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사용하는 말 중 체리 피킹(Cherry Picking)이라는 용어가 있다. 쉽게 말해 좋은 종목만을 구입하는 것을 뜻한다. 그렇게 본다면 체리 피킹의 범주는 굉장히 넓어진다. 수익률, 매출, 지배구조 등은 기본이고 사업 전망이 얼마나 밝은지도 중요 판단 기준이다. 물론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투자자로 참여하는 것도 투자자들에게 좋은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이코노미플러스>가 주식투자 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국내 주요 기업이 투자한 종목을 살펴봤다.

미국 등 선진국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주식시장이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특징은 없다. 다만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 추세는 계속될까.

유동성이 많거나 증시가 조정기에 있을 때는 상승세 면에서 중소형주가 대형주를 앞서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렇다면 많고 많은 중소형주 중에서 유망 종목은 어떻게 추려내야 할까. 실적은 기본이다. 그리고 투자자로 누가 나섰는지는 덤이다. 만약 대기업이 투자자로 나섰다면 투자는 일단 합격점이다. 이들 대기업이 계열사가 아닌 일반 중소기업 종목에 자금을 투자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해당 기업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단순 투자냐, 추후 기업을 인수하느냐는 그 다음 문제다. 대기업이 지분을 투자했다는 것은 동반성장 내지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대기업이 투자하고 있으면서 매년 꾸준한 이익을 내고 있다면 전망은 일단 밝다.

물론 대기업이 지분투자에 나섰다는 소식만 갖고 접근하는 것은 무리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는 증시격언도 있듯 해당 종목의 장기가치와 매출, 이익 추이 등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매출과 이익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공시만 갖고 덤벼들었다가 펀더멘털이 좋지 않아 주가가 하락세로 반전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삼성전자

- 에스에프에이, 에이테크솔루션, 신화인터텍

국내 최대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삼성전자가 지분투자한 종목 중 관심을 끄는 것은 에스에프에이(SFA)다. 디스플레이 제조업체인 에스에프에이는 시가총액이 1조원(3월19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닥 전체 기업 중 9위에 해당하는 기업이다. 현재 주가는 주당 5만5700원(3월19일 종가)이다. 에스에프에이의 출발은 지난 1998년 삼성항공(삼성테크윈 전신)의 자동화사업부다. 삼성에서 분사돼 아직도 삼성전자가 회사 지분의 10.15%(182만여주)를 갖고 있다. 에스에프에이는 디스플레이 장비, 물류시스템, 공정자동화 등을 사업 포트폴리오로 갖고 있는데 주력사업은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디스플레이다. LCD(액정 디스플레이 패널),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OLED(유기발광 다이오드) 시장이 커지면서 주력인 FPD(평판 디스플레이) 제조장비의 수요가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 매출 신장의 주된 요인이다. 여기에 특수 디스플레이를 취급하는 물류시스템과 우주항공산업, 정밀부품과 관련된 공정자동화 사업 부분에서도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7534억원, 영업이익은 920억원으로 예상된다. 예상대로라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74.7%, 영업이익은 91.7%나 급증하게 된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디와이에셋으로 현재 33.09%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에이테크솔루션도 삼성전자 정밀기기팀에서 지난 2001년 떨어져 나온 기업으로 전자·자동차 금형이 전문이다. 분사 이전 이 회사는 카메라렌즈부터 콤팩트디스크, 자동차 SM5 금형까지 다양한 제품의 금형을 개발했었다. 현재 이 회사는 디지털TV,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다양한 제품의 외관을 만들고 있다. 최대주주는 지분 32.00%를 보유하고 있는 유영목 대표다. 삼성전자는 2대 주주로 보유 지분이 15.92%다. 

 이 밖에 삼성전자는 광학필름제조업체인 신화인터텍에 신주인수권부사채(BW) 300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는 TFT-LCD 핵심부품인 광학필름을 만드는 곳으로 23.20%의 지분을 보유한 오성LST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직후 구조조정을 단행,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이정 애널리스트(반도체·디스플레이)는 “신제품인 복합필름이 출시된 이후 삼성전자 내 점유율이 상승하면서 삼성전자와의 시너지 효과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외에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공동으로 설립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전환사채 인수 방식으로 AMOLED(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 장비 협력사인 원익IPS와 AP시스템에 투자한 상태다.

- SFA 공장 내부 모습
- SFA 공장 내부 모습

현대차

- 유비벨록스

유비벨록스는 스마트카, 스마트카드 전문업체로 모바일 플랫폼, 대기화면 서비스, 콘텐츠 등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가 이 회사에 지분을 투자한 것은 지난 2005년 무렵이다. 두 회사의 관심분야는 스마트카다. 와이파이(WiFi), 3G, LTE 등 스마트폰 통신기기를 통해 자동차를 원격 제어하도록 하는 스마트카는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는 분야다. 현재 유비벨록스는 스마트키를 이용한 차량 제어, 차량용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는 이 회사 지분 5.64%(31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유비벨록스는 지난해 11월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아이나비까지 인수하면서 자동차 원격 제어와 관련된 기술 상용화에 한발 더 다가갔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39억원과 117억원으로 2010년에 비해 각각 17.0%, 6.3%씩 성장했다. 관련업계에서도 이 회사의 장기적인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를 현대차와의 협력관계에서 찾는다. 유비벨록스는 오는 2013년부터 현대차에 스마트폰 관련 토털 솔루션을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해 지분 20%를 매입한 팅크웨어 아이나비는 특히 중국 시장 전자 지도에 대한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어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일전을 벌어야 하는 현대차로선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KTB투자증권 최찬석 애널리스트는 “유비벨록스는 스마트카와 관련된 모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팅크웨어 인수로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가격경쟁력까지 갖춰지면서 올해도 매출이 성장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1. 유비벨록스가 지분 20%를 인수한 아이나비의 내비게이션 2. 현대중공업이 지분투자 한 폐기물전문처리업체 코엔텍 공장 전경
1. 유비벨록스가 지분 20%를 인수한 아이나비의 내비게이션
2. 현대중공업이 지분투자 한 폐기물전문처리업체 코엔텍 공장 전경

