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와인은 지갑을 망치고

    

나쁜 와인은 위를 망친다

- 오스트리아의 와인메이커 레오 힐링어
- 오스트리아의 와인메이커 레오 힐링어

독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학자인 카를 하인리히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는 말했다.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믿을 때는 특히 조심하라!” 의미를 찾다보면 ‘와인을 즐기는 것을 보니 신뢰가 간다’는 표현이 된다. 비즈니스 상대의 호감을 쉽게 얻고 싶다면 와인에 관한 말과 글들을 알아두자. 와인을 마시면 더욱 즐거워지고, 비즈니스 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명언과 시(詩)에서 사랑보다 더 자주 등장하는 테마는 없다. 알코올 음료 중에서 특히 와인에 관한 명언, 속담과 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와인은 천(天), 지(地), 인(人)의 3박자가 맞아야 훌륭한 결실을 볼 수 있으며 전 세계 지성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해 온 음료이기 때문일 것이다.

와인과 진실

“와인에는 진실이 있다(In vino veritas).” 고대 그리스의 서정시인 알카이오스(Alcaeus)가 남긴 이 명언을 모르는 와인애호가는 없다. 그러나 이 명언을 응용하거나, 현실에 빗대어 풍자하거나, 와인과 진실의 관계를 다른 각도에서 해석한 경우는 많다.

칸트 철학을 계승한 독일 관념론의 대성자인 프리드리히 헤겔(Friedrich Hegel)은 “와인에는 진실이 있다-사람들은 어디에서나 진실과 건배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프리드리히 헤겔의 영향을 많이 받은 카를 마르크스가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믿을 때는 조심하라”고 경고한 것은 우연이 아닌 듯하다. 독일의 시인이자 동양어학자였던 프리드리히 뤼퀘르트(Friedrich Ruckert)는 “와인에는 진실이 있다 - 즉 오늘날 진실을 말하고 싶으면 취해 있어야 한다”고 말해 알코올의 도움 없이 진실을 말할 용기가 나지 않는 경우를 꼬집었다. 반면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는 와인보다 진실의 힘이 더 강하다는 비교를 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와인은 강하다. 왕은 더 강하고 여자는 더욱 더 강하다. 그러나 가장 강한 것은 진실이다.”

와인과 예술

긴장을 해소해 주며 정서적인 풍요로움을 주고 판타지를 갖게 한다는 면에서 와인과 예술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와인과 예술은 자주 비교된다. <보물섬>, <지킬 박사와 하이드>로 유명한 영국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은 “와인은 병에 담긴 시”라는 명언을 남겼다. 왈츠의 왕이라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Johann Strauss)는 “왈츠와 한 잔의 와인에는 앙코르가 따른다”고 말해 자신의 음악과 와인의 인기를 비교했고, 영국의 록 밴드인 킹 크림슨의 멤버 로버트 프립(Robert Fripp)은 “음악은 침묵의 컵을 채우는 와인”이라고 설명하며 음악과 와인을 통해 대화가 풍부해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1. 유용상 화가의 작품 <GOOD evening>2. 장회준의 작품 <헤르만 헤세의 와인사랑> 3. 페루의 화가 루이스 카사노바 소롤라의 작품 <ALLAMOS Malbec>
1. 유용상 화가의 작품
2. 장회준의 작품 <헤르만 헤세의 와인사랑>
3. 페루의 화가 루이스 카사노바 소롤라의 작품

좋은 와인과 나쁜 와인

좋은 와인과 나쁜 와인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좋은 와인은 지갑을 망치고 나쁜 와인은 위를 망친다”는 스페인의 속담은 그 차이점을 쉽게 알려줌에 있어 재미있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캘리포니아 와인의 선구자 중 하나로 인정받았던 메이너드 아메린(Ma-ynard Amerine) 교수는 “좋은 와인은 무언가 기분 좋은 것을 남기고 떠나지만 평범한 와인은 그냥 떠나 버린다”고 비교했다. 세계적인 문학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는 와인을 아주 많이 마신 것으로 유명했는데 “나쁜 와인을 마시기에 인생은 너무나 짧다”고 말한 것을 보면 와인의 양뿐 아니라 질도 중요하게 여겼던 것으로 짐작된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에게 있어서 “좋은 와인 한 병은 선행처럼 항상 기억에 남는 것”이었고 독일 수상이었던 콘라드 아데나워(Konrad Adenauer)는 “좋은 와인은 이성을 일깨우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와인과 사랑

영국 희극의 대표 작가인 윌리엄 위철리(William Wyc-herley)는 “와인은 우리에게 자유를 주지만 사랑은 자유를 빼앗아 간다. 와인은 우리를 왕자로 만들지만 사랑은 거지로 만든다”며 사랑에 대해 독설을 퍼붓고 이와는 정반대로 와인을 예찬했다. 그러나 사랑과 와인을 동시에 예찬한 경우는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괴테는 “여자와 한 잔의 와인은 궁핍할 때 구세주다. 와인을 마시지 않거나 키스를 하지 않는 자는 죽은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는 시구를 남겼고, 18세기 오스트리아의 연극배우였던 요아힘 페리네트(Joachim Perinet)는 “인생의 낙은? 사랑과 와인”이라고 자문자답했다.

이 외에도 와인과 건강, 와인과 음식, 와인 예찬에 관한 명언과 속담들이 많다. 성경에는 포도주가 200번 가까이 언급되고 있다. 특히 와인메이커가 자신의 직업관과 양조철학에 대해서 한 말들 중에는 다른 비즈니스 맨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경우가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오스트리아의 젊은 와인메이커 레오 힐링어(Leo Hillinger)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나는 특성 없는 국제적인 와인을 생산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오스트리아 특유의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기를 원한다. 와인 생산은 나의 최고의 행운이다. 나의 직업임과 동시에 취미다. 와인 생산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상상할 수 없다.”

와인에 관한 시

와인에 대한 대표적인 시로는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술잔 속의 나비(Falter im Wein)’,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의 ‘와인에 바치는 송시(Ode to wine)’,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의  ‘음주가(A drinking song)’가 유명하다. 만해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에 ‘포도주’라는 시가 포함돼 있는 놀라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가을바람과 아침볕에 마침 맞게 익은 향기로운 포도를 따서 술을 빚었습니다. 그 술 고이는 향기는 가을 하늘을 물들입니다. 님이여, 그 술을 연잎잔에 가득히 부어서 님에게 드리겠습니다. 님이여, 떨리는 손을 거쳐서 타오르는 입술을 축이셔요. 님이여, 그 술은 한밤을 지나면 눈물이 됩니다. 아아 한밤을 지나면 포도주가 눈물이 되지마는 또 한밤을 지나면 나의 눈물이 다른 포도주가 됩니다. 오오 님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