고 한 해 뒤인 1906년 4월 독도의 편입고시 확정을 대한제국에 통보했다. 일본은 한일합병 조약이 체결된 1910년 이전에는 대한제국이 국제법상 주권국가였기에 그들의 고시와 통보는 대한제국도 받아들인 합법절차를 거쳤다고 우기지만, 사실상 우리나라는 한일협정과 을사조약으로 외교적 손발이 묶인 상태였기에 그들의 고시와 통보에 어떤 대응도 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일방적 편입신고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자기들이 날치기로 강행한 국제법상 편입을 이유로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다. 이것은 모든 일본인들이 반드시 알고 이해해야 하는 팩트(fact)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