포스코

- 삼원강재, 스틸플라워, 문배철강

포스코 역시 최근 코스닥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포스코의 주력 분야인 철강재 관련 기업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전체 지분의 14.25%(570만주)를 확보하고 있는 삼원강재는 자동차용 스프링 소재 가공 전문 업체다. 지난 1992년 설립된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자동차 스프링제조사인 대원강업으로 전체 지분 61%를 보유하고 있으며 포스코가 두 번째다. 이 회사는 압연, 소재가공, 자동차용 겹판 스프링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생산된 제품이 모기업인 대원강업으로 납품돼 현대, 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에 장착된다. 여기서 포스코는 이 회사에 원소재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한다.

문배철강은 포스코 열연재 유통사업부에서 출발해 지금은 판재류 제조, 가공으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2001년 NI스틸을 인수하면서 국내 주요 철강서비스센터로 자리를 잡았다. 포스코가 보유한 이 회사의 지분은 9.02%다. 이 밖에 포스코는 코스닥기업 스틸플라워의 제3자배정유상증자에 참여해 현재 세 번째로 많은 10.96%(160만주)의 지분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스틸플라워는 지난해 포스코의 지분 참여와 자회사인 스틸플라워글로벌이 포스코 후판 수출상사로 등록되면서 지난해 총 259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30억원과 57억원으로 실적이 모두 턴어라운드 됐다. 동부증권 손만승 애널리스트(철강)는 “심해 시추활동 증가로 해양 구조물용 대구경 후육강관(SAW)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이머징 국가의 전력수요 증가에 힘입어 열배관재 수요도 커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가 투자를 결정했다는 것은 주가 상승의 희소식”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동국산업의 경우 1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인수해 주식 전환 후 2대 주주(280여만주)로 올라서게 됐다. 성진지오텍은 포스코에 스마트원자로에 장착되는 원자력 보조기기 등을 제공하는 계열사로 현재 지분 23.71%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성진지오텍은 지난 1월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엔지니어링이 567억원으로 제3자배정유상증자(지분율 10%)에 참여해 포스코에 이어 2대 주주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 코엔텍

폐기물 처리 전문기업인 코엔텍은 지난해 말 정몽준 테마주로 분류돼 정치이슈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는 소동을 겪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정몽준 새누리당 전 대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회사로 판명되면서 지금은 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굳이 연관성을 따진다면 이 회사는 정몽준 전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전체 지분의 7.58%(379만2000주)를 보유한 2대 주주일 뿐이다. 

코엔텍은 지난 1993년 울산지역 석유화학기업들이 자본금 100억원을 공동출자해 설립한 울산환경개발이 전신이다. 설립초기부터 현대중공업은 지분투자자 형식으로 참여했다. 2000년대 수차례 증자를 거치는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은 최대주주로 올랐다. 하지만 코스닥 상장(2004년) 이후인 지난 2008년 말 현대가 방계로 분류되는 후성그룹이 지분을 매입하면서 1대 주주로 올라섰다. 후성그룹은 에어컨, 공조기에 들어가는 냉매가스를 주로 생산하는 (주)후성을 비롯해 후성정공, 후성테크 등 21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후성은 냉매가스의 국내 시장점유율을 70%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2차전지 내 전해질 소재로 쓰이는 리튬 염도 생산하고 있다. 주력기업인 후성은 지난 1983년 현대중공업 화공사업부에서 분사된 울산화학에서 출발했다. 대표이사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여동생 정희영씨 둘째아들인 김근수 회장이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대표와는 사촌지간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65억원으로 영업이익은 58억원, 당기순이익은 44억원이다. 현재 최대주주는 후성그룹 계열사인 후성HDS로 16.8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이닉스

- 피델릭스

메모리반도체 개발 업체인 피델릭스에는 하이닉스가 지분 8.79%(160만주)를 투자하고 있다. 지난 1990년 설립된 씨앤아이가 전신이다. 하이닉스와는 지난 2008년부터 전략적 관계를 맺고 있다. 피델릭스의 주력 상품은  256Mb 모바일D램이다. 이 부품은 주로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에 탑재되는 이미지시그널프로세서(ISP)의 버퍼메모리로 사용되고 있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에 장착되는 모바일 DDR이 매출의 60%를, 피처폰에 사용되는 모바일 SD램의 매출 비중이 20% 가량 된다. 피델릭스는 현재 생산시설을 갖춰놓고 있지 않다. 모바일D램과 관련된 설계, 개발만 담당할 뿐 수주에 따른 생산은 하이닉스, 동부하이텍과 같은 대기업에게 발주하고 있다. 장석헌 상무는 “하이닉스가 일정부분 투자하고 있어 충분한 생산이 가능하며 이것이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모바일 D램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2010년보다 매출이 두 배 가량 오른 843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