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신증권에서 판매한 ELS상품
2010년 말부터 주식형 펀드에 적립식으로 월 100만원씩 투자해 왔던 A씨는 지난해 하반기 10%까지 손실을 봤다가 최근 원금을 회복하자 곧바로 환매해 주가연계증권(ELS)으로 갈아탔다. A씨는 “세입자한테 받은 전세보증금으로 그나마 안전하다는 펀드에 투자했는데, 수익률이 들쭉날쭉하고 코스피지수 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해 환매했다”고 말했다.
A씨처럼 펀드를 환매한 투자자들이 ELS로 자금을 옮겨가고 있다. 증시의 방향성이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가하락 가능성도 크지 않은 시기에는 ELS가 유리한 투자처라고 판단해서다.
ELS란 특정 주식이나 지수 등 기초자산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코스피200지수가 1년 뒤 만기일에 기준일보다 상승하면 원금에 연 7%의 수익을 지급한다거나 LG화학 주가가 1년 뒤 만기일에 50%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으면 원금에 연 12%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식으로 주식이나 주가지수의 가격변화에 연계해 수익률을 약속한다. 약간의 위험은 따르지만 지수나 주가가 급락하지만 않으면 은행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전문가들은 주식형 펀드 환매는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뒤 러시를 이루면서 올 들어서만 5조원 넘는 자금이 유출됐으며, 이 중 상당액이 ELS로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ELS 중에서도 특히 지수형 ELS가 급증하는 추세”라며 “안정 성향이 강한 펀드 투자자들의 환매 자금이 ELS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진화하는 ELS, 투자자 유혹
ELS는 지금까지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 왔다. 한국투자증권에서 발행한 공모 ELS의 연평균 상환 수익률이 2007년 이후 최근까지 6년 연속 10% 이상이었다. 코스피지수가 40% 가까이 떨어진 2008년에도 ELS는 평균 10.2%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10% 떨어졌지만 ELS는 13.3%의 성과를 기록했다. 반면 시장이 33% 급등했던 2009년에도 ELS 수익률은 14.3%에 그쳤다. 시장 급등락에 상관없이 10~14%의 수익을 꾸준히 올렸다는 의미다.
연 10%대 수익을 꾸준히 올려온 ELS는 시장상황에 따라 새롭게 디자인하며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올해는 통상 6개월인 수익 실현기간을 단축시키고 주가 하락에 대비해 안정성을 대폭 강화하는 등 진화하고 있다. 예컨대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4월17일까지 판매한 ELS는 코스피200지수(한국), S&P500지수(미국), HSCEI지수(홍콩)를 기초자산으로 하며 3년 만기에 연 12%대 수익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기존 상품과 달리 조기상환 기회를 대폭 늘렸다는 것이 장점이다. 대부분 ELS는 6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지는데, 새로 나온 ELS는 3개월마다 짧게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만기까지 상환조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투자기간 중 3개 지수가 최초기준가의 45% 미만으로 하락한 적이 없으면 만기에 36.6%(연 12.2%) 수익을 지급받는다.
이대원 한국투자증권 부장은 “ELS 투자에도 시장 상황에 맞춘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며 “최근과 같은 횡보장에서는 조기상환 주기가 짧은 상품을 선택해 증시가 방향을 잡게 되면 재투자를 고려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 코스피가 2000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면서 ELS가 대체 투자상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원금손실 가능성 배제 못해
ELS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적으면서 ‘금리+α(알파)’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원금을 까먹지 않고 수익이 난다는 얘기는 아니다. 유럽 재정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돌발 악재가 터지면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우선 ELS는 원금 보장형과 원금 비보장형으로 나뉜다. 원금 비보장형은 기초자산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 상품 조건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고수익·고위험’이란 말처럼 무조건 수익률만 따지다가 가입하면 원금을 까먹을 위험도 커진다는 얘기다. 이는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높을수록 ELS의 수익률이 높게 설정되기 때문이다.
