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에서 ‘사회적기업’ 하면 떠오르는 곳이 SK다. 가장 많은 사회적기업을 운영·지원하고 있는 데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다. SK가 사회적기업 최대 후원자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사회적기업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평소 지론이 작용했다고 한다.
- G20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
- G20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

지난해 8월 SK는 1000억원대 매출의 국내 최대 사회적기업(Social Enterprise) 설립을 선포했다. SK그룹의 MRO(소모성자재구매대행) 사업을 맡고 있는 MRO코리아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 MRO코리아는 지난 2000년 7월 SK네트웍스와 미국 물류·구매 대행 전문기업인 그레인저 인터내셔널이 51대 49의 비율로 합작해 만든 회사로 지난해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으며 직원도 150명에 달한다.

사회적기업은 일반 기업과는 달리 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사회적 목적 실현을 위해 이윤의 대부분을 재투자하는 기업을 말한다. 이들 기업은 도시락을 만들어 결식아동이나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배달해 주는 것과 같은 공익사업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 소외계층을 채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고, ‘사회적기업 육성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증을 취득해야 한다.

MRO 계열사를 사회적기업으로 키우려는 것은 사회와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MRO 사업이 대기업 중심의 효율성이 우선시되면서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아오자 최 회장은 중소 사회적기업 MRO 업체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이익도 나누는 새로운 사회적기업 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다. 또한 사회공헌 활동을 단순 기부 등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문제 해결까지 적극 나서겠다는 최 회장의 속내를 피력한 것이다.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토록 했다는 점에서 지난해 8월 최 회장의 ‘통 큰’ 결정은 큰 화제를 불러왔다.

지난 3월20일 MRO코리아는 ‘행복나래’로 사명을 바꿔 공식 출범했다. 최 회장은 지난 2월24일 행복나래를 방문해 “SK의 MRO 사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으로, SK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중소기업 성장에도 기여하는 모델로 자리 잡아야 한다”면서 “SK그룹의 상생 강화 차원에서 모든 CEO들이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MRO 사업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기업 차원에서 사회문제 해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는 양극화, 저출산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가 많은데, 사회적기업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다른 기업들 SK 사회공헌 교본으로 삼아

SK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은 다양하고 깊이가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기업이 SK의 사회공헌을 교본으로 삼을 정도다. SK그룹은 단순기부 행태의 사회공헌 활동으로는 사회적인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 주안점을 뒀다. SK는 우리 사회에서 부족한 곳을 메우는 시스템으로서의 사회공헌 활동에 일찌감치 눈을 돌리고 다양한 사업을 벌여왔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적기업 지원 활동이다. 최 회장은 특히 사회적기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최 회장은 “단순 기부 등 전통적 사회공헌 활동이 투입비용 대비 3배의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비해 사회적기업은 수십배의 가치를 창출한다”면서 “기업적 메커니즘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기업 모델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SK그룹이 사회적기업 지원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 2009년부터다. 당시 약 500억원 규모의 사회적기업 지원 기금을 조성했다. 이 기금은 사회적기업 창업 지원 및 예비 사업가 육성 등의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같은 해 10월에는 사회적기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사회적기업 지원 전문 웹사이트 ‘세상’(www.se-sang.com)을 개설했다. 세상은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연구원, 세스넷(www.sesnet.or.kr : 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 사회적기업 전문 컨설팅그룹인 SCG(Social Consulting Group) 등과 협약을 맺고 협력하고 있다.

SK는 아예 효율적인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해 지난 2010년 1월 행복나눔재단 산하에 사회적기업 사업단을 만들었다.

