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된 투자 고전서 재번역 출간

    

 보람 느낍니다”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증권분석 3판>, <행운에 속지마라>, <시장의 변화를 이기는 투자>, <주식 말고 기업을 사라> 등 이들 주식 투자서의 공통점은? 단타보다는 가치투자를 중요시한다는 것과 한 사람이 번역했다는 점이다. 이 책들을 번역한 이건씨는 국내 출판업계에서 펀드매니저 출신의 유일한 경영·경제서적 전문 번역가다. 더 자세히 말하면 주식투자가 그가 주로 번역작업에 참여하는 분야다.

 이씨의 번역서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호평을 받는 이유는 그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그는 연세대에서 학·석사를 마친 뒤 장기신용은행에서 주식펀드매니저, 국제채권딜러로 활동했다. 이후 삼성증권 사이버마케팅팀장,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기획마케팅 이사를 역임한 그가 본격적으로 번역 일에 나선 것은 지난 2007년 무렵이다.

“랜덤워크 이론과 관련된 책이었는데 30년 넘게 주식투자를 연구한 제가 봐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됐어요. 하도 궁금해 원서를 봤더니, 정말 번역자가 자기 맘대로 썼더라고요.”

그의 번역은 저자의 글을 직역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본인의 전문지식을 글속에 함께 집어넣는 방식이다. 이렇게 번역한 책만 현재 30여권에 달한다. 최근 이씨가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재번역 분야다. 오역된 투자 고전서들을 재번역해 출간하는 데 그는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워런 버핏의 스승이자 가치투자의 전설인 벤저민 그레이엄이 1951년에 쓴 고전서 <증권분석 3판>이 바로 그런 케이스예요. 모 영문학자가 번역한 걸 몇 장만 읽었는데 정말 ‘그레이엄의 투자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고나 있는 건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보통 2~3개월에 한 권씩 책을 내는 그는 이 책을 번역하는 데 무려 7개월을 매달려야 했다. 60년 전에 출간된 책이라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고어(古語)도 많을뿐더러, 이해를 돕기 위해 든 예도 지금과는 전혀 딴판이라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현재 그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 6판>을 5개월째 번역하고 있다. 이씨는 지금 속도라면 2개월 후에나 번역 작업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증권분석의 최종판으로 미국 내에서도 벤저민 그레이엄의 설명이 너무 난해해 가치투자 전문가 10명의 해설이 함께 수록돼 있는 최고의 고전서다.

“그레이엄의 글 중 ‘행운에 속지 말라’는 말이 참 기억에 남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라는 뜻이죠. 주식투자의 실패는 어찌 보면 불완전한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걸 겁니다. 증시 격언 중에 잘 분산해서 장기 투자하면 누구나 전문가를 이길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 통계를 보면 펀드매니저가 인덱스(주가지수)를 이길 수 있는 확률은 10%가 채 못된다고 해요. 그래서 저는 인덱스펀드에 오래 묻어두는 게 성공투자의 지름길이라고 확신합니다.” 

 

약력 

1961년 경남 진해 생, 84년 연세대 경영학과, 86년 동 대학원(경영학 석사) 졸업, 장기신용은행, 삼성증권 사이버마케팅팀장,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기획마케팅 이사 근무, 현재 가치투자자협회 부회장으로 재직. 투자서적 토론방 KEONLEE.COM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