수익률은 예금 이자의 2~3배 정도인 8〜10% 수준에서 투자하고 싶다면 원금 비보장형 중에 지수형 스텝다운 상품(일정기간에 지수가 일정폭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조기 상환되는 유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코스피200지수나 홍콩 지수 등에 투자하면서 가격이 50~6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일정 수익을 얻을 수 있어 그나마 위험이 덜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엔 원금을 까먹을 수 있는 손실발생 기준을 낮춰 주가가 65% 넘게 빠지지만 않으면 수익을 챙겨주는 종목형 ELS도 등장했다. 만약 원금을 절대 까먹고 싶지 않다면 기대수익률 5〜6%의 원금보장 지수형 상품유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올해 만기가 돌아온 일부 종목형 ELS 중엔 지난해 8월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40%에 가까운 손해를 입은 ELS도 있다. 실제로 올 1분기 ELS는 원금비보존형이 9조9353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75.9%나 늘었다. 최근 발행된 ELS 4개 중 3개는 주가가 급락할 경우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상당수 투자자들이 ‘수익이 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로 ELS 투자에 나선다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수익률이 높게 설계된 ELS일수록 손실 가능성도 크다”며 “자신의 투자 성향을 파악한 뒤 이에 맞는 ELS를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Tip. ELS와 세금
생계형 저축·생활우대종합저축 절세효과 ‘덤’
연 10%대 수익을 목표로 하는 ELS는 조기상환이 되지 않아 3년 만기 때 한꺼번에 수익을 받게 되면 수익률이 엄청나다. 예컨대 5000만원을 ELS에 넣었는데 연 10% 수익률로 받게 된다면 3년 만기 때 수익을 한꺼번에 받기 때문에 1500만원 가까이 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부담이 있는 투자자에겐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위험을 피하려면 월 지급식 ELS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매월 수익을 지급하므로 과표 분산의 효과는 물론 매월 지급받는 수익이 확정돼 보다 안정성이 높아서다.
ELS 가입 시 세금으로 나가는 비용을 줄여 수익률을 더 높이고 싶다면 생계형 저축이나 세금우대종합저축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선 생계형 저축은 60세 이상 노인이나 장애인 등이 가입 조건인데, 1인당 3000만원까지 세금이 없다. 세금우대종합저축은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데 원금 1000만원(생계형저축 가입 대상자의 경우 3000만원 한도)까지 9.5%의 저율로 세금을 내고 종합소득에 합산되지 않는 분리과세 혜택을 받는다. 다만 세금우대종합저축은 1년 이상 유지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다수 투자자들은 생계형저축이나 세금우대저축은 예금 가입 때만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ELS에 가입하면서도 적용시킬 수 있다. 물론 ELS는 예금과 달리 확정수익이 보장되진 않지만, 만기 시점에 예상 수익률이 나온다고 가정하면 절세 효과는 크다.

Tip. 주가지수연동예금
5000만원 예금자 보호받는 안전상품
그래도 믿을 곳은 은행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거나 원금 보장을 철칙으로 삼는 보수적인 투자자들이라면 은행에서 판매하는 주가지수연동예금(ELD)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ELD는 종합주가지수나 특정 주식의 주가 혹은 금리, 환율 등에 연동하는 투자 상품으로 ELS와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하지만 ELS와 달리 만기 전에 해지하지 않으면 원금은 100% 보장받을 수 있다. ELD는 투자금의 대부분을 정기 예금으로 넣어 기본 이자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금액만 파생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에 안정적이다. 또 ELD는 5000만원 한도 내에서는 예금자 보호도 받을 수 있다. ELD는 예전엔 ‘모 아니면 도’ 식의 고위험·고수익 상품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정기예금 이자의 1.5~2배 수준을 목표로 하면서 만기 때는 기초자산 움직임과는 상관없이 최소 2~3% 이자는 보장해 안정성을 높인 상품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예컨대 우리은행이 지난 4월20일까지 판매한 ELD 상품은 삼성전자 주가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복합형의 경우 최고 연 9.9% 주가연계예금과 연 6% 이율을 제공하는 정기예금을 50대50 비율로 동시에 가입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만기 시점에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한다고 해도 최저 연 3%는 챙길 수 있다.
은행들은 ELD를 예금 팔듯이 매일 팔진 않는다. 기간을 정해 팔기 때문에 ELD 가입을 원한다면 은행 홈페이지 등을 통해 수시로 가입 정보를 체크해야 한다. 또 ELD는 매달 똑같은 수익률 조건과 내용으로 팔리진 않는다. 주가나 금리 전망이 시시각각 달라지기 때문에 그에 따라 상품 조건도 달라진다는 얘기다. 최근 나오는 상품들은 고수익보다는 적당한 금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무래도 최근 주식시장이 급격하게 올라 조정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ELD는 일정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정기예금보다 오히려 수익이 낮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주가가 ELD에서 정한 수준을 뚫고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오히려 금리를 낮은 상태에서 고정시켜 버리는 ‘녹아웃(knock-out)’이 걸려 있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만기 도래한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기업 등 6개 주요 시중은행 388개 ELD 상품의 평균수익률은 연 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이들 시중은행이 내놓은 특판예금 금리가 최고 연 7%였고, 저축은행 일반 예금금리는 연 5%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ELD에 가입할 때도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가입하라고 권한다. ‘안정형’이나 ‘고수익형’ 등 투자 성격이 다른 ELD 상품 2~3개를 동시에 드는 것이다.