현재 SK가 직접 설립, 지원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은 73개에 달한다. SK가 직접 설립한 사회적기업은 ‘행복한 학교’, ‘행복한 도서관’, ‘행복한 뉴라이프’ 등 모두 10개며, 지원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은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행복도시락)’ 30곳 등 모두 63개다. SK 관계자는 “정부·기업·지자체·시민단체 등 경제주체들이 서로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영속성을 가질 수 있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모델이 바로 사회적기업”이라면서 “SK그룹은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기업을 설립·지원·육성해 사회적 문제를 진정성 있게 해결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을 통해 취약계층을 감쌀 수 있는 안전망 역할뿐 아니라 고용창출과 경제력 회생으로 새로운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가는 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행복한 학교’는 방과후 학교 수업을 위탁,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으로 SK의 경영 노하우와 교육청의 지원이 결합된 민관 협력 모델이다. 공교육 기능이 보완되고 교육 격차 해소 및 사교육비 부담 완화, 방과후 강사 일자리 창출 및 고용이 안정되는 일석다조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SK의 사회적기업 중 가장 막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행복도시락은 결식아동과 저소득층 노인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한편, 실업해소를 위해 취약계층을 조리원과 배달원으로 고용했다. 지난 2008년 이후 행복도시락을 제공받은 청소년은 6000여명, 도시락 개수만 해도 21만여개다. 행복도시락 급식센터는 지난 3월16일 현재 서울에 5곳, 강원 3곳, 부산 2곳, 대전 2곳 등 전국에 총 29곳의 행복도시락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8곳을 제외한 행복도시락 센터는 정부의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독자경영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나머지 8곳도 센터 상황에 따라 2014년까지 모두 자립기반을 갖춘다는 목표다.

이처럼 사회적기업으로 출발해 정부지원 없이도 자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의 꾸준한 매출 향상이 뒷받침될 수 있었던 데는 크게 3가지 경쟁력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장점을 십분 활용,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다양한 판로를 개척했다. 대표적으로 결식아동과 독거노인 대상의 공공 급식과 예비군 훈련장 및 마사회 납품 등을 들 수 있다. 행복나눔재단 관계자는 “사회적기업이라고 해서 저절로 살아남을 수는 없다”면서 “판로개척을 위한 전국 각 지역 센터장들의 노력이 매출신장에 큰 역할을 해 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아울러 ‘행복도시락’ 브랜드가 위생적인 이미지로 인식돼 있어 남다른 신뢰도를 확보했다. 행복도시락은 전문 영양사가 메뉴와 조리법을 지원하고,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에 따라서 위생을 관리해 최상의 도시락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밖에 전국 행복도시락 급식센터 간 신속하고 원활한 네트워크 구축을 기반으로 공동 상품개발을 통해 다양한 메뉴를 확보했다는 점도 경쟁력 요소 중 하나다. 상품의 특성상 쉽게 실증날 수 있는 도시락 메뉴이기에, 고객의 입맛에 맞춘 선호 메뉴를 공동 연구해 발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센터 간 네트워크는 한 센터에 물량이 많을 경우 인근 센터와 공동생산을 하는 등 주문량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행복도시락은 하루 평균 당초 계획인 결식 해결용 도시락 1만여개보다 40%가 많은 1만4000여개의 도시락을 만들어 결식 이웃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소외계층을 중심으로 행복도시락 제조 및 배달 등을 위해 만든 일자리도 470여개에 달한다. 이는 단순히 한 사람 일자리 제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던 소외계층이 행복도시락 센터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게 됨으로써 470여가구에 정기적인 수입이 발생되게 했다는 점에서 절대적인 숫자는 많지 않지만 매우 의미 있는 일자리 창출이라고 SK 관계자는 설명했다. 사회 안전망 역할을 강화하면서 고용을 창출하고, 임금지급 등으로 경제적 숨통을 다소 트이게 하는 방식의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면서 SK는 사회적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는 매년 겨울 시즌이 다가오면 11월1일부터 12월말까지를 ‘행복나눔 계절’로 선포하고,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자원봉사와 기부활동을 전개한다. ‘행복나눔 계절’ 나눔·봉사 활동은 지난 2005년 시작된 뒤 올해로 7년째 이어지고 있는 SK그룹 고유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사회적기업 지원 활동, 취약계층을 위한 성금 기부 및 자원봉사 등 ‘행복나눔’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자원봉사 활동에는 각사 CEO를 포함해 전체 임직원이 참여한다. 최태원 회장은 “취약계층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지원하는 기존 활동 외에 그룹 사회공헌의 핵심 사업인 사회적기업 지원 활동도 적극 펼쳤으면 한다”며 “다양한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전통적인 사회공헌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사회적기업을 키워야 한다”며 ‘사회적기업 육성론’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최 회장의 사회적기업 지원 노력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각계 저명인사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반 총장은 한 조찬강연회에서 “유엔이 해결하고자 하는 전 세계 여러 문제를 풀어가려면 기업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국내에서는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의 사회적기업 모델이 표본이 되고 있다”고 했다.

