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 넘어 글로벌 SNS 꿈 키워요”

- 그림은 틱톡의 심벌 .
김창하(34) 매드스마트 대표는 지난 2010년 7월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의 인생 항로를 완전히 바꿔놓게 되는 ‘운명의 전화’였다. 전화를 건 사람은 장병규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이하 본엔젤스) 대표였다.
장 대표는 인터넷서비스업체 네오위즈의 공동 창업자다. 그는 2005년 네오위즈를 나와 검색엔진업체 ‘첫눈’을 설립해 키워낸 후 2006년 NHN에 매각한 데 이어 2010년에는 초창기 벤처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본엔젤스를 창립하고 엔젤투자자로 변신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김 대표는 장 대표와 이전부터 인연을 이어오던 사이였다. 김 대표는 네오위즈에서 병역특례근무를 할 때 처음 장 대표를 만났고, 나중에 장 대표가 설립한 첫눈에 개발자로 입사하면서 더욱 돈독한 관계를 쌓게 됐다.
그날 통화에서 김 대표는 “본엔젤스에 와서 유망한 창업 벤처를 키우는 일에 동참하지 않겠느냐”는 뜻밖의 제안을 장 대표로부터 받았다. 장 대표가 김 대표에게 제의한 것은 이른바 ‘EIR(Entrepreneur in Residence)’이라는 직무였다.
EIR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일반화돼 있는 일종의 ‘창업 도우미’다. 벤처캐피털 안에 상주하면서 유망한 창업 벤처의 인큐베이팅에 참여할 뿐 아니라 실제 창업 과정에서는 경영이나 기술 전반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당시 국내 최대 인터넷기업 NHN에서 ‘잘나가는 팀장’ 자리에 있었던 김 대표는 잠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첫눈이 NHN에 합병된 지 2년 만에 웹크롤(Web Crawl: 월드와이드웹을 자동 탐색하는 검색로봇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업무)팀장에 올랐다. 스물아홉 살 때였다. NHN 전체로 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팀장 승진이 빠른 케이스였다고 한다.
하지만 김 대표는 성공가도를 달리던 직장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평소 존경하던 장 대표의 뜻에 가슴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기득권을 포기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새롭고 가치 있는 도전 기회가 그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본엔젤스에 합류한 얼마 뒤였다. 스마트폰 열풍이 점차 거세졌다. 모바일 시장도 급팽창했다. 당시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카카오톡에 푹 빠져들고 있었다. 너도나도 문자 대신 ‘카톡’을 쓰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카카오톡의 기술적 수준이 궁금해져 직접 사용해봤다. 그리고는 나름대로 평가를 내렸다. 그의 말이다.
“카톡을 해보니까 개발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더 나은 서비스를 구현할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까지 생기더군요. 장병규 대표께 직접 모바일 메신저를 만들어보겠다고 말씀드렸죠. 그렇게 해서 본엔젤스의 투자를 받아 직접 창업의 길을 걷게 됐어요.”
김 대표는 지난해 3월 매드스마트를 설립했다. 카이스트 7년 후배인 김형철(클라이언트 개발 총괄), 윤현석(서버 담당)씨가 공동 창업자로 합류했다. 김 대표는 본엔젤스가 주최한 ‘매드(MAD·Mobile Application Development: 모바일 앱 개발) 캠프’에서 멘토로서 두 후배와 인연을 맺었다.

‘틱’하면 ‘톡’하고 전송된다고 ‘틱톡’ 명명
매드스마트(Madsmart)라는 회사 이름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고 한다. 글자 그대로 ‘미치도록 영리한’이라는 뜻과 함께 모바일 앱 개발자(MAD·Mobile Application Developer)로서 스마트(Smart)폰용 플랫폼 개발에 뼈를 묻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인류사회가 스마트폰 기반의 세상이 된다는 확신도 회사 이름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창업 동지들은 회사 설립 직후부터 ‘닥치고 개발(회사 소개자료에 적혀 있는 표현)’에 나섰다. 서비스 측면에서는 미국의 왓츠앱, 한국의 카카오톡 등 기존의 유력 모바일 메신저를 벤치마킹하면서 기술적으로는 더욱 뛰어난 메신저 개발에 공을 들였다. 그렇게 서너 달 동안 밤낮없이 개발에 몰두한 끝에 마침내 2011년 7월 틱톡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틱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의 최대 강점은 ‘빠르고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틱톡이라는 이름도 ‘틱’ 하면 ‘톡’ 하고 메시지가 전송된다는 뜻에서 지었다고 한다. 김 대표의 설명이다.
