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73년 미국 위스콘신 주에서 출발한 콜러는 여러 면에서 독특한 기업이다. 우선 설립 이래 139년간 줄곧 가족경영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비상장기업이라는 것도 이채롭다. 콜러는 특히 주방·욕실 부문에서 세계 최정상이다. 1883년 돼지여물통에 장식용 발을 덧붙여 만든 콜러의 주철 욕조가 현대식 욕조의 시초가 된 것처럼 선보인 상당수 욕실, 주방 용품에서 콜러는 최초, 최고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비데전문기업 노비타를 인수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난 2월29일 노비타 전략발표 기자간담회 참석차 내한한 데이비드 콜러 콜러 사장은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시장 중 하나”라면서 “우리 기술력이 뒷받침된다면 현재 시장점유율 2위인 노비타는 분명 10년 내 한국 최고 비데 제조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콜러)의 기업 철학은 삶이 편해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걸 기초로 그 안에 디자인과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집어넣죠. 일관된 품질과 최첨단 혁신 기술을 선보여야 한다는 건 IT기업에만 요구되는 사항이 아닙니다. 늘 조직을 혁신하고 이익의 90%를 매년 연구개발에 투자한 결과가 오늘날 콜러의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보면 됩니다.”

콜러 제품들은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를 비롯, 영국 럭셔리호텔의 대명사 사보이호텔 등 세계 특급호텔마다 설치돼 있으며 국내에는 롯데호텔, 신라호텔, 인터컨티넨탈호텔, 쉐라톤 워커힐호텔 등 특급호텔에 빠짐없이 구비돼 있다. 콜러가 노비타에게 기대하는 분야는 대중국 시장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시장입니다. 한국에서 성공해야 아시아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노비타가 갖고 있는 기술력을 활용해 다른 아시아국가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일 겁니다.”

 양변기와 비데가 결합된 누미(NUMI)는 지난해 9월 출시와 동시에 전 세계 특급호텔과 각계각층 유명 인사들 사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비데는 센서가 내장돼 자동으로 덮개가 열리고 리모컨으로 작동된다. 안락한 조명에 음악까지 흘러나온다. IT 평론가들은 누미로 대표되는 콜러의 제품을 아이폰과 동급으로 친다. 형태와 용도만 다를 뿐 최첨단 기기에 인간의 감성을 집어넣어 선풍적으로 팔리고 있다는 건 두 제품의 공통점이다. 이런 이유로 콜러는 ‘주방, 욕실 업계의 애플’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제철 사업으로 시작한 콜러는 주방·욕실뿐 아니라 엔진, 발전기 부문, 인테리어(가구, 타일, 배수시설) 부문, 레저·부동산(골프코스, 리조트) 부문으로 사업영역이 나눠져 있다. 전 세계에 근무하는 임직원 수만 3만1000명에 달한다. 지난 1998년 박세리가 맨발의 투혼으로 한국인 첫 US오픈 타이틀을 따낸 곳이 바로 콜러의 골프코스 블랙울프 런이다.

콜러 사장은 1873년 존 마이클 콜러가 회사를 세운 이래 8대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콜러는 가족 전체가 회사 경영에 참여한다. 콜러 사장의 어머니는 기업법률자문 수석 부사장, 두 여자 형제는 인테리어그룹 사장과 인사담당 수석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장자이거나 남자에게만 사장 자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기업을 성장시킬 자질이 있다고 판단되면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는 게 콜러 가문의 오랜 전통이다.

“자금을 대주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하고, 어떤 과정을 통해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 다음 형제 간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치죠. 최종 결정은 아버지께서 하시는데 그건 그 어떤 원칙보다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러니 잡음이 없는 겁니다.”

약력  1965년생, 미 듀크대 정치사회학 전공, 93년 북미 욕실사업 마케팅 이사, 2007년 부사장, 2009년~현재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