김영환 의원(민주통합당)은 SK그룹이 MRO 사업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 것과 관련, 자신의 트위터에 “지금까지 다른 어떤 결정보다 진일보한 것”이라며 “결단은 더 큰 결단을 낳고 우리사회를 훈훈한 온정의 바다로 이르게 할 것”이라고 했다.

(왼쪽)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회적기업 ‘두바퀴 희망자전거’에서 임직원들과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오른쪽 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월24일 국내 최대 사회적기업 출범을 앞둔 행복나래(옛 MRO코리아)를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오른쪽 아래) SK가 주최한 사회적기업 교육 상담 프로그램에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는 기업인들이 참석해 교육을 받고 있다.
(왼쪽)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회적기업 ‘두바퀴 희망자전거’에서 임직원들과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오른쪽 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월24일 국내 최대 사회적기업 출범을 앞둔 행복나래(옛 MRO코리아)를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오른쪽 아래) SK가 주최한 사회적기업 교육 상담 프로그램에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는 기업인들이 참석해 교육을 받고 있다.

 

   Tip. SK의 동반성장 모델 주목   

협력업체 CEO 대상 상생 세미나… 동반성장펀드 2300억 조성

SK그룹은 사회적기업 육성뿐 아니라 차별화된 동반성장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SK그룹은 각 사업 특성에 맞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기술 협력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SK텔레콤은 롱텀에볼루션(LTE) 시대 국내 통신장비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대기업-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위해 대기업 장비제조사 및 중소 중계기업체가 함께 참여하는 동반성장 협약을 체결, 새로운 상생모델을 선보였다. SK종합화학도 지난해 6월 협력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동반성장 공감대 형성 및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해 동반성장위원회를 발족하고, 협력사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지원, 자금지원, 경영지원 등 실질적인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SK 동반성장 아카데미’도 눈에 띄는 동반성장 프로그램이다. 지난 2007년부터 협력업체 CEO들을 대상으로 상생CEO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까지 약 2000여명의 협력업체 CEO가 교육을 받았다. 협력업체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상생 MDP(Management Development Program)도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경영전략·재무·회계·마케팅 등을 교육하는 ‘미니 MBA’ 형태로 운영하고 있으며 연평균 110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이 밖에 지난 2008년 시작된 협력업체 직원 대상 온라인 교육인 상생 e러닝은 연간 8차례 105개 과정이 운영되고 있으며, 연평균 570여개 협력사가 참가해 최근까지 7만8000여명의 협력업체 직원이 강의를 들었다.

SK그룹이 중소기업에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조성한 ‘SK동반성장펀드’도 주목 대상이다. 지난 2009년 6월 1200억원의 SK동반성장펀드를 1차로 조성한 뒤 같은 해 추가로 300억원을 출연했고, 지난해 6월에는 800억원을 더 조성한 바 있다. 모두 2300억원 규모의 SK동반성장펀드 조성에는 SK텔레콤, SK종합화학 등 SK그룹 계열사와 IBK기업은행 등 금융기관이 참여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와 관련, “동반성장을 위한 대기업-중소기업의 행복 동반 경영은 SK가 천명한 경영 원칙”이라며 “중소기업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일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성과 효율성을 갖는 동반성장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