“모바일 메신저는 무엇보다 빠르고 안정적이면서 사용자 환경이 감성적으로 잘 디자인돼야 합니다. 저희는 데이터 트래픽을 효율적, 경제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동일한 메시지를 전송할 경우 틱톡은 현존 메신저 중에서 가장 적은 데이터 사용량이 소요됩니다. 따라서 메시지 처리에 필요한 서버 비용도 적게 들고, 메시지 전송량이 많더라도 빠른 속도를 유지할 수 있죠.”
틱톡은 출시되자마자 빠른 전송 속도를 앞세워 단기간에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매료시켰다. 이용자 증가 속도가 국내 모바일 메신저 중에 가장 빠르다는 점이 단적인 증거다. 틱톡은 지난 1월말 기준으로 이용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 출시 후 약 6개월 만이다.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이 출시 후 1년 만에 이용자 1000만명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2배 빠른 확산 속도인 셈이다.
물론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보급 초창기에 출시된 반면 틱톡은 이미 스마트폰이 크게 확산된 시점에 출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비교가 곤란한 대목도 있다. 그럼에도 틱톡은 강력한 선발주자들이 있는 상황에서 급속한 이용자 증가세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나름의 경쟁력을 입증한 셈이다. 양주영 홍보팀장의 말이다.
“틱톡 이용자들은 무엇보다 굉장히 빠른 전송 속도와 안정적인 서비스에 크게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또 다른 인기 비결로는 다른 메신저에서 볼 수 없는 ‘모임’이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꼽을 수 있습니다. ‘모임’은 친구나 직장동료처럼 가까운 사람들끼리 서로 소식을 전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인데, 특히 10~20대의 반응이 아주 뜨거웠어요. 이들이 틱톡에 대한 입소문을 내면서 이용자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졌습니다.”
매드스마트는 올해 틱톡의 차별성을 더욱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전송 속도와 안정성에서 우위를 보였지만 다른 경쟁 메신저들도 그냥 손 놓고 있지 않을 것이기에 다른 기능과 서비스를 보강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렇게 해서 도출된 2012년 사업전략이 모바일 메신저 업계의 ‘패스트 무버(Fast Mover)’가 된다는 것이다. 새롭고 편리한 기능과 서비스를 다른 경쟁자들보다 한발 앞서 선보여 메신저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구름’이라는 서비스는 틱톡의 대표적인 신무기다. ‘구름’은 틱톡 이용자가 자신과 관심사나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과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일종의 스마트폰용 미니홈피 내지는 모바일 블로그라고도 할 수 있다. 틱톡 이용자는 자신의 이야기와 일상을 담은 글, 사진, 음성, 동영상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구름’에 올릴 수 있다. ‘구름’은 키워드 검색 기능을 갖고 있어 이용자가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수도 있다. 개인은 물론 회사나 단체도 ‘구름’을 개설할 수 있다고 한다.
‘구름’ 서비스는 출시 초기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출시 2개월 만에 전체 이용자수는 50만명, 하루 평균 방문자수는 10만명, 월간 페이지뷰는 3억회를 넘어섰다. 양주영 팀장은 “당초 예상보다는 반응이 상당히 좋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패스트 무버’가 되는 게 2012년 사업전략
틱톡은 단순한 모바일 메신저 너머를 지향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인 메신저와 함께 ‘모임’과 ‘구름’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장착한 것도 그런 목표 때문이다. 양주영 팀장의 말이다.
“틱톡의 특징은 전화번호 기반의 커뮤니티라는 점이에요.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에게 자유로운 소통의 장을 제공하는 모바일 커뮤니티를 지향합니다. 그래서 틱톡의 경쟁자는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가 아니라 오히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8월 기준 국내 트위터 이용자가 550만명 정도 되는데, 올해 틱톡의 ‘구름’ 이용자수를 그 정도로 확보하는 게 목표입니다.”
매드스마트는 올해 해외진출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해외 사업파트너에게 기술을 제공하고 수익을 나누는 방식을 택했다. 현재 동남아시아 국가의 한 사업파트너와 계약을 맺고 블랙베리용 틱톡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좀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직접 투자를 통한 진출도 시도할 예정이다. 서버와 데이터 처리 분야의 기술력이 해외진출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매드스마트의 꿈과 야망은 한국이라는 좁은 시장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모바일 메신저는 원대한 사업계획의 일부이고, 틱톡은 첫 걸음일 뿐이라고 한다. 김창하 대표는 가슴에 담아둔 포부와 비전을 솔직하고 자신감 있게 밝혔다.
“한국산 IT 서비스가 해외에서 성공한 사례가 아직 전무한데, 저는 그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고 싶어요. 솔직히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IT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야심이 있습니다.”
▒ 김창하 대표 프로필
1997 KAIST 원자력공학과 입학 / 2002 넥스콘월드 / 2004 네오위즈 / 2005 첫눈 / 2006 NHN / 2010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 2011 매드스마트 창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